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달전부터 요즘 유행하는 현대병.. 역류성 식도염으로 고생하고 있습니다.

아침에 눈뜰무렵하고, 저녁식사 이후에 한두시간 동안은 간헐적인 가슴통증으로 아주 고역이네요. 첨엔 심근경색 전조증상인 줄 알고 바짝 쫄아,  연대병원에서 정밀검사를 받았는데, 심장은 양호한 편이고 소화기성 식도염, 증상으로 보면 미만성 식도염으로 판정되는 모냥입니다. 당장 위험한 병은 아니지만.. 관리를 잘~ 해야 한다는군요.

 

약은 먹고있는데, 그보다는 생활패턴과 스트레스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네요.  20년 동안 오너로만 일하다.. 작년부터 회사생활을 겸하느라, 작지않은 스트레스를 감수하다보니  꾹꾹 참아야하는 상황이 많았던게 영향을 준거 같습니다. 냠..  테드에는 의사분들이 많으니, 간단한 관리법이라도 조언해주심 넘 고맙겠습니다.^^;

 

 

 

 

분당동 회사에서 퇴근하는 길은 주욱~ 서현동으로 나와 분당수서로를 타고 청담대교를 건너 강변북로로 달리는 루트입니다. 성산대교 즈음 마포구청으로 빠져 남가좌동 집으로 향하게 되죠.  늘~ 출발할땐 정속운전을 다짐하지만,  한동안 회사생활을 하느라 스포츠드라이빙도 즐기지 못하는 터라.. 출퇴근 드라이빙은 유일한 일탈구이기도 해서,  달리는 중 만만찮은 라이벌이 나타나면 가능한 즐기면서 달리는게 완전히 습관이 된 모양입니다.

 

저녁때 식사시간을 조금 늦으면 식도염땜에 가슴통증이 와서, 운전중 조금 집중하면 쓰윽 하고 통증이 심해집니다. 해서 지난 금요일 열시가 넘은 늦은 퇴근을 하면서, '웅..또 가슴이 아프니 빨리 달리는 차가 없었음 좋겠다..' 하며 나섰네요. 테드 회원이면서 요즘 울회사에 방학중 실습을 위해 나오고 있는 D 군과 함께 출발하면서, " 함께 가려하지 말고 편히 달려~" 하는 이유는, 둘이든 셋이든 함께 달리다 보면 아무래도 페이스에 신경이 쓰이기 때문이지요. D 군은 울집보다 더 가야하는 곳이라 드라이빙 루트가 거의 같습니다.

 

담배한대를 피우며 천천히 서현동 분당구청무렵 왔을때, 바로뒤에 딱 붙은 HID 램프를 느꼈는데, 양 라이트 간격이 넓고 우람한 차체라서 '왠일일까..' 했지요.  아마도 머플러 소리가 다소 큰 차가 앞에가니..' 한번 달려보시지' 하는 느낌이 들더군요.  탄천 다리를 건너 우회전 해 바로 분당수서로에 접어드는데.. 뒷차는 거의 1 미터 남짓한 거리로 딱 붙어 밀듯이 따라오길래 쓰윽~ 기분이 상하기 시작하더군요. ' 아..오늘은 진짜 크루징해 갈랬는데..' ㅋ  앞에는 D 군이 먼저 수서로에 진입해 달리고 있었고.. 저는 뒤에 오는차가 뭔지 궁금해 페이스를 늦추어 먼저 보냈습니다.

 

뒤에 붙어있을때 얼핏 아우디 마크는 보았는데, 왼쪽으로 미끌어지듯 차선을 바꿔 달리는 모습을 보니 은색 8시리즈 이더군요. A8 4.2 인지 3.7인지, W12 인지 S8 인지는 어두워 보지 못했습니다. 그냥 스포티한 주행법에 거칠게 들이대는 모습으로.. 'S8 일거야'  라 믿기로 한 듯.^^ 

 

 

 

