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DIY를 좋아한다.

 

그래서 공구를 사모으는 것을 좋아하고

 

엔진오일이나 웬만한 기타 소모품류는 직접 교체하는 편이다.

 

볼트를 풀고, 새것을 집어넣고, 더 나은 모습으로 만들어주는 일련의 과정이

 

나와 애마를 더욱 밀접하게 만들어주는 특별한 촉매 작용같다고나 할까

 

DIY를 즐기는 분들은 충분히 공감하시리라 여겨진다.

 

 

그. 러. 나.

 

 

지금은 한파가 몰아치는 12월

 

이건 정말 아니다.

 

창밖에 처량하게 서있는 흰둥이만 쳐다보고 있어도 오한이 으스스 밀려온다.

 

몇달 묵혀뒀다가 날이 풀리면 작업할까하고도 생각해봤지만

 

출근할때마다 마주하는 녀석을 바라보는 것도 고통스럽거니와

 

자신의 차를 뺏긴 와이프는 그렇게 호언장담하던 모습은 어디갔냐고 면박을 주기 일쑤다.

 

카카오택시를 열렬히 홍보해 보지만...소용이 없다...

 

 

.........시간은 나의 편이 아닌 것만큼은 확실했다.

 

 

마음을 가다듬고 틈틈히 시간을 쪼개어 정보를 수집했다.

 

일단 앞부분을 분해하여 파손 부품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과정이 1차 목표였다.

 

이리저리 구글링해보니 워낙 많이 팔린 차라 정보는 지천에 널려 있다.

 

특히 경정비 관련 가이드는 '팰리컨파츠' 홈페이지가 매우 잘 꾸며져 있는데

 

필요한 공구와 난이도, 그리고 친절한 사진까지.

 

어지간한 DIY매니아들은 잘 아실테지만 그렇지 못한 분을 위해 공유한다.

 

http://www.pelicanparts.com/techarticles/Volkswagen_Golf_GTI_Mk_V/VW_GTI_Mark_V_Tech.htm

 

사진만 보기 심심하다면 유투브도 있다.

 

https://youtu.be/ihWjQBzp4UQ

 

신나는 뽕짝과 함께 반복감상하며 눈과 머리에 익혀둔다.

 

날씨가 매우 추우므로 되도록 빨리 끝내야 하기 때문에 아주 그냥 외울 정도로 쳐다 보는 것이 포인트.

 

 

 

그렇게 일주일 간의 이미지트레이닝(?)을 거친후 공구함을 들고 결연한 마음으로 집을 나섰다.

 

자, 힘차게 후드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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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녀석은 흡기온도센서(Intake Air Temperature sensor)다.

 

노이즈 파이프가 라지에이터에 떠밀리면서 새우등이 터진듯.

 

센서보다는 저 깨져버린 커넥터 품번 찾기가 힘들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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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이즈 파이프 사망.

 

전판넬도 사망.

 

전판넬은 본넷이 찌그러지면서 같이 말려 올라가 버렸다.

 

하긴 후드가 승천하시는데 박판과 플라스틱이 조합된 네가 무슨 힘이 있으랴.

 

후드가 조금이라도 밀리는 충격이 있었다면 전판넬은 100%교체해야 할 것 같다.

 

후드 잠금장치가 전판넬에 조립되기 때문에 후드가 조금이라도 찌그러지면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전판넬은 견뎌낼 재간이 없는 것이다.

 

중고차 고를때 전판넬 교체라고 하면 무조건 손사래를 쳤었는데...아는만큼 보인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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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테이크 덕트도 박살...

 

이거 아직 시작도 안했는데 환영식이 거하다.

 

 

일단 범퍼를 내려야하기 때문에 차를 들어올리고

 

범퍼를 내린후...

 

레일을 내리고...

 

전판넬을 내린다...(중간 과정은 추워서 사진을 못찍었다)

 

 

 

다행히 생각보다 어렵지는 않았다.

 

네가 밥로스냐고 공분할 분들도 계실지 모르겠는데

 

사실 범퍼내리는게 제일 어려웠다.

 

진짜다.

 

안믿기면 위의 뽕짝 유투브를 다시 보시길.

 

그리고 젊은이들은 톡스(별 나사)를 매우 좋아하나본데..

 

이건 수급이 쉽지 않을 것 같아 분해 즉시 체결위치를 기록하여 부위별로 잘 정리하여 보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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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해 완료.

 

분해한김에 엔진룸 칫솔 신공들어가준다.

 

그러고 보니 엔진 커버도 이빨이 나갔다.

 

분명히 저 커버만 따로 안팔텐데...

 

그나저나 엔진이나 주변 기기들의 상태가 무척 좋다. 누유는 커녕 썩차 특유의 찌든때도 없고 고무호스들도 모두 말랑하다.

 

역시 내가 차는 잘 샀다는 생각에 뿌듯하다가도 이내 흰둥이에게 미안해진다ㅜ

 

그러나 전판넬을 내리는 작업은 정비공간이 빠듯한 골프의 구조적 특성상 비일비재하다.

 

써모스탯이나 라지에이터 하나를 교체하더라도 전판넬은 무조건 내려야한다.

 

그러니... 그리 크리티컬하게 볼 히스토리는 아니다...

 

...라고 자위해본다.

 

일단 이날 할일은 다했다.

 

추우니까 얼른 커버 덮고 철수.

 

 

이날 파악된 교체대상 부품은 다음과 같다.

 

 

후드 - 진작에 사망

후드 고정 고리 - 약간 휘었음. 이런건 아끼면 안된다. 무조건 교체

노이즈파이프 - 사망

흡기온도센서 - 커넥터부위는 깨졌으나 핀은 살아있다. 그러나 찝찝하니까 교체

인테이크 덕트 (2 pieces) - 사망

콘덴서 - 사망

라지에이터 서포트(전판넬) - 사망

운전석 헤드라이트 - 사망

양쪽 헤드라이트 지지대 - 사망

양쪽 라디에이터 도풍판 - 약간 찢어졌고 범퍼에 가려 보이진 않지만 멋쟁이는 속옷도 멋져야 한다. 고로 교체

엔진 커버 - 이빨이 살짝 나갔지만 방치할 경우 엔진룸 닦을때마다 거슬릴 듯. 무조건 교체

슈라우드(냉각팬 지지대) - 크랙. 내차는 소중하니까 교체

냉각팬 (大) - 외관상 멀쩡해 보이나 실금 발견 (아...ㅜ), 미련을 버리고 교체

범퍼 - 운전석 헤드라이트 하단 3cm정도 크랙, 이건 도장 전문가와 상의 후 결정

라지에이터 그릴 - 산화

라지에이터, 인터쿨러 - 이게이게 애매하다...화끈하게 박살났으면 깔끔하게 폐기할텐데 조금씩 휘었다. 장고 끝에 교체 결정.

 

 

위의 교체 품목을 모두 정품으로 교체 할 시 비용은 부품대만 약  500 중반대에 포지셔닝 되신다...

 

아...

 

이미 다 지난 이야기이지만 또 부아가 치민다...

 

일단 오늘은 이만 끊고 다음 편에서 이야기 하고자 한다.

 

- 3부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