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 자동차 컵 홀더의 크기를 바꾼 미국의 문화다. 아이폰. 자동차와 디지털 기기의 접목을 촉발한 역시 미국의 아이콘이다. 루이비통과 마찬가지로 이들의 공통점은 제품보다는 브랜드 가치를 판다는 것이다. 이제는 한국인들도 웬만하면 스타벅스 커피숍에 앉아 루이비통 가방 안에서 아이폰을 꺼내 통화하는 것이 더 이상 특별한 것으로 받아 들여지지 않는다. 

글/채영석(글로벌오토뉴스 국장) 

하레이 데이비슨. 그 세계의 정통한 사람들에게는 로망이다. 그래도 이름은 들어봤다. 파텍 필립, 랑에 운트 쇠네(Lange und Schoene). 어지간한 사람이 아니고는 알 수 없는 이름이다. 전자는 스위스, 후자는 독일의 유명한 하이엔드 시계 브랜드다. 시계 하나의 가격이 최고 8억원에 달한다. 어지간한 프리미엄 자동차의 가격과도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초 고가다. 

그 시장은 통상적인 마케팅 이론으로 설명할 수 없다. 그 정도의 거액을 투자하면서 자신만의 ‘특별함’을 원하는 이들에게는 일반인들의 시각이 통용되지 않는다. 그렇다. 세상에는 길거리에서 1만원짜리 시계에 만족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 반대도 있다. 그것이 세상이다. 가격으로 모든 것을 제단할 수 없지만 세상의 이치를 하나의 시각, 하나의 관점으로만 볼 수는 없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 

자동차 세계에서도 그런 ‘특별함’을 추구하는 유저들을 위한 제품들이 있다. 도대체 누가 그런 차를 탈까? 하는 의문을 품고 있는 사람도 있지만 그런 ‘특별함’만을 찾는 사람들도 있다. 그 특별함이라는 것이 모두에게 좋은 의미로 받아 들여지지는 않는다. 호불호가 뚜렷하기도 하고 요즘 표현으로 안티 세력도 분명 존재한다. 그래도 세상은 굴러간다. 

랭글러는 고가의 제품은 아니지만 바로 그런 ‘특별함’을 원하는 사람들을 위한 차다. 성격이 그렇다는 얘기이다. 

랭글러는 짚 브랜드의 정통 오프로더다. 짚 브랜드의 대표 모델은 우리에게는 체로키와 그랜드체로키가 더 익숙하다. 하지만 짚 브랜드의 성격을 가장 정확하게 표현하는 모델은 랭글러다. 랭글러는 1941년에 등장한 오리지널 짚의 직계 모델이다. 짚 브랜드의 뿌리인 윌리스 MB라고 하는 차가 전쟁터에서 태어나 자라난 만큼 그 성격은 거칠고 험한, 길이 아닌 곳에 길을 만들어 간다는 이미지가 강하다. 

그 짚 브랜드의 대표 오프로더가 랭글러이고 오늘 시승하는 랭글러 루비콘은 ‘랭글러 중의 랭글러’라고 불리우는 ‘전사(戰士)’루비콘이다. 랭글러는 그랜드체로키와 함께 미국인들에게 포드 머스탱 이상으로 아이콘적인 존재다. 이런 정통 오프로터를 표방하는 모델로는 랜드로버의 디스커버리가 거의 유일한 경쟁 모델이다. 토요타의 랜드크루저는 그랜드체로키 등과 비교하는 모델이다. 

워낙에 미국 개척정신이 강하게 반영된 모델이기는 하지만 글로벌 시장에서의 존재감은 크지 않다. 그래서 그 랭글러의 정신을 바탕으로 다양한 SUV로 세를 확장해 가고 있다. 짚 브랜드 내에는 생각보다 많은 모델들이 포진해 있다. 커맨더, 컴패스, 패트리어트 등 모두가 짚의 강한 아이덴티티를 배경으로 한 파생 모델들이다. 

근래 들어 경제위기로 판매하락이 심하지만 짚 브랜드 중 랭글러는 부침이 심하지 않다. 2008년 짚 브랜드의 미국 내 판매대수가 33만 3,901대였을 때 랭글러는 8만 4,615대를 기록했다. 특히 글로벌금융위기 여파가 가장 컸던 2009년 짚 브랜드의 판매대수는 23만 1,701로 떨어졌다.그 때 그랜드체로키는 5만 328대, 랭글러는 8만 2,044대로 큰 변화가 없었다. 랭글러의 존재감을 확인하게 해 주는 수치다. 

그랜드 체로키는 2008년 7만 3,678대, 2009년 5만 328대로 하락했다. 이는 2003년 판매대수 20만 7,479대에 비하면 크게 하락한 수치이다. 다임러와의 결별과 모델 수명으로 인한 것 등이 작용했다. 다음으로 리버티, 패트리어트 순으로 팔렸다. 

랭글러는 2006년 10년만에 풀 체인지한 6세대 모델. 지금까지 2도어 모델밖에 없었으나 4도어 버전 언리미티드를 추가한 것이 특징이다. 모델 베리에이션의 구성도 통상적인 모델들과는 그 행보가 다르다. 기본적으로 랭글러 X를 비롯해 사하라 루비콘으로 나뉜다. 2008년형 모델부터는 언리미티드에도 루비콘을 추가 설정했다. 2008년에는 언리미티드 2009년형 모델을 발표했으며 2009년에는 사하라 2009년형 모델을, 힐 홀더등 장비를 추가한 2010년형 언리미티드를 출시하기도 했다. 국내에는 4인승 2도어 루비콘 모델과 5인승 4도어의 루비콘 언리미티드 모델이 수입 시판되고 있다. 

(짚 랭글러 루비콘 2.8CRD 시승기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