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박인선입니다.

금번 구입한 스포티지R 디젤 수동모델 잠시 타보고 느낀 점을 올려봅니다.

비전문적이고, 다분히 개인적인 소견이오니 참고하여 주시길 바랍니다.

글 특성 상, 존칭을 생략합니다. 양해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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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짝사랑 했던 동네 누나는 잊자, 도회적이고 젊은 그녀가 웃는다.

 

 스포티지는 처음 등장 한 1994년 이 후, 신 모델이 나올 때 마다 나의 이목을 집중 시키고 지갑을 몇 번이고 열어보게

했던 유일한 국내 SUV모델이다. 특히 2002년형 AMEX 은회색 모델은 2년 뒤 신형모델이 출시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늘 마음 속의 드림카였을 정도다.

 

 개념있는 컨셉을 지녔음에도 판매량은 신통치 않아서 이미 단종 된 2002년식 스포티지 AMEX  은회색 그것도 수동모델

 중고차 시장에서 구하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더욱이 적은 마일리지에 곧바로 현역 입대해도 될 만큼의 상태좋은

중고차를 찾기란 농촌 총각 장가가는 것 만큼이나 힘겨운 일이어서 결국 스포티지 구하기 프로젝트는 클릭 디젤모델을

구입하면서 사실상 포기했었다.

 

 당시 거의 2년이 넘는 시간동안 수 많은 중고차시장을 돌아다녔고, 인터넷시장에서 이 놈의 스포티지를 찾느라 시력을

잃을 정도였으나 결국 인연은 닿지 않아 헤어진 그녀처럼 마음속에서 점점 잊혀져 가고 있음 무렵, 새로운 엔진을 얹고

신 모델이 개발 중이라는 기사를 접했다. 학창시절의 앨범 속 그녀가 대단히 세련된 아가씨가 되어 고향에 돌아온다는

듯 한 굿뉴스였다.

 

 

  # 10년이 넘는 짝사랑, 그 결실을 보다.

 

 언론과 입소문을 통해 들은 스포티지R은 사실 기대 이상이었다.

 

언젠가 국내에 2000cc급 디젤 수동6단 기어의 해치백출시된다면 곧장 구입하겠다는 말을 입버릇 처럼 하고 다닐때가

있었다. 그러나 국내시장에서는 여전히 내 입맛에 맞는 모델은 결국 나오지 않고 있다. 되려 수동기어 모델은 점점 설 자리를

잃고 2리터급 이하의 모델에만 적용되어 가는 실정이고, 미운 놈 먹던 떡 뒤통수 후려치 듯, 도통 사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을

정도로 부족한 옵션구성은 애국심마저 상실케 만든다.

 

 마지막 기차표. 아니면 걸어간다는 심산으로 기다렸던 스포티지R의 카다로그가 어느덧 내 두손에 쥐어져 있다.

 

 처음 스포티지R의 사양표를 받기 전 마음가짐은 '그래 포기 할 건 포기하자'였다. 그런데, 최신 사양의 VDC 전 모델 기본장착,

진폭감응형 댐퍼, 속도감응식 스티어링휠, 18인치휠/타이어, 가죽시트, 파노라마 선루프까지...

그야말로 나에게는 초호화부폐와도 같은 상차림이 아닌가. FF라서 괜찮았던 4WD까지 욕심이 날 지경이었다.

더욱 다행인 건 듀얼에어백도 황송한 나에게 자동기어를 선택하면 구성되는 버튼시동이나 AV, HID벌브등은 최신형 캠코더

처럼 전혀 구매욕구가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내가 포기할 건 단지 4WD였다.

이른바 Real CUV라 하지 않았던가. 그래 네바퀴로 가는 자동차는 잊자.

 

 사양확인 후 계약은 단 이틀만에 이루어졌고, 쌀쌀하던 지난 주말 강원 영서지방의 한적한 국도변을 어느새 그녀와 함께

달리고 있다.

