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들이 평가한 자동차 제품품질은 수입차가 전 부문에서 국산차를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동차의 초기품질, 내구품질, 상품성 등 3개 부문에서 수입차의 평균 점수는 작년에 이어 금년에도 국산차 1위 업체의 점수보다 좋았다. 특히 내구품질과 상품성에서는 큰 격차가 있었다. 국산차가 품질측면에서 경쟁력를 갖추지 못한다면 수입차의 급속한 증가세는 계속될 것이다. 

이 결과는 자동차리서치 전문회사인 마케팅인사이트(www. mktinsight.co.kr, 대표: 김진국)의 제10차 연례 자동차기획조사(표본규모 106,291명)로부터 나온 것이다. 여기에는 최근 5년간의 결과만을 정리했으며, 그 이전의 결과는 마케팅인사이트 홈페이지의 ‘자동차품질백서 2007’[바로가기]에서 확인할 수 있다. 

1. 초기품질 

초기품질은 새차를 구입한지 6개월이 채 지나지 않은 소비자 4,951명이 구입 후(평균 3개월 사용) 몇 종류의 문제점이나 하자를 경험했는지를 세는 방식으로 측정했다. 결과는 차량 1대당 평균 문제점 수(건)로 제시되며, 수치가 적을수록 좋은 것이다. 
2010년도 초기품질 문제점 수의 산업평균은 1.90건으로 사상 최저를 기록했던 전년도(1.67건)보다 평균 0.23건 증가했다. 즉, 지난 1년간 품질 수준이 후퇴했다고 할 수 있다. 이는 국산차와 수입차를 막론하고 09년 하반기부터 경쟁적으로 출시된 신차들의 초기품질이 기존 모델만 못했을 뿐 아니라, 토요타 등의 품질문제로 인해 소비자들이 보다 민감해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국내업체 중에서는 현대와 르노삼성 소비자들이 평균 1.68건의 문제점을 지적해 공동 1위로 나타났으며, 그 다음은 기아 2.06건, 지엠대우 2.24건, 쌍용 2.32건의 순이었다. 수입차는 1.63건으로 나타나 근소한 차이로 국내 1위인 두 업체를 앞섰다[그림 1].

르노삼성과 현대는 2005년 이후 초기품질 부문 1위 자리를 놓고 치열하게 경쟁해 왔다. 2005년, 2007년에는 현대가, 2006년, 2008년, 2009년에는 르노삼성이 각각 1위를 했으며, 올해 처음 평균 1.68건으로 공동 1위에 올랐다. 

최근 6년간 치열한 경쟁을 벌여 온 양사는 전년도(09년)에 최고의 성적(르노삼성 1.13건, 현대 1.33건)을 냈으나, 금년에 현대는 문제점 수가 0.35건 르노삼성은 0.55건 늘었다. 양사 모두 09년 산업평균(1.67건) 수준으로 뒷걸음질쳤다. 그 원인은 신차의 품질관리가 미흡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현대와 르노삼성은 09년 하반기 이후 주력 모델을 새롭게 선보였다. YF쏘나타, 투싼ix(이상 현대), New SM3, New SM5(이상 르노삼성)가 그것이다. 그런데 이들 모두 이전 모델에 비해 더 많은 초기품질 문제점 수를 보였다. 이는 신차 출시가 품질에 대한 충분한 점검 없이 이루어졌음을 보여준다. 

최근 신차를 꾸준히 출시하고 있는 기아는 전년도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면서 선전했다. 그러나 08년 2건대로 증가한 이후 현상유지 수준에 그치고 있다. 쌍용과 지엠대우는 ‘09년 대비 각각 0.68건, 0.24건의 감소로 초기품질에 향상을 보였다. 양사의 경영 환경이 개선되면서 품질도 안정을 되찾은 것으로 보인다.

상위권 르노삼성과 현대의 부진, 하위권 지엠대우와 쌍용의 약진으로 초기품질의 격차는 크게 줄어들었다. 1위와 최하위간의 차이는 09년 1.85건에서 10년 0.62건으로 감소했다. 1/3 수준으로 줄어들어 08년 수준으로 돌아갔다. 이는 조그만 품질상의 문제로도 업체들의 순위에 큰 변화가 있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수입차는 항상 르노삼성, 현대와 함께 상위권에 속해 왔으며, 08년 이후 3년 연속 모든 국내업체를 앞섰다. 수입차는 06년 이후 꾸준히 문제점 수를 줄여가며 09년 1.06건으로 사상 처음으로 대당 문제점 1건 이하의 시대를 열어줄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이번 조사에서 1.63건으로 대폭 증가(+0.57건)했다. 이는 토요타의 글로벌 리콜로부터 불거진 품질문제로 예민해진 수입차 구입자들이 보다 민감하게 문제점에 반응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2. 내구품질 

2007년도에 새차를 구입해 지금까지 사용하면서(평균 3년) 경험한 문제점의 수를 세는 것이 내구품질이며, 기본적으로 초기품질과 같은 방식으로 측정된다. 이번 조사에서 내구품질에 응답한 사람은 6,643명이었다. 

