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세데스 벤츠 S500 4매틱을 며칠 간 타고다녔습니다. 


이 차에 얹혀진 4663cc V8 바이터보엔진은 최고출력 435마력, 최대토크 71.4kg.m의 스펙을 갖고 있습니다.

출력은 그리 놀랍지 않지만 저회전에서부터 뿜어져 나오는 최대토크는 그야말로 'ㅎㄷㄷ' 합니다.


이 차를 타며 몇 가지 느낀점을 문단을 나눠 정리해봅니다.



1. S500은 기름먹는 하마다?

라고 생각했었는데 아니더군요.

회사는 강서구, 집은 분당이라서 올림픽대로-수서분당 경로로 출퇴근 합니다.

퇴근길에 흐름에 맞춰 느긋하게 달렸더니 8.5L/100km이 계기판에 찍히더군요.

무게 2.2톤짜리 S클래스가, 게다가 네바퀴굴림이 리터 당 11.7km를 가다니요.

+ 집에서 천안까지 쏘다가 정속주행 하다가를 반복했는데 딱 10L/100km이 나왔습니다.

고속 뿐 아니라 시내에서도 살살 다니면 워낙 저회전을 쓰기에 연비가 좋습니다.

참고로 50kph에서 7단에 물리고, 이때 900rpm(구천 아닙니다)으로 70kph까지 여유롭게(?) 가속합니다.

저속 토크가... ^^




2. S클래스는 과연 뒷자리 중심의 차인가?

S의 에어매틱은 정말 너무너무 너어무~ 편한 승차감을 제공합니다.

무쟈게 푹신한, 솜으로 속을 꽉 채운 소파위에 앉은 듯한 느낌을 선사하면서도 롤링과 피칭은 아주 잘 잡아내죠.

황홀한 서스펜션 셋팅과 차체 움직임은 뒷자리에 앉았을 때 빛을 발합니다.


근데 뒷자리에 대한 배려는 이해하기 힘듭니다.

와인바(?)를 갖춘 아우디 A8L이나

오토만 시트의 렉서스 LS(심지어 숏보디)랑 비교하면 

S500의 뒷자리는 헤드레스트 모니터만 딸랑 달려있고 황량하기 짝이 없습니다.

뒷좌석 등받이를 눕히면 레그룸도 좁고 조수석 시트 헤드레스트를 제낄 수 있는 기능도 없습니다.

승차감과 차의 성격은 분명 쇼퍼드리븐카인데 뒷자리에 대한 배려가 니어럭셔리 수준인 것은 

옵션을 많이 때려넣고 극복하라는 배려일까요? 아님 지금은 사라진 마이바흐를 의식한 것일까요?

어쨌든 옵션과 편의장비는 부족해도 뒷자리에서 느껴지는 서스펜션의 움직임은 그 동안 타본 

각 브랜드의 기함 중 최고였습니다.




3. 운전이 너무 피곤하다.

의외지요. 엄청나게 부드러운(그치만 가볍진 않은) 스티어링휠과 묵직하게 움직이는 차체.

풍부한 힘. 새카맣고 거대한 벤츠 차체가 주는 모세의 기적!(차들이 잘 비켜줌)


그치만 운전하고 나면 몸이 너무 피곤합니다.

운전자세도 이상하게 편하지 않고 커다란 차체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적지 않습니다(길이 5225mm)

그 동안 LS A8 7er 각 브랜드의 기함들을 몰며 그냥 내차 몰듯 편하게 조지고(?) 다녔었는데

S는 이상하게 운전하기도 불편하고 몸도 피곤하고... 

제 지인도 30분 정도 몰아보더니 운전이 너무 힘들다고 하더군요. 기사 아무나 하는 것 아닌 것 같다고...

물론 그 지인은 저와 같은 이유로 운전이 피곤하다고 하진 않았겠지만.. ^^;;

암튼 원인은 결국 찾지 못했습니다만 S는 묘하게 운전이 피곤한 차였습니다.




4. 구식 티가 곳곳에서...

모델체인지를 코앞에 둔 만큼 벗어던지기 힘든 구식의 향기가 납니다.

연료게이지는 과한 피칭과 롤링을 주는 주행을 하면 살짝 오르내리는 것 같고, 

트립컴퓨터의 주행가능 거리도 덩달아 들락날락 거리지요.

요즘 흔한 어라운드 뷰 따위도 없고, 내비게이션은 사용자 중심이라기 보다는 그저 모양새에 집중한 듯 합니다.

2.번 항목과 중복되긴 하는데 편의장비도 사실 그리 많지 않습니다. 필수적인 것만 갖춘 느낌이랄까요.

참고로 후속은 풀 LCD 계기판에 엄청 거대한 모니터가 들어간다고 합니다. 

다시 뭔가 앞서나가려는 준비를 하고 있겠죠.




5. 명불허전 고속안정성

저회전에서부터 뿜는 엄청난 토크 탓에 200kph까지 정말 자유롭게 오르내릴 수 있습니다.

엄청 마일드하던 하체는 고속에서는 거짓말처럼 대단한 안정성을 보여줍니다.

독일을 대표하는 메이커의 기함답게 고속안정성은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가끔은 가속을 할 때에 피칭이 적고 엔진음 투입도 적은 상태에서 속도만 쭈욱 올라가니 현기증이 날 때가 있었습니다.

원래 다른 차들은 덩달아 커지는 소음과 불안함과 함께 속도가 높아지는데, 생경한 경험이었습니다.




6. 한국에 S 클래스 정말 많다.

저만 그런건지는 모르겠는데 본인이 타고 있는 차와 같은 차만 유독 눈에 잘 들어오는 경험. 혹시 있으신지요?

S클래스를 타고 있으니 도로 위의 다른 S 클래스 들만 눈에 들어오는데...

와... 우리나라에 S가 그렇게 많은지 첨 알았습니다. 편도 5차선에서 신호대기 하는데 

저 포함 3대가 S였다면 믿으시겠는지요?


그리고 썬팅도 안된 새차 S500을 새파랗게 젊은 청년이 타고다니는데 

아가씨들이 눈길 한번 주지 않은 것을 보면 S는 분명 흔한차가 맞습니다.(제가 못생겨서 그런게 아니라구요!)



쓰다보니 촌평이 된 것 같은데, S 클래스를 돈 주고 살 수 없는 

평범남의 고요한 투정 정도로 읽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참고로 시승차의 값은 1억8,980만원 이었습니다. 흑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