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과 달리 요즘은 차를 용도에 맞게 2대 이상 굴리는 분들이 늘어난 것 같습니다.


주말엔 빠른 차로 달리고, 경제적인 차를 한 대 더 구입해 주중엔 이동 수단으로만 사용하는 그런거 말이죠.
저도 그런 사람 중 하나라서 세컨카로 뉴모닝 수동 10년식 9,000KM 주행한 중고차를 올해 2월에 구입해 출퇴근 용도로 잘 타고 다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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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이 차입니다.]

 


제 인생에 처음 구입해 본 경차였는데, 동력성능은 신호 대기 후 스타트 무조건 1등일 정도로 만족스러웠지만 하체가 워낙 허접해 운전재미 따위는 기대하기 힘들었습니다.

클러치감도 정말 거지같아서(이 표현이 최선입니다) 줄곧 수동차만 소유해 온 저인데도 시동을 자꾸 꺼먹을 정도였죠.


그래도 싼 맛에… 주차도 막 해도 되고… 자동세차 돌려도 되고… 남한테 키 막 줘도 되고… 단점보단 장점이 많았습니다.

경차타면 다른 차들이 빵빵대고 무시한다는데 제가 제일 빨리 다녀서(ㅋㅋ…)인지 그런 적도 없었죠.

이로써 경차를 세컨카로 굴리는 것에 대해 굉장히 호의적인 생각을 갖게 되었습니다.

모닝이라는 차 자체가 맘에 들진 않았지만 경차라는 카테고리가 맘에 들었던 거죠.

 

 

 

그러던 어느 날, DDGT 경차전에 나가야겠다 라는 생각이 번뜩 들게 됩니다.
저렴한 비용에 사고가 나도 부담없는 부품값, 왠만한 판넬은 칼라휀다나 범퍼로 갈아버리면 되니 제겐 꽁짜나 다름 없었습니다.

F1 국제 서킷을 맘껏 달려볼 수 있다는 매력도 무시할 수 없었구요.

 


그럼 지금 타는 모닝으로 나갈 것이냐?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아니다 였습니다.
72마력의 이도저도 아닌 출력(올뉴모닝은 82마력), 무엇보다도 구형바디(04년 출시된 구모닝 베이스)인 뉴모닝보다는 신모델인 스파크나 올뉴모닝이 낫지 않겠느냐… 라는 생각에 뉴 모닝을 겨우 8개월 타고 팔아버리게 됩니다.

뻘짓 아니냐 라고 묻는 이들이 많은데 실제로 8개월 동안 13,000km 타고 나서, 산 값보다 20만원 비싸게 팔았습니다.

 

 

그리고 판매한지 하루 만에 1년 된 마티즈크리에이티브(현 스파크) 수동을 어느 개인에게 구입하게 되었죠.

올뉴모닝 신차 기본형과 고민하였는데 지금 아니면 대우차 언제 타보겠냐는 생각에 과감히 선택하고 결정하였습니다.

참고로 현빠입니다.^^

모닝과 비교해 하체와 안전도에 관한 호평이 많아 바로 구입을 결심하고 계약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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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 직후 한컷]

 

거의 풀옵에 가까운 재즈 스타형 사양인데 충격적으로 휠이 깡통휠입니다.
사이드 에어백에 가죽 열선시트에 오디오까지 화려한 이 차에 깡통휠이라니… ^^

중요한게 타이어 사이즈인데 무려 155-70-14 네요.

전에 타던 모닝은 175-50-15라서 모닝대비 폭은 줄었고 전체 지름은 무려? 16mm 가량 커졌습니다.

모닝은 15인치 일 때 175-50 사이즈면 정사이즈인데 스파크는 195-50 이어야 정사이즈에 들어가더군요.


시승기에 쓸 데 없이 타이어 얘기를 먼저 하는 이유가 모닝에 비해 가속감이 많이 둔해서 입니다.

출력은 70마력으로 비슷하고 중량도 비슷한데 가속감이 둔한 걸 보면 타이어 지름이 크다보니 좀 손해를 보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기어비도 모닝에 비해 살~짝 긴데, 모닝이 좀 필요 이상으로 짧은 기어비라 지금의 스파크 기어비가 더 마음에 듭니다.
초기 가속은 다소 무겁지만 최고속은 어이없을 정도로 잘 나와서 계기판상 175km/h 까진 내 봤습니다. 모닝은 160km/h 이상 힘들었었지요.
옛날에 대우차들이 플라이휠이 무거워서 초기가속은 둔하고 최고속이 더 잘 나온다는 썰이 있었는데... 회상하게 되더군요.

 

 

구입 후 일주일간은 출퇴근 용으로 살살 타고다니게 됩니다.
하체에 대한 호평이 많아 기대를 많이 했고 그게 구입의 결정적 계기였는데 타보니 정말 좋습니다. 굳이 ‘경차치고’ 라는 수식어를 붙이지 않아도 정말 좋습니다.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면 모닝의 경우 요철이 2개 연속 있으면 2개 중 하나는 그냥 꽝! 하고 무시하고 넘어가는 느낌인데…

아니 그냥 요철은 제대로 통과하지 못하는데 스파크는 그렇지 않습니다.

