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유 되면 한번 글 써야지 하고 생각 하고 있다가,  지금 와서 보니 한소뜸도 아니고 두세소뜸 지난 시점에서야 글을 쓰게 되네요...

 

아래 차량은 5천마일(8천킬로) 조금 못탄 '미국산' 2011년식 쏘렌토 입니다. 엔터프라이즈/버젯/Avis 렌트카 회사에서 LA 공항지점에서 시작해서 결국 지금은 라스베가스의 경매장에 나와 있는 차량인데요..

 

사진들을 한번 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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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어이 없는 상황인데, 렌트를 했던 사람이 SUV 니까... 오프로드를 탄다면서 사막에서 모래 언덕에서 놀다가 차가 좀 '심하게 기울어진 상태'를 연출하면서 에어백 모듈이 '롤오버' (전복) 상황으로 인지해서 사이드 에어백들을 터뜨린 상황이었습니다.

 

커튼 에어백과 시트 에어백을 포함해서 수리비는 총 4천불 (약5백만원; 앞 두 시트에 들은 시트 백과 시트 커버, 커튼 에어백과 헤드라이너 전체, 에어백 모듈, 앞쪽 세트 벨트 텐셔너 2개 해서 부품값이 약 3천불; 공임이 1천불) 정도가 나왔기 때문에, 수리 하지 않고 렌트카 회사에서는 그냥 차량 처분 결정을 내린것이죠..

 

국내에서 '내수'와 '수출'용 이야기를 하면서 미국 수출용은 '어드벤스드'에어백을 장착하는데 국내에는 이걸 장착 안해준다고 불평을 하시는 분들도 계신데.. 과연 이 분들께 여쭤 보고 싶은건.. '어드벤스드 에어백'의 정의가 뭔지는 아시는지? 또 이에 따른 부작용은 알고 계시는지 였습니다.

 

미국에서 1984년경에 89년 4월 1일 제작/수입 되는 자동차에 에어백을 의무화시킨 이후, 몇가지 부작용이 일어났습니다. 당시의 1세대 에어백은 무조건 '센서에 일정한 충격이 가해지면'  '정해진 속도대로' 에어백을 터뜨리는 상당히 단순한 시스템이었습니다. 그래서 망치로 센서를 내려쳐 주시거나, 에어백을 그냥 '베터리의 +와 - 단자에 꼽아 주기만 해도' 터지는 식이었는데요..

 

이로 인해, 안전벨트를 매지 않았거나, 혹은 비교적 저속에서 벽이나 큰 차량과 충돌했을때 에어백이 너무 세게 터져버려 이로 인한 사망자들이 생겨나면서 98년의 법개정을 통해 안전벨트를 매지 않은 평균의 남성 까지도 구제 할 수 있게끔 바뀌었습니다. 여기서 나온 에어백이 '디파워드 (De-powered) 라고 해서 에어백이 전개되는 속도를 2가지에서 4가지 까지 변경 하여 (에어백에 각기 다른 볼테이지를 주거나 에어백에 여러개의 '폭탄'을 설치해서 속도와 등등에 따라 1개에서 4개까지의 '폭탄'이 터지는 숫자를 조절해서 에어백의 전개 속도와 양을 조절 하는 방식) 터지게 끔  된거지요.

 

여기서 2002년에 이르러서는 3인승 픽업 트럭이나 2인승 쿠페등에서 어린이용 카시트를 조수석에 장착하는 차량들에 대해서 데쉬보드에 조수석 에어백을 수동으로 끌수 있는 스위치와 함께, 조수석 시트에도 탑승객의 유무와 무게등을 인식하는 센서가 장착되는 것이 의무화 되었습니다. 이러한 2.5세대(!)격의 에어백 이후의 에어백을 '어드벤스드 에어백'이라고 하는 겁니다.

 

요즈음의 에어백 (적어도 미국시장에 있어서는..) 굳이 세대를 붙이자면 3.5세대 정도가 됩니다. 무조건 적으로 충돌시에 전면부 에어백만 터지게 되어 있던 1세대와 2세대 에어백들에 비해서, 3세대에 이르러서는 시트벨트 프리텐셔너와 사이드 에어백, 그리고 커튼 에어백들을 충돌 방행과 속도등을 감안하여 시간차를 두고 터뜨리게 하는 기술과 함께, "Crash Pulse"라고 해서 충돌시에 승객과 화물에 전달되는 반작용을 감안해 오프셋이나 정면 충돌이냐에 상관 없이 승객들은 일정한 수준의 반작용을 받게끔 차체 구조부터 에어백이 터지는 순서와 속도들이 조절되는 수준에 이르게 된것이죠.