이엡S 의 엔진밋션은 밸런싱튠 이후 아주좋은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지만,  센서류 배선이 낡아 접점이 불안정.. 급발진할때는 두두두두 하며 점화계통 노킹이 일어납니다.  전체배선을 바꿔주면 좋겠지만, 간단한 작업이 아니라 차일피일 미루고 있지요. 조만간 새차가 마련되면 아들녀석에게 물려주기 전에 깔끔하게 손을 봐줄 계획입니다. 하루이틀 정도는 정비소에 맡겨놔야하기 때문에, 출퇴근 시 차가 꼭 필요해..  새차를 입양한 뒤에 차근히 손 볼 계획이였습니다. 이때문에 조금 타이트하게 달릴땐 노킹으로 인한 진동과 가속저하로,  중간중간 액셀을 놓고 다시 부드럽게 가속해야 매끄러운 회전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암튼 몸과 차가 다 불량한 상태라 얌전하게 달리는게 정상인데..  모처럼 강한 라이벌(?)을 만나 상쾌한 드라이빙의 기회를 놓치고 싶진 않더군요.  몇차례 칼질로 자신의 진로를 찾아가는 아우디의 뒤로 바짝 붙었습니다.  아마도 아우디 오너는  ' 튠이 줌 된 차인듯 싶지만, 낡은 이엡으로 설마 나한테 따라붙겠어?' 라 생각할거 같았습니다.  순간순간 이런 짧은 꽁트를 머릿속으로 그려보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ㅎ

 

3개 차선을 좌우로 저으며 달리는 아우디의 뒤로 바짝 붙어 1차선을 잠시 달렸는데.. 잠시후 2차선이 비길래 먼저 차선을 옮겼습니다.  2차선 조금 앞에 차가 막혀있긴 했지만, 아마도 아우디는 1차선 흐름이 더 빠를거라 판단한 듯 하더군요.  금요일 밤이라 도로는 적당히 차들이 많아, 풀페이스만 잘~ 유지하면 이길 수(?) 있을수도 있다는 믿음으로 달렸지요.ㅋ

 

2차선으로 옮겨 아우디를 추월한 뒤 쭈욱 앞으로 붙이니 다행이, 좌우측 차선쪽으로 빈공간이 나타나고 빠듯한 공간으로 최대한 매끄럽게 빠져나가면서 차체가 더 큰 아우디를 떨어뜨리려 지속적으로 빈공간을 공략해 나갔습니다. 9개월째 매일 달리는 길이다 보니 각 직선로와 코너R 상하굴곡이 손바닥처럼 익숙하고, 달리는 차들의 흐름이 빨라지고 느려지는 포인트.. 그 시간대를 달리는 각 차종별 운전자의 습성에 동물적으로(?) 적응이 되어 모든 경험치와 순간의 판단력을 집중해, 분당수서로를 헤쳐 나갔습니다.

 

자신을 지나치게 믿는게 위험한 생각일지는 모르겠지만,  습관적으로 그날의 날씨와 습도.. 노면 컨디션을 인터넷이나 미디어를 통해 수시로 체크하고, 요일과 날짜별 차량의 흐름.. 시간대별 움직임에 관심이 많다보니, 무수한 차량사이를 헤쳐나가는데 꽤 도움이 됩니다. 구간별 최고속도도 그날의 날씨와 온도에 따라 다르게 맥시멈을 정해놓고 있습니다.  또한 상하굴곡과 좌우 코너R 의 깊이에 따라 턱인과 쏘잉을 철저히 지켜주고, 전날 날씨에 따라 일차선 안쪽에 노폐물이 많이 쌓여있는지, 3차선 컨디션이 어떤지 등에 관심이 많은 편이라, 도로 면의 컨디션에 대한 정보를 시시각각 집중해 생각하며 달리기도 합니다.

 

 와인딩 운전에 더 큰 흥미를 갖고 있지만, 9개월 간 고속코너를 매일 달리면서, 나름 고속운전 중 차선변경의 묘미에 많이 빠져있어, 안전하고 타 차량에 피해를 덜 주면서 달리는데 지대한 관심을 갖고있기도 합니다. 그래도 물론, 다른이들에게 위협감을 주는 운전인건 사실일 듯 합니다.  이기심은 그런걸.. ' 빠르지만 난폭하지않고 세련되게 달리는 차.' 로 봐줄거라 자위하곤 하네요. ^^

 

 

 

 

한동안 넓고 좁은 차들사이 틈을 나름 유연하게 비껴나가며 아우디와의 간격을 넓혀 갔습니다.

