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동안 그랜저만 탔더니 원래도 잘 안타는 엘란은 물론 파크타운이나 BMW를 탈 일이 별로 없었네요. 한국 도로에선 워낙 그랜저의 주행감각이나 편의 장비가 편해서.... ^^ 귀찮아서 안쓰고 있다가 어제 블로그에 후다닥 올렸던 글인데 테드에도 올려봅니다. 

 

인터넷 상에서는 그랜저, 그랜져, 5G 그랜저, HG 그랜저를 모두 섞어서 쓰고 있지만 현대 홈페이지상 이름은 '그랜저'라고 명칭하고 있으니 그랜저 혹은 신형 그랜저 정도로 칭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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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관 디자인을 보면, 쏘나타와 비슷하다는 의견도 많지만 실제로 보면 느낌이 많이 다릅니다. "Grand glide"가 그랜저의 컨셉인데 쏘나타 대비 웅장한 느낌을 잘 전해주고 있습니다. 쏘나타의 경우 너무 통통한(부정적) 느낌이 있는데 그랜저는 살찐 느낌은 없어지고 덩치가 크다는(긍정적) 느낌만 드네요. 그랜저 TG와 나란히 주차했을 때 보면 약간 더 커졌는데 실제 느낌은 에쿠스 만큼이나 우람하게 느껴집니다. TG는 NF와 마찬가지로 댄디한 느낌이었는데 HG는 좀 화려해지긴 했네요. 현대차 특유의 캐릭터 라인은 뒷바퀴 펜더 위에서 선이 하나 더 나오며 이어지는데 C필러 밑의 삼각창 아랫 부분과 함께 현대차 디자인의 아이덴티티를 이룹니다. 현대차를 멀리서도 알아볼 수 있는건 좋지만 차종 구분이 잘 안된다고 느끼는 사람이 많다는 것은 앞으로 현대차가 풀어야될 숙제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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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쪽은 구형 각그랜저부터 전통적으로 쓰고있는 좌우 이어지는 테일램프입니다. 낮에는 램프가 약간 처진게 이태리 M사의 필이 나는데, 밤에 보는 그랜저의 테일램프는 영국 A사의 느낌이라 더 멋져보입니다. 굳이 이어지는 빨간 부분에 GRANDEUR라고 촌스럽게 써놨어야만 했는가는 논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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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드램프에는 면발광 타입의 미등이 적용되어있는데 나중에 DRL(주간전조등)도 적용될 수 있겠네요. 기아의 K7의 경우 면발광 미등이 ㄷ자로 아주 멋진데 하향등이 동그란 프로젝션 타입이기 때문에 밤엔 약간 어색한 면이 있더군요. 그래서인지 미등만 켜고 다니는 K7들도 꽤 보이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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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저의 경우는 면발광 주행등과 하향등이 켜진 헤드램프가 꽤 잘 어울립니다. 하향등 주변의 동그란 LED도 에쿠스에서 따온 것일텐데 제 눈엔 어색하지 않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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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로 들어오면 오랜 시간 동안 고급차에 채택되던 우드그레인 대신 카본그레인으로 대체되었습니다. 시트 색상은 요즘 한창 유행인 브라운 색상입니다. 같은 옵션에 다른 시트 색상도 있는데 제 경우에는 워낙 브라운을 좋아해서. 그랜저는 하위 그레이드부터 Nappa 가죽 시트입니다. 신형 에쿠스(VI)도 상당 기간 탔는데 가죽의 질감이 에쿠스에 쓰이는 녀석보다 더 낫습니다. 무드램프(ambient lighting)가 전체적으로 적용되었는데 카본 그레인의 아래쪽이나 1열 아래쪽 등에 은은하게 무드램프가 들어오며 센터페시아 보관함 겉면에도 살짝 불이 들어오더군요. 실내 전체적인 라이팅 색상은 현대차의 경우 파란색 톤입니다. 쏘나타에서는 센터페시아와 옆의 기어노브 쪽 조도 차가 심했는데 그랜저는 신경써서 맞춘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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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드램프 뿐 아니라 실내등에도 앞뒤 전부 LED가 적용되었더군요. 덕분에 사진을 찍으면 약간 파란 빛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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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기판은 다른 차종에서도 볼 수 있는 딱 현대차의 게기판입니다. 가운데 TFT LCD가 들어갔다는게 조금 다른데 이마저도 몇몇 차종에선 쓰이고 있으니 뭐... 시인성 측면에선 우수하나 '쌔끈함'이 부족한 것은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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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수입차를 타면서 국산차로 바꿔타면 느끼는 점 중 하나가 정말 사이드 미러가 시원하게 잘 보인다는 점입니다. 사이드 미러 접히는 것도 독일차는 '접다 말은 듯'한 모습(특히 독일 M사) 때문에 늘 신경 쓰입니다만 국산차는 확실히 접어줍니다. 접힐 때 예전 독일차처럼 위로 살짝 올라가는건 오히려 마음에 안들긴 합니다. 쓸데없는걸 뭐하러 따라하는지.... (BMW가 벤츠의 사이드 리피터를 안따라하는걸 보면 고집 대단하단 생각이 들어서 참 좋았는데... 신형 3시리즈에는 사이드미러에 들어가는 듯 보이더군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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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직한 실내에 전면부 디자인과 일관된 디자인으로 센터페시아를 구성 했더군요. 도어 트림에는 가죽이 없지만 손이 닿는 버튼 부분에는 시트와 동일한 나파 가죽을 확실히 덮어준 것도 상당한 플러스 요소입니다.