 

그런데 문제는... 이렇게 '정교한 기술'이 너무 '안전만을 위해' 개발 되다 보니, 이로 인한 반작용이 크다는 겁니다. 위에서 보여 드린 쏘렌토의 경우 처럼, 전혀 차량과 어떠한 물체간의 충돌이 없이, 단순하게 차가 옆으로 심하게 기울어진 채로 속도가 올라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에어벡이 터진다더니, 에어백은 안터졌지만, 안전벨트 프리텐셔너가 터지는 사고가 생겨도 시트벨트 프리텐셔너 (보통 개당 20~40만원정도 합니다.)와 에어백 모듈 (이게 약간의 블랙박스 역할을 하기 때문에 시트벨트 프리텐셔너나 에어백이 전개되는 상황이 되면 그 상황 이전의 30초 동안의 OBD II 데이터와 다른 관련 데이터들을 저장하게 됩니다. 일부 모듈은 이러한 부분의 전문 진단 장비로의 소거가 가능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벨트 프리텐셔너만 터져도 에어백 모듈도 교체 하여 프로그램 되어야 에어백 경고등이 꺼지게 됩니다.) 교체에 추가로 20만원 정도씩 해서, 50~100만원 정도의 추가 비용이 들어가게 되는 겁니다.

 

미국시장에 판매되는 차량들을 보시면 조수석쪽 데쉬보드등에 'Passenger air bag off"라는 경고등이 장착된걸 보실 수가 있을텐데요, 이건 조수석 시트에 장착되어 있는 pressure sensor(압력) 센서와 연계가 되어 있습니다. 얇은 히팅 패드처럼 생긴 이 프레셔 센서가 조수석에 탑승한 사람 유무와 무게등을 확인하게 되어 있는데, 만약 이 센서에 사람이나 짐등이 감지 되고 안전벨트가 매어지지 않았으면 무조건 'passenger air bag off'라는 경고등이 켜지고 에어백이 안터지게 되는거죠.

 

그런데 이 프레셔 센서가 역시 골치 덩어리입니다. 토요타부터 시작해서 포드, 현대/기아 까지, 수십만대 에어백 리콜이 났다고 하면 거의 80%이상의 경우는 이 센서관련 리콜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특히나 무거운 사람이 조수석에 자주 앉거나 커피등등을 쏟았다고 하면 시트를 뜯고 이 센서를 교체 헤야 하는데, 부품값만 또 한 30~50만원 정도입니다. 더군다나 미국 시장에 판매되는 차량들에 장착되는 이 프레셔 센서를 대부분이 전세계의 3개 회사에서 납품 받고 있는데, 이중의 1개 회사가 공급 받는 원자재가 일본 지진 구역에 있었어서 이로 인해 자동차 생산이 지연되기도 했었습니다.

 

위에서 설명한 에어백 모듈도 문제 덩어리입니다. 아마 유럽차량 (BMW,MB, 아우디/VW) 를 타시는 분들은 경험해 보시겠지만, 베터리가 방전 되거나 전기계통에 문제가 생기고 나면 에어백 경고등이 들어오시는걸 보셨을겁니다. 이게 이 '블랙박스'기능을 가지고 있는 에어백 모듈에서 에러메세지를 뽑아내기 때문인데요.. 그래서 베터리 교체나 방전후에는 서비스 센터에 들어가셔서 이 에어백 모듈 리셋을 해야 하는걸 아실겁니다. 그리고 100대중에 1~2대는 이 와중에 에어백 모듈이 고장이 나서 교체 해야 하는 경우가 생깁니다.

 

한마디로, '어드벤스드 에어백'장착으로 인해 소비자가 생각하는 '품질'에 대한 불신치가 높아질 가능성이 엄청나게 높아지고, 이로 인해 '간단한 20만원 짜리 접촉사고'가 '수리비 2백만원 짜리 대형 사고' 로 발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기에 한가지 덫 붙이자면, '외제차 접촉사고 간단하게 범퍼 하나 나갔는데 2백이상이 나왔다' 하는 경우에서, 실제로 그 '범퍼'자체가 2백인 경우도 많지만, 그보다 '시트 벨트 텐셔너 터져서' 2백만원 넘어 가는 수리도 의외로 많다는 겁니다.

 

그래서 요즈음 차량들을 보면 'disposable car'(1회용 차량) 이라는 표현을 종종 쓰기도 합니다. 나중에 언제 기회가 있으면 또 이야기 하겠지만, 부품회사와 자동차 회사 그리고 딜러로 이어지는 자동차 부품의 유통구조로 인해서, 실제 자동차 회사나 부품회사의 제작원가에 2.5배 가까운 비용을 주고 부품들을 구입해야 하는 상황에서.. 차 가격이 어느미만 수준으로 떨어지면, 멀쩡하게 보이는 차라도 '에어백과 관련된 안전장비가 한번 터져 버리면' 폐차 견적이 나오는 상황이 많이 나오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볼까요? 2007년식 NF 소나타의 경우 미국에서 평균 보험 자차 가격이 1만불 전후 정도 나옵니다. 간단한 사고로 범퍼가 깨지고 헤드라이트와 그릴, 그리고 범퍼 Rebar (범퍼 뒤쪽에서 충격을 흡수해주는 부분)만 손상을 입은 차량인데, 전면부 2개의 에어백과 시트벨트 프리텐셔너가 터졌습니다.

