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미래 학자도 아니고, 그렇다고 지금 당장 보고서를 써야 하는 애널리스트나 경제 연구소에 박사님들도 아닙니다만은, 단순히 '이럴 것이다' 라고 예측하는 보고서가 쏟아져 나오는걸 보면서, 그중에서는 올바른 이야기도 있고, 전혀 현실 성이 없는 이야기들도 있어서 조금 이해 하기 쉽게, 또, 지금까지의 예를 들어가면서 몇가지 유의깊게 보아야 할 점들을 정리해 봅니다.


모든 내용들은 사실 그 하나 하나가 계속 순환되는 큰 먹이 사슬의 한가지에 불과 합니다. 하지만, 각각의 상황을 이해 하고 나면 '악순환의 고리'를 좀 더 넓은 시각으로 보실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1. 차량 가격이 비싸 진다. 

a) 부품 가격: 보통 메이커에서 하나의 부품을 조달할때는 대강의 예상하는 생산/판매량에 맞춰 이에 따른 주문(발주)를 하게 되고, 각 서플라이어들은 자체적인 기술 요구도나 공장의 운용 상황을 보아 가면서 이에 맞춰서 견적을 내게 됩니다. 이러한 견적에는 당연히 새로운 '금형'등을 짜기 위한 비용부터, 초기 생산시 라인에서 사람이나 기계가 숙련되지 않았거나, 처음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 해야 하기 때문에 겪는 지연등에 대한 비용등이 포함되게 되는데, 이에 따라서 예를 들어 하나의 차종이 약 4~5년 정도 만들어 진다고 하면, 초기 1~2년치나 이에 반한 생산량, 즉, 초기 10만개니 하는 숫자에 이러한 비용을 나눠서 계산하게 됩니다. 특히나, 기존에 국내 회사들이 해왔던 '국산화'등에 대한 요구에 맞추기 위해 외국 회사들에서 초기 물량만 수입하고 나머지는 다른 회사로 돌리는 경우가 많았던지라, 외국 회사들은 거의 '초기에 확정된 물량'에 이러한 추가 비용등을 다 집어 넣어서 견적을 넣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가 흔히 '무슨 회사가 하청 업체들에게 무조건 적으고 몇%의 원가 절감을 요구 했네.' 라고 이야기 하지만, 사실 이건 단순하게 '무조건 얼마를 깎아서 납품 하시오' 가 아니라, '우리가 처음 예상 했던 물량보다 물건이 더 잘 팔려서 당신들에게 물건을 더 사갔으니, 당신네 입장에서는 공장을 돌리면 돌릴 수록 사용률(Utilization)이 높아 졌을 것이고, 이에 따라 내가 보기에는 이 정도 가격을 내려 줄 만한 여력이 있지 않겠느냐?' 내지는 '새로운 제품을 만들기 위한 초기 투자 비용이 빠지는 수준에 이르렀으니, 이제 그 초기 투자 비용에 대한 추가 가격 계산 부분만큼을 깎아 주시오' 라고 이야기 하는 내용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다만, 이게 '주먹 구구식' 경영을 하던 일부 영세 업체에서는 '이제 좀 돈 벌만 하니 원가 절감하라고 쥐어 짠다.' 라는 불평을 낼 만한 구실이었기도 했지만 말이죠.


그러면 이 이야기가 왜 지금 '일본' 사태로 인한 자동차 업계의 변화에 영향을 미치는가? 하면, 특히나 지진과 쓰나미의 영향을 받았던 지역이 지난 20년 동안 '신 개발 지역'으로서 '신기술과 관련된 새로운 공장'을 지을때 '농촌 부흥 정책'의 일환으로 지어진 공장들이 많다는 것에서 부터 이야기가 계속 되어야 합니다.


지난 20년간 자동차 업계에 새로 등장한 기술이라고 한다면, 대표적인게 전자 기기와 관련된 부분일겁니다. '전장'이라고 불리우는 각종 메카트로닉스(Mechatronics ; 기계를 뜻하는 Mechanic 과 전자를 뜻하는 Electronic의 합성어) 와 관련된 각종 신기술과 관련된 공장들이 몰려 있던 곳이 바로 이 지역이라는 것이죠. 


결국 이렇게 '정부의 보조'등에 힘입어 새로 지어진 공장에서 나오는 부품들은 그 정밀도나 생산성에 있어서 기존의 공업지역에 있던 공장들 보다 비약적인 발전을 보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특히나 전기차용 배터리나 일부 부품에 있어서는 각종 자동화 설비등을 통해 같은 회사의 다른 공장보다 약 20%에서 많으면 80%까지도 시간당 생산량이나 생산성(각종 불량들이 나는 수치나, 제작하는데 들어가는 비용등)이 차이가 나는 경우가 많았다는 거죠.


결국 이 공장들이 무너지거나, 기계들이 못쓰게 되고, 홍수에 공장이 쓸려 내려 가면서, 궁극 적으로는 사용 불능에 이른 경우가 대부분이라는게 현재 파악된 내용입니다.


이로 인해, 지금 당장 부품이 더 이상 공급 되지 않을뿐 아니라, 실제로 이러한 부품을 다른 회사나 다른 공장에서 만들려고 해도 새로운 공급 계약이 이뤄져야 하게 되므로, 위에서 설명한 것과 같이 '금형'이나 새로운 제품 생산 시작에 대한 부대 비용이 이에 따라 추가 되어야 함에 따라 부품 구입가격은 올라 갈 수 밖에 없습니다. 혹은 기존에 만들던 공장에서 간단하게 생산량을 늘리려고 해도, 그 공장의 속도나 다른 한계로 인해 '평균'을 내서 내려갔던 부품 제조 단가가 올라갈 수 밖에 없는 구조라는 부분도 있겠습니다.


