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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6박스터를 처음 타본 것은 96년 여름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2.7리터 220마력에 5단 자동변속기를 탑재한 박스터는 마력을 떠나 와인딩을 날아다녔던 차로서 지금처럼 시승경험이 풍부하지 않았던 과거 나의 몸과 뇌에 포르쉐는 엄청난 브랜드로 쐬기가 박히게 한 계기가 되었다.

 

이후 캐나다에서 박스터S 3.2리터 250마력 사양을 시승하게 되었고, 지금까지 박스터는 셀 수 없이 많이 종류별로 시승했었다.

 

이번에 시승한 박스터 2.7은 내가 처음으로 복스터와 인연을 맺었던 바로 그 박스터와 엔진이 같지만 2002년형에 5단 수동변속기를 탑재하고 있다.

 

차가 가진 특이점은 일본인 포르쉐 극렬 매니어에 의해 신차때부터 관리되었으며, 10년의 세월 동안 35000km밖에 주행하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 매우 특별한 관리를 받았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일본에 갈 때마다 혹은 잡지를 통해 접한 차들로 인해 일본에서 관리된 극상의 자동차들에 대한 로망이 생겨버렸다. 그만큼 일본에서 인정받을 만한 복원이나 관리는 우리나라의 평균수준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내가 소장하고 싶은 영타이머들은 가능하면 일본에서 조달하고 싶은 맘이 간절할 정도이다.

 

노란색 박스터 2.7의 오너인 마키노 준씨는 한국에서 7년을 살면서 한국신문을 자연스럽게 읽는 것은 물론 한국인으로 착각할 정도의 한국어 구사실력을 가지고 있다.

 

964스피드스터를 소유했었고, 현재 일본에 85년식 930 카브리오레를 소유하고 있기도 하다.

 

이번의 시승은 자신이 관리했던 차의 수준을 평가 받고 싶다는 마키노 준씨의 소망이 있었고 나또한 여러차종을 복원해온 복원 매니어로서 자동차에 대한 이해도가 매우 높은 매니어가 관리했다는 그 차를 직접 한번 느껴보고 싶다는 그 욕구가 일치했기 때문에 이루어진 시승이라고 볼 수 있다.

 

시승차는 엔진은 순정이었고, I’mec배기와 숏시프터, H&R스포츠 스프링 등이 운전을 하면서 순정과 다른 점이다.

 

시가지를 빠져나가면서 느껴지는 아이맥 숏 시프터의 느낌은 매우 좋았다. 1단과 2단을 번갈아 사용해야하는 정체구간에서 치합이 정확했다.

 

고속화도로에 올려 2단으로 다운시프트를 한 후 풀가속을 진행했을 때의 느낌은 가장 초창기 250마력엔진을 가진 3.2리터 박스터S보다 오히려 더 박진감을 준다는 점이었다.

 

초대 박스터S에 실린 3.2리터 엔진이 911을 위협해선 안되는 박스터의 신분의 한계로 지나치게 디튠된 느낌으로 회전느낌이 뭔가 억제된 답답함을 주는 느낌이었다면 2.7리터 220마력 엔진은 좀 더 뽑아내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느낌으로 돌기 때문에 고회전에서 상당히 가벼운 느낌으로 도는 엔진이다.

 

수동 5단의 한계라면 각단의 간격이 조금 넓다는 점 때문에 레드존에서 변속하고 나면 6속에 비해 rpm이 조금 많이 떨어지기는 하지만 직선에서 가볍게 250km/h를 도달하는 것에 살짝 놀랐다.

 

자동변속기 사양의 2.7리터와는 운전의 재미나 가속을 받는 느낌등이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220마력을 300마력처럼 사용하는 느낌으로 운전할 수 있었다.

 

숏시프터는 아이러니하게도 실제로 퀵 시프트가 오히려 잘 안되는 경우가 많다.

 

스트로크를 줄이는 원리는 지렛대의 원리와 비슷한데 제품이 의외로 정교하지 않으면 안되는 문제와 작업의 노하우에 의해 변속품질이 큰 차이를 주게 된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숏 시프터가 장착된 차종은 빠른 손놀림으로 변속하는 것을 불안하게 생각해왔고, 실제로 빨리 변속하고 싶어도 체인지레버가 그렇게 빨리 움직이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아이맥 제품의 숏 시프터는 정말 포르쉐 순정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빠른 손놀림을 그대로 받아주고 더블클러치와 함께 구사하는 주행에서 위화감이 전혀 없어 손맛이 아주 일품이었다.

 

아이맥 스포츠 배기는 3000rpm부근에서는 부밍이 조금 있어 시가지만 주행하면 약간 부담이 될 수도 있지만 풀가속할 때 6000rpm에서 7000rpm까지의 영역에서 한번 크게 울어주는 효과를 연출해 풀악셀 풀rpm을 사용하는 상황에서 주행을 상당히 극적이게 하는 특징이 있었다.

 

원래 NA엔진의 스포츠 배기는 최고회전 영역에 고부하 상황에서 한번 멋지게 울어주는 형태의 배기음이 가장 큰 박진감을 선사한다는 차원에서 시승차의 배기시스템은 매우 높은 수준의 조율과 사운드 튜닝이 된 것으로 판단된다.

 

시승을 하는 내내 이차가 10년이 된 차 라는 것을 느끼게하는 요소는 발견할 수 없었다.

 

고속코너를 달리는 내내 손으로 전해오는 하체의 짱짱함과 너무도 부드럽게 작동하는 엔진의 작동이 매우 길이 잘든 그리고 정성스럽게 관리 받은 티를 팍팍 내주었다.

 

휠에 기스하나 없고, 시트에 흠집 하나를 찾을 수 없으며, 유리도 너무나 깨끗해서 물어보니 비를 맞은 회수가 손에 꼽을 정도라고 할 정도로 우연히 예보에 없는 비를 맞은 경우를 제외하고는 젖은 노면에서 아예 운행을 하지 않은 차였다.

 

새차보다 오히려 이런차들에 더 애착이 가는 이유는 오너와 함께 한 스토리가 있기 때문이다.

 

마키노 준씨는 포르쉐의 극렬 매니어이면서 다양한 포르쉐는 물론 벤츠 W124 500E를 소유했을 정도로 독일차에 대한 남다른 애착을 가진 분이다.

 

공냉식 포르쉐의 모델별 특징이나 연식별 장단점을 이렇게 백과사전처럼 머리속에 모두 담고 있는 분과 장시간 이야기를 하다 보면 말리는 사람이 없으면 날이 새는 줄 모를 정도로 대화에 빠져들게 된다.

 

오너에 대한 믿음은 차에 대한 믿음으로 그대로 전해지는 시승이었다.

 

신차수준을 유지시키는 특별한 관리의 묘와 진가가 무엇인지를 느끼게 해주는 시승은 그냥 딜러에 방문해 신품 포르쉐를 하루 종일 시승하는 것보다 때론 훨씬 더 짜릿하고 즐겁다.

-testk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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