 

범퍼와 헤드라이트 2개, 라디에이터 그릴 그리고 Rebar 의 정품 부품 가격은 $1458.27 정도가 나옵니다. 여기에 페인트와 교체에 들어가는 공임이 약 500불 정도 되어 약 2천불 정도의 수리비가 들어가지만, 에어백이 터짐으로 인해서 데쉬보드와 조수석 에어백 (850불; 조수석 에어백의 경우 위쪽 패드를 뚫고 에어백이 튀어나오게 되어 있습니다.) 에어백 모듈 (550불), 운전석 에어백 (800불), 클락 스프링(300불;운전석 에어백 뒤쪽의 부품) 시트벨트 (1쪽당 320불) 으로 부품값만 2200불 정도가 더 나오고, 여기에 이를 교체하기 위한 공임과, 조수석 에어벡이 터지면서 교체해야 하는 앞 유리창 (약 300불)정도까지를 감안하면 가볍게 차값의 50%이상인 5천불 이상의 견적이 나오게 됩니다. 보험사로서는 '범퍼 하나 말아먹은차'를 에어백이 터졌기 때문에 폐차 처리 하고 Salvage 타이틀로 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게 되는거죠. 물론 미국의 주마다 법이 달라서 굳지 Salvage 타이틀로 차를 만들지 않아도 되는 경우가 많기는 하지만, 자차 보험에서 차 가격이 1만불 미만의 차량들은 그냥 '에어백 터지면 무조건 폐차' 라는 공식이 성립 된다고 보시면 되는 겁니다. 참고로 미국의 50개 주중 대부분의 주에서는 보험회사에서 차량 사고 수리시 에어백은 중고 부품을 사용 하지 못하게 되어 있습니다.  무조건 새 부품을 사서 써야 한다는거죠.. 차가 1년이 되었던 20년이 되었던...

 

여기에 또 다른 개인적 경험을 말씀 드려 보면 (이부분은 나중에 추가 했습니다.) 지난 겨울에 눈이 온 다음날 회사에 있던 Mercedes Benz Gl550 을 끌고 나갔던 날이었습니다. MB 차량중에서도 클래스 기함에 속하는 차량이다 보니 각종 장비들이 다 달려 있던 차량이었는데, 이중에 'pre-safe'라는 기능도 장착되어 있습니다. 

 

(동영상의 약 30여초 부분부터 자세한 기능의 설명이 나옵니다.)

 

차량의 주차센서와 액티브 쿠르즈 컨트롤 등이 연계되어, 만약 충돌이 예상되는 상황의 경우 시트벨트를 반대로 당겨주어 에어백이 터지기 전에 사람 상체가 앞으로 기울어져 있는것을 방지해주는 기능인데요.  21인치 짜리 AMG 퍼포먼스 휠/타이어를 장착한 차량이다 보니 그늘진 사거리를 지나다가 갑자기 정면에 큰 화물 트럭이 우회전 하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브레이크와 회피기동을 했지만 차가 미끌어지기 시작했습니다. 문제는 이순간 시트 벨트가 반대로 잠기기 시작하면서 제 어깨를 당기는 바람에 스티어링 휠을 돌렸어야 했는데, 도저히 돌릴수가 없어서 거의 어깨를 탈구 시키다 시피 해서야 스티어링을 돌리면서 회피 할 수 있었다는 건데요.... 물론 국산차에는 이 수준의 기능까지는 안들어가 있지만.... 과연 이 기능이 없었으면 더 빨리 위기 상황을 회피 할 수 있었거나, 오히려 직접 충돌을 방지 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럼, 가장 처음에 보여 드린 '미국산' 쏘렌토 예로 돌아가 볼까요? 이러한 '어드벤스드 에어백'이 장착된 덕분에 일정 속도 이상에서 차량이 일정 각도 이상 기울어 지면, 에어백 모듈은 이걸 '전복' 상황으로 인식합니다. 위에서 전문용어로 'Crash pulse'라는 말을 썼는데요, 실제 '충격이 전해지기 전'에 먼저 에어백을 터뜨려서 (혹은 터지는 시점이나 속도를 조절해서) 가장 우선인 승객의 안전을 보호 한다는 취지는 좋은데요.. 세상에 완벽한건 없다고... 이게 일정하게 정해놓은 규칙(공식)에 의해 적용 되다 보니, 어드벤스드 내지는 스마트 에어백이 지능화 되면 될 수록 오히려 이런 '엉뚱한' 에어백 사고(!)들이 더 일어나는 겁니다.

 

물론 '큰 충격을 받은것 처럼 보이는 사고'에 에어백이 안 터진것도 문제겠지만, 몸 조금 다쳤다고 하면 '일단 소송부터 걸고 보는' 미국 사회에 맞춰서 '민감하게 설정된' 에어백을 한국 시장에 그냥 적용해서 팔았다가.. '조금만 박아도 에어백 터져서 차 폐차 시켜야 하기 때문에 보험료 비싸져서 그 회사 차 탈게 못된다'고 인식이 박혀 버리는게 더 무서운(?) 사회인게 아쉬운 겁니다.  무조건 '미국에서 달려 있고, 그게 광고에 적용되거나 법규로 요구 되는 사양' 이라고 해서 '우리는 왜 안넣어주냐' 하는 분들께 이런 부분도 생각해 보시라고 또 주절 주절 적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