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자동차는 한때 우리나라 중형 및 고급차 시장을 휘어잡던 메이커였습니다.  

신진 자동차 시절에는 크라운으로, GMK 및 새한 자동차 시절에는 레코드로, 대우자동차 시절에는 로얄 시리즈로

독보적인 지위를 구축했었죠.   그러나 지금은 과거의 영광이 무색하게 내수시장에서는 전 영역에서 다른 업체에

밀리고 있습니다.  지난번 귀국했을 때 보니 길에서 GM대우 차들이 르노삼성 차들보다 적게 보이는 듯 하더군요.  

아무튼 현대/기아가 내수시장을 독식하고 있는 것은 장기적으로 볼 때 현기차에게도 그리 좋은 현상은 아닙니다.  

독과점의 폐해는 소비자들에게 먼저 나타나지만 시장판도가 변했을 때 급격히 고객이탈이 나타나면서 독과점

공급자가 예상하지 못한 일이 벌어질 수 있지요.  현기차의 경우 노조와 가격인상, AS등의 문제로 상당히 안 좋은

국민감정을 받고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얘기가 잠깐 곁길로 샜는데 오늘 하려는 이야기는 GM 대우의 차세대 준대형차인 VS300의 원형이라고 알려진

뷰익 라크로스를 타 본 이야기입니다.  우선 뷰익의 중형급 세단인 라크로스와 리갈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해야겠네요.  

뷰익 라크로스는 2005년에 처음 등장했습니다.  그리고 지난해 풀모델 체인지된 2세대 라크로스가 시장에 투입되었죠.

오펠 인시그니아를 바탕으로 한 뷰익 리갈은 미국시장에 발표만 되었고 아직 풀리지 않은 상태입니다.  

올해 2사분기에 출시 예정이라네요.



뷰익 리갈입니다.  지난해 11월 12일 LA에서 신차발표회를 가졌고 지난번 LA 오토쇼에서 일반공개 되었죠.

라크로스와 리갈 모두 GM의 입실론 2 플랫폼을 바탕으로 하고 있으나 크기와 디자인이 완전히 다릅니다.

네임플레이트의 역사를 살펴보면 리갈이 훨씬 오랜 전통(?)을 가지고 있습니다.

1973년 처음 등장한 뷰익 리갈은 뷰익 센츄리를 고급화시킨 Personal Luxury Car였습니다.  

78년 등장한 2세대 모델은 선대에 비해 차체가 많이 작아졌으며 각진 스타일로 변했지요.

이때부터는 리갈과 센츄리가 서로 다른 차로 바뀌게 되었습니다.






2세대 리갈중 특히 생산 마지막해인 87년식 GNX는 콜렉터카로도 각광받고 있으며 분노의 질주 4편 초반에

등장하여 눈길을 끌기도 했습니다.3세대 리갈은 전륜구동인 GM의 W 플랫폼을 바탕으로 한 쿠페로 88년 등장했습니다.



97년 등장한 4세대 리갈은 다시 센츄리와 같은 차체의 다른 버전으로 돌아왔습니다.



2005년 뷰익은 리갈과 센츄리를 단종하면서 그보다 조금 큰 차체를 가진 라크로스를 내놓았습니다.

사진은 1세대 라크로스



초대 라크로스는 스타일링이나 성능에서 특별한 점이 없었고 우리나라 매체에서 관심을 가질만한 차도 아니어서

시승차를 신청하지 않았었습니다.  있는지 없는지도 별로 관심을 두지 않았던 차였다고나 할까요?  

2세대 라크로스는 2009년 디트로이트 오토쇼에서 발표되었습니다.  






올해에는 디트로이트 쇼에 가보지 못했지만 작년에는 모 방송국 프로그램의 현지 코디를 맡게되어 디트로이트

모터쇼 출장을 갔었지요.  코보 센터에서 본 뷰익 라크로스는 선대와 달리 개성도 강하면서 또 고급스러운 분위기까지

지니고 있어 관심 있게 둘러보았습니다. 모터쇼 전시장에서 둘러본 것으로는 조립품질이나 마무리도 꽤 좋아보였습니다.

뷰익이라고 하면 미국차중에서도 보수적이고 나이든 사람들이 타는 차라는 이미지가 강합니다.  

중국에서 뷰익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공산화 이전에 미국차가 가지고 있던 좋은 이미지를 그대로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라더군요.  사실 우리나라에서도 아주 예전부터 자동차에 관심이 있던 어르신들 중에서는 뷰익과 캐딜락을

아주 높게 평하시는 분들을 간혹 볼 수 있습니다.  

