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 RS4를 논할 때 빠져서는 안되는 모델이 바로 초대 RS모델인 RS2이다.
포르쉐와 함께 파워트레인을 개발한 이 모델은 5기통 2.3리터 싱글 터보 순정이 315마력이었다.

6단 변속기를 탑재한 이모델은 94년95년식이 존재하며, 당시 세계에서 가장 빠른 웨건을 목표로 하였다.

필자는 국내에 한대뿐인 RS2를 여러 차례 타본 적이 있고, RS4라는 코드로 등장한 2.7트윈터보 380마력 사양도 튜닝 정도에 따라 여러차례 시승한 적이 있다.
역시 웨건만 존재하며, RS2와 1세대 RS4는 유럽지역에서만 판매되었다.

신형 RS4는 아예 타겟을 북미로 잡았고, 세단과 웨건 심지어 카브리오레까지 선을 보이며, 세계 최고속 웨건의 타이틀보다는 좀 더 다양한 소비층을 창출하겠다는 아우디의 의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신형 RS4는 RS시리즈로서는 처음으로 터보 대신 대배기량 NA를 선택했고, BMW가 고회전 엔진에 대한 자부심을 높일 때 아우디도 그 정도는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V8 4.2엔진을 이용해 8200rpm까지 돌아가는 초고회전 엔진으로 튜닝하였다.

초대 RS4가 순정 상태에서도 엄청나게 빨랐지만 서스펜션과 브레이크는 엔진이 가진 파워와는 조금 어울리지 않는 너무 평범한 구성이었다면, 신형은 브레이크와 서스펜션 튜닝을 하지 않아도 충분히 훌륭한 사양을 갖추고 있다.

아우디의 RS시리즈는 BMW의 M이나 벤츠의 AMG에 비교되지만 실제로 아우디가 추구하는 스포츠와 BMW가 추구하는 스포츠는 완전히 다르다.

아우디가 추구하는 스포츠성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독일의 자동차 문화나 환경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므로 글의 하단부에서 다루기로 하겠다.

신형 RS4는 이번이 두번째 시승이다.
첫번째 시승에서는 그저 맛만 본 가벼운 시승이었고, 이번의 시승은 좀 더 적극적인 시승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겨울노면의 특성상 코너를 과감하게 공략하는 식의 시승은 할 수 없었다.

수동뿐인 RS4의 컨셉이 우선 맘에 든다.
자동을 선택할 수 없으며, 요즘 유행하는 수동베이스 세미 오토조차 준비하지 않은 것은 국내의 실수요자들에게는 반갑지 않은 소식이지만 이차를 동경하는 진정한 아우디 RS매니어 출신 오너들에게는 큰 자부심을 주는 부분이기도 하다.

자동변속기를 탑재한 스포츠 모델을 모는 운전자들이 인정할 지는 모르지만 이 시대에 스포츠 모델을 수동으로 소유하고 있는 오너들의 자부심은 대단하다.

물론 수동이 불편해서 얼마 안되어 차를 처분하는 끈기없는 오너들은 제외하고 말이다.
시내에서 모는 RS4는 420마력이라는 수치에 연연하지 않는다면 상당히 운전하기 편하다.

공회전 부근에서도 상당한 토크가 나오기 때문에 출발도 쉽고 가속을 위해 구지 다운시프트를 하지 않아도 토크빨로 밀어붙이는 잠재력이 있기 때문에 운전이 쉽다.

탄력있는 클러치 패달은 운동하는 기분으로 밟으면 된다.
다만 클러치의 용량이 크고, 클러치가 완전히 붙는 과정에서 회전수가 맞지 않으면 울컥임도 엔진의 파워에 비례해 크다는 것을 고려했을 때 운전실력이 시원치 않을 때 발생하는 변속충격에 동승자가 느낄 스트레스도 만만치 않을 것 같다.

서스펜션은 기본적으로 RS6의 것의 용량을 줄인 것으로 고속안정성 차원에서 보면 최강의 완성도를 보이는 제품이고, RS4에서 확인한 고속에서의 안정성은 두말할 것 없이 최고수준이다.

RS4의 토센디퍼렌셜 콰트로 시스템은 전후 힘의 배분이 4:6으로 세팅되어 있어 다른 아우디 모델들과 비교해 코너링시 조타량이 확실히 작아졌다.

그만큼 조향시 민감성이 향상되었으며, 가속에 의한 푸시언더의 가능성도 줄였다.
고속화도로에 올려놓고 가감속을 해보면 엔진의 파워가 어느 순간부터 급격히 상승하는 느낌을 주는 것이 아니라 초반부터 회전한도까지 거의 일직선으로 출력이 상승하는 특성을 보여주기 때문에 드라마틱한 회전상승은 없지만 대신 어느 회전에서도 가속패달을 밟으면 단수와 속도에 상관없이 꿈틀거리게 만들 수 있다.

