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stdrive
1984년
미국
자동차
업계를
되돌아보면
꽤
재미있는
모델들이
많이
출시되었던
것을
알
수
있습니다.
GM의
미드엔진 스포츠 쿠페인 폰티액 피에로가 출시되었고 크라이슬러의 미니밴도
1984년에
처음
등장했지요.
그리고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모델이 지프
체로키입니다.
당시
지프는
AMC산하에 있었죠.
체로키는 현대적인
SUV의
개념을 정립한 차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겁니다.
물론
체로키 이전에도
4륜구동 왜건형 차들이 있었지만 패밀리카보다는 산악지형이나 사막
등의
지형과 궂은
날씨같은 특수
상황에 종종
마주쳐야 하는
군용이거나 작업현장용 차량이거나 구조용 등으로 많이
사용되었죠.
체로키는 무겁고 투박한
4륜구동 작업용 차량이 아니라 적당한 크기에 세련되면서도 강인한 인상을 담아낸
SUV로
태어났습니다.
사실
AMC의
승용차인 이글과 지프
그랜드 왜고니어의 절충형같은 모델이었죠.
지프
체로키는 크라이슬러 미니밴과 함께
승용차를 바탕으로 만든
스테이션 왜건이 대세였던 미국
패밀리카
시장의 새로운 대안으로 큰
호응을 얻었습니다.
미니밴은 실용적이지만 다소
고루한 스테이션 왜건의 이미지를 이어받은 것에
비해
SUV는
실용적이면서도
활동적이고 강인한 인상으로 폭넓은 사랑을 받게
되었죠.
80년대
후반부터는SUV
열풍이라고도 표현할 수
있을만큼 차종도 다양해졌고 판매량도 많아졌습니다.
지프는 다소
컴팩트한 체로키보다 차체가 조금
더
크고
고급스러운 그랜드체로키를
1993년
출시했습니다.
포드
익스플로러,
쉐보레 S-10
블레이저 등과
직접적인 경쟁구도를 이루는 차였죠.
그
이후
SUV시장이 커지면서 많은
회사에서 각양각색의
SUV를
내놓게 되었습니다.
지프
그랜드 체로키도 많은
도전에 직면하게 된
것은
당연했지요.
미국
자동차 회사들의 나태함은 새로운
장르를 개척한 원조격이었던 차들마저 모델체인지를 거치면서 후발주자들에게 밀리는 모습을 종종
보여주었는데 지프
그랜드 체로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선대인
3세대
모델
(WK)부터는 판매량이 해마다
줄어들었죠.
물론
크로스오버가 떠오르면서 전통적인
SUV시장이 축소되었을 뿐만
아니라 경쟁차종이
늘어났다는 점도
있기는 합니다만
여러모로
라이벌들에 비해경쟁력이 더
높다고 얘기할 수는
없던
것도
사실입니다.
지난
해
출시가 시작된
4세대
그랜드 체로키
(WK2)는
크라이슬러가 큰
위기를 겪은
후
출시된 첫
신차인 셈입니다.
크라이슬러
200은
기존의 세브링을 다듬은 정도이고 다른
신모델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입니다.
WK2의
개발은 다임러 크라이슬러 시절에 시작되었기 때문에 새
그랜드 체로키는 메르세데스 벤츠
ML클래스의
플랫폼을 바탕으로 개발되었습니다.
그랜드 체로키로는 처음으로
4륜
독립식 서스펜션을 채용한 것도
바탕이 된
플랫폼 때문이기도 합니다. WK1까지
쓰인
일체식 서스펜션은
오프로드 성능에서 유리한 점이
있는데다가
튼튼하기도 하지만 ML클래스의 플랫폼을 쓰면서 별도의 리지드 액슬
서스펜션을 개발하기에는 좀
당위성이
부족했을겁니다.
다른
경쟁차종들도 극한의 험로주행성보다는 웬만한 험로를 지날
수
있으면서도 온로드
성능을 중시하는 만큼,
단가가 높아지더라도
4륜
독립식 서스펜션으로 갈
수밖에 없었겠지요.
외형은 그랜드 체로키의 정체성을 이어가면서 거기에 유럽차같은 분위기도 주고
있습니다.
전반적으로
직선을 기조로 하고
있지만 모서리의 곡률을 적당히 주고
있으며 바퀴와 차체의 비율도 좋아보이네요.
전체적인 비례감이나 면의
처리도 구형에 비하면 상당히 세련된 느낌이고 각
패널간의 틈새도 작아졌기 때문에
선대에 비해서 시각적인 품질감이 상당히 향상되었습니다.
이
점은
익스테리어와 인테리어에서 모두
그렇습니다.