여기까진 아마 테드 분들이 전혀 관심 없어하셨을 내용인 것 같네요 ㅋㅋ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그랜저에서 가장 신선한 건 역시 신형 람다 3.0 GDi 엔진입니다. 메이커 발표 270마력이니 L당 90마력이나 나오는 꽤 고출력 엔진입니다. 사실 '엔진 좀 만들어 봤어~' 하는 자동차 회사들의 양산 엔진이 다 이 정도 나오기는 하지만 일반 휘발유를 사용하며 270마력 나오는 차는 흔치 않으니까요. 그랜저에 오면서 페달의 답력이 상당히 강해졌기 때문에 예전의 깐죽거리던 액셀과 비교하면 묵직하게 나갑니다. (그렇다고 벤츠처럼 무겁진 않습니다만) 풀 액셀을 하려면 꽤나 힘주어 밟아야 하는데 밟으면 차는 시원하게 나갑니다. 다이나모 상으로 230마력 정도는 충분히 나올 듯 보입니다. GDi 직분사 엔진으로 바뀌면 대부분의 엔진이 아이들링 시에도 딸딸딸~하는 디젤스러운 소리가 나는데 그랜저는 거슬리지 않을 정도로 잘 억제되어 있습니다. 회전으로 돌릴 때 엔진의 회전 질감은 생각외로 부드럽고, 고 RPM에서(3000RPM만 되도) 들려오는 배기 소리가 꽤 스포티해서 듣기 좋게 느껴집니다. 아마 그랜저가 스포티한 소리가 난다는걸 못보신 분들이 계실텐데 혹시 시승해보시면 꼭 조져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제 E60보다 더 낫습니다) 이 부분에서 '사장님 차'에서 '오너용 차량'으로 바뀐 그랜저의 변화된 위상을 느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랜저에 적용된 6단 자동변속기는 Aisin 싸대기를 후려갈길 정도로 부드럽게 변속하는데 만점을 주기엔 좀 부족합니다. 그 이유는 변속질감이나 직결감이 떨어져서가 아니라 젊어진 그랜저의 오너들을 위한 스포츠 모드(sport map)가 없기 때문입니다. D 레인지에 두면 1-2-3단에서 튀어나가는 맛이 약하고 조금만 발에서 힘을 빼면 고단으로 변속해버리니 힘이 빠져버립니다. 또한 수동 모드에서 저단 변속시 블리핑(RPM보상) 해주지 않으니 적극적인 엔진 브레이크를 쓰면 주행 밸런스가 흐트러집니다. 속도 붙으면 후딱후딱 변속을 해치워주니 일반적인 주행에선 상당히 편안하게 주행할 수 있긴 하죠. 좀 달리려할 때 발 끝에 힘을 주면 확실한 타이밍에 다운쉬프트를 하고 밟은 양에 따라 적당한 타이밍에 스킵쉬프트도 하긴 하는데 운전자가 적극적인 의지를 드러냈을 때 RPM을 끝까지 물고 가주는 면에서는 정말 마음에 안듭니다(!) (지금도 어댑티브 로직이 있긴 합니다. 액셀을 놓으면 내가 언제 달렸냐는 듯 금방 고단 변속 해버려서 그렇죠) 유리알 미션 이야기도 지난 세대에 끝난 것 같고, 이제 스포츠 맵 세팅만 잘 하면 될 듯 합니다. 제네시스 FL에 스포츠 모드가 들어갔다는데 어느 정도 수준인지 궁금하네요. BMW의 DS 모드 정도만 되면 진짜 바랄게 없겠습니다.

