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보았을 때 좀 아쉬웠다. 이전 모델의 강한 캐릭터가 매력있다고 생각해 왔기에. 그 확실한 개성 덕분에 확고한 팬층이 있다고 생각했기에. 신형 디스커버리라기보다는 큰 이보크를 보는 듯 했다. 하지만 함께 시간을 보내다보니 그 생각은 천천히 바뀌어갔다. 

우선 가벼워진 모노코크 차체와 공력특성이 강화된 디자인, 낮아진 차고 등이 결합되어 고속주행이 훨씬 편안해졌다. 개성있는 디자인도 좋지만 나에겐 고속주행능력이 그에 우선한다. 폼잡고 천천히 다니는 것도 어쩌다가지 자동차는 외모보다는 성능이기에. SUV라고 느린 시대는 아니지 않은가? 이런 변신덕분에 중요한 연비 역시 향상되었다. 

오프로드 성능은 여전히 동급최고이고 이 덕분에 중심이 가장 높은 차체를 갖고있어 고속으로 갈수록 비교차량에 비해 불리했던것 또한 사실이다. 오프로드 성능의 비결중 하나는 에어서스펜션인데 제법 빠른속도로 차고를 조절할 수 있다.     
외모 또한 개성이 약해졌다 뿐이지 전혀 나쁜 디자인이 아니다. 사실 제법 멋지고 부분적으로 스포티하다. 이런 더욱 대중적인 디자인 덕분에 훨씬 많이 팔릴 수 있을거라고 본다. 그렇다. 쫙 깔릴 것 같다!
  
V6 3.0 디젤 엔진은 충분히 힘있고 정숙하고 부드러웠다. 

참고로 같이 시승한 차량들의 엔진 및 주행 느낌을 평한다면,

GLE는 V6임에도 저속에서 갈갈소리가 거슬렸다. 초반 가속력도 디스커버리 이하. 하지만 뻔한이야기처럼 고속으로 올라갈수록 그 안정감과 부드러움이 돋보였다. 두번 거른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처럼 잘 정제된 느낌!

X5는 역시나 거의 같은출력에 가속력이 가장 돋보였지만 저속 고속을 막론하고 다소 거친 느낌이 사라지지 않았다. 스포티함에 점수를 줄수는 있으나 한번 거르고 만 최상품이 아닌 오일의 느낌.. 

볼보 XC90은 외관이 나쁘지 않다. 푸른빛이 감도는 은색의 차체는 정말 멋진 노인을 연상시켰다. 부정적인 뜻은 아니다! 은발이지만 정말 멋쟁이 남성의 이미지를 떠올릴 때 그것과 비슷할 것이다. 다른 말로 하면 쿨한 디자인이지만 핫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고도 하겠다.
 
XC90의 실내와 주행감에서 럭셔리한 느낌은 받기 어려웠다. 고급이라기보다는 첨단 테크놀로지로 도배한 느낌. 하지만 도어트림 안쪽에 우드그레인과 어우러진 은색 핸들의 디자인은 참으로 아름다웠다. 너무 부분에 대한 칭찬이지만 정말로 그 정도였다.  

뒷쪽 서스펜션이 트럭 등에 쓰이는 판스프링을 사용했지만 볼보의 기술력으로 그 승차감의 한계를 극복했다고 들었지만 내 경험은 그와 다르다. 승차감은 매우 안좋은 편이다. 특히 뒷좌석 승차감이 매우 좋지 않다. 그닥 스포티하지도 않은데 무엇을 위한 승차감 희생인지 모르겠다. 판스프링 사용이 더 넓은 실내공간을 위해서라면 수긍할수 있을까? 2열 레그룸은 시승차량중 가장 넓었다. 하지만 3열이 좁아서 2열시트를 앞으로 밀게 된다. 반면 디스커버리는 2열 3열이 모두 적당히 레그룸이 확보되어 XC90에 비해 결코 더 좁지 않은 공간이 나온다. 결국 XC90은 나에게 다소 넌센스가 되었다. 

SUV 차량들에서 공통적으로 2열시트의 시트가 너무 낮다. 쪼그려앉는 자세정도는 아니지만 그런 느낌이 좀 있다. 2열시트가 충분히 편안한 최근의 SUV 차량은 타본차중에 소렌토 정도가 떠오른다. 참고로 중형 SUV가 중형세단에 비해 덩치가 크고 실내공간의 합도 더 넓지만 뒷좌석 안락함만을 놓고 본다면 쏘나타 등 중형승용차가 훨씬 편하다. 소나타 등의 경우 시트가 충분히 두껍고 높이도 적당히 높아 더 편안하다. 

그 밖에 떠오르는 특징들 중 스티어링휠 굵기를 말한다면 디스커버리는 얇은 편이지만 손에 잘 맞고 GLE는 적당히 두꺼워 좋고 X5는 너무 두꺼워 좀 어색하다.  

X5의 전자식 쉬프트레버를 조작할 때 조립된 플라스틱 찌끄덕거리는 소리는 싸구려 장난감 같았다.' 스포티한 SUV'를 특별히 원하지 않는 한 X5의 메리트는 의문이다. 

GLE는 출시한지 오래되어 구형감각 인테리어에 디자인도 승용과 SUV짜집기 느낌이라 호감이 안가며 저속에서 소음이 거슬렸지만 역시나 고속에서의 안정감은 값지고 값졌다. 고속에서 그 느낌을 경험하고 나면 앞의 지적들은 사소한 불평으로 바뀌어 버린다.

하지만. 가슴으로는 GLE이지만. 만약 한대 구입한다면 뛰어난 오프로드 성능, 충분한 온로드 성능 그리고 전동식 2,3열 시트폴딩외에 많은 최신의 옵션을 갖추고 신차의 메리트가 큰 디스커버리를 배제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4기통의 XC90을 제외한 시승한 전차량 V6 디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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