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전 ...

포텐샤를 타고 있던중 처음으로 바꾸고 싶은 차가 등장을 했는데

바로 소렌토입니다.

출시되기도 전부터 클럽 소렌토에 가입해서 정보 수집에 들어갔습니다.

당시 렉서스의 RX300을 본딴 디자인이라는 소문도 많았지만

출시전 떠도는 사진을 보면 RX300보다 오히려 멋지게도 보이더군요.

기대하던 소렌토가 출시가 되고 전 예약을 했지만 밀린 주문 탓으로 바로 받을 순 없었습니다.

그때 고민했던 건 딱 하나...

디젤인데 시끄럽지 않을까?

의외로 클럽 소렌토에서는 디젤이라 시끄럽다는 사람은 별로 없었는데

저는 그 당시만 해도 실내에서 엔진음이 안들릴수록 좋은 차라고 생각하던 시절이었습니다.

신호대기중 옆에 서있는 디젤차에서 들려오는 달달거리는 특유의 소음과

뒤에서 뿜어져 나오는 까만 매연때문에 디젤차에 대한 반감이 많았기에

수출형 소렌토의 3.5 가솔린 엔진이 국내에도 하루 빨리 적용되길 바랄 정도였죠.

암튼 차를 기다리던중 동생 친구가 소렌토를 뽑았다는 말을 듣고 바로 달려갔습니다.

차의 내외관을 바라보는데 참 이뻐보이더군요.

그리곤 차에 올라타서 시동을 건 순간..

고요하던 주차장에 울리던 그 특유의 진동과 소음...

차가 출발하기도 전에 실망을 하고 말았고 그 날 예약을 취소했습니다.

벌써 오래 전 이야기입니다..

지금 즐겨타고 다니는 14년된 포텐샤는 그 당시 소렌토보다 조용하지 않고

E200K 역시 정숙한 차가 아닙니다...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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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 몇 년 간 디젤이라면 관심조차 가지지 않다가

재작년 골프 TDI / 페이톤 TDI 와 만나며 디젤에 대한 안좋은 선입견이 서서히 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VW 이 공들여 만든 페이톤만 방음 방진이 잘되어 있는줄 알고 있다가

이후 재규어 S타입 2.7D와 벤츠 E220 CDI 를 경험하고는

가솔린보다 디젤을 더 선호하게 되어 버렸습니다.

뛰어난 연비,실용 영역대에서 그 진가를 발휘하는 강력한 토크등의 장점이 있어도

구조상 어쩔수 없이 감수해야만 했던 디젤 특유의 소음과 진동때문에

디젤을 외면했던 저와 같은 생각을 가졌던 많은 운전자들이

강하지만 조용한 디젤에 눈이 가는건 당연한거겠죠?

VW TDI 와 더불어 주목받고 있는 푸조의 2.7 디젤 엔진이 어떤 엔진인지 검색하다보니

프랑스 자국내에서만 인정받고 있는 줄 알았던 푸조라는 자동차 회사가 엔진을 잘 만드는 회사더군요.

재규어와 랜드로버에 쓰이는 디젤엔진은 푸조가 3억 8천만 달러를 들여 개발한 제 3세대 HDi 엔진입니다.

아울러 BMW 미니에 쓰이는 엔진도 푸조와 공동 개발한 엔진이고 미니 디젤에 쓰이는 엔진 역시

푸조에서 받아서 쓰고 있는 엔진이라고 합니다.

607, 랜드로버 디스커버리3 , 재규어S타입 , XJ 에 얹어진 디젤 엔진은

2,721cc V6 디젤 터보로 최고출력 206bhp/4,000rpm, 최대토크 44.4kg.m/1,900rpm을 발휘합니다.

예전에 재규어 S타입 2.7D를 타보고 좋은 느낌을 받은바있는데

오늘은 같은 2.7 디젤엔진이 탑재된 디스커버리 3와 XJ를 타보았고

지금부터 XJ 2.7D에 대한 시승 소감을 써보려고 합니다.

이미지를 클릭하면 원본을 보실 수 있습니다.


디자인을 살펴보면 ...

