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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드로버가 드디어 한국에서 시대를 제대로 만난 듯 하다.

참으로 어려운 브랜드였던 10여년전의 행보와 비교하면 요즘은 없어서 못파는 차가 바로 레인지로버 보그와 스포트이다.


높아진 상품성도 전통과 역사 그리고 한결같았던 고집과 만났기 때문에 효과가 극대화된 것이다.

브랜드가 현재 하는 투자는 결국 10년 혹은 20년 후에 큰 결실이 된다는 깨달음으로 멀리 내다봐야한다는 교훈은 누구나 할 수 있는 말처럼 들리지만 실천하기는 그리 쉬운 것이 아니다.


신형 레인지로버 스포트의 가장 큰 무기는 바로 감량이다.

구형이 디스커버리 샤시를 가졌기 때문에 매우 투박하고 무거운 샤시가 신형에서는 알루미늄이 대거 투입되면서 400kg가량 감량하여 정말 가뿐한 몸무게로 다이어트에 성공했다.


보그의 경우  V6 3.0디젤의 경우 258마력이지만 스포트의 경우 292마력으로 싱글터빈 대신 트윈터보를 사용함으로 차별화된 높은 출력을 발휘한다. 하지만 최대토크는 두 엔진 모두 61.2kg(2000rpm)으로 같다.

최대 토크는 같지만 하강하는 시점이 다른 것으로 출력을 더 끌어올린 세팅으로 보면 된다.


최고속도는 Y10km/h(제한)이며, 258마력 버젼에 비해 나름 고회전 특성이 살아있기 때문에  8단 자동변속기의 촘촘한 기어비와 아주 좋은 매칭을 보여준다.


풀가속을 전개하면 엔진의 회전질감은 258마력 버젼에 비해 약간 거친 감이 있다는 점이 조금 의아했지만 평상 주행시의 느낌은 거의 다르지 않고, 회전수가 3500rpm을 넘어갔을 때 토크의 하강이 적게 느껴져 시원하게 레드존까지 붙이는 느낌으로 돈다.


스포트라는 타이틀에 걸맞는 엔진 세팅이고, 고단으로 변속될 때마다 다시 최대토크가 살아있는 영역으로 회전수가 떨어지면서 펀치로 차를 밀어붙이는 맛이 차의 무게나 크기를 전혀 의식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좋은 주행성능을 보여주었다.


레인지로버 스포트의 하이라이트는 핸들링이다.

보그의 경우 수백킬로 감량을 했다고 하지만 여전히 좀 버거운 느낌으로 고속주행을 커버했다면 스포트는 고속코너에서의 자신감과 밸런스가 보그에 비해 훨씬 세련된 느낌으로 돌아나간다.


카이엔이 고속으로 가면갈수록 레인지로버가 전혀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의 자신감과 고속주행 안정감을 보여준다면 레인지로버 스포트 만큼은 카이엔에 가장 근접한 형태의 핸들링을 발휘하는 랜드로버 모델이다.


X90km/h로 돌아나가는 고속코너에서의 밸런스와 가속패달을 놓았을 때 후륜이 흔들리지 않고 끈끈한 느낌을 주면서 달렸던 첫번째 랜드로버 모델이기도 하다.


물론 카이엔 에어서스펜션 장착이건 미장착이건 Y30km/h이상의 영역에서 레인지로버 스포트는 속도제한기 때문에 달릴 수도 검증할 수도 없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Y00km/h이하의 속도 영역에서 레인지로버 스포트는 카이엔이 그립지 않을 정도로 잘 달릴 수 있다는 점이다.


국내에 가장 많이 팔린 카이엔 디젤 모델이 에어서스펜션이 없어 승차감이 속된 말로 개판인 것을 고려하면 레인지로버 스포트의 승차감은 10배는 더 고급스럽고 편안하다.


카이엔 디젤 모델이 많은 여성 고객들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포르쉐의 진가보다는 이미지에 반한 케이스로 실질적인 승차감 만족도는 극히 낮다고 봐도 되는데, 레인지로버 스포트의 주행 안락성은 이 급에서 최고로 평가하고 싶다.


500만원을 추가하면 전동 사이드 스텝이 나왔다 들어갔다하는데, 신장이 180cm이하의 경우에는 이 스탭에 의존해서 타고 내려야할 정도로 차의 지상고가 높다.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그런 쾌감도 레인지로버 오너들이 가지는 특권 중에 하나인데, 그래서 차의 높이가 높은 것에 대한 명분도 분명하다.


고급스런 실내 질감과 웬지 품질도 매우 좋아졌을 것 같은 기대를 줄 정도로 조립이나 기본적인 차의 완성도를 흠잡기 어려울 정도로 타이트한 느낌이다.


독일차에 비해서도 경쟁력이 오히려 높은 엔진과 변속기를 탑재했고, 에어서스펜션이 주는 편안함에 다이어트를 통해 얻은 감량의 효과 이상의 핸들링 능력까지 갖춰 스포트 마크에 좀 더 강한 자존심이 실려 버렸다.


레인지로버를 타는 고객들이 가장 신경을 쓰는 부분은 이 차를 타는 내 모습이 어떻게 비춰질까 일 것이다.

그만큼 차에 대해서 많은 경험을 했거나 독일차를 이미 졸업했거나, 뭔가 흔하지 않거나, 독일차보다 훨씬 더 유럽차 냄새가 많이 풍기는 차이거나...


맞다. 레인지로버는 차 자체가 주는 만족도 이상으로 이미지에 대한 만족도가 큰 차이다.

그래서 꼭 타보고 싶은 차이기도 하다.

흠잡을 수 없을 정도로 높아진 완성도를 생각하면 200마력도 안되는 로버 4.0 엔진을 탑재한 1세대 1996년식 레인지로버를 시승하면서 한심하기 짝이 없는 파워트레인이라며 푸념을 내 뱉었던 생각도 잠시 스쳐간다.


엔지니어링이 좋은 차의 전부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좋은 차가 되기 위해서 없어서는 안될 무기이다.

레인지로버를 이렇게 좋게 만든 장본인은 바로 독일차 브랜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포르쉐를 포함한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 4사가 디스커버리와 레인지로버가 독식하던 영역에 와서 깃발을 꽂을 때 랜드로버는 구경만 하고 있어야 했다.


명성이니 역사도 자동차의 세계에서 주행능력이 받쳐주지 않으면 알아주지 않는 냉혹함도 깨달았을 것이다.

그런 힘든 과정을 거쳐 이제 레인지로버는 누구에게나 사랑 받을 수 있는 형태의 명품이 되었고, 독일차 빠인 내가 보기에도 아내에게 사주고 싶은 차 탑랭크에 올려두고 싶은 차가 되었다.


그래서 레인지로버 스포트를 시승했다는 이야기를 아내에게 하지 못하나 보다...


-testk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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