이 대목은 매니어들 사이에 논쟁을 일으키기에 충분할 정도로 한편에서는 속도감을 전혀 느낄 수 없어 짜릿함이 없다라고 말할 수 있고, 반대편에서는 초반부터 회전한도까지 일직선으로 유지하는 회전특성을 만든다는 것 자체가 기술이고 요란한 가속감보다는 안정감있는 가속감이 아우디 고유의 주행느낌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1단 스탠딩 스타트부터 6단이 들어가는 250km/h부근까지의 가속은 물론 계기상 265km/h 속도제한기가 작동하는 영역까지 그야말로 한방이다.

계기상 265km/h일 때 GPS상 262km/h를 가르키기 때문에 다른 브랜드 차종의 제한기 작동 영역보다 많게는 10km/h 적게는 7km/h정도 빠른 수치이며, 두개의 GPS로 테스트
했을 때 동일한 결과가 나왔다.

RS4가 M3보다 약간 빠른 가속을 보이는 것은 사실이지만 실내에서 느끼는 가속감은 조금 떨어진다.

너무 안정적으로 속도를 높이고, 배기음을 너무 움켜쥔 세팅으로 V8의 힘이 넘치는 비트는 최소한 귀로 즐기기 어렵다.

BMW의 M과 아우디의 RS모델은 추구하는 바가 완전히 다르고, 이를 좀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해서는 아우토반의 주행여건과 독일인들의 운전 스타일, 독일인들이 필요에 의해서 선택하게 되는 빠르고 안전한 차의 기준 등을 이해해야 한다.

아우토반은 좌측 차선으로만 추월이 허용되기 때문에 빠른차를 가지고 있는 운전자는 자기보다 빠른차가 뒤에서 나타나기 전까지는 1차선 한차선만 이용해서 달릴 수 있다.

아우토반에서 속도 경쟁이 벌어졌을 때 운전자가 맘먹고 달리는 경우 출력이 큰 차가 무조건 이기게 되어있다.

우리나라는 담이 크고 칼질 잘하는 운전자가 때론 큰폭의 출력차도 극복하고 앞서나가기도 하지만 아우토반에서는 이런 해프닝은 절대 일어나지 않는다.

도시간 이동시 300km정도의 거리는 빠른차로 이동하는 것이 그 어떤 운송수당보다 먼저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을 정도로 아우토반의 소통효율이 좋기 때문에 빠른차는 독일인들에게 비즈니스를 원활하게 해주는 도구의 역할도 상당히 강하다.

아우토반에서 고속으로 크루즈를 할 경우 6단에 넣어둔 채 고속으로 수분에서 수십분을 달릴 수 있는 여건상 장시간 운전했을 때 운전자가 느끼는 피로감이 적은차는 큰 장점으로 부각된다.

M3는 서킷과 파워드리프트 같은 현란한 기술을 갖춘 운전자 내지는 이런 운전을 동경하는 운전자에게 이 급에서 가장 완벽한 차종이라면 RS는 8기통의 여유와 펀치 그리고 빠른차가 생활에서 필요한 이들에게는 M3보다 완벽한 차이다.

즉 두차는 용도와 추구하는바가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설사 특정 서킷에서 RS4가 M3보다 빠른 랩타임이 나왔다 손치더라도 이런 데이터는 두차종 더 나아가 두 브랜드의 우열을 가리는데 큰 역할을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신형 RS4는 구형과 달리 M3와 서킷에서 엇비슷한 경쟁을 할 수 있을 정도로 하체와 밸런스면에서 진화한 것 자체는 큰 성과와 세일즈 포인트이다.

즉 과거 초대 RS4는 아예 M을 의식하지 않는 차만들기였다면 신형은 말많은 북미의 매니어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M3가 가지고 있는 고회전이나 서스의 전투력등 M을 의식한 것이 분명하다.

다만 그렇다해도 아우디스러운 주행감성과 RS가 탄생이래 추구하는 바에 대한 것은 철저히 사수한 차만들기는 대단한 고집이 아닐 수 없다.

중요한 것은 M에 익숙한 운전자는 RS4가 전해주는 주행감성에 절대 감동하지 않는다는 것, 대신 RS4의 탱크와 같은 완벽한 바디강성과 완성도 그리고 안정감 있는 전천후 주행능력에 만족하는 RS 매니어들은 절대로 M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RS4는 요즘과 같이 상승기에 있는 아우디에게는 중요한 모델이다.
과거 숨겨놓고 유럽에서만 몰래 팔던 그 RS시리즈와는 다른 엔터테이너의 색깔을 띄고 있기 때문이다.

수치적으로나 실제 달리는 실력이나 BMW M이나 Mercedes 의AMG 이외에는 기술적으로 RS4와 실력을 겨룰 수 있는 세단은 없다.

RS4를 구입하고자 하는 오너라면 다양한 차를 충분히 접해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최소한 BMW M3나 포르쉐 911등의 차종에 대해서는 충분히 경험한 오너라야 RS4를 오래 소유할 수 있을 것 같다.

용도와 철학 둘중 하나라도 불분명한 오너는 RS4를 오래 소유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그 두가지가 분명한 오너에게 RS4이외의 대안은 없다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testk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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