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하루의 제 느낌과 그것을 모두 날려 보내 줄 수 있었던 Fun Ride에 관한 이야기 입니다.
보시기에 불편하실지도 모르나 존칭은 생략 합니다.


하루종일 아무것도 제대로 풀리지 않았다...
나는 항상 운이 좋은 놈이었으며 그 생각은 바로 어제까지 지속되어왔다. 하지만 오늘..

늦잠->급하게 입은 반팔 티셔츠로 하루종일 벌벌떨고 -> 출근길 정체 속 얌체 차량들의 끼어들기 ->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리는 후배들의 업무지연->그로 인해 제대로 된 결실을 맺지 못하게 된 내 프로젝트-> 꼰대 과장에게 왕창 깨져가며 당장이라도 그만 두고 싶지만,  텅 빈 지갑을 보며 한 숨만 내쉬는 자신...->퇴근 길, 회사에서 대로변으로 나가기 위한 도로에서 만난 돌발 상황으로 상처입은 휠(누구를 탓하겠는가? 20Km로 서행하던 나도 갑자기 튀어나오던 바이크를 피하기엔 핸들을 꺽는 것 이외엔 아무것도 없었음을..) -> 퇴근 후 한 시간 여를 기다려 만난 여자친구와의 조그마한 술자리(물론 난 온전한 정신으로 부모님께 꾸중듣지 않고 집에 돌아오는 길목에 '안전'운전이 걱정되어 소주 한 잔도 마시지 않았다.)->무슨 나쁜 일이 있었던지 연거푸 잔을 비워대던 여자친구는 공공화장실 및 차내에서 여태껏 마신 술을 개워내며 내가 나쁜XX라 하였다... 난 무슨 영문인지도 모른체 그녀를 끌고 집에 바래다 주며 내 차 시트에 신나게 토한 그녀의 말이 옳다며 내 자신을 꾸짖었다.
"지는 것이 이기는 것이다."
라는 격언을 되까리며....

드디어 나 혼자만의 시간이 돌아왔다.
판교 IC에서 부산 방향으로 나와 내 마쉰을 이끈다..

"90Km 크루즈 컨트롤이면 이십분이면 안락하게 집에 도착하여 두 발 뻗고 자는거다. 텅 빈 지갑을 위안해 줄 연비!!!  내일은 아무것도 신경쓸 필요없는 주말이지 않은가? 무사히 집에 들어가자.."

90Km로 경부고속도로 제일 오른편을 차지하여 크루즈 컨트롤에 내 몸을 맡긴 채 순간순간 늘어나는 마법과도 같은 연비를 보며 흐믓해 하던 나는 어느순간 내 앞으로 칼질해 들어오는 아방테를 의식하게 된다..

"저 정도면 ECU에 흡.배기는 당연히 되었을 테고...뒤에서 보기에 통통튀는 모습이 서스도 한 것 같은데?"

라고 혼잣말을 할 쯤 '도로교통안전, 무사고, 장수, 민폐' 와 같은 도덕책에서나 찾아 봄직 한 단어들이 머릿속에서
백짓장 처럼 사라진다.

"이기는 것이 이기는 거다 일단 X나게 달리자."

이리저리 칼질을 해대며 나 자신의 안전기준으로 그 차량을 앞지르고 Y00Km에 고정식 카메라가 500미터 앞에 다다랐음을 알리는 네비게이션 안내양의 속도를 줄이라는 경고음을 듣고 다시 정신을 차려보니, 아방테는 전의가 없는듯 사라졌고, 코란X, 싼타X등이 신들린 칼질로 신나게 달리는 모습이 양측 사이드미러에 잡힌다..
그리고 룸미러를 보는 순간, 어느샌가 바짝 붙어있는 엔젤아이..
"아아 저 사람도 오늘 무지하게 쌓였던가 보다.."
카메라를 지나칠 무렵 메뉴얼 모드로 변환,
100Km..6단을 5단으로 내려본다.

"차착..."
"부웅~"
미친듯한 DSG는 반 쯤 미쳐버린 주인의 마음을 이해하는 듯 다운쉬프트를 이행한다.

"뉘신지는 모르오나 우리 오늘 하루 스트레스를 풀어봅시다."
혼잣말과 함께 풀 악셀을 해 본다.
기대를 저버리지않는 B모사의 3시리즈(M인지,18,20,28,30,35인지는 내가 알 바 아니었다, 누가 됐든 이길 수 없는..나는 아무리 달려봐야 한계가 명확한 2.0 디젤 해치백 일 뿐..) 적지않은 차량통행에 막혀 2차선에서 앞뒤로 달리며 기회를 엿보다 내가 1차선으로 변경하면 그 분은 3차선으로~ 다시 1차선에서 2,3- 3차선에서 2,1차선으로 변경하며 때로는 랜덤으로 순간이동을 하는 3시리즈와 나..
(후행차량은 미친X들이라며 욕을 날렸을지 모르나) 정신없이 차선을 변경 함에도 상대방과 내 깜빡이는 부지런히 들어온다... 한참을 달리던 중 나는 결국 믿지 못 할 정도로 느린 속도로 1차선에서 항속하는 고교 동창의 현재 신분을 대표하는 차량에 막혀 오도가도 못하는 나를 그 분은 3차선에서 속도를 맞추며 기다리는 눈치..

"같이 달릴 Mate이 필요하신거로군~"

더 이상은 과속딱지에 대한 공포도 그로인해 날아오는 가정 내 실권자의 비난도 두렵지 않았다. 
신분이 확실하신 차량을 제끼며 2차선으로 변경, 상대 차량 역시 두렵지 않은듯 미친듯이 달린다.
바로 앞에 칼질로 들어와도 무섭지가 않다.. 깻잎을 가르는....보통 실력이 아닌, 잡아채는 듯 한 스티어...
X70, 80, 90 Y00, Y10 온 몸이 아드레날린에 분출로 인해 오한을 느끼며 떨려온다..
"아~ 내 간이 튜닝이 덜 된거로군 어차피 내 마쉰(?)도 더 이상은 달릴 수 없겠다..어쩔 수 없구나...죽으면 다음주 출근 못 하잖아? 마침 출구가 가까워져 오는데?"라고 자위하면서도 같이 달리는 동료가 있음이 이리도 즐거울 수 있을까? 라고 되내이던 중...

어느덧 내가 나가야 할 톨게이트가 가까워지며 내 앞에 B모 사의 3시리즈가 비상등을 날리며 끼어든다.
그 분은 X흥IC, 나는 동X IC로 들어가야만 하는 아쉬운 작별에 한숨이 나온다...

"실패한 프로젝트","토해대는 여친","암울한 봉급","우울한 하루"란 단어들을 날리고
"민폐","저 죽일놈의  개생X", "벌금" 등의 낱말들을 등에 지고 집에 들어 온 지금의 심정은 왠지 무겁지만은 않다.
아직까지는 말이다..
아직까지는...
내일 혹은 며칠 뒤 미칠듯한 속도로 증명사진이 날라오기 전 까지 오늘을 잊지 못 할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