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좋아 RS2로 출근했다가 RS2로 퇴근하는 길
편도 8.5km를 달리는 시간은 평균적으로 15분이 채 안되는 구간으로 주로 시내의 중심을 통과하는 코스라 신호등이 그래도 제법 있는 편이다.

아우토슈타트를 지나 우회전하면 내가 사는 Vorsfelde로 향하는 제법 국도 같은 길로 이어지는데, 역시 신호등으로 인해 달리기 좋은 곳은 솔직히 아니다.

집으로 향하는 길 마지막 4거리를 건너기전 신호대기를 하고 있는데 왠지 1,2단 가속을 하고 싶었다.

1단으로 가속을 할 때는 4500rpm정도가 되면서 갑자기 터지는 RS2의 부스트에 놀라지 않고 7000rpm이나 혹은 약간 넘은 시점에서 클러치를 끊고 변속을 잘 해야 한다.

2단에 넣자마자 차가 바로 튀어나가지 않고 역시 터빈이 속도가 붙는 느낌이 들다가 쭉 잡아채는 특유의 꽝터보 스타일의 가속은 RS2의 가장 큰 매력이다.

창문을 살짝 열고 밀텍 배기음을 감상하며 2단 가속을 하는데, 금방 타운으로 접어드는데 풀가속을 하게 되면 나중에 감속에 대한 부담이 생겨 하프 쓰로틀로도 충분한 파워를 즐기고 있는찰라 그래도 부스트는 1.2바를 넘고 있었다.

그런데 뒤에서 슝슝하는 소리와 함께 갑자기 이상한 물체가 1차선으로 차선을 바꾸더니 RS2를 희롱하는 것이 아닌가?

난 그 물체가 1차선으로 차선을 옮김과 동시에 어떤 차인지 확인 하기도 전에 본능적으로 풀쓰로틀을 땡겼고, 부스트 게이지는 1.8바를 순식간에 가르키며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이런 적극적인 공략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110km/h때 3단으로 변속하는 찰라에 내옆을 째고 나간 요상한 물체가 바로 Mk1 골프였다는 것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대단히 빨랐다. 내가 풀가속중이었는데도 마치 정속주행하고 있는 나를 유유히 추월해가는 그런 느낌이었다.

젠장 74년도부터 83년도까지 만들어진 차니까 최소한 25년이나 된 차에게 370마력의 RS2가 완전히 밟힌 것이다.

3단 140km/h까지 풀가속으로 따라잡으려했지만 워낙 가속력 차이가 커서 옆으로 치고 나가는 그 리듬과 간격이 좁혀지기는 커녕 조용히 멀어져갈 뿐이었다.

무슨 엔진에 출력이 얼마나되는지 전혀 알길은 없고, 단지 추측만 할 뿐이다.

1. 분명 터보엔진이었고, 나를 추월해 갈 때 블로우 오프 소리를 들었다.
2. VR6엔진은 확실히 아니다. 이 엔진은 내가 누가보다 많이 다뤄봐서 음색을 아무리 조용하게 배기튜닝을 했어도 알 수 있다.
3. 차체 중량이 800kg 정도였다고 가정한다면 RS2의 절반에 해당한다. 그러면 터보 엔진 250마력이면 시가지 롤링 배틀에서 RS2가 이길 수 있는 가능성은 아주 적다.

4. K04 스포츠 터빈 정도를 가진 1.8터보엔진을 올렸을 가능성이 가장 크다는 결론이 나왔다.

다음 신호등에서 값진 사진 몇장은 건질 수 있었지만 함께 정차하는 상황이 아니었고, 난 직진 Mk1은 좌회전하는 상황이어서 오너와 이야기를 나누진 못했다.

무서운 Mk1에게 진정 존경의 표시를 제대로 할 수 없었던 것이 아쉬울 뿐이다.
나이가 지긋하신 아저씨께서 그런식으로 빡센 차들을 작살내고 다니는 것을 보니 예사분은 아닌 것 같은데, 아무튼 이번에 제대로 아주 멋지게 당했지만 그래도 진정한 고수와 겨뤄볼 수 있어서 기뻤다.

-testk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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