금년 조사에서 나타난 내구품질 문제점 수의 산업평균은 4.29건으로 이는 02년도의 7.10건으로부터 꾸준히 감소해 온 것이다. 내구품질은 당사의 여러 품질지표 중 유일하게 지난 9년간 단 한번의 예외 없이 향상되어 왔다. 이는 국내 소비자들이 매년 내구성 측면에서 개선된 자동차를 갖게 되었음을 뜻한다[그림2].

이번 조사에서 평균 3.96건을 기록한 현대가 1위 자리에 올랐다. 2009년에 처음으로 르노삼성을 제치고 1위로 올라선 현대는 올해 르노삼성이 제자리걸음을 하는 사이 격차를 조금 더 벌리며 2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2위는 4.15건의 르노삼성, 3위는 4.44건의 기아였으며, 그 다음은 4.72건의 쌍용, 5.20건의 지엠대우 순이었다. 지엠대우는 전년 대비 0.38건의 개선을 이루었지만 2년 연속 최하위의 불명예를 썼다. 

내구품질 부문에서 현대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02년 조사에서 7.20건이었던 현대의 내구품질 문제점 수는 올해 3.96건으로 02년의 55% 수준으로 감소했다. 9년 동안 절반 수준으로 문제점 수를 줄인 것이다. 이러한 개선 추이는 02년부터 08년까지 7년 연속 1위였던 르노삼성의 독주를 09년에 막아내고, 올해 국내업체 중 유일한 3건대를 기록하며 2년 연속 1위라는 성과로 이어졌다. 

금년도 내구품질에서 현대가 르노삼성을 앞설 것이라는 것은 이미 예견되었던 일이다. 2007년도에 현대가 내구품질의 선행지표인 초기품질에서 르노삼성을 앞섰기 때문이다. 내년도의 내구품질 조사결과는 점치기 어렵다. 08년도 초기품질에서 0.02건이라는 박빙의 차이로 르노삼성이 앞섰기 때문이다. 내년도 1위는 제품품질 자체 보다는 고객관리에 의해 좌우될 것이다. 

기아와 쌍용은 09년에 이어 4건대를 유지했고, 지엠대우는 국내업체 중 가장 큰 개선을 보이며 5건대 초반에 진입했다. 중위권에서의 경쟁 역시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수입차의 내구품질은 3.03건으로 09년에 이어 2년 연속 모든 국내업체를 앞섰다. 특히 전년 대비 0.82건을 줄이며 큰 차이로 앞서 가기 시작했다. 초기품질에 이어 내구품질에서도 2년 연속 국내업체를 제쳤다는 점에서 수입차의 품질경쟁력은 더욱 강화된 것으로 보인다. 

3. 상품성 

상품성은 문제점 수와는 달리 새 자동차의 기능, 성능, 디자인이 얼마나 매력적인가를 지난 1년간 새차를 구매한 소비자(응답자 수: 8,715명)로부터 평가 받는 것으로 수치가 클수록 좋은 것이다. 

2010년 산업평균은 555점(1,000점 만점)으로 ‘09년의 558점과 큰 차이는 없었다. 회사별로는 르노삼성이 600점(1,000점 만점)으로 08년부터 3년 연속 1위를 지켰고, 그 다음은 지엠대우 570점, 현대 546점, 쌍용 530점, 기아 520점의 순이었다. 

상품성 점수는 08년도에 전면적인 개편을 했으며, 경쟁력의 비교가 가능하도록 각 사의 점수를 산업평균으로 나눈 경쟁지수로 변환했다. 2010년의 경우 경쟁지수는 1위 르노삼성 1.08이었으며, 그 다음은 지엠대우 1.03, 현대 0.99, 쌍용 0.96, 기아 0.94의 순이었다[그림 3].

지난 5년간 2007년을 제외하고는 르노삼성은 상품성 부문에서 지속적인 우위를 보여왔다. 올해도 우위를 유지했는데 새로 출시된 New SM3와 New SM5가 1위로 이끌었다. 현대는 같은 기간 동안 산업평균을 웃도는 점수로 상위권을 유지해오다 올해 처음으로 경쟁지수 1.00이하로 내려가며 3위로 밀려났다. 르노삼성과 달리 신차 YF쏘나타와 투싼ix가 다소 부진한 결과를 보였기 때문이다. 

올해의 경우 지엠대우의 선전이 두드러졌다. 만년 하위권이었던 지엠대우는 올해 1.03의 경쟁지수(570점)로 단숨에 2위로 뛰어올랐다. 그 동안 상품성 점수가 낮은 경차(마티즈)가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던 라인업에 상품성이 뛰어난 라세티 프리미어의 비중이 커지면서 생긴 긍정적인 변화다. 

기아는 작년에 이어 최하위로 나타났다. 최근 신차들이 디자인 측면에서 높은 만족도를 보임에도 불구하고, 전체 판매에서 경차(모닝)가 차지하는 비중이 여전히 높았던 것이 부진의 원인이 되었다. 

