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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38 740iL을 처음 시승했던 기억은 96년도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정식으로 수입된 740iL을 타본 기억은 BMW를 몸과 머리속에 확실히 각인시키기에 충분할 정도로 흥분되는 시승이었다.

건장하고 운동으로 매우 잘 다져진 몸매의 30대 후반의 남성이 수트에 멋진 넥타이를 매고 있는 모습이 바로 내눈에는 E38의 이미지였다.

 

이후에도 E38을 시승할 기회는 많았다.

창원 F3 원년에 750i을 베이스로 만든 리무진 형태의 L7으로 서킷을 달린 것을 비롯해 친구가 가지고 있던 740i등 대략 10번 정도 시승했던 것 같다.

 

이제는 데뷔한지 16년이나 된 모델이고 이후에 모델체인지가 2번이나 되었지만 E34나 E39와 함께 가장 비머다움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유러피언들의 기호에 가장 충실한 다이나믹 럭셔리 세단이라는 점에서 앞으로도 E38의 주행능력은 경험이 많은 매니어들에게 회자될 것이다.

 

시승차는 iS 버젼으로 좀 더 단단한 하체와 강한 스테빌라이져를 가지고 있었다.

서스펜션의 세팅이 이미 요즘을 기준으로 해도 상당히 조여져있는 형태이기는 하지만 판매되었던 지역별로 차이가 있는데 특히 북미 버젼의 경우 상당히 소프트한 반면 유러피언 버젼의 스포츠 버젼은 제법 단단한 편에 속한다.

 

286마력의 V8 4.4리터 엔진은 싱글바노스를 가지고 있는데, 흡기쪽만 캠의 포지션이 바뀌도록 되어있다.

의외로 고장이 잘 나지 않기 때문에 더블바노스와 비교해도 유지관리가 쉬운편이다.

요즘은 2리터 터보엔진으로도 충분히 뽑을 수 있는 만만한 출력이라 밟았을 때 가속에 대한 감동을 느끼는 것은 힘들지만 그래도 8기통 엔진이 저속에서 풍부한 토크를 뿜어준다는 것은 운전을 매우 쉽게 한다.

 

18만킬로를 넘게 탔지만 엔진의 상태는 매우 좋았고, 정속주행연비도 매우 잘나오는 아주 건강한 상태의 엔진이라는 것을 감지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기 위해 고속화도로에서 속도를 높여보면 여전히 E38의 하체는 많은 메이커에서 스터디를 해야할 가치가 충분할 정도로 어쩌면 불가사의할 정도의 노하우가 숨어있다.

 

일단 바운싱을 할 때의 스피드가 고급차에 매우 알맞고, 스트로크의 끝자락을 느끼기 어렵다.

좀 더 쉽게 표현하면 바운싱으로 어느이상 눌리면 이제 끝까지 눌렸다는 느낌을 잘 주지 않고, 마찬가지고 차가 점프를 해도 여기가 스프링이 최대한 펼쳐진 마지막이라는 표현을 잘 하지 않는다.

 

때문에 차가 떠올랐을 때 접지력의 변화가 매우 적기 때문에 바운싱을 하면서도 코너를 돌 때 스티어링을 통해 타이어의 접지력이 순간순간 떨어지는 느낌을 전혀 받을 수 없다.

 

스테빌라이져가 댐퍼의 기능을 코너에서는 상당히 많이 지원하는 그런 형태인데, 고속코너에서 몸으로 느끼는 롤강성은 기대보다 강했다.

이렇게 강한 스테빌라이져를 사용하면 한계가 높아진 듯한 느낌을 쉽게 주지만 한계부근에서 신경질적인 움직임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튜닝의 영역이 아니고서 팩토리에서 적용시키는 것은 대단한 자신감이 아니고서는 불가능하다.

 

그만큼 E38은 서스펜션의 세팅에 있어서 탁월한 재주를 발휘했다.

승차감 역시 E38이 결코 포기하지 않았던 요소이기 때문에 강한 하체가 발휘하는 운동능력이 더 부각이 되는지도 모르겠다.

 

엔진은 3500rpm이 넘어가면서 바노스 작동으로 힘이 붙는 형태이며, 레드존이 5800rpm으로 매우 짧지만 5단 기어비는 충분히 250km/h까지 가속을 가능케한다.

BMW의 4.4리터 엔진은 비슷한 시기에 나왔던 아우디의 A8에 실렸던 4.2NA엔진에 비해서 연비가 월등히 좋고, 대신 최고속은 좀 떨어지는 그런 특성이다.

 

전자장비가 이미 많이 장착된 차종이지만 그래도 여전히 요즘차에 비해서는 단순한 구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연식이 있는 차를 소유하면서 느끼는 소위 수리빨이 잘 받는차가 E38이기도 하다.

15년의 텀을 두고 소위 전세계의 가장 부유한 사람들이 타던 차를 맘껏 타볼 수 있다는 장점에다가 여전히 요즘차들 못지 않게 달리고 돌아주는 느낌은 이 사이즈의 차량중에서 가장 재미있게 운전할 수 있는 차가 분명하다.

 

P.S. 시승을 허락해주신 이병년님께 감사드립니다.

 

-testk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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