 

재규어 뉴 XJ는 벌써 XJ시리즈의 7세대 모델이지만 그 아이덴티티를 꾸준히 유지해온

거의 유일한 모델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재규어 매니아들은 세대별로 미세한 부분까지 어디가 어떻게 바뀐줄 알겠지만

제 눈엔 꽤 오래전부터 동네에서 보아오던 브리티시 그린 XJ와 뉴 XJ가 어떤 차이가 있는지

모를 정도로 변치않는 디자인과 품격을 지니고 있습니다.

새로운 무언가를 보여주어야 한다는 업계의 추세에 편승하지않고

수십년간 눈에 띄는 큰 변화 없이 이어져온 그런 우직한 재규어의 전통에 대한 고집이

XJ가 영국내에서 중고차 가치 1위 차종으로 선정된 비결중 하나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S타입 2.7D의 4890 ×1,820 ×1440 mm 과  비교하면 5215 x 2108 x 1455 mm 의 큰 덩치이지만

100% 알루미늄 바디로 초경량화시킨 1735kg의 무게는 S타입에 비해 무려 100kg이나 가볍습니다.

그로인해 5 미터를 훌쩍 넘겨버린 긴차체로도 S타입에 비해 날렵한 몸동작을 보여 줍니다.

아울러 가벼워진 몸무게로 인해 아무리 디젤이라고는 하지만 11.6km/L라는 

타사의 동급 차로서는 상상하기 힘든 연비를 구현하고 있습니다.

오늘 시승한 차는 LWB 버전인데 SWB와 300만원 차이가 나지만

180cm에 가까운 동생이 앉아도 널널한  뒷좌석 공간만으로도

그만한 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되어지고

덤으로 앞좌석 헤드 레스트 뒤에 6.5 인치 LCD 모니터가 따라옵니다.

다이나믹하고 경쾌한 주행을 좋아하는 우리 같은 매니아들에게는 SWB가 선호되는 경향이 강하지만

XJ LWB는 비에 젖은 도로에서도 그 길이와 크기를 잊게 만들어 줄 정도로

급가속시나 코너링, 고속 주행시에도 결코 어눌하거나 불안한 거동을 보여주지 않았습니다.

독일 ZF의 6단 미션과의 궁합도 좋아서 J게이트를 사용한 수동 변속시

벤츠처럼 반박자 먼저 쉬프트 다운 혹은 업해줘야하는 스트레스가 없는 것 역시 큰 메리트입니다.

단지 수동 변속시 다른 차종들과는 달리 계기판에 현재 단수가 표시되지않아

RPM만으로 짐작해서 변속해야하는 점은 아쉽습니다.

페이톤 3.0TDI가 4륜의 안정감과 리틀 벤틀리의 럭셔리함을  우리에게 선사해주는 반면

XJ 2.7D는 독일의 럭셔리와는 다른 영국의 기품을 느끼게 해주면서도

아울러 경박하지 않은 스포티함과 다이나믹한 주행성능을 자랑합니다.

제원상 0-100이 S타입 8.9초에 비해 0.7초나 빨라진 8.2초를 보여주는데

등을 받쳐주는 체감 가속은 그 이상입니다.

은마아파트 4거리에서 휘문고 4거리까지의 가파른 언덕을 저RPM으로 치고 올라갈때의 그 경쾌함은

가솔린 대배기량 고출력 엔진이 아니면 느낄수 없는 그런 즐거움입니다.

시승 중간부터 장마비가 쏟아지기 시작했지만  도로위의 빗물도 XJ 시승의 별 위험 요소는 아니었습니다.

서스는 동급 차량들에 비해 단단한 느낌이지만 장거리 운전에 피곤함을 느낄 정도의 딱딱함은 아니고

젖은 노면의 고속 코너링에서도 마치 4륜을 타는듯한 안정감을 줍니다.

브레이크는 벤츠와 그 느낌이 비슷해서 몸의 쏠림이 없이 쫀득하게 속도를 줄여주는데

빗길에서도 그 진가를 충분히 발휘합니다.

재규어 XJ 2.7D...

오랜만에 맘에 쏙 드는 차를 만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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