대형 고가차가 다수인 수입차의 상품성 우세는 올해에도 확고하게 유지되었다. 작년에 이어 경쟁지수(1.27)는 국내업체에 비해 월등했으며, 점수로는 703점으로 국내 1위 르노삼성을 103점 앞섰다. 

수입차는 작년에 이어 제품품질 3개 부문 모두에서 1위를 기록했다. 비록 초기품질은 근소한 차이로 1위였지만, 내구품질은 격차를 더욱 벌렸고, 상품성에서의 강세는 공고하게 유지되었다. 수입차의 품질 우위는 곧 판매량의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제품품질 향상을 위한 국내업체의 분발이 요구된다. 

4. 디자인 평가 

2010년 제10차 기획조사에서 처음 실시된 디자인 평가는 특정 모델을 구입할 가능성이 있는 잠재고객이 각 자동차제조사가 홈페이지에 제시한 해당 모델의 자동차이미지(사진)를 평가하는 것이다. 

디자인 평가는 앞서 다룬 초기품질, 내구품질, 상품성 평가와 크게 다르다. 품질평가는 실소비자들이 경험한 내용을 다루는 것이라면, 여기서의 디자인 평가는 자동차 제조사가 홈페이지를 통해 소비자에게 제시하는 각 모델의 디지털이미지를 잠재고객이 평가하는 것이다. 잠재고객은 ‘해당 모델을 향후 2년 이내 구입할 계획이 있는 유망고객’과 구체적 계획은 없지만 ‘산다면 해당 모델이 속해 있는 차급을 살 것이라는 가망고객’으로 구성된다. 이들의 평가를 같은 비중으로 반영해 종합점수를 만들었다. 

금년의 제1차 자동차 디자인평가는 2010년 6월 현재 시판되고 있는 국산차 42개 모델전체와 올해 상반기 판매량이 많았던 수입차 30개 모델 등 모두 72개 모델을 대상으로 했다. 각 모델은 평균 167명의 잠재고객(총 12,027명)으로부터 평가 받았다. 평가는 모델 단위로 이루어졌으며, 시판 모델들의 평균 점수의 평균이 각 제조사의 점수가 되었다. 

그 결과 기아는 시판 13개 모델의 평균이 751점(1,000점 만점)으로 1위를 차지했으며, 그 다음 현대(743점/12모델), 지엠대우(719점/8모델), 르노삼성(718점/4모델), 쌍용(706점/5모델)의 순이었다. 기아의 경우 최근 출시된 Sportage R, K5, K7 등 신차들이 최상위권에 위치하면서 순위를 1위로 이끌었다[표1]. ‘디자인 기아’가 잠재소비자로부터 인정을 받은 셈이다. 

전면, 측면, 후면, 실내의 4개 영역에 대한 평가에서 종합 1위인 기아는 전면과 측면에서 가장 좋은 평가를 받았으며, 후면과 실내는 근소한 차이로 2위에 올랐다. 후면과 실내는 현대가 가장 좋은 점수를 받았다. 르노삼성은 전면과 측면에서, 쌍용은 후면과 실내에서 각각 열세로 나타났다.

2010년 상반기 판매량 Top 30 모델을 평가한 수입차는 728점으로 국내업체의 중간 수준으로 나타났다. 수입차 디자인에 대한 평가가 낮은 것은 잠재고객에 대한 정의가 국산차와 다르기 때문이다. 국산차가 특정 모델의 잠재고객을 대상으로 한 반면, 수입차는 가격대(5천만원 이상-미만)와 유형(승용-SUV)만을 기준으로 삼았다. 따라서 국산모델과 수입모델간의 직접적인 비교는 적절치 않다. 

자동차의 외관과 디자인은 구입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요인의 하나다. 또한 자동차 디자인에 대한 초기노출의 대부분이 인터넷을 통해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이 결과는 의미하는 바가 크다. 특히 신차의 첫인상이 실제 차 보다는 디지털이미지에 의해 결정될 수 밖에 없다는 점을 고려할 때 더욱 그러하다. 

제10차 자동차 기획조사 결과 중 가장 중요한 발견사항의 하나는 국산차들의 품질이 수입차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 차이는 내구성과 상품성에서 더욱 컸다. 수입차가 품질 우위에 있음을 분명히 보여주는 결과며, 이들이 국내시장을 더 강한 기세와 속도로 잠식해 나갈 역량을 갖추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사실 수십 개의 제조사와 100개 이상의 모델로 구성된 수입차를 하나의 범주로 묶어 국산 제조사들과 비교한다는 것은 무리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제 국산차 수입차가 하나의 시장 안에서 같은 조건으로 경쟁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세계 최강업체 토요타는 품질문제가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품질에서 밀리면 어느 것도 지킬 수 없게 된다는 교훈을 주고 있다. 이제 본격적으로 품질경쟁에 임하지 않으면 미래는 불투명할 수 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