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ad Impression
8기통 디젤엔진이 자취를 감추는 시점에 폭스바겐 그룹 산하 폭스바겐은 물론 아우디외 포르쉐에서 여전히 8기통 디젤엔진을 즐겨 사용하는 것은 점점 작아지는 엔진의 다운사이징 추세를 환영할 수 없는 입장에서 매우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TDI엔진을 가진 A8로서는 60TDI가 가장 강력한 엔진을 가지고 있고, 385마력 86.5kg토크를 발휘하는 힘 하나만큼은 장사인 것은 분명하다.
8단 자동변속기와 에어서스펜션에 풀옵션으로 무장한 최고급 시승차는 최신 고급차에 필요한 거의 모든 장비를 갖추었다고 해도 무방하다.
이미 4.2 TDI 차량을 시승한 경험이 있어 차 자체는 매우 익숙하지만 몇 년전 상황과 지금은 경쟁차들의 구도가 완전히 다른 상황이라는 점, 즉 종합적으로 이미 나이가 많은 D4 A8 입장에서는 경쟁모델의 화려함과 경쟁하기에는 객관적인 상품성에서 밀리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기계적인 관점에서 그리고 차를 실제로 모는 사람들이 느끼는 만족도에 초점을 두고 바라본다면 A8은 여전히 매력적인 고급차이다.
토크의 수치로도 집작이 가지만 발진 후 순간적으로 치고나갈 때 앞이 들리면서 속도를 높일 때는 그 어떤 가솔린 엔진도 쉽게 보여줄 수 없는 강력하고 터프한 추진력을 보여준다.
가속시 들리는 사운드가 디젤치고 좋은 그런 소리가 아니라 소리가 좋은 가솔린 엔진의 그것과 비교해도 적당한 울림과 비트를 이용해 밖에서 들리는 사운드와 전혀 다른 음색을 느낄 수 있다.
부드러운 것은 둘째치고 소리의 질감이 매우 연하다고 해야하나 아무튼 디젤엔진임을 알 수 없을 정도로 좋은 소리를 낸다.
8단 자동변속기는 다운시프트 때 회전수 보상 기능을 완벽히 수행하며, 변속도 제법 빠른 편이라 이런 수준의 토크컨버터 기반의 자동변속기라면 듀얼클러치 방식은 앞으로 고급차에 사용될 가능성은 아예 없어진다고 봐도 된다.
연속으로 -패들을 이용해 다운시프트할 때 제법 빠르고 정확히 회전수를 맞춰준다.
8단 100km/h순항시의 회전수가 1150rpm정도 되니 8단은 항속의 의미가 다분하지만 이 회전수로도 매우 낮은 회전수에 부하가 걸릴 때 특유의 진동이 없이 그냥 부드럽게 차를 견인할 수 있는 유연성과 여유를 보여준다.
7단으로 한단을 낮추어 여전히 2000rpm이하에 두고도 가속패달을 살짝 밟는 동작에 상당한 토크를 바로 곁에서 꺼내쓰는 느낌으로 이렇게 여유있고 강력한 가속력을 부탁하면서도 엔진에 전혀 미안하지 않을 정도로 그저 모든 것이 너무 쉽다.
운전이 쉽고 차의 무게를 느낄 수 없는 풍분한 토크와 7단까지의 기어비를 엔진의 특성과 정확히 매칭시켰다는 느낌이 강하다.
좀 더 자세히 설명하면 매우 촘촘하게 짜여진 기어비가 회전수 4500rpm정도에서 변속이 되면 다음단은 3000rpm, 그 다음단은 3200rpm, 그 다음단은 3400rpm이런 식으로 점점 간격이 줄어들고 이렇게 간격이 줄어들더라도 다음단에서 재가속할 때 풀토크를 즉각 뿜어내는 회전수에 딱딱 걸려주기 때문에 변속직후에 다시한번 더 도약하는 느낌으로 속도를 올린다.
7단 3800rpm에서 Y65km/h를 마크하면 속도제한기에 부딪쳐 더이상 속도를 낼 수 없지만 매우 맹렬할 뿐더러 콰트로로 인해 노면이 좋지 않은 악천후에도 풀액셀에 아무런 부담이 없다.
Y30km/h가 넘어가는 상황에서의 풍절음은 조금은 아쉬운 부분이기도 하다.
옆보다는 전면 유리에서 들리는 풍절음이 심한데 이전 모델인 D3에서는 이정도가 아니었는데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여러종류의 D4를 탔던 모든 기억속에 초고속에서의 방음은 그리 만족스럽지 못하다.
에어서스펜션을 세팅하고 고속주행에 맞게 최적화하는 기술력은 아우디는 정상급인 것이 분명하며 벤츠와 BMW와 약간 다른 세팅의 철학을 가지고 있어 우열을 점치기 힘들다.
D3보다 좀 더 부드러운 세팅으로 일관하기는 하지만 초고속주행시 노면의 기복시 차가 점프를 하는 상황에서 차를 갑자기 바닥으로 내리꽂듯 리바운스 스트록을 강하게 조이지 않아 서스펜션의 스토록을 최대한 활용하여 안정성을 되찾는다.
