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ad Impression
911도 전통을 깨고 포르쉐에서 나름대로 상당히 특별한 의미를 부여해왔던 Turbo를 모든 카레라 모델에 적용시켰다.
다운사이징에 과급화의 방향성이라는 표현은 이제는 식상하기까지 할 정도이며, 포르쉐도 예외가 아님이 확인되었다.
911에서 다운사이징 과급화는 일반 브랜드의 범용 모델들과는 좀 다른 차원에서 평가되었던 이유는 최신 기술과 모던한 이미지에 아주 훌륭한 패키징으로 상품성을 고도화시켰음에도 주행감성이 여전히 아나로그적인 느낌을 잘 간직해온 포르쉐에게 있어서 실질적으로 사운드와 엔진의 회전특성상 토크 커브가 주는 다이나믹함이 희석되지 않을까하는 우려 때문이었다.
포르쉐 입장에서는 일단 잘 만들면 될 것 아니냐? 쓸데없이 딴지 걸생각은 꿈도 꾸지 마라는 배수진을 치며 일부 극렬한
911매니어를 포함한 언론들을 마치 길들이듯 우리는 다르다를 강조하고 나섰다.
그동안 BMW나 벤츠가 스포츠 모델들을 과급화시키면서 파워에서 월등한 성능을 가능케한 과급시스템에 힘입어 요리조리 욕먹을 꺼리들을 피해갔다면 911은 911자체에 맹목적인 로얄티의 강도가 다르기 때문에 비슷한 수준의 감성으로는 실망감에 대한 어필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
수평대향 3리터 6기통 트윈터보 엔진은 420마력으로 20마력 높아졌고, 최대토크는 51kgm/1700~5000rpm
0->100km/h가속시간은 카레라로서는 처음으로 3초대인 3.9초(카브리오레 4.2초)에 끊는 실력을 갖췄다.
1999년부터 2003년까지 생산된 BMW E39 M5가 V8 5.0리터 엔진을 가지고 만들었던 400마력 51kg최대토크를 참고해보면 최신형 카레라S의 최대토크는 과급엔진으로서 그리 높은 최대토크는 아니다.
신형 M3와 M4에 실린 직렬 6기통 트윈터보 엔진이 431마력에 56.1kg의 최대토크인 것을 감안하면 911의 최대토크는 상당히 제한 된 것이나 다름없다.
최대출력은 어차피 6000rpm이후의 토크 즉 과급엔진인 경우 최대회전수 부근에서의 부스트 유지와 밀접한 관계가 있고, 최대토크는 해당 구간에서 플랫으로 토크를 그릴 때의 그래프상 높이에 해당된다.
최대토크를 더 뽑을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911 카레라S에서 51kg정도로 제한한 이유는 높은 최대토크로 높은 플랫토크 구간을 만들면 만들수록 회전수가 플랫토크 구간을 지나면서 토크의 하강의 낙차가 크기 때문에 고회전으로 갈수록 다이나믹함이 떨어지는, 상대적 펀치 부족이 운전의 재미를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M3, M4가 고회전에서 히매가리가 없다는 뜻은 아니다. 하지만 V8 4리터때 엔진과 비교하면 회전한계도 줄었을뿐더러 초고회전에서의 느낌은 분명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반면 991 MK1때 사용했던 400마력 자연흡기 엔진과 현재의 트원터보를 비교하면 초고회전에서의 끈기면에서 감성적으로 과급화했음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유연하고 회전수를 강조한 형태로 진화했다고 평가하고 싶다.
이 이야기를 앞단에 꺼내는 이유는 터보같지 않은 터보여야한다는 목표설정이 카레라를 터보화시키면서 고려했던 상당히 중요한 포인트가 아니었나라는 생각이 들어서다.
911라인업에서 크게 카레라 라인과 터보나 GT모델들은 그 영역이 분명히 구분되어야 한다.
출력이 높다고 카레라도 911 터보같은 캐릭터로 엔진이 반응한다면 그건 정말 재앙과도 같은 일일 것이다.
