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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유학을 위해 밴쿠버 공항에 도착했을 때 마중 나오신 아버지의 절친 박사장 아저씨는 어릴 때부터 늘 캐나다 아저씨로 통했다.

 

이분이 나를 픽업하기 위해 타고 오신 샴페인색 벤츠는 너무나 멋있었다.

공항을 빠져나오자마자 키를 건네주시면서 네가 운전해라하셨던 바로 그 벤츠, W126 300SEL이었던 것이다.

죽기전에 마지막으로 벤츠 한번 타보자는 심산으로 구입하셨다는 그 벤츠는 정말로 캐나다 박사장 아저씨에게는 생애 마지막 차가 되었다.

 

몇 년전 암으로 유명을 달리하셨다는 소식에 오랜 벗을 잃은 아픔에 한동안 말씀이 없어셨던 아버지를 곁에서 보면서 나와도 짧지만 소중한 인연을 W126과 함께 하였기에 W126은 내게도 소중한 추억과 정말 좋은 기억들이 많았다.

이렇게 공항에서 처음 경험한 W126은 그 후에도 박사장 아저씨댁에 놀러갈 때면 아저씨와 함께 드라이브를 즐기던 그런 추억의 차였다.

 

본넷이 훤히 보일 정도로 시트 포지션이 높고 덕분에 더욱더 벤츠 마크가 선명하게 다가와 내가 세계 최고의 자동차 벤츠를 타고 있구나하는 자부심에 충만하게 하는 차였다.

 

한국에 귀국해서 W126을 다시한번 경험할 기회가 있었는데, 5년전 역시 샴페인색깔의 560SEL이었다.

정말 타보고 싶은 차였지만 상태가 그다지 좋지 않아 원래의 성능을 발휘한다는 점에 의심이 들었고, 더 이상 W126 560 SEL은 경험하기 어렵겠다고 생각했었다.

 

이렇게 W126에 대한 로망이 세월에 의해 희석되었을 즈음 지인에게서 연락이 왔다.

60,000km도 안탄 완전 오리지널 컨디션의 W126 560 SEL이 있는데 타보지 않겠느냐고…?

앞뒤 따질 것도 없이 약속을 잡았고, 시승 하루 전날에는 캐나다에서의 추억과 박사장님에 대한 기억들을 떠올리며 잠자리에 들었다.

 

내가 W126과 진한 사연이 있었던 것처럼 김영철(56)에게도 W126생애 첫벤츠로서의 의미가 컸던 모델이었다.

1998년도 장안평에 W126 280SEL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단숨에 달려가 시승을 했는데, 딜러의 말과는 달리 상태가 그리 좋지 않았다고 한다.

 

당시 엔터프라이즈를 타던 김영철님은 이런 똥차를 탈바에야 내 엔터프라이즈가 훨씬 좋은차라며 미련없이 그 W126을 포기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때 상태는 좋지 않았지만 묵직하고 견고한 맛에 대한 기억들이 증폭이 되면서 급기야 상태가 좋은 W126을 수소문하기에 이르렀다.

 

처음으로 W126을 대면한 이후 한참이 지나 나름대로 상태가 좋은 W126 300SEL을 손에 넣을 수 있었고, 5년 동안 2000만원을 넘게 들여가면서 애착을 가지고 관리하면서 탔었다.

 

직렬 6기통 3리터 엔진은 정말 부드럽고 고급스런 질감이지만 188마력 4단 자동변속기로 200km/h이상의 속도를 달리기에는 좀 버거운 느낌 때문에 늘 최고버젼이었던 560SEL을 구해야겠다는 욕심을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김영철님이 일본의 모회사에서 의전용으로 사용하던 흰색 W126 560 SEL을 구입해 한국에 들여온 것이 5년 전의 일이다.

당시 15,000km밖에 타지 않은 새차나 다름없는 W126 560 SEL을 손에 넣었을 때의 기쁨은 신차로 벤틀리를 구입하는 그 기쁨보다 컸을 것이다.

 

전반적으로 상당히 상태가 좋았지만 오래 세워둔차이다 보니 부싱류들이 삮아서 하체의 소모품들을 모두 교환했었고, 지금까지 비가 오지 않는 화창한 날씨에만 W126 560 SEL을 몰기 때문에 거의 한번도 비를 맞아본 적이 없다고 할 정도이다.

 

놀라운 것은 90년식으로 만으로 20년이 된차인데 한번도 부분도색을 한 적이 없는 오리지널 페인트 상태라는 점이다.