얼마전 991 GT3가 고속범프에 차가 돌아버리는 상황을 만인이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었던 점을 생각해볼 때 서스펜션의 고속유연성은 매우 중요한 평가항목이 되어야 한다고 본다.
D3에 비해 D4가 고속안정성이 좋아졌냐는 질문에는 전혀 그렇지 않다고 답해야하는 입장은 피하고 싶지 않다.
문제는 D3가 너무 앞서있었다는 점이기도 하지만 D4에서 승차감이 조금 더 나긋나긋해진 점을 제외하고 향상된 부분을 찾을 수 없다는 점도 진화에 목숨 거는 아우디의 철학과는 약간 상반된 부분이다.
문제는 이미 최적화된 부분을 훨씬 큰 차이로 향상시키는 것에 대한 한계에 봉착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최신형 독일 고급 세단들의 주행안정성은 최근 10년을 기준으로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A8에 탑재된 ACC(Adaptive Cruise Control)을 집중적으로 평가하는 기회를 가졌는데, 어찌보면 자율주행의 가장 기초적인 부분은 전방의 사물인지 능력과 속도를 가감하는 능력이라고 볼 때 최신형 ACC의 성능이 1세대의 그것과 비교해 얼마나 발전했는지를 점검해보고 싶었다.
일단 전방에 있는 차와의 절대 거리를 몇 단계로 선택할 수 있는점은 매우 좋은 점으로 지나치게 긴 차간거리는 한국의 도로조건에 전혀 맞지 않기 때문이다.
ACC를 켜둔 체 올림픽 대로에 차를 올리고 가속패달과 브레이크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주행해보았다.
이차에는 Follow to stop기능이 있어 앞차가 정지하면 내차도 정지하고 재출발은 가속패달을 살짝 건드는 것으로 바로 초기에 설정해둔 속도까지 자유롭게 가감속한다.
시속 1km/h까지 낮아져도 앞차가 다시 가속하면 초기 설정된 값 80이면 80, 100이면 100km/h까지 재가속하는 부분은 매우 낮은 속도를 아주 부드럽게 컨트롤한다는 점에서 매우 정교한 조작이었다.
시속 10km/h이상이라면 모를까 시속 2~3km/h의 속도는 자동변속기 차량의 클리핑 최저속도보다 낮은 속도로 인해 제동으로 차의 클리핑 속도를 죽여야하는 조건이라 브레이크의 미세한 자동조작이 있어야 이런 미세한 상황에서 부드러움을 연출할 수 있다.
스티어링 휠만을 다루면 되기 때문에 길이 막히는 간선도로 혹은 시가지에서 ACC는 매우 편리한 도구인 것이 분명하고 장거리를 달릴 때 이 기능에 익숙해지면 그 의존도는 상당하리라 본다.
한가지 세팅의 보수적인 점으로 인해 실제 운전과의 차이점은 앞차가 옆차선으로 차선을 바꿀 때 내 차선에서 완전히 벗어나기 전에는 가속을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보통은 80%정도 빠져나가면 차선의 넓이가 있고, 점진적으로 앞차로 다가갈 때 앞차는 이미 옆으로 빠져나가는 상황이니 그 갭을 감안하여 운전하지만 기계가 운전할 때는 장애물이 나의 법적 보호 공간 즉 나의 차선에 아주 살짝이라도 걸쳐있기만해도 앞이 막힌 것과 같이 간주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세팅은 기계가 운전할 때 자율주행차들의 세팅 로직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본다.
ACC의 완성도와 편리성은 운전을 좀 더 느긋하고 차분하게 하면서 도로의 흐름에 그냥 나와 차를 맡기는 여유를 자연스럽게 가져온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있다 하겠다.
편안한 주행과 높은 안전성은 고성능 파워트레인과 만날 때 더욱 더 의미를 가진다.
A8은 D1부터 D4까지 진화하면서 오너 드라이버들의 운전의 즐거움에 상당부분을 집중했고, 차의 무게와 크기에 비해 운전이 쉽고 거대한 느낌없이 가뿐하게 운전을 즐길 수 있다.
이런 부분은 S클래스나 7시리즈보다 A8에 좀 더 오너드라이버의 운전의 역할과 즐거움이 좀 더 깊게 배어있다고 본다.
디젤엔진이 항상 하이브리드와 비교되지만 차에 추가적인 장비와 무게의 증가 그리고 공간을 양보해야하는 점등에서 자유로운 것만으로 종합적인 평가에서 디젤은 이미 하이브리드를 이기고도 남는다.
다만 운전의 재미와 차가 가진 고유의 밸런스에 얼마나 많은 비중을 할애해서 평가하느냐가 관건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순수 내연기관이 점차적으로 배터리와 모터에 도움을 받고 어느순간 순수 전기차로 진화해나가는 그 과도기적 시점에서 배터리와 모터가 장착되지 않는 순수 내연기관 엔진이 끌고나가는 차가 전해주는 매력은 자동차의 진화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든 결코 잊혀지지 않을 것이다.
아우디가 V12 6.0 TDI엔진을 활용해 기함과 스포츠카에 적용해 엔진의 다운사이징을 경량형 차량부터 2톤이 넘는 최고급차량에 일관되게 모두 적용하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고 따분한 것인지 제대로 보여주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testk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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