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성장? 시대에 맞는 유가 정책부터 세워야.

2009년부터 전기차에 대한 뉴스가 넘쳐 난다. 1990년대의 전기차 바람과는 달리 이제는 전기차가 대세가 될 것 같은 분위기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가장 큰 이유는 기술적인 한계다. 20세기 말에 등장했던 전기차에 비해 최근 등장한 전기차는 성능면에서 큰 발전이 없다. 니켈 수소 대신 리튬 이온 배터리를 사용하고 그로 인해 배터리 팩의 중량과 부피가 크게 줄어 든 정도다. 그것만으로도 큰 발전이라고 하는 의견도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글/채영석(글로벌오토뉴스 국장)

때문에 일부에서는 충전용 전기차가 미래의 대안인 것처럼 크게 떠들고 있지만 잘못된 시각이다. 전기차가 완전 무공해라고 하는 것도 큰 오류다. 현 시점에서 충전용이든 발전용이든 완전 무공해 전기차는 없다. 충전용, 즉 순수 전기차의 경우 화력발전 등 전기 생산과정에서 유해 배출가스가 발생한다. 발전용 전기차, 즉 수소연료전지전기차의 경우 수소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많은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 국내에서 청정연료로 오인되고 있는 LPG와 CNG는 자동차 운행과정에서만도 가솔린보다 30%, 디젤보다 50% 가량 많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최근 몇 년 사이 전기차가 갑작스럽게 다시 부상한 것은 미국 디트로이트 빅3가 경영 위기에 처하면서 탈출구를 찾기 위해 부각시키면서부터다. 내연기관과 하이브리드에 대한 기술력 축적이 유럽과 일본에 비해 뒤진 그들이 충전용 전기차를 통해 돌파구를 찾아 보기 위해 들고 나온 것이다. 미국 메이커들은 20세기 말에도 발전용 전기차, 즉 수소연료전지차가 금방이라도 실용화될 것처럼 떠들었었다. 고체였던 연료가 액체인 석유로 진화했고 다음은 기체인 수소라고 하는 그럴 듯한 이론까지 동원됐었다.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의 자동차 메이커들이 이슈화하면 다른 메이커들도 어쩔 수 없이 따를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시장 논리 때문이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석유 권력으로부터 독립해야 한다는 시각에서 전기차의 필요성을 이야기 하기도 한다. 이 역시 한 쪽 면만 본 것이다. 전기차의 핵심 구성요소는 배터리다. 배터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리튬이라는 원자재가 필요하다. 그런데 그 리튬은 볼리비아와 칠레에서 대부분 생산된다.

뿐만 아니라 망간과 네오듐, 텅스텐, 안티몬, 인듐 등 희소 금속과 희토류 금속이 없으면 전기차를 위한 파워트레인을 만들어낼 수 없다. 그런데 그 희토류의 유통량 97%를 중국이 장악하고 있고 매장량의 34~65%가 중국에 있다. 그래서 등소평은 ‘중동에 석유가 있다면 중국에는 희토류 금속이 있다.’고 했다.

다시 말해 석유 권력으로부터 벗어난다고 해도 다시 중국의 희토류 권력에 휘둘릴 수밖에 없다는 얘기이다. 결국 환경 측면이든 에너지 자원에서의 이야기이든 전기차가 궁국의 대안이 아니라는 것은 이미 모두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기차는 필수적인 파워트레인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는 분위기다. 내연기관만으로는 각국의 강화되어가는 규제 기준을 충족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전기차라고 표현하지만 사실은 그 안에는 아이들링 스톱기구와 하이브리드카, 레인지 익스텐더(Range Extender : 항속거리를 늘려준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것으로 플러그 인 하이브리드라는 표현으로 더 넓게 사용되고 있다. ), 연료전지전기차도 포함된다. 그래서 크게 전동화라고 표현한다. 전동화 시스템을 채용한 자동차의 시장 점유율에 대한 전망은 입장에 따라 다양하지만 2020년 경에 5~20%이 달할 것이라고 한다. 친환경차의 개발도 중요한 과제이지만 그 못지 않게 내연기관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것도 피할 수 없다.

내연기관 엔진은 2030년에 되어도 80%의 점유율을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렇다면 사고를 바꾸어야 한다. 대표적인 것이 유가다. 현재의 유가는 가솔린이 가장 비싸고 그 다음이 경유, 그리고 LPG의 순이다. 이는 매연이 공해이던 시대의 산물이다. 지금은 이산화탄소가 공해다. 디젤은 경유의 청정화와 디젤엔진 기술의 발전으로 친환경차로 분류되고 있다.
자동차 운행과정에서 LPG와 CNG가 가장 많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고 그 다음이 가솔린, 그리고 디젤이 가장 적은 양을 배출한다. 녹색성장을 위해서는 시대에 맞는 유가 정책을 세워야 한다. 경유가격을 낮추고 LPG가격을 높여야 한다. 사고의 전환이 필요다.
(경제투데이 2010년 11월 2일 게재 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