S8 을 운전해본적은 없지만 W12 와 4.2   3.7 은 익히 가속력을 알고 있어, 룸미러로 보이는 넓직한 간격의 HID 라이트와의 거리를 측정하며  길만 열리면 무서운 속도로 다가오는 아우디의 추격을 따돌리기 위해,  앞에 달리는 차들의 간격과 흐름속도,  고속코너에서의 차선 선택등.. 마치 뇌속에서 터미네이터의 추격장면처럼 부지런히 주변정보를 입력하는 듯 했습니다.

 

' 큰차를 저렇게 운전한다면 젊은 드라이버일꺼고.. 은색 S8 중 알고있는 차는 아시아선수촌 아파트에 사는 수영선수 박태환 정도..?  어쩜 그 친구일지도.. ㅋ'  달리는 동안 마음대로 재미있는 상상을 하면서, 엇박을 되풀이 하는 아우디의 움직임을 보고 ' 배선땜에 버벅거리지만 않아도 한결 벌릴 수 있을텐데..' 를 아쉬워 했습니다.  '암튼 분당구청부터 옆차선도 있는데 뒤에 딱 붙여 들이대는 일은, 날..제대로 건드렸어. 절대로 추월당하지 않을거라고..ㅋ'   아..언제 철들지 모르겠습니다.

 

지금 내차정도의 구린스펙으로 하는 공도배틀 중 가장 중요한 점은,  차선선택에서 절대 한번의 실수도 용납해선 안된다는 점입니다.  수십대의 차들 흐름을 빨리빨리 읽어야 하고, 차선 변경 시 핸들브레이크에 의해 속도가 줄어드는 일이 없어야 합니다.  스펙이 좋은 차는 몇번 실수를 해도 단방에 따라붙을 수 있지만, 재가속까지 시간이 많이 걸리는 차로는 잠깐 막혀있는 동안에도 재빨리 저단으로 준비해 엇비슷하게라도 페이스를 올려줘야하지요.  핸들링과 가속, 브레이킹과 차선선택.. 모든 일이 반템포 이상 빨리 판단되어야 합니다.   

 

 

힘이 넉넉한 차로 따라붙는 라이벌은,  '니가 아무리 벌려놔도 한방에 붙을 수 있어.' 하는 듯 합니다.  바로 뒤에 붙어 달리자니 옆차선이 비는 타이밍에 빠져나가면,  이내 길이 막히기도 하고.. 다른 차선으로 추월하자니 내가 선택하는 진로가 워낙 타이트해 더빨리 빠져나갈 여력은 안 생기고.. 암튼 아우디는 꽤 자존심이 상할듯도 해 보였지만,  출사표를 던진 이상 한치의 양보도 있을 수는 없습니다.  송파로 빠져나가는 길까지 대여섯대 이상 차이를 벌여놓은 상태에서, 다음 진로를 머리에 그렸습니다.

 

잠시 길이 열릴 수도 있는 코스라,  액셀페달을 가다듬고 노킹이 일어나지 않도록 가속해야하며.. 2차선은 크루징하는 차들이 많고, 일차선은 합류하는 곳까지 열려있다 다시 막히며.. 3차선은 합류차선과 만나면서 진행속도가 느려지므로,  이곳에서 진로를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청담대교까지의 승부가 결정됩니다.   언덕 내리막 굴다리가 보이면서 이미 500 여미터 앞의 흐름을 보고 계획을 세우는 동안.. 아우디는 우차선으로 붙어 송파쪽으로 빠지는게 보이는군요.  분당수서로를 빠져나가는 차들 사이로 빼곰히 왼쪽으로 헤드라이트를 걸쳐 내놓은 모습이 못 내 아쉽게 룸미러에 비쳤습니다.

 

 

한동안 집 중 한 뒤에 차분한 페이스로 낮추니, 가슴 통증이 쓰윽 하고 올라오더군요.

 '웅.. 자제해야 하는데, 왜 요런재미를 포기하지 못하는 걸까..'

 

담배한대를 피워물고.. 자책과 자위를 반복하며,  오디오 볼륨버튼을 올립니다.

피아졸라의 애절한 선율이 귓전을 휘감고, 

 

 

문득..  예쁜 눈망울을 반짝이며  옆에앉아, 쉴새없이 음악얘기를 조잘거리던 

사랑스러운   수년 전 그 아이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깜장독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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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가장닮은 매체인 자동차를 통해,

사람과 자연, 이성과 감성, 문화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