아무튼 뷰익은 미국내에서도 이미지 변신을 꾀하고 있는 중입니다.  현재 미국 자동차 구매자 평균연령은 52세인데

뷰익의 고객 평균연령은 70세라고 하네요.  평균 수명이 높아졌다고는 하지만 70세는 고령에 속합니다.  게다가

노친네차라는 브랜드 이미지는 그리 좋을 것이 없지요.  그런데 뷰익이라는 브랜드의 고객 평균연령은 70세지만

라크로스라는 차종만 놓고 보면 55세라고 하더군요. 사실 GM의 다른 브랜드인 캐딜락도 60대 중반인 고객

평균연령을 낮추기 위해 무던히 애써왔고 CTS와 SRX등으로 분위기를 쇄신하면서 의도한 성과를 거둘 수 있었죠.  

뷰익 라크로스도 젊어진 뷰익을 잘 보여주는 차종 중 하나입니다.






기존의 뷰익 구매자들이 좋아할만한 여유로운 분위기를 버리지 않으면서도 패밀리 세단을 구매하려는 중년 이전의

구매자들도 한번쯤 관심을 가지도록 만드는 부분이 있다고나 할까요?    

곡면과 함께 필요한 부분에 적당히 날을 세운 스타일 덕분인지 크기에 비해 스마트해 보입니다.  








측면의 캐릭터라인은 현대 에쿠스와도 조금 비슷해 보이는 면이 있습니다만 시간적으로 보았을 때 라크로스가 먼저

발표되었죠.  그때문인지 에쿠스 사진이 오토블로그에 공개되었을 때 라크로스를 본땄다는 댓글들이 심심찮게

보이기도 했었습니다.    

외관에 있어서는 큰 차체의 미국차라는 느낌을 잃지 않으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은근히 고급스러운 분위기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인테리어도 꽤나 고급스럽습니다.  각종 소재의 질감이나 마무리에 있어서 ‘미국차 치고는’ 이라는 부가설명을

붙일 필요 없이 곧바로 ‘우수하다’는 평을 내릴만합니다.   센터 페시아는 최근 트렌드에 비해 버튼이 좀 많은 느낌도

있지만 직관적으로 정돈되어 있기 때문에 번잡하다는 느낌이 들지는 않습니다.  

시승차는 3.0리터 V6 엔진과 AWD시스템을 장비한 CXL 모델로 베이스가격 $31,820 에 파킹 어시스트, 오토 디밍 미러,

메모리 시트 등이 포함된 Comfort & Convenience Pkg#2, 가죽과 우드그레인이 적용된 열선 내장 스티어링 휠,

열선과 통풍기능을 갖춘 가죽시트, 전동 해가리개 등이 포함된 Luxury Package, 11개의 스피커를 장착한 하만카르돈

오디오 시스템과 USB 포트, 120V 인버터를 포함한 Entertainment Package를 추가하고 탁송료까지 포함한 MSRP는 $35,770 입니다.  

물론 실제 판매가격은 상황에 따라 달라지겠지만요.






시승차를 받고 한바퀴 외관을 둘러본 뒤 운전석에 올라 도어를 닫으려는데 어째 뭐가 좀 이상합니다.  

차 안에서 자연스럽게 손이 가는 위치에서 잡히는 건 손잡이가 아니라 커버이고 그 아래쪽이 실제 손잡이더군요.  

저뿐만 아니라 시승기간 라크로스에 동승한 분들 모두가 손잡이 디자인에 대해서는 다 한번씩은 이야기를 할 만큼

기능성이 떨어졌습니다.  스케치와 렌더링에서는 멋있어 보였을 만한 디자인입니다만 실용성에 있어서는 좀 아니었지요.  






차체가 큰 만큼 전반적인 실내 공간도 상당히 여유롭습니다만 앞좌석은 생각만큼 넉넉하게 느껴지지는 않습니다.  

앞뒤, 위아래로는 충분한 공간을 확보하고 있습니다만 레그룸의 좌우폭이 의외로 좁기 때문입니다.  

라크로스는 전륜구동, 또는 전륜구동 기반의 AWD입니다만 앞좌석 레그룸 폭은 전형적인 후륜구동차와도 같은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공간 자체가 협소하지는 않지만 느낌상으로 조금 여유가 부족하게 다가옵니다.  

감싸 안는듯한 형상의 대시보드 디자인 때문에 취향에 따라서 갑갑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고 포근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을 듯 합니다.  계기판은 조금 작은 듯 하지만 판독성은 높으며 센터페시아의 디자인은 많은 버튼을

잘 정리하여 배치함으로써 많은 기능을 가지고 있는 차라는 느낌을 충실히 전해줍니다. 일부 버튼은 좀 작은 듯하지만

익숙해지면 쉽게 찾을 수 있고 조작감도 좋습니다.  




