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로 또 아내의 골프 R을 빌려타고 경기도 북부지방을 향하여 자유로를 통과하던 중이었다.

 

R은 타던 gti가 출발 때 휠스핀이 있다고 불평이 많아 혹시나 하고 업그레이드해 바꾼 것이었다. 아내는 R을 타고다니기 시작한 이후로 신속한 운전의 맛을 사랑하게 된 아줌마다. 차에는 관심이 없는데도 R을 주차장에 세워두고 올라올 때마다 정말 차가 요리조리 날래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주변에 아내의 R을 타보고 무거운 중형차를 버리고 골프로 차를 바꾼 아줌마도 몇 된다.

 

스피드에 맛들인 이런 아내에게 차의 업그레이드를 은근히 권해보고 있는데 BMW M2 M3가 적당하다고 생각하여 추천 중인 후보였다. 차 작은 M2M3보다 훨씬 예쁘다는 아내의 의견에 동조해 가던 중에 자유로에서 M3를 만났다.

 

낙하를 지나 당동을 향하는 길에 약간의 언덕과(? 확실치 않음) 좌로 굴곡진 길이 나온다. 대부분 이 곳은 시간대를 불문하고 차가 한가하다. 풀악셀을 하던 중에 백미러로 키드니그릴의 출현을 느꼈다. 그 오랜 자동차생활에도 불구하고 공도에서 제대로 달리는 M3를 본 것은 그 때가 처음이었다.

 

예의를 갖춰 풀악셀을 계속하였다. ~, 생각보다 빨리 좁혀지지 않는 거리 차에 키드니가 약간 당황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거리 차가 점점 줄더니 당동 IC에 이르러 속도를 줄일 무렵이 되니까 M3로 알았던 M4가 뒤에 M3 두대를 연이어 달고 R의 뒤에 붙어  37번 국도로 돌아 들었다.

 

M들의 위풍당당한 떼거리에 약간의 주눅이 드는 것을 느끼며 자리를 비켜주니 이 M 형제들이 나란히 줄지어 챔 질을 이어간다. 뒤에서 따라가며 이 광경을 보고 있자니 M들이 초고속으로 들이닥쳤을 때 느꼈던 약간의 열등감에 더하여 이상한 종류의 경외감과 부러움이 느껴졌다.  금색 M4가 한 대 있었고 흰색 M3가 한 대 있었는데 전시장에서 차가 못생겼다고 아내의 M2선호에 동조하던 나는 질주하는 M3에서는 새삼 디자인의 색다른 아름다움을 느꼈다.

 

떼지어 질주하던 M3 삼총사는 짐작되는 그 과속과 곡예운전에도 불구하고 멋지고 아름다워 보였으며 젊어보였고 운동차다운 포스를 뿜었다.  줄서서 힘차게 달리는 스피트스케이터들 같은 가지런하고 힘찬 스포츠가 거기에 있었다.  분명 차의 한계를 고려치 않고 깝치는 난폭운전과는 다른 고상한 무엇이다.

 

나는 그 아름다운 팀질주를 목격한 흥분을 그대로 간직했다가 아내에게 전해주고 그 이후로 아내에게 M3 추천론을 펴기 시작하였는데 어느 정도 아내도 심정적으로 넘어 오고 있는 눈치다. 문제는 골프 R과 달리 M3는 나이 든 아줌마에게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느끼는 우리 부부의  고리타분한 이 안목을 어떻게 극복해 내느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