실내도 소재의 질감부터 예전보다 훨씬
나아졌을 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짜임새도 상당히 좋아졌습니다.
사실 선대에 비해 좋아졌다는 것이기는 해도 동급 차들과 비교하자면 이제서야 좀 체면을 차릴 수 있는 정도가
되었다고 보는 게 맞겠죠.
신형
그랜드 체로키에는
3.6리터
펜타스타
V6엔진과
5.7리터
헤미
V8엔진,
그리고 고성능 버전인
SRT8에는
6.4리터
헤미
V8엔진이 탑재됩니다.
미국
이외의 시장에서는 디젤도 탑재되고 있죠.
우선
미국에서는 V6와
V8이
각기
다른
5단
자동변속기와 조합을 이루고 있습니다.
전통적인
SUV를
계승하는 만큼
후륜구동을 바탕으로 하고
있으며
4X2와
4X4중에서 선택이 가능합니다.
4륜구동 시스템은 콰드라-트랙 1,2,
그리고 콰드라-드라이브
2의
3종류가 제공되는데 시승차는
V6엔진에
콰드라-트랙
1을
장비한 Laredo X
모델이었습니다.
그랜드 체로키 라레도
X의
기본
가격인
$32,215에
듀얼
존
에어콘,
파킹
어시스턴스,
유커넥트 블루투스,
18인치
휠,
파노라믹 선루프,
토잉
패키지 등
웬만한
옵션을 장비한 권장
소비자 가격은
$38,785로
나와있더군요.
시승차에 적용된 콰드라-트랙
1은
기본적으로 로우레인지가 없는
싱글스피드 트랜스퍼 케이스를 장비한
상시사륜구동 방식입니다.
본격적인 오프로드 주행용은 아니라는 얘기죠.
다양한 기후조건하에 도심과 고속도로를 주로 달리는 패밀리카로 사용한다면 굳이 로우레인지까지 필요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가끔씩 캠핑이나 레저활동 등으로 오프로드를 주행하고 때로는 다소 험준한 지형에서도
움직인다면 로우레인지가 있는 콰드라-트랙 2나 콰드라-드라이브 2를 선택해야겠죠. 본격적인 오프로드 주행을
원한다면 스키드 플레이트가 포함된 오프로드 어드벤쳐 그룹이라는 옵션을 구입하실 수 있습니다.
펜타스타
V6엔진은 크라이슬러로서는 아주
오랜만에 개발한 V6
엔진입니다.
가변밸브 기구를 갖춘 DOHC
3.6리터는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동력성능을 제공합니다.
급가속이나 긴
오르막에서는 토크가 좀
더
풍부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기는 하지만 일상용 차로서는 충분한
수준이라고 생각합니다.
견인을 자주하거나 평소에도 사람을 많이
태우고 짐도
많이
싣는다면,
또는
때때로
신호등에서 일등으로 출발하거나 고속도로에서의 추월을 즐긴다면 당연히 5.7
헤미가 낫겠지만 평범한
사용조건에서는 펜타스타
V6만으로도 괜찮겠지요.
차의
가격과 연비를 생각하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물론
괜찮은 수준이지 강력하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공차중량만 해도
2.2톤
정도이므로 290마력의 최고출력과
35.9kg-m의
최대토크가 넉넉하다고 할
수는
없지요.
제원상 1600~4000rpm
에서
최대토크의
90%가
발휘된다고
하지만 아무래도 회전이 올라야 좀
더
활기찬 움직임을 보여줍니다.
가속페달의 반응은 다소
느리지만 차의
성격을 감안할때 적절한 세팅이라고 생각됩니다. 5단
자동변속기의
작동도 부드럽습니다.
빠르면서도 매끄럽게 변속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동력계통에서 느껴지는 품질감은
상당히 좋습니다.
정숙성에 있어서도 동급
차들에 비해
손색이 없으며 실내공간도 넉넉합니다.
뒷자리는 성인 2명이 아주 편하게, 몸집이 큰 사람이라도 3명이 충분히 앉을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죠.
3열 시트는 옵션으로도 제공되지 않습니다. 실내 분위기나 마감은 선대에 비해 많이 좋아졌습니다.
WK1만 해도 각종 인테리어 소재가 정말 조악했는데 WK2에 와서는 크게 개선된 모습입니다.
스티어링은 무게감이 적절하지만 지프라는 것을
감안했을때 반응성이 조금
빠른
편입니다.
요즘의 웬만한
SUV들이
다
그렇듯이 일상주행에서의 핸들링은 험로주행을 고려한 차종이라기보다 키
큰
승용차라는 느낌이죠.
