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독일에서는 자동차 관련 법규가 상당수 신설되었습니다.
모든 EU 국가에 적용되는 부분이기도 하지만
주간 주행등이 신차에는 모두 의무화 된 것이 가장 큰 부분이겠네요
(몇 해 전부터 시행 예고를 했습니다).

 

 

자동차 주행 시에 연비에 영향을 미치는 수많은 부분 중에 하나가
전기 계통의 작동 유무인데, 크게는 10% 까지 영향을 미친다고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아무리 연비 운전을 한다고 해도
1. 오디오 볼륨
2. 공조장치
3. 라이트 점등
이 세 가지 때문에 최고치의 연비를 찍기 힘듭니다.


원래 연비 계산을 안 하고 살긴 하지만

(요즈음에 정보가 너무 많아서 이것까지 신경쓰고 살려면 머리가 터질 것만 같아서요)
근래 들어 연비가 확 떨어졌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시내 주행이 대부분인 제 운전 경로에서 가끔 200여 km 떨어진
베를린에 다녀오는 것도 일종의 '즐겨찾기' 개념입니다.
보통 '만땅' 상태로 출발하여 베를린에서 개인 일정을 소화하고
다시 제가 사는 도시로 돌아와도 며칠 동안은 시내 주행을 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집에 돌아오기가 무섭게 연료 경고등이 점등합니다.
아.. 대체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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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연료에 있었습니다.

올해 초부터 독일 주유소에는 기존의 휘발류가 아닌, 다른 녀석이 하나 등장했습니다.
저는 포인트 적립 때문에 ARAL 주유소를 이용합니다.

 

디젤을 제외하고 가솔린에는 원래
1. benzin - 일반 가솔린입니다. 현재 주유소에 없습니다. (작년까진 있었죠)
2. super 95 - 무연 휘발유라고 해두죠. 현재 휘발유 차량에 대부분 주유합니다.
3. super plus 98 - 옥탄가 98의 고급 가솔린입니다. 좋은 엔진이 장착된 차량에 주유하겠죠. ^^
4. ultimate 102-  옥탄가 102의 최고급 가솔린입니다. 주유소마다 이름은 조금씩 다릅니다.
(shell 주유소의 경우는 v-power라는 이름입니다)

 


지난 겨울에 한국을 갔다오니 주유기가 조금 달라져 있습니다.
거의 보기 힘든 benzin이라는 일반 휘발유 주유기가 없어진 건 그렇다쳐도,
매번 잡아채던 super 95라는 손잡이에 갑자기 super 95 E10 이라는 숫자가 보입니다.

 

어? 이건 뭐지?
순간 당황했습니다.
잘 모르겠다 싶어서 조금 비싸도 옥탄가 높은 super plus 98의 주유기를 끌어다가
일단 꽂았습니다. 군 시절에 주유기 담당 고참의 실수로 휘발유 차량에 폐유를
넣었다가 연료 탱크까지 내린 기억이 아찔하게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Bundesregierung-haelt-an-Bio-Sprit-fest_ArtikelQuer.jpg

저 말고도 가끔 이런 사람들 있습니다

사진출처: http://www.op-marburg.de/var/storage/images/op/lokales/wirtschaft/wirtschaft-lokal/bundesregierung-haelt-an-bio-sprit-fest/11666655-1-ger-DE/Bundesregierung-haelt-an-Bio-Sprit-fest_ArtikelQuer.jpg

 

 

계산대에 가서 직원에게 물어봤습니다.
"저건 뭐야? E10?"
"너 뉴스도 안 보고 사니?"

 

몇 천원 더 지불하니까 짜증도 나고.. 답변도 성의없고..
집에 와서 여기저기 찾아봤습니다.

 


아..
기존의 휘발유에는 천연 에탄올이 5% 첨가되는데 배출가스에 co2가 상대적으로 적게 나오도록

강제적으로 만들기 위해 천연 에탄올을 10%를 첨가했다고 합니다.
문제는 배기가스 기준인 '유로 2, 3, 4'에 충족하지 않는
구형 엔진은 절대 주유 불가입니다. 엔진이 부식된다고 하더군요.

 

뭐.. 저도 주워들은 바로는..
2015년 이후에 co2 발생량이 기준치가 넘으면 패널티를 내는 이유 때문이라는데,
굳이 이런 시덥지 않은 핑계로 급작스레 E10을 도입한 것은 무리수가 많아보입니다.
실제로 승용차 및 소형 화물차 등에서 배출되는 배기가스가 전체 수치에
얼마나 영향을 끼치는지, 자세히는 몰라도 얼마 안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렇게 된다면 연비를 어떻게든 상승시켜보려던 자동차 생산업체도 곤혹일텐데요..
신차 발표시에 옥탄가 98과 E10 두 개로 나눠서 발표해야 정당할 것 같습니다.