포르쉐가 차를 만드는 방법과 표현에 있어서 상당한 고수임이 한번 더 증명된 이유는 터보를 채택했음에도 기존 카레라가 가지고 있던 감성처럼 엔진이 작동하도록, 즉 토크에 의존한 펀치력 보다는 여전히 회전수를 높여서 타면서 느끼는 다이나믹함에 초점을 맞추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몰아보면 6000rpm을 넘어 7500rpm까지 도는 느낌이 기대했던 것보다 리니어하고 6000rpm에서 급격히 재가속할 때의 펀치도 여전히 살아있는 등 나름대로 상당히 세밀한 세팅에 신경 쓴 흔적을 찾을 수 있었다.
4단까지는 풀가속시 5500rpm정도부터 재가속되지만 5단에 들어가면서 부터는 6000rpm부터 재가속되는 방식으로 기어비가 촘촘해짐에도 5단 들어가고 나서 오히려 가속이 더 좋아지는 것 처럼 느껴질 정도로 촘촘한 기어비를 엔진이 잘 받아낸다는 것은 포르쉐 입장에서 과급엔진의 특성을 고려했을 때 감성적으로 불리한 요소들은 모두 제거함을 기본 목표로 설정한 것이 분명함을 의미한다.
시동걸고 시가지에서 천천히 움직일 때의 911이 전통적으로 보여준 존재감 따위는 일단 사라졌다고 봐야겠다.
엔진이 웅장하지도 수평대향 특유의 비트를 만들지도 않고 매우 조용하며 그저 부드럽게 돌 뿐이다.
911로서는 지나치게 부드러워 이 대목에서 분명 욕 한두마디 나올만도 하다. 하지만 풀가속을 해보면 플랫토크의 구간이 과격한 토크 상승 구간을 마일드하게 처리해 NA올라가듯 속도를 높이고 사운드도 7500rpm까지 시원하게 뿜어준다.
사운드에 대해 잠시 언급하자면 NA엔진은 엔진 자체에서 만드는 사운드를 듣는 재미에 흡기공명음이 가세하여 기본적으로 고음을 어느정도 즐길 수 있지만 터보 엔진은 부하의 변화에도 엔진사운드의 변화가 거의 없이 밍밍한 것이 보통이다.
배기사운드를 가지고 이 부분을 해결하는 것은 사실 쉽지 않은 부분이라 911은 나름대로 편법을 사용한 것으로 판단되는데 그 방법은 사운드 제네레이터를 통해 흡기음으로 가속패달을 밟은 깊이에 비례해서 실내로 사운드를 뿌려주는 방법을 택한 것 같다.
예를들어 6000rpm을 고정한 상태에서 가속패달을 깊이 있게 부드럽게 가감해보면 사운드가 그에 정확하게 반응해 실내에 우어엉하는 사운드가 연출되는데 이런 사운드는 배기를 통해 연출되는 것과는 완전히 다르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사운드의 만족도는 약간 인공적이기는 하지만 음량에 있어서 상당히 효과적이면서 스포티한 음색을 만들었기는 하지만 엄밀히 NA때의 아나로그적인 음색과는 완전히 다르다.
5000rpm이후 스포츠 버튼 이상이 눌러졌을 때 이렇게 사운드가 증폭되는 것은 좋은데, 스포츠 배기 버튼을 눌렀을 때의 배기사운드의 변화도 이런저런 이유로 NA때의 차이만큼은 연출이 안되는 부분도 일부 부작용이기도 하다.
버튼을 눌러 20초간 오버부스트를 사용가능하게 한 기능은 재미있지만 20초가 지나면 곧바로 다시 누를 수 있어 이럴거면 그냥 스포츠 플러스인 경우 지속적으로 오버부스트를 사용하게 하지 왜 복잡하게 이렇게 만들었는지, 개인적으로 이런 장난감 같은 장치는 제발 포르쉐에서는 보고 싶지 않다.
서스펜션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면 991 MK1에 PDCC가 장착된 차로 와인딩을 돌면서 이건 완전 사기라고 생각했을 정도로
코너링이 어이가 없을 정도였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991은 997까지 911이 진화하면서 운전자의 운전실력과 대범함에 대한 개입의 정도를 거의 대부분 무력화시켰을 정도로 전혀 다른 차원의 핸들링을 구현해 냈다.
솔직히 PDCC가 장착된 991 카레라S를 997 GT3로도 타고 따라잡기 힘들 정도다.
