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년 동안, 수백 번의 장거리 인 타임(in time)’ 미션을 성공적으로 클리어한 2007년식 뉴체어맨 700S 에어 서스는, 제게는 제임스 본드의 베레타 418 같은 존재입니다.


너무나 손에 익은 무기.






상관인 M발터 PPK로 바꾸라는 성화에도 제임스 본드가 베레타 418을 고집한 데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바로 베레타 418작은 크기는 은닉성이 중요한 첩보원에게 딱 맞는 것이었고, 무엇보다 오래 사용하는 동안 손에 익은데다 한 번도 미션에 실패한 적이 없었던 것이 그 이유입니다.


주변의 차를 바꾸라는 성화에도 제가 2007년식 뉴체어맨 700S 에어 서스를 고집한 데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바로 2007년식 뉴체어맨 700S 에어 서스의 탁월한 장거리 고속 주행질감과 리즈너블한 연비 및 일반유 세팅은 장거리 고속 주행 직후 고도의 정신적 집중을 요하는 업무를 해야 하는 저에게 딱 맞는 것이었고, 무엇보다 오래 사용하는 동안 손에 익은데다 한 번도 미션에 실패한 적이 없었던 것이 그 이유입니다.











 

제임스 본드는 결국 M의 명령으로 무기를 발터 PPK로 변경하였습니다.


저는 뉴체어맨의 부품 공급이 중단되는 ‘The Day’가 오는 날 무기를 변경할 것 같습니다.





until ‘The Day’...










최근 히터 코어가 터진 후 부품 수급 문제로 약 한 달 간 방치되어 있던 2007년식 뉴체어맨 700S 에어 서스를 대신하여 BMW E39 M5가 데일리 카 역할을 했습니다.


히터 코어를 교환한 뉴체어맨이 다시 데일리 카의 바톤을 이어 받았는데, 오랜만에 탄 2007년식 뉴체어맨 700S 에어 서스의 주행질감은 BMW E39 M5와 대비되어 더욱 더 감동으로 느껴집니다.


여기서 말하는 데일리 카의 주행조건은 장거리 고속 주행이 많은 조건입니다.




 


역시 쭉 뻗은 초원을 질주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높은 체고와 긴 다리를 가진 사자의 영역입니다.


낮은 체고와 짧은 다리, 긴 체장을 가진 호랑이의 영역은 점프와 순간가속 및 방향전환이 필요한 숲이지 초원이 아닙니다.







벤츠가 사자, BMW가 호랑이라는 사실은 과거 자동차 잡지에 자주 실렸던, 벤츠 W140 S클래스와 BMW E38 7시리즈의 앞모습을 나란히 찍은 사진이 가장 명확하게 드러내 준다고 생각합니다. 그 모습은 에버랜드 사파리의 숫사자·암호랑이 커플이었던 사룡과 명랑이 나란히 앉아 있는 사진의 모습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나란히 앉은 모습이라서 유독 W140(사룡)의 거대한 머리와 E38(명랑)의 샤프한 머리가 대비되었습니다.


뉴체어맨은 벤츠 W140 S클래스처럼 위압적인 체고를 보여 주지는 않지만, 벤츠 W124를 모태로 하는 만큼 역시 사자의 피가 흐르고 있습니다.







자동차 액션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유렵의 비좁은 골목에서 급격한 선회 및 급가감속을 반복하는 액션에는 확실히 BMW(호랑이)가 제격입니다.


반면 벤츠(사자), 영화 택시의 대사 이제 됐어! 고속도로에선 벤츠가 왕이지!”가 증명하듯 고속 직진 주행에 특화되어 있는데, 고속도로를 직진만 하는 액션은 골목길 액션보다 박진감이 덜 하기 때문에 자동차 액션 영화의 주연으로서는 BMW보다 덜 적합하다 하겠습니다.


순정 LSD가 장착되어 나오는 BMW E39 M5에 비해 순정 LSD가 없는 벤츠 W211 E55 AMG가 드리프트에서 뻣뻣하고 어색한 모션을 보여 주는 것, 서킷에는 BMW M3가 출몰할 뿐 전통적인 벤츠 AMG는 그 모습이 보이지 않는 것(느린 미션 반응, LSD 부재, 쿨링 문제 등)이 둘의 성격을 단적으로 보여 준다 하겠습니다.







반면 일반 도로에는 벤츠와 BMW가 둘 다 보이는데, 서킷에서 전통적인 벤츠가 거의 주행 불가 상태에 빠지는 것과 달리 일반 도로에서는 벤츠나 BMW 모두 주행이 가능합니다.


그러나 주행이 가능하다고 하여 주행질감까지 같은 것은 아닙니다.







