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넘과...

이넘의 대결 되겠습니다...

일전에 동호회에 올렸던 글인데...
약간 수정을 했습니다...
검색해가며 구경을 하고있는데... 이런건 없는거 같아서...^^;


에... 해는 2004년... 정확히 11월 11일... 키키...

빼빼로데이라 기억하고 있습니다... 당시에도 저는 열심히... 앤과 즐겁게
빼빼로 데이를 보내고... 집에 올라오는 길이었습니다... 대충..새벽4시쯤?
그때는 학생이었기때문에 시간적 여유가 많았습니다.

여튼...흠흠... 그때는 서청주IC 에서 부터 동서울까지... 오로지 고속도로로만..
다녔었는데... 서청주에서 저랑 비슷한 차가 같이 고속도로를 탔습니다.
딱보기에도... 상태가 제차랑 비슷한... 베스타! 였습니다....

여기서 참고로... 당시 제차의 제원과 상태를 설명 드리겠습니다.
94년식 그레이스 9인승 LPG 슈퍼살롱. 당시 주행거리 38만 얼마 였습니다.
현장에서 쓰던차라 주행이외 편의장비는 전혀 손보지 않았고. 심지어 에어콘도
고장난채로 다니던! 히터코어도 터져서 히터를 틀면 차안에 수증기가 가득차는!
그런... 차였습니다.

시속100키로를 넘어서면 핸들이 좌우로 마구 춤을춰서 정상적인 주행이 불가능했고.
약간만 힘이 걸리면 '뻥!빠방!' 소리와 함께 울컥 거리면서 rpm이 0으로 곤두박질치고.
브레이크 밟으면 시동꺼지고. 핸들 끝까지 돌리면 시동꺼지고.
가스 넣으면 10~15분간은 시동이 걸리지 않고.
그외 출고당시부터 전기장비들이 말썽이 많아서 방전도 수없이 되었던 차였습니다.

움...마찬가지로...상대인 베스타도 다썩은...걸로 보였습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사람이 6명이나 탔더군요...
그리고...무쟈게 밟아대는... 또...베스타는 경유차... 저는 LPG...대신저는 혼자.

10대쯤 거리를 두고 시커먼 방구를 뿜어가며 앞서달리는 베스타... 진천까지
그거리를 유지하며 달렸습니다... 그때나온 디젤들이 매연이 굉장했죠...
뒤로 까만 연막소독을 하면서 달리는 그차를... 서서히 따라잡았습니다....
살짝 언덕에서... 슥~ 슬그머니... 나란히~ 그리고... 사람이 많이 타서 그런지
그차가 뒤로 처집니다... 킬킬킬 `그럼그렇치~ 이건 가스차야~~ 디젤따위쯤이야!`

이렇게 속으로 외치며 베시시 웃고있는 저... 를 비웃듯... 터널을지나 살며시 내리막이
나타나고... 뒤에서 서서히....! 흠..여기서 설명드리자면... 그급의 차들이 다그렇듯...
내쏴봐야 100을 간신히 넘어간 속도입니다... 승용차가 느긋히 정속주행 하는 속도.
흠흠... 암튼  슬로우 모션으로 다가오는 한줄기 불빛!... 그차의 라이트도
제차랑 비슷해서 뵐듯 안뵐듯...

흠... 빠릅니다! 서서히 저를 앞서가려고 합니다...

읍... 이럴순없다... 오른발에 힘이 들어갑니당... `아... 이럼안돼는데 ㅠㅠ...`
이러다 차가 망가질거라는 생각이 계속 머리속을 맴돕니다...
그러나... 이미 몸은 악셀을 꾹 밟고 있습니다.
내리막에서 탄력 받은 베스타... 따라잡기 힘듭니다...원레 베스타가 잘나가기도 했고...
그레이스은 원박스 중에는 가장 안나가는...그런 류였기때문에..ㅋㅋ 몇가지 없지만...