 

 

  # 같이 살아봐야 그 속을 알까?

 

 화창한 금요일 오후 그 간 보아왔던 은회색과는 사뭇 다른 미네랄 실버의 스포티지가 아스팔트 한켠에 잔뜩 웅크린 채

나를 반긴다. 광주에서 안산출고장을 거쳐 4대가 적재 가능한 캐리어를 타고 내가 사는 이 곳까지 안전하게 왔으리라.

시동을 걸어 엔진음과 진동 등을 느껴보고 간단히 외관을 살핀 후 차량인수증에 서명했다.

승예약도 하지 않았던터라 실로 스포티지R의 운전석에 처음 앉아보는 셈이었다.

 

 스포티지R은 역대 스포티지 중 가장 남성적이고 다이나믹한 풍모 지닌 것 같다.

개인적인 생각에 기아차 부사장의 날 선 디자인이 기아차 중 가장 잘 어울리는 만큼 요즘 예쁜 국산차로 스포티지를 꼽는

사람들이 많아지긴 했다. 어느 기자의 말 처럼 혼다의 CRV와 왠지 닮았지만 오히려 스포티지의 완성도 높은 디자인감각은

CRV의 그 것보다 더욱 야무지고 강인해 보인다.

 

 스포티지R의 외형은 확실히 이전보다 진보적이고 동력성능과 결부지어 패셔너블한 슈트를 잘 소화해내는 모습이다.

운적석에 오르면서 우선 시트의 질감을 느껴본다. 사실 처음엔 인조가죽인지 진짜 가죽인지 분간을 할 수 없었다.

그럴리 없겠지만 메이커에서 속여팔아도 십중팔구는 가죽이라 믿을수 있을 만큼 시트의 질감이 타이트하고 색감이 좋다.

또한 단단하게 여며 놓은 스티치가 버킷서포트를 단단히 잡아놓았다.

시트의 디자인과 착좌감이  체격이 보통인 나로써는 일단 합격적이지만 낮은 무게중심보다는 시야확보를 우선하는 

4WD 매니아에겐 다소 어정쩡한 시트높이가 될 수 도 있겠다.

 

 우선 시동키를 돌리니 익숙한 디젤엔진소리가 들려온다. 상당히 억제된 진동, 나지막한 아이들링. '그래 이 정도면 돼'

대단히 고무적인 부분은 스티어링 휠을 타고 전해지는 진동이 거의 느껴지지 않을만큼 깔끔하다. 가죽을 씌우지 않은

탓에 감성품질을 흐려 놓았지만 그립감은 확실히 맘에든다. 핸즈프리와 오디오 그리고 음성인식기능등을

조작하는 버튼등도 배열과 조작감이 좋다.

작은 지름의 스티어링휠 사이로 보이는 클러스터는 요즘 대부분의 차들이 그렇듯이 선명하고 시원시원하다.

속도계는 240km까지 표시해 놓았고, TLX트림의 트립컴퓨터는 주행시간, 평균속도, 누적/순간 연비, 주행가능거리,

외기온도등을 순차적으로 보여준다. 또한 주행속도와 회전수를 기반으로 변속해야 할 단수를 표시하는 기능이 재미있다.

다만 나의 운접습관을 고려하면 전혀 참고가되지 않는다. 그저 변속이 가능한 최저회전수 혹은 저소음 운전가능 변속시점

정도로 참고 할 만하다. 적당한 위치에 보기 좋게 자리한 체인지레버쪽으로 눈을 돌린다.

 

 어린시절 시내버스를 타면 맨 앞좌석을 확보하는 버릇이 있었다, 멀미 탓이 아니라 긴 수동기어를 현란하게 다루시는

기사아저씨의 멋진 운전기술을 더욱 유심히 보기 위해서 였다. 수동기어에 대한 애착은 바로 그 시절 

아직 포장이 되지 않은 고갯길도 익숙하게 다니던 초록색 시내버스에서 기인한다.

 

 오른손을 6단까지 마크된 기어봉에 가져가 본다. 왠지 심장박동수가 빨라지는 듯 하다.

아무리 똑똑하고 진보적인 그 어떤 자동기어도 수동기어를  대체 할 수 없다는 게 나의 견해이다.