고속주행시 차체가 가라 앉으면서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 주는 것, 고속 리바운드 처리를 차분하고 안정적으로 하는 것, 급격한 조작을 걸러서 받아 들이는 후륜의 거동, 불쾌한 진동을 차체에서 흡수하는 것 등은 벤츠만의 독보적인 주행질감입니다.


여기에 에어 서스가 가미될 경우, 마치 스키장 리프트를 타고 이동하는 것 같은, 이른바 스카이 훅(Sky Hook)’이 연출되는데, 혹자는 글라이더를 타고 유영하는 것 같다고 표현하기도 하고 양탄자를 타고 가는 것 같다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벤츠의 고속 직진 주행질감은 단순히 FR 레이아웃을 채택한다고 하여 구현할 수 있는 게 아님이 분명합니다. 타 메이커의 FR 차량을 타 보아도 벤츠 특유의 주행질감을 느낄 수 없기 때문입니다.


벤츠 W204 C200K는 작은 차체에도 불구하고 뿌리를 땅에 박은 듯 당돌한 고속 안정감을 보여 주었는데, 안정감만으로 따지면 뉴체어맨보다 조금 더 좋았습니다. 에어 서스가 아닌 코일 스프링이어서 고속에서 미세하게 튀는 점을 제외하면 안정감 자체는 소프트한 뉴체어맨을 능가했습니다.


반면 BMW F30 320D는 칼같이 예민한 핸들링을 보여 주었지만, 고속에서 가라 앉지 못하고 통통 튀는 등 불안한 고속 주행감이었습니다.


FF 차량의 경우는 차이가 더 심합니다. 뒷좌석에 탑승했던 모종의 소형 SUV 차량(FF, 코일 스프링)은 시내에서 좋은 승차감을 보여 주었습니다. 그래서 최근 차량은 다 이런 승차감인가라고 생각하며 감탄했으나, 곧 고속도로에 진입하면서 그러한 생각은 무참히 깨지게 되었습니다. 고속 리바운스에서 뒷좌석 승객이 전후좌우 대각선으로 사정 없이 내팽겨 쳐지는 상황이 벌어졌기 때문입니다.


또한 모종의 대형 RV(FF, 코일 스프링)로 장거리 고속 주행을 다녀 온 적이 있는데, 도착할 때까지만 해도 뉴체어맨 에어 서스와 약간의 차이가 있을 뿐이라고 느꼈지만, 다음 날 기상할 때 신체 컨디션에는 큰 차이가 있었습니다.







좋은 승차감의 정의는 주관적인 것이라 할 수 있는데, ‘좋은 승차감장거리 고속 주행 후 도착지에서 고도의 정신적 집중을 요하는 업무를 처리하는 데 지장이 되지 않을 것, 장거리 고속 주행 다음날 신체 컨디션에 지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정의할 경우 제가 겪어 본 최고의 좋은 승차감은 2007년식 뉴체어맨 700S 에어 서스였습니다.


몇 시간 동안의 장거리 고속 주행 후 하차했을 때 마치 몇 시간 동안 흔들림 없는 안방에 앉아 있다 일어 선 것 같은, 그래서 안방에 앉은 채로 공간이동을 한 것 같은 느낌을 주는데, 저는 이것을 감히 이동의 예술이라 칭하고 싶습니다.


이러한 주행질감은 벤츠라고 하여 다 재현 가능한 것은 아니었고, ABC를 갖춘 벤츠와 W211 E클래스 에어 서스에서만 느낄 수 있는 것이었습니다. W211과 같은 같은 차대인 W219 CLS 에어 서스는 못 타 봤지만 비슷할 것으로 예측됩니다.


이와 같이 장거리 고속 주행 다음날 가뿐하게 일어 날 수 있는 뉴체어맨 에어 서스의 승차감은 술로 치면 음주 다음날 일어 날 때 숙취가 전혀 없고 가뿐한 고급 위스키와 같다고 하겠습니다.


반드시 인 타임(in time)’해야만 하는 장거리 고속 주행을 1년에 50번 가량 하는 제 주행 조건에는 벤츠(체어맨) FR 에어 서스 또는 ABC가 해답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반드시 인 타임(in time)’해야만 하는 장거리 고속 주행을 1년에 50번 가량 하는 제 주행 조건에는 주행시 필요한 정보가 현재 속도현재 시각이며, 이러한 점에서 가운데에 커다란 속도계가 자리한 전통적인 벤츠 계기판과 뉴체어맨 계기판이 제격입니다. 중요한 것은 속도이지 알피엠이 아니기 때문이죠.


