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에 올려주신 글 들을 읽어보니 엘란트라가 유독 눈에 많이 띄네요.ㅋㅋ
아무래도 오래되다 보니 그만큼 잔고장의 발생도 많다는 말이 되겠지요...
내친김에 큰 일은 아니었지만... 제 경험담도 한번 올려볼까 합니다.


1. 크랭크 리테이너...


언제였는지는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지만 차를 받아오고 나서 반년쯤 지났을 때 였던 것 같습니다.
주말에 드라이브나 갈까 하고 차에 시동을 켜고나서 주차장에서 차를 빼는데... 문득 사
이드 미러를 보니... 웬 시커먼 액체가 차가 있던 자리에다가 검은색 피자 한판을 만들어
놨더군요.
"뭐고?..."
휴지 한장을 들고 차에서 내려 땅에 떨어져 있던 액체를 살짝 찍어봤더니... 약간 황토색 비슷한 액체가 묻어 나는게 보였습니다.
"뭐가 샜나?..."
그러면서 차 밑을 봤더니...
마치 소가 작은일 보듯... 뭔 한줄기의 액체가 대책없이 떨어지고 있더라는...
난리났다 싶어서... 일단 시동을 끄려는데... 정체모를 타는 냄새까지...

이러다가 엔진 눌어 붙는거 아닌가 싶어서 급히 시동을 끄고는 집에 올라와서 인터넷 검색으로
액체의 정체를 파악해봤습니다. 결론은... 엔진오일...
(사실 그땐 오일 종류의 색깔도 전혀 모를 때 였습니다.-.-;;;)
정비소에 전화를 했더니 잠시후 렉카 한대가 도착하고... 차에서 내린 단골 정비소의 정비사 아
저씨께서 한 10분동안 이리 저리 차를 살펴보시더니...
"크랭크 리데나가 나갔네요".
(사실 리데나는 일본식 발음이라고 해서 저는 그냥 리테이너라고 하는데... 맞는지 모르겠습니다.ㅋㅋ)
결국 날씨 좋던 그날...  드라이브도 못가고... 동네 개초딩들의 "저기 똥차 끌려간다~" 하는 놀림과 함께... 정비소로 차를 보냈습니다.
수리할 때... 밸브 가이드씰 까지 같이 교체 했더니 한동안 크게 신경 쓸 일은 없더군요.


2. ECU


두어달 전 쯤에 오른쪽 바퀴 안쪽 부분에서 흰연기와 함께 타는 냄새가 나던 적이 있었습니다.
에어컨을 켜고 약간 고rpm(4~5000)을 쓰고나면 늘 그런 증상이 나타나서 첨엔 에어컨에 문제
가 있나... 했다가 아무래도 안되겠다 싶어 근처 정비소에 들러 리프트에 차를 띄워봤더니...
여기저기에 오일 흐른 자국... 정비사 아저씨께서 보시더니 엔진오일이 새서 열이 있는 곳에 묻
어 타는거라고 하시더군요. 마침 적산거리계를 보니 타이밍벨트도 교환해야 겠다 싶어서 같이
교환하기로 하고는 일단 수리 시작...

이래저래 수리 하는데 시간이 흐르고... 거의 다되었다는 정비사 아저씨의 말씀...
그런데... 갑자기 차가 시동이 걸리지 않더군요. 분명히 크랭킹은 되는데... 우렁차게 나와야
할 그놈의 "부릉~" 소리가 나오지 않더라는 겁니다. 정비소에서 차가 퍼진 황당한 상황...
정비소에 있던 모든 정비사 아저씨와 심지어 옆에서 수리받던 차주분들까지 무슨 일인가 싶어
서 모두 제 차 앞에 모이고... 괜히 창피해져서 제 얼굴이 화끈거리더군요.ㅎ

타이밍벨트 코가 맞지 않나 싶어서 죄다 분해해서는 새로 조립을 해도... 점화플러그를 확인
해도... 배전기를 확인해도... 연료가 올라오는지 확인해도... 아무 이상이 없었습니다. 그러다
가 때마침 스캐너를 꽂았더니 ECU가 먹통인게 확인 되었고... 결국 재생품을 주문하고는 무작
정 ECU를 기다렸습니다.  

멀뚱히 서서 정비소 앞을 물끄러미 보는데... 쌩쌩 달려가는 엘란트라만 다섯대... 평소엔 별 일
도 아닌데 그땐 왜 그렇게 부럽던지... 제 아무리 똥차라지만 막상 퍼져버리니 기분이 참 우울했습니다.
속으로 "제발 시동만 걸려라... 걸리면 고급휘발유 한번 넣어준다..." 하며 ECU를 눈이 빠져라
기다리던 중에... ECU가 도착하고... 다시 걸리는 시동...
"와앙~! 와아앙~~~! 와아아아아앙~!"
평소엔 쓰지도 않는 6000rpm까지 화끈하게(?) 뽑아주시는 약골 "뉴 오리온" 엔진...
결국 정비소 영업시간을 훌쩍 넘기고서야 수리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차를 몰고오면서 생각해보니 일전에 노킹때문에 점검차 정비소에 들렀을 때 스캐너와 차가 통
신이 되지 않는다는 얘길 들었던 것이 생각났습니다. 그때야 그게 뭔지도 몰랐고... 그동안 한번
도 시동이 걸리지 않는 일이 없었던 터라... 갑자기 그렇게 나가버렸다는게 조금 황당하긴 했지
만... 만약에 나도 모르게 정비소에서 실수를 했다 하더라도 어차피 갈아야 할 거 갈았다 생각하
고는 그냥 말았습니다.

수리하고 나서는... 오일도 새지 않고... 타는 냄새도 나지 않고... 시동도 잘 걸립니다.
고급휘발유는... 그냥 자주 세차해주는 걸로 대신 해버렸습니다.ㅎㅎ
다만... 가끔씩 시동이 꺼지는 문제 때문에 또 정비소에 가봐야 할 것 같네요.-.-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