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아반떼, 선택했으면 집중하라! 

Controversial (논란의 여지가 있는) ! 
하나의 브랜드가 글로벌 시장에서 존재감을 높이기 위해서는 내 세울 수 있는 무엇이 있어야 한다. 파워트레인은 독일 메이커들이 장악하고 있고 토요타의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친환경의 대명사로 확실히 자리매김했다. 안전기술도 메르세데스 벤츠와 볼보 등의 전유물이다. 그렇다면 현대기아차는 무엇을 내 세울 수 있을까? 

글/채영석(글로벌오토뉴스 국장) 

기아자동차가 먼저 디자인을 캐치프레이즈로 내 세웠다. ‘디자인이 어떻다는 얘기인가?’라고 반문할 수 있지만 피터 슈라이어의 일관성있는 디자인 컬러는 벌써 기아만의 아이덴티티로 완성되었다. 현대자동차는 ‘디자인’을 구호로 하지는 않았지만 역시 에쿠스, YF쏘나타, 투싼 iX 등의 디자인이 인구에 회자되며 논란이 뜨겁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의 디자인 프로세스는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다. 기아자동차는 피터 슈라이어가 정한 방향성을 전제로 디자인 작업이 진행된다. 그에 반해 현대자동차는 과장하면 500명의 디자이너 전원이 디자인 스케치를 제출해 그 중 하나를 선택하는 방식이다. 방향성이 없다. 그때마다 선정된 작품이 양산으로 연결된다. 

어쨌거나 결과적으로 두 브랜드 모두 디자인을 화두로 끌어 올리는데는 성공한 듯하다. 기아자동차와는 달리 현대자동차의 디자인은 호불호가 뚜렷하다. 타겟마켓의 연령층을 낮추어버렸다는 지적을 받고 있지만 어쨌든 논쟁을 불러 일으키는데는 성공의 길을 가고 있다. 이 논란이 비단 국내에서 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 일어나야 한다. 그래야 브랜드 가치를 끌어 올릴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 아무것도 내 세울 수 없는 입장에서 그런 기회를 잡는 것은 쉽지 않다. 

당장 국내 소비자들로부터의 반응은 기아자동차의 승리다. 국내 유일의 자동차관련 전문조사회사인 마케팅 인사이트의 조사에 따르면 ‘한국차 디자인 베스트 10’에 기아차의 모델이 5개나 포함된 반면 현대 브랜드중에서는 아반떼MD가 유일하게 랭크된 것으로 나타났다. 

어쨌든 디자인이 생명인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디자인에 대해 사람들은 어떤 평가를 내릴까? 

우선은 디자이너. 그들은 대부분 스스로를 예술인이라고 여기는 경향이 있다. 자신들이 생각하고 창조하는 세계에 빠지기도 한다. 그래서 가끔은 세상과는 동 떨어진 작품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모터쇼장에 등장하는 컨셉트카를 통해 그들의 정신세계를 보여 주기도 한다. 하지만 성공한 디자이너는 시장과 끊임 없이 교감하고 대화한다. 

두 번째는 필자와 같은 평론가. 크게 저널리스트와 칼럼니스트로 나뉜다. 전자는 불편부당을 원칙으로 공정하게 정리해 독자들에게 판단의 기회를 제공한다. 그에 반해 후자는 자신만의 자동차관을 바탕으로 특정 차에 대해 개인적인 시각에서 비판을 한다. 저널리스트든 칼럼니스트든 그가 자란 환경을 무시할 수 없다. 

세 번째는 최종 소비자. 이들은 디자이너가 어떤 의도로 아이디어를 만들었는지에 대해 별로 관심이 없다. 아니 잘 모른다. 알고자 하지도 않는다. 그저 내게 좋은 차이면 된다. 물론 주위의 의견에 좌우되는 경우도 많지만 개인의 취향을 전혀 벗어난 선택은 하지 않는다. 이들이 최종 평가자다. 디자이너나 평론가들이 아무리 떠들어도 그것을 참고는 하겠지만 그들만의 시각을 고집한다. 그런 경향은 갈수록 강해진다. 오늘날 디자이너의 역량은 그런 소비자들의 취향을 얼마나 잘 읽어 내느냐로 평가한다. 자신의 고집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과 끊임없는 대화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반떼 MD는 데뷔 첫 달 8월에 9,122대가 팔렸다. 8월말까지 3만2천여 대가 계약됐다. ‘국민차’로 승격한 쏘나타의 9,296대(NF, YF 포함)를 앞선 수치이다. 쏘나타가 약간 주춤거리자 아반떼가 나섰다. 이것 역시 자동차회사들에게는 중요한 전략의 하나다. 

아반떼 MD는 여러가지 측면에서 파격적인 내용으로 가득 차 있다. 가장 두드러진 것은 물론 스타일링 디자인이다. YF 쏘나타와 투싼 iX, 그리고 앞으로 등장할 그랜저 후속 모델과 함께 새로운 현대 군단으로서 시장에서의 존재감 확보를 위해 싸워야 하는 포인트다. 다른 브랜드에 비해 내 세울 것이 없을 때 논란의 중점에 서기 위한 시도라고 할 수 있다. 좋은 이야기를 물론 많이 들어야 하겠지만 그 반대의 이야기도 많이 나와 화재의 중심에 서기 위함이다. 시장을 흔들어 보겠다는 의도다. 

정답은 없다. 누가 더 힘있게 밀어 붙이느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철저한 준비를 통한 지속적인 마케팅 전략의 수행이 필요하다. 선택을 했으면, 결정을 했으면 집중을 해야 한다. 상품성으로서는 글로벌 시장에서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 지금 만들어 나가야 하는 것은 현대 브랜드만의 독창성이고 그것을 바탕으로 헤리티지를 축적해야 한다. 
(아반떼 MD 1.6GDi 시승기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