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재미있는 주제인 것 같습니다.

서킷에서는 빠른 것 자체가 운전의 모든 것을 대변할 정도로 절대적이지만 공도에서는 훨씬 다양한 것들이 고려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빠른 랩타입을 내기 위한 원리와 공도에서 잘하는 운전이 상당부분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경우도 있습니다만 서킷에서 빠른 운전자들의 일반 공도주행의 스타일이 천차만별인 것을 보면 공도 주행에 최적화된 운전도 나름 서킷에서 빠른 랩타임을 내기 위한 기술에 버금갈 정도로 복잡 미묘한 것 같습니다.


제가 동승했던 유럽의 프로 드라이버들의 공통점은 섬세함의 깊이가 있다는 것입니다.

예를들어 뉘르브르그링의 링택시를 운전하던 BMW GT드라이버의 빠른 드라이빙과 쿨다운을 위해 저속으로 달릴 때 그 느낌이 완전히 일치할 정도로 차를 어루만지듯이 다루는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운전의 기본은 일단 부드러운 조작으로 매우 미세한 컨트롤이 가능할 때 그 수준을 말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F1드라이버 중에서도 유독 부드러운 드라이버가 있고, 좀 거친 드라이버가 있는데, 1/1000초를 다투는 드라이버간 부드럽기와 거칠기는 일반인들 기준에는 종이 한장 차이이기 때문에 거칠고 저돌적인 드라이버라는 것이 상대적인 의미를 벗어나 과격한 운전이 빠를 수 있다는 논리로 이어질 수는 없습니다.


차는 평면위를 달리는 물체이기 때문에 운전자가 스티어링 휠이나 패달을 조작하는 그 양만큼 차는 움직임으로 동승자에게 전달됩니다.


운전자는 운전하면서 반사하기 때문에 옆좌석에서 느끼는 것만큼 미세하게 느끼지 못할 가능성이 큽니다.

그래서 자기는 부드럽게 운전 잘한다고 생각하지만 동승자는 전혀 아닌 경우가 참 많죠.


쉬운 예로 급제동을 하는 운전자가 머리가 앞으로 꽁꾸라지는 경우가 없지만 동승자는 그럴 수 있는 것을 생각하면 운전하는 사람은 스스로 반사하는 것으로 차에 일어나는 물리적인 움직임을 덜 느끼게 됩니다.


때문에 운전자가 동승자가 느끼는 것과 동일한 수준의 차량의 움직임을 느낄 수 있으면 발전의 가능성이 커집니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항상 제동이 가장 어려운 숙제중에 하나인데, 제동을 밟는 것보다 놓는 것이 훨씬 심오하고 복잡합니다.

브레이크를 밟는 시점부터 정지하기까지의 거리를 100m라고 가정하고 제동의 압력을 증가시키는 구간이 50m를 넘게 되면 이는 이미 잘못된 제동입니다.

잘하는 제동은 압력을 가하는 구간보다 힘을 빼면서 놓는 구간이 길어야 부드럽게 제동되는 것입니다.


서킷에서 코너를 향해 스티어링 휠을 틀기 바로 직전까지 최대 제동을 가하고 있으면 푸쉬언더가 나기 때문에, 제동을 푸는 과정을 통해 앞으로 쏠렸던 무게중심을 원위치 시켜 밸런스를 유지하는 그 노력이 일상 공도에서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서킷에서 잘타는 운전자들도 공도에서 제동이 부드럽게 느껴지지 못하는 이유중에 가장 큰 부분이 바로 위에도 언급했듯이 제동거리 내에서 제동압을 배분하는 구간을 브레이크 압을 푸는 시간을 짧게 잡는 경우가 많은데, 이 부분은 제동을 마스터하는데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봅니다.


습관적으로 차를 정차시킬 때는 정지하기 바로 직전에 제동압력이 0에 가까운 것이 좋습니다.

일반적으로 운전좀 하신다는 분들이 정지 직전에 브레이크 패달을 살짝 놓아 충격을 줄이는 그 운전법을 좀 더 고차원적으로 적용시키면 차가 타력으로 달리다가 자연스럽게 멈추는 느낌으로 차를 세울 수 있는 것이 가장 완벽한 제동이라는 것입니다.


사람들이 부드럽다. 운전잘한다. 이런 표현을 많이 하는데 사실 조향, 가속, 제동등의 조작기술은 바로 수치화할 수는 없지만 구체적으로 평가될 수 있는 부분으로 왜 부드럽지 못한지? 왜 거친지?등을 구체적으로 표현 가능합니다.


제동압력이 불규칙하거나 멈춰야겠다고 맘먹은 바로 정확한 그 지점에 차를 세울 수 있는지 여부, 즉 늘 맘먹은데로 차를 조정할 수 있는지? 차에 무리를 주는 운행을 하진 않는지? 운전은 매우 복잡하긴 하지만 논리적으로 모두 설명이 가능하기도 합니다.


스포츠 주행을 하게 되어도 부드러운 운전의 리듬은 같아야하며, 초고속으로 갈수록 부드러움의 깊이가 더 강해져야 차를 안전하게 컨트롤 할 수 있고, 이런 숙련된 운전자가 정속으로 차를 몰 때의 부드럽기와 안정감은 그렇지 못한 운전자와 하늘과 땅차이입니다.


운전은 안전 및 생명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행위인만큼 노력해서 잘할 수 있으면 매우 좋고, 이러한 섬세한 조작과 부드러움에 대한 기본적인 원리는 서킷에서 차를 빨리 모는 것과 좀 다른 훈련이 별도로 필요한바, 자신이 서킷에서 빠르기 때문에 공도에서 차를 안전하게 잘몬다는 것은 별개의 것임을 알아야 합니다.


이 모든 것을 고급운전 기술이라 부르면 적당하다고 봅니다.


-testkw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