모닝은 맨홀 구멍 밟으면 차가 부숴질 것 같아서 ‘경차가 다 그렇지 뭐’ 했었는데 그게 아니더군요.

스파크는 이 차가 정말 노면 상황을 운전자에게 솔직하게, 그러면서도 불쾌하지 않게 전달하기 위해 노력을 하는 그런 느낌의 하체입니다.

 

제가 현대차 중 손에 꼽는 하체가 NF 인데 그 느낌과 굉장히 비슷합니다.

출렁대는 듯 하지만 노면 정보 전달에 충실하고, 그러면서 네 바퀴 모두가 땅과 잘 접지되는…

그래서 코너링 스피드는 빠른 그런 느낌 말이죠.


뭐 NF야 현대가 한창 도약할 때 신경써서 만든 중형차라 그럴 수 있지만 스파크는 경차 주제에 그런 승차감을 흉내 낸다는게 너무 기특할 따름입니다.

전에 타던 모닝보다 타이어 폭이 20미리 줄고 사이드월은 두꺼워졌지만 코너링스피드는 되리어 스파크가 빠른 듯 합니다.

차를 떠 봐도 하체에 모닝과 별다른게 없어보이는데 신기하고 신기할 따름입니다.

그래서 제가 내린 결론은 아, 이 차 정말 신경써서 만들었구나. 조율이 잘 된 하체구나. 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차를 갖고 지난 주말 태백 서킷을 달리게 됩니다.
어차피 DDGT 나가려면 한국타이어를 껴야 하니 미리 V12 EVO 195-50-15를 끼우고 가려고 했는데 주중에 업무로 너무 바빠서 결국 순정 155 70 14 타이어를 끼우고 주행하러 갔습니다.
나중 얘기지만 다행히(?) 비가 와서 타이어 그립 부족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적어 좋았습니다.

 

잠깐 여담인데요. 태백까지 가는 고속도로에서도 감탄의 연속을 받게 됩니다.
140KPH으로 항속해도 하체는 너무나 안정적이어서 탑기어 제레미가 R8 핸들을 혀로 핥았던 그 장면을 따라할 뻔 했으니까요. ㅎㅎ

그리고 들어간 태백 서킷.

같이 간 2리터 수동차들과 직발에선 거의 쩜이 되어 버리지만 코너링 스피드는 차이가 없습니다.

오히려 코너에서는 좁히는 느낌도 들고...
롤도 거의 없고 일전에 느꼈듯 네 바퀴 모두가 노면에 잘 접지되는 느낌이 일품이었습니다.

구형차들 서킷에서 타보면 헤어핀에서 바깥 쪽 앞바퀴만 낑낑대며 돌아나가는 차들이 있는데 역시 신형바디가 좋은가 봅니다.(약간 신형바디 예찬론자 입니다. ^^)


코너링 특성도 정말 좋아서 언더도 아니고 오버도 아닙니다. 뉴트럴에 가깝다는 얘기지요.

굳이 하나 고르라면 약언더인데 헤어핀 같은데서 일부러 뒤를 날리려고 브레이킹을 물고 들어가도 뒤가 왠만해서 흘러주지 않더군요. 운전 초보들이 많이 타는 경차에서 가장 필요한 덕목을 갖고 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탈 수록 정말 맘에 들고 이토록 기본기가 좋은 차량이지만 아쉬운 부분도 없진 않습니다.
일단 엔진오일이 무려 4L나 들어간다는 점.

파워윈도우 스위치 품질이 조악하고 조명이 들어오지 않는 점.

트렁크 마감이 거의… 아니 아예 되어있지 않은 점.

악셀 페달이 너무 바닥에 있어 약한 브레이킹 시 힐앤토가 힘든 점 등… 그래서 계획에 없던, 유일한 튜닝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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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앤토가 힘든 페달 배치 탓에 팔자에 없던 튜닝페달을 달게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최악의 단점은 모닝 땐 그러지 않았는데, 차를 아끼고 자주 타게 되어 달리기용 차를 자꾸 세워만 놓게 된다는 점 입니다.^^

 

출시된지 얼마 지나지 않았음에도 이상하게 중고 시세는 올뉴모닝에 비해 많이 약한 차량입니다.

09년식 모닝을 구입할 가격 정도면 구입이 가능한데 세컨카를 염두에 두시는 테드 회원분들에게 자신있게 추천하고 싶습니다.

세세한 편의장비를 우선시하는 여성운전자라면 올뉴모닝이, 경차로도 어느정도 달리는 재미가 있어야 한다 하시는 분이라면 스파크가 단연 나을 것 같다는 것이 이 글의 결론입니다.

 

이상 스파크 예찬론을 마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