문제는 코너링 속도가 아니라 차를 다루는 난이도인데, 너무 쉽고 안정되게 돌기 때문에 운전자가 가지는 자신감이 상상을 초월한다.
911과 같은 RR은 궁둥이의 질량 때문에 급격한 언더스티어와 급격한 오버스티어를 모두 다룰 수 있어야 한다.
911 자체가 오버스티어에 대한 공포와 운전자의 담력을 상당부분 강조하지만 실제로 차에 익숙하지 않는 운전자들이 뒷바퀴가 선회라인에 완전히 들어오기 이전단계에 일어나는 언더스티어에도 무기력한 경우가 많다.
물론 차를 다룸에 있어서 언더스티어를 피하는 것은 어쩌면 스포츠 드라이빙의 기본이기는 하지만 911은 일반차들과는 좀 다른 좀 더 깊이 있는 운전기술이 필요한 차임에는 분명하다.
991에 와서 이러한 고정관념이 완전히 깨졌고, 차의 한계에 가는 과정이 997때까지의 그것보다 훨씬 심플해졌다.
어이가 없는 이유는 991이 갖춘 섀시의 한계와 이를 즐기는 방법이 너무나 쉽고, 자연스러우며, 아주 정교하기 때문에 달라진 이 느낌을 무조건 욕부터하고 보는 것이 맞는지 고민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991 카레라에 트원터보가 장착된 이상 오너들은 튜닝의 유혹에 시달릴 것이 분명하다.
기본 출력에 420마력이기 때문에 튜닝의 영역에서 500마력은 쉽게 접근 가능하며, 이는 GT3의 출력에 해당하는 숫자이다.
911 내부적으로 서열관리가 골치아파짐은 물론 심지어 터보보다 빠른 카레라를 만드는 것이 과거와 비교하면 100배는 쉬워질 것이다.
족보가 지저분해지면 콩가루 집안이 될 수도 있겠다 야유를 보낼 수도 있지만 다른 독일차들이 과급화되면서 오너들이 튜닝을 통해 즐길 수 있는 깊이와 폭이 넓어졌기 때문에 911도 거기에 맞는 구성을 갖춘 것은 분명히 무죄이다.
991의 의미는 남다르다 하겠다.
996에서 수냉으로 바뀌면서 엔진의 가장 큰 변화를 맞이했다면 991은 핸들링에 대한 철학과 전통이 깨졌고, 더이상 RR에 대한 불리함과 깊이 있는 운전기술의 필요성을 강조하지 않아도 되게 되었다.
게다가 카레라 터보가 되어 그럼 911 터보는 뭐지? 뭐 이런 수준낮은 무식한 질문들에 시달리는 상황도 자초했다.
기술을 표현하는 방법에 따라 진화를 시켜놓고도 욕먹는 경우가 많지만 포르쉐의 경우에는 기술을 표현하는 방법이 좋게 이야기하면 세련되었다. 좀 무식하게 이야기하자면 어떤 인간들이 우리차에 대해 헛소리를 해도 좀 제대로 타보고 뭐 좀 아는 놈들이 나불거리지?
자신감!!!
포르쉐는 기술로 보여줄 수 있음에도 전통이라는 단어 뒤에 기술을 살짝 감춰왔던 브랜드이다. 왜냐? 자신 있으니까...
991 MK2는 기술을 전통 앞단에 두어 앞으로 좀 다른 형태로 진화시킬 것을 암시하고 있다. 역시 자만에 가까울 정도의 자신감이 아닐 수 없다.
오랜 포르쉐의 골수 매니어로서 카레라 터보를 편견으로 바라보고 싶었지만 기술과 제품력의 수준을 느낀 이상 신형에 목말라하는 유저들에게 혼돈을 주고 싶은 생각은 일단 버리게 되었다.
경쟁자가 없는 독보적인 존재감으로서 911은 여전히 손색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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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렸던 시승기 잘 보았습니다. 더군다나 트윈터보로 변신한 991 MK2 에 대한 마스터의 객관적인 평가가 궁금했는데 시원스레 해소되었습니다.
참고로 포르쉐 내부에서는 다운사이징이라 굳이 표현안하고 'Right Sizing' 이라는 용어를 쓴다고 합니다.
언제봐도 밉지 않은 자신감을 바탕으로 911의 진화가 어디까지 진행될지 궁금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