점점 밀립니다... ㅠㅠ... 아흑... 자꾸 벌어집니다... 대략 10~15대거리 벌리더니
그분! 그속도로 정속주행합니다... -_-^(기분상함)... 근데도...못따라갑니다 -_-+(분노)...
계속 따라가 보려고 아둥바둥 했지만. 음성에서 일죽 넘어오는 언덕에서 벌어지고.
일죽에서 모가 넘어오는 언덕에서 벌어지고...
따라가면 벌어지고 따라가면 벌어지고...
결국 못따라잡고 소강상태.

동서울 근처까지 와서 하번천 터널입니다...

뒤에서 나타난 누리끼리한 불빛이 접근합니다... 이스타나...
보란듯이 저를 재끼고..베스타 제끼고 사라집니다...
킁... 유연하게 칼질하며 사라집니다.


안되는거 뻔히 알면서 괜히 기분 나쁩니다.
`쪼아... 구레이스... 아직 죽지 않았다고~!` 그나마 한80% 밟았던...
악셀... 다밟았슴당... 속도계 바늘... 파들파들 떱니다... 흠흠;

원레 베이퍼라이저, 산소센서가 맛이 가있었기때문에... rpm 춤춥니다... 퍼득!퍼득!
차도 같이 춤춥니다~ 꿀~~~럭! 꿀~~~럭! 펄떡 펄떡!...  

엔진체크등 번쩍 들어오십니다... 괜찮습니다. -_-+ 원레! 힘딸리면 그랬슴다!  
애마가  살려달라고 악을 쓰십니다 ㅡ,.ㅡ... 뿌아아아아아아아아~~~~~앙~~~~~~

푸흐흐 -_-... 이미 아무소리도 안들립니다... 귓가에대고 악을 써야할정도의 소음입니다.
뒤가 따로 떨어져나가도 모를 상황입니다.
연료메타가 나가서 가스가 얼마나 타는지 마는지 모릅니다!
그런거 신경 안쓰구 탑니다 -_-!

생명의 위협을 느낍니다... 핸들이 컨트롤 불가한 상황까지 이르렀습니다...
지멋대로 좌우로 돌고 있습니다... 근데 차는 앞으로 갑니다...
드디어! 사이가 조금씩 가까워집니다...

살아숨쉬는 말처럼... 말타기를 하며... 펄떡!펄떡! -_-...
옆에 붙었습니다... 베스타 뒤에 고스톱판이 벌어져있습니다...
앞에 타신분... 보고 깜짝 놀랬습니다.  아주...중후하신 노신사...
제가 바루옆에서 한번 흘끔 보니까... 그분도 저를 흘끔보시더니...냅!따! 밟으십니다 -_-.
서서히... 가십니다. 펄떡거리며 죽어가는 저와 애마를 버려두고....
점점...멀어집니다... 톨게이트 들어오는 언덕에서... 사라지셨습니다....

여기까지가... 그날 있었던... 일입니다....

이러고 나서 제네레이터와 미션, 베이퍼라이져 모두 아주 사망하셔서.
대대적인 수술을 해야했습니다. 약 2주 사이에 모두 사망...
중고부품으로 수술을 했고. 고친후에도 전혀 '고친차' 답지 않았습니다.



지금은 제곁에 있지 않지만. 가끔 만나볼순 있습니다.
주인 바뀌고 나더니 차가 살맛이 나는가 봅니다...
엔진소리가 새차 같습니다...


제가 운전을하면서 수없는 견인 경험과. 견인차 기사의 노하우를 엿볼수
있게 해준차 이고 난감한 상황 위험한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많은걸 가르쳐준 차였습니다.

추운겨울. 어느날 사람도 차도 인가도 없는 정선의 산길에서
시동이 꺼지고 스타트 모터조차 돌지 않고
핸드폰 배터리는 다되었고 난감한 마음에
차앞에 쪼그리고 앉아서 피워물었던 담배연기.

차를 쓰다듬으며
'너 왜그러니. 추워... 이제 집에가자.'
중얼 거리던일.
조금있다가 거짓말처럼 멀쩡히 시동이 걸려서 룰루랄라 즐겁게 감사한 마음으로
돌아오던 기억...

지금은 고장은 안나는 녀석을 만나 편히 다니지만.
아직도 그녀석이 그리울때가 많습니다.

바뀐 주인곁에서 쌩쌩한 모습으로 아직도 잘 달리는 녀석을 볼때마다 질투가 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