여름이라 바닷가쪽 많이 놀러가실텐데요

특히 수도권 가까운 곳에서는 제부도 드라이빙 많이들 하실 겁니다.

아시다시피 제부도는 섬이지만 간조때면 바닷물이 빠지고 포장도로가 드러나서

그 시간동안 차량 운행이 가능한 곳인데요.

일전에 도로가 폐쇄되려는 시각무렵 혼이 난 경험이 있어 주의를 요합니다..


가족들과 제부도 드라이빙가서 조개구이도 먹고 해변에서 사진도 찍고

애들 물장난도 좀 치고 그리고 해가 뉘엇뉘엇 넘어갈 무렵..

마침 미리 파악한 바닷길이 닫히려는 시각이 다 되었더군요.

밀물이 시작되면 육지로 돌아가는 도로가 물에 잠기기 때문에 서둘러 출발했죠

미리 알아본 도로 폐쇄 시각보다 약 5분~10분 가량 여유가 있었습니다.

섬과 육지를 연결하는 포장도로 시작점에는 안내요원이 바리케이트를

칠 준비를 하고 있었고 다른 차는 없었습니다.

내차가 접근하니 안내요원이 빨리 지나가라고 손짓을 하더군요. 내차가 마지막..

내가 지나치자 마자 도로진입을 안내요원이 막는 것을 룸미러로 확인하고...

그제야 전방을 멀리까지 볼 수 있었는데..

도로 중간에 이미 물이 조금 차 올라있고 저 멀리 스타렉스 한대가 부지런히 건너고

있더군요.

그때까지는 별 생각없이 그냥 도로를 따라 주행했습니다. 바닷물에 조금씩 잠긴

도로의 3분의 1지점에 도달했을때....

난 당황하기 시작했습니다. 도로가 안보이는 것이었습니다..

이 도로가 육지까지 직선으로 뻗어있지 않고 몇번의 S자 곡선을 그리고 있음을

상기해 보니 정말 진땀이 나더군요.

도로 주변에 원기둥 형태의 보호연석이 쫙 깔려 있는데.. 그것들마저 안보였습니다.

물이 차올라오는 속도가 장난이 아니었습니다. 입구에서 출발할때 보이던 연석들이

순식간에 시야에서 사라지니 오만가지 생각이 뇌리를 스치더군요. 되돌아가기도

너무 늦었고 뒤쪽 상황도 다를 바가 없고...

차를 버리고 걸어가야겠다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들었구요..

물이 차오르는 속도로 봐서 전방 500~600 미터.. 걸어서 약 5분 이상 소요될 듯한

육지를 보니...걷다가 분명 수영까지 해야할 판이었습니다..

최악의 경우 차를 포기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직감한 후..

남은 걱정은 수영할 줄 아는 사람이 나밖에 없는 가족들의 안위 뿐..

동승한 가족들은 지금 닥친 상황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고..

아직 알릴 때는 아니었죠.. 차를 버리기 전까지는..

일단 차로 갈 수 있는 만큼 최대한 가보고 결단을 내리기로 했습니다.

물은 범퍼를 치고 있었고.. 차를 멈추면 시동이 바로 꺼질 것같아

계속 악셀에 힘을 주면서 먼저 진행했던 스타렉스가 보여준 기동형태로

가상 곡선을 머릿속에 그리며 도로의 곡선 정도를 가늠하기 위해 애를 썼습니다.

그러나 눈을 감고 가는 것 마냥 점차 확신이 없어지면서..

연석에 충돌하거나 물에 잠긴 도로밑 1미터 아래의 더 깊은 물속으로 빠져들것

같은 불안감만 증폭되더군요

즉시 창문을 열고 머리를 최대한 밖으로 빼내어 물밑을 살펴보기 시작했습니다.

믿거나말거나지만 물이 어찌나 거무스름한지 날이 저문 시간때에 겹쳐

바닥은 전혀 보이지 않았고.... 그때 내 눈에 희망이 발견되었습니다.

도로 가장자리의 범퍼 높이 정도로 솟아있는 연석 맨 윗부분이 물속에서

희미하게 보였기 때문입니다. 아주 자세히 들여다 봐야 윤곽이 느껴질 정도지만

그거라도 얼마나 감사하던지..

차를 연석 부근에 붙이고 머리를 내밀고 연석만 보면서 핸들을 조작해 가다보니

드디어 연석이 물밖으로 머리를 내밀고 있는 구간까지 무사히 나올 수 있었습니다.

거기서부터는 그냥 아무 생각없이 물살을 가르며 육지로 달렸죠.

여기서의 교훈..

서해안 밀물때 물이 차오르는 속도는 상상외로 빠르다..

제부도 물때는 공지된 시각이 분 단위까지 아주 정확하게 맞는 것은 아니다..

도로 중간이 물에 잠긴 상태가 보여지면 안내요원이 통과를 허락해도

건널지 말지 신중히 생각할 것..

추후 세차는 기본..

이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