W126 80년대 후반 벤츠가 한국에 공식적인 수입절차로 수입해온 첫번째 벤츠였다. 이당시 조용필, 주현미등 톱클래스 연예인들이 W126을 한대씩 가지고 있었기는 하지만 이당시에 수입차 그것도 벤츠를 굴리는 것은 일반 사업가들에게는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당시 300SEL밖에 수입이 되지 않았던 것도 이미 당시 한국기준으로 3000cc는 엄청난 배기량이었는데 5600cc차를 한국땅에서 타다가는 세무조사는 물론 잘못하면 남산에 끌려간다는 이야기가 있었을 정도로 8기통 5600cc짜리 차를 한국에서 개인이 소유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시대였다.

 

이렇게 상태가 좋은차를 처음 구입했을 때와 동일한 컨디션으로 유지하는 김영철님의 노력도 일반인들의 차관리와는 차원이 다르다.

 

반드시 운행을 하고 난 후에는 자신의 손으로 차를 닦아서 차를 보관하는 것은 물론 대시보드를 비롯해 자신이 직접 뜯어보지 않은 부품이 없을 정도로 거의 모든 작업을 직접 손으로 한다고 한다.

실제로 차상태를 보면 신차를 방불케하는 깨끗함과 꼼꼼함이 느껴진다.

 

과거 수입 오디오샾을 운영하셨다는 김영철님은 직접 손으로 작업하는 것을 즐기기도 하지만 W126는 아마츄어들도 수리하기에 상당히 편하게 되어있어 정비가 수월하다라고 말한다.

수리를 직접하면서 김영철님이 느끼는 W126의 기계적인 매력은 전기보다는 진공을 많이 사용한다는 점이다.

 

대쉬보드를 내리면 진공펌프가 6개가 보이는데, 이 진공펌프가 에어컨 송풍구를 조절하는 방식으로 되어있다고 한다.

W126 560 SEL을 타면서 알게된 국내의 유명한 모성악가 역시 W126의 광팬인데, 김영철님을 수차례 찾아와서 차를 자신에게 처분하라고 졸랐던 에피소드는 이제는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특수차가 된 W126 560 SEL의 가치를 대변한다.

직접 시승해본 김영철님의 W126 560 SEL은 정말 환상적인 상태였다.

 

먼저 도어를 열었을 때 후각을 통해서 느낄 수 있는 신차에서나 날법한 벤츠 특유의 향은 물론 스티어링 휠을 잡으면서 느낄 수 있는 가죽의 질감과, 묵직하게 도어가 닫힐 때, 그리고 무게감있는 가속패달을 밟을 때 도저히 20년이 된 차로 믿겨지지 않을 정도였다.

 

286마력의 넉넉한 힘은 2단으로 출발하는 구형 벤츠들의 특성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가뿐하게 속도를 높이고, 고속도로에는 240km/h도 편안하게 달릴 수 있었을 정도로 고속에서는 20년전의 영광을 재현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이렇게 달리다가도 브레이크 패달을 밟으면 믿음직스럽게 속도를 줄일 수 있는 제동성능등 당시 독일차를 제외한 타브랜드에서 흉내내기 힘든 수준의 엔지니어링이 집합된 차가 바로 W126였다.

 

모터트랜드를 통해서 소개한 다른 분들처럼 김영철님도 W126차 한대분 이상의 부품을 소유하고 있다고 한다.

W126이 폐차장에 나오면 가장 먼저 달려가 필요하건 필요하지 않건 닥치는데로 부품을 수집한다는 그는 W126의 연료펌프만 4개나 가지고 있다고 한다.

 

W126 560SEL의 가장 큰 주행의 매력은 국도에서 100~120km/h의 적당한 속도로 크루징하면서 승차감을 최대한 느끼는 여유있는 운전이라고 그는 말한다.

 

출렁이는 느낌도 아니면서 그렇다고 지나치게 단단한 느낌도 아닌 절충된 완벽한 밸런스와 오래되었지만 느슨함을 결코 허용하지 않는 조여진 느낌, 차와 함께 세월을 벗삼아 함께 나이를 먹는 그 진득함과 돈독함이 없다면 W126 560SEL은 그저 20년된 벤츠에 불과했을 것이다.

 

돈주면 뭐든지 살 수 있는 세상이지만 김영철님은 돈만 가지고 이런차를 소유한다는 것은 불가능한만큼 W126 560SEL과 그와의 관계도 잘 알지도 못하면서 얼마면 되겠냐고?” 생각없이 차를 처분하라고 즉흥적으로 달려드는 구매자들을 볼 때면 참으로 안타깝다고 말한다.

 

그의 W126에 대한 사랑은 그의 아들에게도 전해져 지금은 영타이머나 올드타이머를 복원하고 판매하는 일을 할 정도에 이르렀다고 한다.

아들의 일을 도우며 차에 대한 열정을 공유하는 부자의 돈독한 모습 사이에 W126 560SEL이 우뚝 서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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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stk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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