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디는 승용차 계열이 엄청나게 스프린트가 좋다는 선입견을 갖고 있었다. 광고 탓이리라. 도로에서 만나면 함부로 하지 않는다. 특히 SRS가 붙어 있을 때는 더욱.


  일 때문에 마눌을 태우고 경북 안동을 갔다 오는 길. 규정 속도를 일정량 초과하는 차량을 만나면 일족을 만난 기쁨으로 의식을 거행한다. 진정한 속도광은 누굴 쩜 만들 때 뿐 아니라 좋은 기회를 만나 쩜 될 때에도 열락에 빠지는 법이다. 남을 배려하는 의무도 게을리 할 수 없는 이유다.


  쩜 만들기로 중부내륙과 중앙고속도로를 섭렵하며 귀경 길 영동 이천에 다다랐을 무렵 차선을 좀 들락날락하는 대형아우디 한대가 눈에 띈다. A8 4.2. 내가 빠르게 달릴때 고속도로에서 나보다 빠른 차를 만나기는 확율상 매우 힘들다. 나보다 빠른 차는 항상 내 앞에 가고, 나보다 느린 차는 언제나 뒤쳐져 오기 때문이다. 교통량 때문에 점잖게 자제를 하는 사이 평소 경외하던 아우디가 벼락같이 나타난 것이다. 그러나 선수를 만났다고 치기어린 경쟁운전을 할 수는 없는 법. 앞서가게 내버려 두고 눈길만 주고 있었다.


  어느 언덕을 넘어 교통량이 끊기니 아우디가 풀 악셀을 때리는게 보인다. 그러려고 그런게 아닌데 갑자기 아우디 A8 4.2가 얼마나 빠른지 궁금한걸 참을 수가 없다. 풀쓰로틀링으로 따라가 일단 똥침을 놓고나서 차선 두개가 트이자 차선변경과 함께 추월가속!  잠깐 정신 없이 밟다 보니까 아우디가 쩜이 되어버렸다. 아우디가 풀악셀을 하고 있는 것이 감으로 느껴졌는데 순식간에 쩜으로 멀어지는게 나를 실망시켰다. 180kg 260kg 정도의 중량 차이(?)가 느껴졌다.


  곧바로 쇼핑몰을 향해 톨게이트를 나가면서 나는 환호성을 질러댔다. “ 내가 이깄다! 속이 후려언하다. 저노마 이제 적금들고 벤츠 살라꼬 염병을 할기다 ㅎㅎ”.  그러면서 옆에 앉은 마눌에게 나의 승리를 두둔해줄 것을 은근히 독촉하는 눈길을 보내본다.


그러나 마눌은 호응하기는 커녕 자기는 톨게이트 놓칠까 걱정하느라 아우디는 못봤는데 남자들은 왜 운전대 잡으면 낫살 먹어서도 애들처럼 구는 사람들이 많냐고 진지하게 묻는다.


  안그래도 도로에서 속도 위반을 할 때마다 머리를 떠나지 않는 죄책감과 치기에 대한 자책으로 마음이 편치 않는 터였다. 나는 마눌에게 다음과 같은 말을 지어내 구라를 풀면서 스스로에게도 위안의 변명을 하여본다.


  우리가 수백만년을 나무에서 내려와 싸바나를 헤매며 먹을 것을 찾아 해매는 동안, 사냥감을 향해 우루루 함께 몰려가 뛰며 생의 희열을 느끼는 유전적 소인이 골수까지 각인된 것이다. 형편이 좋아져서 몸소 뛰지 않고 말에 올라 타 함께 몰려 내달리기 시작해서도 앞으로 내달리며 우쭐해하고 뒤로 쳐져서도 선두를 경외하는 그 오랜 본성이 고스란이 유전되었다. 드디어 세대가 바뀌어 잘 닦인 평평한 도로 위로 수백마력의 고성능 질주도구를 갖게 되었을 때 남자들의 본성은 드디어 수백만년의 한이 맺힌 이상적인 욕망 배설의 장을 갖게 된 것이다. 열매를 따고 나물을 뜯던 여자들은 알 수가 없다.


  나는 이렇게 설명하고 속도초과를 범죄 비스무레한 위법으로 규정한 도로교통법규가 아마도 내가 이 세상을 나오기 전에 이미 다른 소수의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져서 나는 그 입법에 가담한 일이 없었다는 점(그러니 동의한 적도 없고 최소한 몇 라인은 고정관념 버리고 제한을 풀 것을 소망함)을 그나마 위안으로 삼으며 용감하게 스트리트 배틀 경험기를 써본다^^.( , 내 차는 문짝 두개인 벤츠 CL63 AM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