 

 

서스펜션 세팅은 그랜저의 엔진과 함께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입니다. 제네시스의 경우는 서스펜션을 스포츠 세팅으로 두어도 차체를 단단히 잡아주는 느낌이 약해서 칼질하면 영~ 마음이 불편했고, YF 쏘나타의 경우는 고속에선 분명 출렁이지 않고 좋지만 저속에서 너무 딱딱해서 불쾌했습니다. (스프링 레이트와 댐핑, 리바운드의 전체적인 조화가 안되더군요. 독일차는 분명 이런 문제가 없고, 파크타운은 워낙 물렁하니 예외로 치고, Aragosta 코일오버를 끼고 있는 엘란과 비교할 정도로 불쾌했습니다.) 다행히 그랜저는 '너무' 무르지 않으면서도 '로드 홀딩'을 아주 잘 해줍니다. 제네시스에 적용된 것처럼 Continental의 에어 서스펜션을 쓸수도 있었겠지만 (현대차 라인업 상 럭셔리 차종에 들어가지 않는 그랜저에) 고가의 부품을 투입하는 대신 ASD 댐퍼를 적절히 세팅하여 준대형차에 걸맞는 승차감과 핸들링을 구현한 셈이죠. 아무리 오너 층을 젊게 잡아도 한덩치 하기 때문에 스티어링 리스펀스가 빠르진 않지만 신경에 거슬릴 정도로 느리지 않고, 느긋하지만 일상에서 적당히 빠르게 달릴 수 있는 정도 세팅이네요. 굳이 다른 차종으로 비유하자면 몸집이 커진 푸조 407 정도(?) 느낌입니다. 270마력의 출력을 다스리기 위해 적당히 하드하게 조였는데 스트로크가 적당히 길고 부드러우면서도 피칭이 없어서 좋습니다. 

더 하드해야 한다고 하시는 분들도 많지만 저는 BMW도 F10에서 심각하게 부드러워진 것을 보고 '이게 대세구나..'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사실 E60을 F10으로 바꾸려고 하다가 안바꾼 결정적인 이유가 바로 서스펜션을 스포츠+에 놔도 예전의 그 맛이 안나는 것 때문이지만...) 솔직히 이 차량 보통 구매하시는 분들은 '난 차에 신경 안쓰니까 (더 좋은거 살 돈은 있지만) 그랜저 급이면 되지' 아니면 '제네시스 사긴 경제력이 약간 애매한 분들'일텐데 그 분들에게 더 단단한 서스펜션을 떤져준다면 분명 싫어할겁니다.