뉴체어맨은 쇼퍼 드리븐인지라 아나로그 시계가 센터 페시아에 붙어 있지만, 운전하는 입장에서는 속도계 바로 옆에 아나로그 시계가 위치한 벤츠 W212 전기형 E클래스의 계기판이 최고입니다. 요즘은 내비게이션에서 도착 예정시각까지 알려 주니 현재 시각이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고 할 수도 있지만, 위와 같이 반드시 인 타임(in time)’해야만 하는 장거리 고속 주행을 1년에 50번 가량 하는 주행 조건에서는 운전하는 내내 본능적으로 현재 속도와 현재 시각에 집중하게 되는 점에서 계기판 내에 아나로그 시계가 있는 것이 좋습니다. 전자시계의 경우 시각 파악은 더 빠르지만, ‘더 타임(the time)’까지 남은 시간이 얼마인지 직관적으로 알려 주는 점에서 아나로그 시계가 더 좋습니다.


마스터님께서 아래 글에 LCD 모니터 계기판과 관련하여 제 언급을 하신 바와 같이 저는 눈이 피로하지 않은 아나로그 계기판을 선호합니다. 또한 시동을 끄면 보이지 않는 수퍼비전 계기판보다 오토매틱 시계를 계기판에 박아 놓은 것 같은 느낌을 주는 벤츠 W212 전기형 E클래스의 계기판이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벤츠 W211 E클래스와 벤츠 W140 S클래스도 계기판 내에 아나로그 시계를 가지고 있지만, W211 계기판은 판넬이 백색이고 배경이 너무 밝은 은색이라 선호하지 않으며, W140은 속도계와 아나로그 시계가 바로 붙어 있지 않고 떨어져 있어서 현재 속도와 현재 시각을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는’ W212 전기형보다 못합니다.


포르쉐처럼 매 코너를 공략하는 차량에서는 최적의 변속을 위해 현재 알피엠이 중요하니 알피엠 게이지가 가장 크게 중앙에 자리하고 있지만, 완만한 코너가 대부분인 고속도로에서는 알피엠이 그렇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고속도로에서 다운쉬프트는 코너 공략을 위해서가 아니라 급가속 또는 엔진 브레이킹시에만 필요한데, 그 정도 상황에서는 현재 속도와 현재 단수만 보면 알피엠 게이지를 안 보아도 몇 단으로 다운쉬프트해야 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뉴체어맨 에어 서스의 경우 제 기준에서 좋은 장거리 고속 승차감을 가지고 있고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차량은 극히 드뭅니다. ‘일반 휘발유라는 조건을 가미하면 더더욱 대체재를 찾기 어렵습니다.


고급 휘발유 차량의 경우 장거리 주행을 할 때면 영화 탑 건쿠거가 항공모함으로 귀함할 때 연료가 바닥 나 쩔쩔 매는 장면에서 느낄 수 있는 불안과 긴장감이 기저에 깔려 있습니다(톰 캣이 애프터 버너 사용을 자제하는 이유는 슈퍼 크루즈가 안 되는 기종의 특성상 애프터 버너 사용시의 엄청난 연료 소모량 때문입니다). 마치 톰 캣이 공중 급유를 받듯이, 미리 이동경로상의 고급유 주유소 위치와 영업시간을 검색해서 예상 주유시각까지 계산해 두어야 합니다. 그러한 긴장감을 즐길 수도 있지만, 유희가 아닌 업무로서의 운전 중에는 불필요하고 과도한 긴장입니다. 고급유 차량은 언제’ ‘어디든갈 수 있는 능력 면에서 분명 제약이 있습니다.







2007년식 뉴체어맨 700S 에어 서스는 승차감과 일반 휘발유라는 특질 외에도, 면류관(冕旒冠)()’ 역할을 하는 두꺼운 씨 필러(C-pillar), 크럼플 존(crumple zone) 역할을 하는 긴 후드와 긴 트렁크, 후드가 보이는 전방 시야 각도, 쿠페-라이크(coupe-like)하지 않은 수평의 루프 라인과 넓은 헤드 룸, 최고의 내구성과 실키함을 가진 직렬 6기통 엔진과 5단 자동 미션, 직진성에 특화된 세로로 길고 좁은 차체 비례(ratio of wheelbase to track width : 1.879)와 협폭 고편평비 타이어(narrow & high-aspect-ratio tires : 215/55 17), 고급 소파처럼 두툼하고 굴곡진 시트 등의 특질은 대체재가 거의 없습니다.







이와 같이 대체재를 찾기 어렵기 때문에, 뉴체어맨 에어 서스의 활약은 부품 공급이 중단되는 ‘The Day’까지 계속될 것 같습니다.







until ‘The 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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