어딘가 헐거운듯 하면서도 부드러운 느낌이었던 예전
그랜드체로키와는 달리
스티어링이
꽤나
타이트하게 느껴집니다.
키가
큰
차에서는 이런
점이
살짝
신경질적이라고 느껴질 수도
있지요.
스티어링휠을 통해
노면상태를 느끼기에도 부족함이 없고
구불구불한 국도에서도 승용차와 다름없는 몸놀림을
보여줍니다.
일상적인 주행에서의 승차감과 핸들링은 상당히 좋습니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장애물 회피상황에서는 무게중심이 높은
차가
갖는
불안정한 움직임이 나타납니다.
한계
이내에서의 움직임은 세련되었지만 긴급거동에서 느껴지는 몸놀림은 좀
거친
편이라고나 할까요?
ESC의
개입도 조금
늦는
편입니다.
스포츠카라면
ESC가
너무
일찍
작동함으로 인해
운전재미를 떨어뜨리는
것보다 다소
늦게
개입하는 것이
적당하겠지만 이런
종류의 차라면 약간은 일찍
작동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새
그랜드체로키는성능이나 장비,
가격
등을
고려할때 선대에 비해
월등히 높은
경쟁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초대
그랜드 체로키 시절만 해도
이
세그먼트를 개척하다시피
했었는데 그
이후
다른
메이커의 시장
진입도
많아졌을 뿐만
아니라 그랜드 체로키는 조금씩 하락세를 보여왔죠.
그러나 새
그랜드 체로키는 그런
분위기에
반전을 가져올만한 능력을 가지고 있더군요.
WK1의
경우
지프
팬들이 주로
선택하는 차였다면
WK2는
모던하고 다재다능한 패밀리형 SUV를
구입하려는
분들이 한번쯤 둘러볼만한 가치는 충분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시승기 잘 읽었습니다. 먼저 오랫만에 피에로 사진을 보니 반갑네요. 젊은이들의 욕구해방 출구였죠.^^
이번의 WK2(2011 Grand Cherokee)는 기본이 크라이슬러가 벤츠의 산하일 때 2012년 ML과 같이 개발이 되었기에 전체 프레임과 서스를 공유합니다. 그래서 차 강성은 상당히 개선되었고 실체로 차를 비틀어보거나 튕겨볼 기회가 있으면 벤츠 특유의 느낌이 묻어납니다. 하지만 일반 주행을 해 보면 내외부 디자인이 턱시도를 입고 있다 해도 지프 특유의 오프로드 근육이 숨어있죠. 오프로드를 상당히 잘 타며 타이트하지만 유격있는 액셀, 브레이크, 스티어링 등이 빛을 냅니다. 내부 조립 품질은 아직 유럽의 차량들은 커녕 최근 현기차들의 것에도 못 미치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지프를 모는 분들은 이런 부분에 덜 신경 쓰시겠죠.
국내에서는 유럽과 한국의 SUV에 익숙한 소비자들에게 어필을 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겁니다. 다만 과거에 미국차에 대한 향수가 있으신 분들에게는 적격입니다. 한국화된 맥도널드, 버거킹이나 마요네즈 잔뜩 들어간 국산 롯데리아가 짜증날 때 고기 냄새 삭~ 나는 정통 수제버거가 생각날 때 처럼요.
좋은 시승기 잘 읽고 갑니다. ^^; 요즘 보면 GC에 대한 미국 언론 매체들의 반응이 조금 과하다 싶을 정도로 이슈화가 많이 되고 긍정적인 평가가 내려지는 것 같습니다. 실제로 제가 타본 적은 없지만 제가 보기에는 음... 뭐 그냥 경쟁사들이랑 제대로 경쟁할 수 있을 정도는 되었다라는 생각이 드는데... 개거품(?)을 물면서 보도를 해대는 미국 언론들을 보며... 수입 차량에 대해서는 비판적이나 자국 차량에 대해 관대한 그들의 이중잣대를 새삼 다시 느낍니다. ㅎㅎ
그래도 '콰드라 트랙'은 요 급의 SUV인 척하지만 실상은 그냥 키큰 승용차인 경쟁제품들과는 달리 GC의 차별 포인트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워낙 전 세대 GC의 실내 품질이 조악해... 이번 GC의 인테리어에 대한 호감도가 상대적으로 많이 급상승한 면도 있는 것 같고...
뭐 여튼... 변속기만 8단으로 얼른 교체가 되면 나름 동급에서는 꽤 우수한 실력을 갖춘 차가 될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듀랑고의 디자인을 더 선호하는데... 이놈 역시 변속기만 업데이트 되면 훌륭한 차가 될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