차량의 서스펜션 세팅은 숏코너(차선 변경), 연속된 숏코너(칼질), 고속 롱코너 정도로 나누어 볼 때 단순 숏코너에선 당연히 부담이 없고, 연속된 숏코너에서는 순정임을 감안하여 리드미컬하게 움직여주면 불안감 없이 다닐 수 있습니다. 강변북로에서 동부간선도로 붙는 곳이나 동부간선 의정부 방향에서 잠실대교 쪽으로 강변북로 붙는 곳은 정말 '로오오옹~~ 코너'인데 모르는 사람이 오버스피드로 진입해보면 진짜 깜짝 놀랄 정도로 어이 없이 돌아갑니다. 거기서 빠르게 진입해보면 롤의 양은 상당하지만 4바퀴 모두 끈질기게 도로를 잡고 있는게 느껴집니다.(언더는 좀 납니다) 롤 정도는 BMW F10 순정보다 오히려 적은 것 같기도 하네요. (다만 저는 F10을 일반 도로에선 거의 안타보고 사실 트랙에서 많은 시간 타봐서....) 진입하면서 코너가 깊어지면 점차 한쪽으로 쏠리지만 왠만한 차보단 여유있게 코너 출구를 보며 가속할 준비를 할 수 있습니다. 지난 번에 에쿠스 VS380 탔을 때 학교 정문 나가면서 염화칼슘 노면을 이용한 파워 드리프트에 안정적으로 컨트롤이 가능해서 상당히 놀랬는데 그랜저도 그 만큼 즐겁긴 하네요. 스티어링휠도 적당히 무겁고 스티어링 인포메이션 측면에서도 예전과는 비교도 안될만큼 나아졌습니다. 특히 스티어링휠 무게가 마음에 드는 것이 얼라인먼트 수치(캐스터)에도 영향이 클텐데 U턴을 하거나 우회전 했다가 다시 직진 하기 위해 스티어링휠을 풀때 저는 직접 돌리기 보단 셀프 스티어에 많이 의존하는 편인데 그랜저는 아주 편안하게 액셀 페달로 돌아오는 속도를 조절할 수 있더군요. 

 

 

한참 논란이 되던 브레이크 불 붙는 영상 때문에 궁금하여 새벽 4시경 Y영역까지 가속했다가 정지를 반복 했을 때도 Y영역에서의 주행 안정감은 BMW E60을 타고 비슷한 속도로 다닐 때의 긴장감 정도였습니다. 원래 고속에서의 긴장감이 남들에 비해 없는 편이기도 하고, 새벽 4시까지 세차하다가 힘든 탓에 반쯤 정신이 나가서 별 느낌이 없었던거 아니냐고 하면 할 말은 없습니다만... 브레이크는 예전 현대차와 판이하게 다르게 초반에 빠릿하게 들지 않고 전체적으로 리니어한 세팅입니다. 후반까지 제동력은 이어지는데 한참 논란이었던 불 붙는 영상에 대해 말하자면, 0-200-0-200-0-200-0까지 풀가속 - 풀 브레이킹 총 3번을 연속으로 쉬지않고 하면 3번째에 흰 연기가 올라옵니다만 '스트리트용 패드'를 장착한 경우 이 정도 부하(load)에 연기가 나는 것은 이상하다고 보기 어려운 것 같습니다. 관광하듯 조금 느긋하게 중미산 와인딩을 1번 타도 내리막 도착 지점에서 흰 연기 나는 차들이 많으니까요. 다만 3번째 풀 브레이킹에 들어갈 때 제동력의 저하가 느껴지는 점은 아쉽습니다. 무지막지 하게 때려밟는 풀브레이킹에 FF차량이면 어떤 차나 일어나는 약간의 피쉬테일이 일어나는데 3번째 브레이킹에는 안일어났거든요. 물론 잠기지 않으니 ABS도 동작하지 않았구요. 조금 이른 페이드 현상 때문에 제동력이 떨어지는데 브레이크액을 DOT4+급으로 업그레이드 해보거나 디스크로터를 조금 큰 것으로 바꾸어서 열용량을 키워보는게 도움이 되겠죠. 그래도 기자분께서 이야기 했던 것보단 제동력 저하가 덜 했습니다. 몇 분 주행하면 다시 브레이킹 필링 및 제동력이 회복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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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저가 가진 기능은 참 많지만 몇몇 특징적인 것을 찾아보면, 어드밴스드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이 가장 먼저 꼽힙니다. 속도를 유지하는 크루즈 컨트롤 기능에 앞차와의 간격 조절 및 완전히 멈추는 브레이킹까지 해주기에 어드밴스드가 붙었더군요. 멈췄다가 자동으로 출발도 하지만 3초 이상 정지상태면 크루즈 컨트롤이 일시정지 되어 위 사진과 같이 나옵니다. 액셀을 살짝 밟아주면 세팅된 상태의 속도로 돌아갑니다.