야간에는 최근 트렌드인 앰비언트 라이팅으로 실내 분위기를 바꾸어줍니다.  

계기판과 버튼의 조명, 그리고 앰비언트 라이팅도 모두 밝은 청녹색 계열이더군요.

운전석과 동반석 시트는 상당히 편합니다.  허리도 잘 받쳐주고 또 좌우지지도도 만족스럽더군요.

장거리 운전에서도 허리가 아프거나 피로를 쉽게 느끼거나 하지도 않습니다.  




뒷좌석 공간은 상당히 여유롭습니다.  키 큰 성인 세 명이 나란히 앉아도 답답하지 않을만한 여유를 가지고 있지요.  

등받이는 조금만 각도가 더 낮으면 더 편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기는 합니다.  




또 뒷좌석에는 유아용 좌석 고정장치인 LATCH (Lower Anchors and Tethers for CHildren)가 세 개나 준비되어

있습니다.  제가 지금까지 본 세단들은 뒷좌석에 LATCH가 두 개만 있었거든요.  물론 그냥 안전벨트를 이용해

어린이좌석을 고정할 수도 있고 또 우리나라에서는 어린이용 안전좌석에 대한 이해도 부족하기 때문에 그게 뭐 대수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어린이 안전규정에 대한 단속이 철저한 미국에서라면 꽤 중요한 부분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다른 세단과 마찬가지로 등받이를 6:4로 분할 폴딩하여 화물칸을 연장할 수 있도록 되어있습니다.  

그런데 등받이를 접었을 때 아래쪽에 빈틈이 노출되어 보이는 것은 조금 의외더군요.  

다른 부분 신경 써서 잘 만들어놓고 이런 부분에서 점수 깎아먹는 경우겠지요.  마무리에 다소 너그러운 미국시장에서는

넘어갈만한 부분일지 몰라도 우리나라 내수시장에서는 곧바로 클레임 걸릴만한 부분입니다.    




트렁크도 넉넉합니다만 차체 크기에 비하면 실제 용량은 좀 작은 듯 하고 오프닝이 그리 크지 않기 때문에

큰 짐을 싣고 내리기에는 적합하지 않습니다.






큰 차체에 비해 비좁은 시야도 감점요인입니다.   차체에 비해 그린하우스가 작아지는 것이 최근의 디자인

추세이기는 합니다만 라크로스의 경우는 높은 벨트라인과 두툼한 A필라, 그리고 상당히 전진배치된 B필라 때문에

전반적인 시야는 상당히 갑갑한 느낌이 듭니다.  저처럼 키 작은 운전자의 드라이빙 포지션으로도 좌측으로 차선변경을

위해 사각지대를 확인하려 고개를 돌리면 B필러가 떡 하니 반쯤 가로막는데 키 큰 운전자라면 더하겠지요.




뷰익 라크로스에 탑재된 엔진은 직분사 V6로 배기량은 3.0과 3.6리터 두가지입니다.  추후에 2.4리터 4기통이

추가될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더군요.  3.0리터는 255마력, 3.6리터는 280마력의 최고출력을 냅니다. 여기에 조합되는

변속기는 GM 하이드라-매틱 6T70 6단 변속기입니다.   3.0리터만 해도 수치상으로 표기되는 출력은 넉넉합니다만

실제로 운전을 할때는 그보다 힘이 부족하게 느껴집니다.  라크로스AWD의 공차중량만으로도 1.9톤인데다 가속페달의

반응이 상당히 느리기 때문입니다.  가속페달의 초기 20% 정도가 유격이라고 느껴질 정도입니다.  물론 패밀리 세단인

만큼 가속페달 반응이 민감한 것도 어울리지 않겠지만 너무 둔한 것도 그리 좋게 느껴지지는 않더군요.  

학습기능 덕분인지 시승차를 받은 첫날에 비하면 돌려주던 날의 유격이 적어진 느낌이었습니다만 여전히 한박자

쉬고 나간다는 느낌은 지워지지 않더군요.  3.6리터 버전은 어떨지 모르겠습니다만 3.0의 경우는 사실상 어느 구간에서도

파워풀하다는 느낌을 주지는 않습니다.  그냥 모자라지 않은 수준의 동력성능을 제공해주는 정도죠.

6단 자동변속기의 성능은 좋습니다.  변속레버의 위치 때문에 수동모드에서 셀렉트레버로 변속을 하기는 상당히 불편합니다.  