 


물론 종전처럼 판매되던 무연 휘발유인 super 95는 그대로 있습니다만
가격은 옥탄가 98인 super 98과 동일합니다
. 어처구니 없는 상황인거죠..
당장에 주유기를 잡고 있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예전과 가격이 비슷한 E10을 주유하느냐,
아니면 조금 더 주고 종전에 넣던 무연 휘발유 super 95를 넣느냐,
그것도 아니면 super 95와 동일한 가격에 옥탄가가 더 높은 super 98을 넣느냐' 의 기로에 서 있습니다.

 

솔직히 밥 먹듯이 그냥 주유하는 저같은 소비자로써는 뭐가 뭔지 잘 모릅니다.
에탄올이 5%가 들어갔는지 10% 들어갔는지 맛을 볼 수도 없는 것이고,
차에서 노킹 현상이 일어나는 것도 아니라 무작정 E10을 주유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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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 주유 시마다 인생극장입니다.

사진출처: http://www.gtue.de/fm/303/zapfsaeule.jpg

 


얘네들도 정책은 좀 현실과 동떨어진 부분이 많습니다.
올드 타이머로 분류된 차량에는 번호판 끝에 H라는 알파벳을 붙여주며
각종 혜택을 주지만, 정작 밥을 먹여야 할 때는 좀 비싼 녀석으로 집어넣어야 합니다.
'푼돈 나가는 거 아까우면 그냥 정리하고 신차 구입해라'는 식으로 들립니다.


처음에는 E10 이 뭔지 몰라서 옥탄가 98의 고급 휘발유를 주유했지만
왠지 신뢰감이 가질 않아서 계속 그렇게 주유했습니다.
그러다가 고작 몇 천원 차이일 뿐 인데, 조금이라도 아껴보자는 취지에
E10을 주유했더니 연비가 꽝인겁니다. 안되겠다.
요즈음에는 섞는 편입니다. 옥탄가 98 두 세 번 주유하고 E10 한 번.. ㅎㅎ

가능하면 E10을 주유하지 않는 편인데, 주머니 사정이 좀 빠듯할 때는 어쩔 수 없더라구요.

 

이 곳에 거주하면서 광우병, 조류 독감이 있었을 때도

'먹는 것 까지 스트레스받으며 살아야겠어?'라는 식으로

다 먹고 살았습니다. 심지어 지난 연말에 계란이 어쩌고 하면서

할 때도 꾸역꾸역 잘 먹고 지금껏 살아왔습니다.

독일이라는 나라가 적어도 먹는 것 가지고 장난치지는 않거든요..

 

제가 이 연료를 거부하는 이유는 몇 가지 있습니다.

1. 새로운 연료이므로 왠지 모르겠지만 신빙성이 없다.

2. 다양한 차종과 다양한 환경 및 주행 스타일이 있기 때문에 검증의 시간이 필요하다

(신차가 출시되었을 때 1-2년 후에 구입하자는 제 의지와 비슷합니다)

3. 소비자의 입장에서 장점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것 하나 없고 연비만 떨어진다.

 


독일 내에서 여러모로 말이 많은 사안 중 하나입니다.
과연 E10이 폐지될 것인지, 아니면 계속 이렇게 지속될 건지 정말 모르겠습니다.

현재로써는 '답도 없다'이긴 하지만.. 당장 폐지될 여론은 확산되지 않습니다.

물론 자동차 잡지사에서는 계속 문제를 제기하지만.. 받아들여지질 않는 것 같네요.

 


만일 독일에 오셔서 렌터카를 이용하신 후에 주유하신다면,
휘발유 차량은 super E10의 주유기를 뽑아 채워넣으시길 바랍니다.
굳이 반납하는 차량에 옥탄가 98의 고급 휘발유를 넣어줄 필요까진 없잖아요 ^^

 

하지만 독일에 장기간 거주하시면서 자신의 차량을 소유하실 분들이라면
부담되더라도 옥탄가 98의 휘발유를 넣으시라고 권유해드리고 싶습니다.

독일에 오시는 분들이 많아서 참고하시라고 글을 쓰다보니 또 길어졌네요.
더욱이 독일의 자동차 관련 사항은 꼭 국내에도 영향을 미치다보니,
행여나 먼 훗날 한국에 E10이 도입된다면 주도하셔서 좀 막아보시길 ^^

 

 

다음주엔 새로 단장한 슈투트가르트의 메르체데스 벤츠 박물관과
포르셰 박물관을 견학할 예정인데.. 왔다갔다 할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발이 후덜덜 떨립니다.

머릿속에 정리할 여력이 생기면 관련 글도 추후에 올려보도록 하겠습니다.

 

 

 

안전 운전 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