 

연비를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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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인 연비는 11.6km/L로 3.0리터 배기량 차량 치고는 높은 수치입니다. 실제 다니면 물론 이것보단 안나옵니다. 분당-청량리 구간을 고속화도로 대부분으로 다니면 램프 진입이나 진출 전후 신호등 구간을 포함해도 공인연비 근접하게 나오지만, 청량리-용산 구간을 동대문-종로-서울역과 같이 막히는 길 위주로 다니면 6km/L 정도 간신히 나옵니다. 아무리 직분사 엔진이라도 배기량이 있다보니 연비는 '최신형 직분사 엔진에 기대했던 수치'보단 조금 못미치기는한데 같은 구간을 그 어떤 차로 다녀도 경차나 디젤 승용 아니고서야 이 정도면 잘 나오는 편입니다. 

 

 

선택의 문제.


 

사진 속의 차는 4400만원에 달하는 완전한 풀옵션 차량이지만, 그랜저 가격표를 보니 2.4리터 엔진도 탈만한 기본 구성입니다. 아마 거리에서 많이 만나게될 그랜저는 2.4리터에 옵션 포함 3500만원 혹은 쪼금 더 쓰면 3.0리터에 추가적 옵션은 썬루프만 있는 3800만원 정도가 주가 될 것이라 예상되네요. 사실 이 가격대에는 이미 국산 준대형 차와 엔트리급 수입차들이 대거 포진해있죠. 르노삼성 SM7, 한국GM 알페온, 기아 K7, 토요타 캠리, 혼다 어코드, 스바루 레거시, 니싼 알티마, 포드 토러스, VW 파사트 등. 대칭형 4륜 구동에 수평대향 엔진이 특징인 레거시를 빼고나면 알페온과 K7 빼고는 마땅한 경쟁차종을 찾기 어려워 보입니다. 오래 되어 곧 모델 체인지인 캠리, 나름 신형이지만 고급스러움 측면에서 항상 부족한 어코드 등은 사실 상 조금 옵션 넣은 쏘나타와 비교해야 마땅해보이고(한국에선 가격 차이가 좀 있지만 상품 그레이드로 보면 그렇단 이야기고, 한국차도 감히 이만큼 성장했다고 생각합니다) 고속 안정성이 그렇게 좋다는 알페온도 한국 시장에는 개떡 같은 변속기 넣고 나오는 것을 보면 썩 내키진 않구요. 그랜저의 판매량에 놀란 K7도 얼마전 GDi 엔진으로 후딱 갈아타긴 했는데 같은 그룹의 차량이지만 그랜저가 더 늦게 출시된 만큼 보강되어 static rigidity 등에서 K7 대비 약간 그랜저가 우수하니 공격적인 K7 디자인 빼곤 달리기에 그랜저가 더 나을 수도 있겠죠.(특히나 코일오버 서스펜션으로 바꿀 생각을 한다면 말이죠.) VW 파사트는 패밀리 세단으로 좋긴한데 그랜저 대비 실내공간이 좁고 미국도 아닌 한국에서 (A/S 등을 감안할 때) 굳이 '폭스바겐'을 탈 이유는 좀 부족해보입니다. 더군다나 TDI도 아니고 4기통 가솔린이라면... 이렇게 다른 차종을 하나씩 트집 잡아보니 결국 경쟁 차종 중에는 그랜저 밖에 살게 없어 보이는군요 =_= 근간에 출시된 국산 차 중 가장 괜찮다고 느껴지기에 이 사이즈 차량이 필요하고 편하게 탈 차를 원하면 별 다른 고민의 여지 없이 그랜저를 사고, 남에게 추천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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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에 보강 바가 없는 진정한 파노라마 썬루프는 그랜저를 살 때 꼭 선택해야 하는 Must Choose 옵션입니다. 