수동기어가 빠르니 오토가 유리하다느니 하던 수 많은 논쟁들은 비약적인 트랜스미션의 진화와 더불어

오토매틱 방식 우수한 쪽으로 결론이나고 있는 듯 하지만 수동기어는 단지 연비와 성능을 위해서 선택하는 것이 아닌

수동기어만의 감성적인 무언가에서 비롯 된다고 생각한다.

 

 

 # 첫 데이트

 

 길들이기도 할 겸 내가 선택한 첫 드라이빙 코스는 인천에서 출발하여 강원도 영월 가는 길로 왕복 500km쯤 되는 듯 하다.

특히 중앙고속도로 신림IC를 나와서 영월까지 이어지는 88번 국도는 한적하고 적당히 구불거리는 최적의 코스인데다

굽어지는 강변의 풍광도 볼 만 하다.

 

 가볍고 부드러운 클러치페달은 여유가 많은 싱크로와 더불어 부드러운 출발이 가능하고 다소 타이밍을 늦춘 변속에도

매끄럽게 동력을 직결시킨다. 클러치 미트가 어렵다는 일부 소문이 무색할 만큼 클러치의 치합이 좋고 부드럽다. 다분히 

높은 기어비의 특성들이 나타나지만 두터운 토크밴드는 임의변속을 별 무리없이 이끌어낸다. 

다만 하이기어의 특성으로 잦은 변속을 요구하게 되는데 다소 깊숙한 클러치 탓에 저속에서의 몸놀림이 바쁘다. 

굽어진 88번 국도를 달리는 동안 엔진과 미션에 충격을 덜 하기 위해 다운시프트 시에는 항상 더블클러치 조작을

했는데 정점의 회전수를 잡아주는 모습이 확실히 인상적이다. 이는 R엔진이 이전 엔진보다 확실이 개선된 효율과

관계되는 부분처럼 보인다. 고급승용차만큼이나 스트로크의 신장력이 세련되어 과격한 트랙션에도 동승자가 놀라지 않을

정도로 부드러운 레브매칭이 가능하고 오르간타입의 악셀페달이 더욱 정교한 조작을 도모한다.

 

 영월의 국도변을 주행하는 동안 한계제동은 한번도 없었지만 브레이크용량이 확실히 부족하다는 것을 느꼈다. 

무게배분에 불리한 SUV 임을 감안하더라도 프런트쪽의 제동이 상당히 더디다. 이는 타이트코너에서의 돌발상황이나 

내리막길에서 상당히 불리한 요소로 작용 할 게 틀림없다. VDC가 위안이 되기도 하지만 개선의 여지를 남기고 말았다. 

길들이기 주행이 끝나고 좀 더 다이나믹한 테스트드라이빙 후 판단해도 늦지 않겠지만 벌써부터 투피스톤 브레이크 셑을

알아보고 있다.

 

 한계주행에 관한 결과치를 두고 혹자들은 '얌전히 다니면 된다', ' 난 그렇게 운전을 하지 않는다'라고 할 수 있지만

예측할 수 없는 돌발상황, 공도의 불확실성은 종이한장 차이의 퍼포먼스에 극과 극의 결과를 야기하기도 한다.

예측 할 수 없는 단 한번의 작동을 위해 에어백을 선택하는 것, 비싼 자동차보험료를 지불하는 것은 모두 같은 이치인 셈이다. 

 

  영월의 몇몇 명소를 돌아본 뒤 인천으로 돌아오는 길에 비가 내린다.

안전을 위해 정속주행을 하면서 그제서야 자체출력 160W라는 순정오디오의 음질을 느껴본다. 아쉽게도 정품CD가 없는

관계로 스마트폰의 블루투스를 통한 MP3를 들을 수 있었다. 순정오디오의 음질이야 여전히 한계는 있지만 베이스 레벨만큼은

확실히 선이 굵어졌다. 

 

 제동성능에 아쉬움은 있지만 전체적으로 뿌듯했던 스포티지와의 첫 주행은 기분 좋게 마무리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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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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