변속은 자동모드에서나 수동모드에서나 빠르고 자연스럽게 이루어집니다.  엔진이 그다지 파워풀하지 않은데다 변속기는

다단화 되어있어서 긴 오르막을 오를 때 가속페달의 작은 가감에도 시프트 업과 다운이 자주 이루어집니다.  

킥다은 반응은 조금 느린 편이고 어떨 때는 불필요한 변속이 빈번히 이루어진다고 느껴지기도 하지만 변속시에도

움찔거리거나 엔진음이 크게 변하지 않기 때문에 동승자들은 그저 편하게 앉아있을 수 있지요.






일반적으로 미국차, 게다가 뷰익이라고 하면 두리둥실 떠다니는 듯한 무른 서스펜션을 연상하게 되는데 라크로스는

좋은 승차감을 유지하면서도 핸들링을 상당히 높은 수준까지 확보한 것이 눈에 띕니다. 스포츠카의 날카로운 핸들링은

이 차가 추구하는 바도 아니고 이 급의 차를 구매하는 사람들이 원하는 포인트도 아닌 만큼 승차감과 핸들링 사이의

밸런스는 승차감쪽에 무게를 두고 있는 듯 하면서도 조종성능에 있어서도 이 급의 세단중에서 상당히 높은 수준을

마크하고 있습니다. 코너에서의 롤도 상당히 억제되어 있으면서 패인 곳이 많은 도로표면을 빠르게 지날 때 실내로

전해질만한 충격과 불쾌감을 잘 걸러냅니다.   뷰익 라크로스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이 이 서스펜션이었으니까요.

뷰익 라크로스를 드라이버즈 카로 보기에는 좀 어렵겠지만 핸들링만 놓고 본다면 어느 정도의 운전재미까지 보여줄

정도였거든요. 가속페달에서는 차체의 무거움이 느껴지지만 스티어링을 통해서는 그런 분위기를 거의 느낄 수 없습니다.  

스티어링휠은 조금 가벼운 편입니다만 노면 피드백을 다 걸러버리지는 않습니다.  브레이크의 성능이나 제동컨트롤도

이 차의 성격에 맞는 운행조건에서는 어색함을 발견할 수 없었습니다.  몇 번의 패닉 브레이크 테스트에서도 ABS의

작동에 따른 불쾌감도 없었고 제동성능 저하도 눈에 띄게 나타나지는 않았습니다.  

에드먼즈닷컴에 따르면 슬라럼 속도나 제동거리에 있어서 뷰익 라크로스가 렉서스 ES350보다 좋은 기록을 냈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정숙성도 칭찬할만한 부분입니다. 요즘 경제가 어려워서인지 교통위반에 대한 단속도 상당히 심하게 이루어지고

있어서 다른 차들의 흐름에 비해 눈에 띄게 빨리 달리는 속도 영역까지 달려보지는 않았습니다만 80마일 이내의 속도에서는

상당히 정숙했습니다. 윈드노이즈, 로드노이즈 모두 잘 차단되어 고속주행에서도 실내는 상당히 조용하더군요.  

미국시장에서는 뷰익 라크로스가 프리미엄급으로 인정받기에 부족함이 없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하지만 GM 대우를 통해 국내시장에 도입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미국에 있는 동안 한국차를 가까이 대할 기회가 생각보다 많지 않았습니다.  잘해야 딜러에서 이리저리 살펴보고

MPG(Motor Press Guild) 트랙데이때 잠깐 타보는 정도였죠.  게다가 미국시장에서 팔리는 한국차의 옵션은 내수시장에

비해 떨어집니다.  

그렇기 때문에 제 관점에서 뷰익 라크로스가 우리나라 시장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전망하기에는 국산차에 대한

경험이 부족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현재 ACCD 진학준비에 여념이 없는 김도형군 이야기로는 라크로스의 옵션이나

일부분의 마무리는 우리나라 차량구매자들의 눈높이를 맞추기에는 부족함이 많다고 이야기합니다.  

아무래도 국내에 출시되기 전에 이런 부분에 대한 보강이 이루어지겠죠.  GM 대우도 스테이츠맨과 베리타스의 실패를

통해 배운 부분이 있을 테니까요.   아무튼 뷰익 라크로스는 미국시장을 기준으로 볼때는 가격과 성능, 상품성이라는

측면에서 꽤 경쟁력이 있어보입니다.  이것을 바탕으로 내수시장에서 그랜저와 경쟁할 수 있는 차로 조련해내는 것이

GM 대우의 숙제겠지요.  

 

더 많은 고해상도 사진을 보시려면 www.thepassioncar.com 을 방문해주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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