뒤로 보이는 썬쉐이드의 고급스러운 동작 소리도 신경 많이 썼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에쿠스, 제네시스보다 하위 차종인 그랜저엔 분에 넘치는 느낌인데 HG300 가장 상위 옵션에만 들어가니 아마 거리에서 직접 볼 일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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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의 엄청난 강점 중 하나는 트렁크 공간입니다. 이 많은 쇼핑백이 우겨넣지 않고 여유있게 한 번에 다 들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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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보면 파란 빛이 많이 돌지만, 아래 사진처럼 다른 각도에서 보면 블랙처럼 보이는 '블루블랙'색상이 새로 나왔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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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212 벤츠 E클래스와 비교하니 심플한 맛은 좀 떨어지지만 (벤츠 삼각별만 누가 훔쳐가면) 꿀리진 않아보입니다. 사실 저는 W211의 엘레강스한 멋이 사라지고 우락부락한 W212를 싫어해서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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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다보니 '현대차 만세' 처럼 되어 사실 좀 부끄럽긴 하나... 정말 많은 발전이 있는건 사실 입니다. 다만 '현대차'하면 떠오르는 느낌이 없는건 정말 답답할 지경입니다. '기아차'만 해도 예전의 그 느낌이 있잖아요. 그래서 그렇게 안팔리는 엑센트의 형제차인 프라이드를 많은 사람이 기다리기도 하구요. 한 10년 전에 어떤 차를 제일 갖고싶냐는 친구의 질문에 이런 이야기를 했었습니다. "McLaren F1이 가장 1순위이고... 중간에 Lotus Elan S1도 나오고... 언젠가 나올 Lotus Elan 신형(모터쇼에 나왔으니 조만간 나오겠죠?).. 하다가... 그래도 한국차 1대 쯤 갖고싶은게 생기면 좋겠어"라고 대답을 했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여전히 저는 갖고 싶은 한국차가 없습니다. 굳이 있다면 지금도 가지고 있는 '기아 엘란' 정도. 그것도 한국차라고 할 수 있다면 말이죠. 저 옛날의 똥차 60년대 Lotus Elan S1이 왜 갖고 싶은가? 생각해보면 양산차 기준의 퀄리티 스탠다드로 보면 품질은 x랄 같았지만 그 당시에 그 차는 코너 하나는 참 잘 돌던..정말 잘난 차였으니까요. 지금의 현대는 '품질 수준'은 정말 높아졌지만 '한국이라는 환경의 고등학교에서 볼 수 있는... 다 잘하는데 특출난건 없는.. 우등생' 느낌입니다. 현대차의 아이덴티티를 정립하는 '그 무엇'이 없다면 언제까지나 value-for-money로만 선택하는 차가 될거고 조금 있으면 중국차한테 밟히겠죠. 토요타는 미국차가 삽질하던 옛날에 엄청난 reliability로 지금의 토요타 품질 이미지를 만들었지만... 현대차는 그런 이미지도 없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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