여기에, 일부 부품들은 소재가 바뀌거나 구조가 바뀌게 될 수도 있고, 이에 따라 자동차 메이커 입장에서는… 특히나 '토요타' 리콜 사태로 인해 품질과 관련된 눈총을 받고 있던 상황에서 품질과 관련된 테스트를 완전히 새로 시작해야 하는 부담도 작용 할 수 밖에 없습니다.


부품 회사입장에서도 어떤 문제들이 있는가 하면, 지금 H/K사가 급격하게 미국에서의 생산량을 늘리면서 겪고 있는 문제처럼, 원래 1달에 2가지의 부품을 각각 5만개씩 공급하던 부품회사가 갑자기 4~7가지의 부품을 각각 8만개씩 공급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면서, 이에 따른 충분한 준비가 뒷따르지 않아 각종 생산상의 오류나 품질 관리에 따른 헛점이 드러날 뿐 아니라, 이로 인한 예상치 못했던 각종 '피로'(Fatigue)에서 오는 문제들이 드러나면서 한마디로 '정신 못차리는' 회사들이 줄줄이 늘어나게 될 확률이 높습니다. 이렇게 되면, 특히나 90년대 이후 자동차 회사들이 지향했던 "Just in time" 제조 방식에 따른 순차적인 부품 공급에 차질이 생기게 될 수도 있다는 거죠. 예를 들어 보면, 자동차 라인에서 오늘 필요한 부품이 내일 들어 온다거나, 반대로 다음주에 필요한 부품이 오늘 들어 옴으로 인해 놔둘 공간이 없어서 생기는 비 효율이라던지, 억지로 2개의 다른 부품의 생산 공정을 비슷하게 맞춰서 생산량을 맞추려고 하다가 이로 인해 둘다 부품 자체의 신뢰성(Reliablilty)가 떨어지는 결정이 나온다던지 (얼마전에 있었던 조지아주 공장발 리어 캘리퍼 사건이 이런 종류로 알고 있습니다..)



b) 차량 자체의 가격; 사실 부품 가격이 20~30% 올라도, 지금 현재 나와 있는 대부분의 차량들의 경우, 자동차 회사 자체의 수익성에 미치는 영향은 그렇게 크지 않습니다. 오히려 환율이나 자동차 회사 자체의 생산라인과 관련 물류등에 들어가는 Overhead cost에 대한 사용률(Utilization)이 부품 가격 자체의 인상보다도 더 큰 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


부품 회사들이 원가를 결정하는것과 마찬가지로, 자동차 회사들도, 각종 개발이나 생산과 관련된 비용을 처음 계획한 "생산량"에 따라 탄력적으로 적용하게 됩니다. 한가지 예로, 일본의 모 회사는 가장 잘나가는 (세계 판매량 top 10안에 드는 모델입니다)차량의 신모델 발표를 1년 이상 늦춘 사례가 있습니다. 이와 관련되어 내부적으로 가장 설득력 있게 나왔던 이야기가… 현재 판매 되고 있는 모델의 초기 3년간 제작된 차량의 엔진의 설계 잘못으로 인해 메인 블락에 금이가서 냉각수가 새게 되는 사례들이 발생 했고, 이로 인한 워런티(보증)관련 비용도 상승했을 뿐만 아니라, 계획에도 없이 갑자기 엔진 관련 설계를 변경하게 되면서, 이로 인해 원래 원가 계산에 반영 되었던 개발 관련 비용에 상당한 금액을 재 투자 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 하였고, 결국 이렇게 재 투자한 비용을 다시 건지기 위해서 울며 겨자먹기로 어쩔 수 없이 현재 판매되고 있는 차량의 라이프 사이클을 1년 이상 연장함으로서 그 비용을 회수 하는 방법을 쓸 수 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이러한 예에서 보듯이, 중간에 단순하게 부품 업체에서의 원가 뿐만 아니라, 새로운 구조의 부품을 적용하고 이에 관한 테스트를 하는데에 들어가는 비용이 차량 자체의 가격에 반영 되어야 할 뿐만 아니라, 부품 공급업체를 바꾸면서 생기는 생산상의 손해나, 차량 생산 거점(Assembly Line)의 변경으로 인한 새로운 물류(Logistic)의 개선등으로 인해 전체적인 계획과는 완전히 다른 계획에 따라 차량이 만들어져야 하는데에서 오는 추가적인 손실등이 차량 가격에 반영 되어야만 한다는 겁니다.


이걸 회계적으로 그냥 '어쩔수 없는 손실' (Loss)로 처리 하는가, 아니면 이걸 반영해 전체적인 경영계획(Business Plan)을 수정하여 손실을 보전하게 되는가는 각 메이커별로 다른 결정이 나오게 될겁니다. 하지만, '현금 보유고'가 많아서 '자금 회전의 여유' (Buffer)가 많으면 많을 수록, 이걸 그냥 '손실'로 처리하고 이를 반영하는 정도가 낮아지게 될것으로 이해 하면 될겁니다. 그런데 단순하게 '손실'이냐 '계획 수정'이냐 답을 내는 부분에 있어서 생각해야 할 다른 변수들이 있습니다.





*계속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