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는 세상의 모든 자동차들이 다 굴러다닌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만 이는 사실과 다릅니다. 미국시장에 진출해서 살아남은 업체들은 생각보다 많지 않으니까요. 일본차 업체중에서도 다이하쓰와 이스즈는 미국시장에 진출했다가 철수했습니다. 

그만큼 미국시장이라는 곳이 녹록치 않다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유럽 메이커중 미국시장에 자리잡은 업체는 고급차 브랜드가 대부분이죠.   유럽산 대중차 브랜드로 미국시장에 뿌리를 내린 업체는 폭스바겐 하나뿐입니다. 

르노나 푸죠를 비롯해 란치아도 미국시장에 들어왔다가 손털고 나갔죠. 사실 미국시장에서의 유럽산 대중차의 문제는 잔고장 자체보다 딜러망과 부품가격, 그리고 공임이었습니다. 딜러가 적다보니 보증수리나 서비스를 받기에 한계가 있었고 부품가격이 비쌌던데다 구조가 좀 독특해서 공임도 상대적으로 높다보니 유지비용이 미국차나 일본차보다 비쌀 수밖에 없었죠. 이탈리아 최대의 자동차 업체인 피아트도 마찬가지였습니다.     

FIAT가 Fix It Again Tony? (Tony는 흔한 이태리계 이름입니다), Fix It All the Time의 약자라는 농담까지 낳을만큼 인식이 나빠졌고 결국 80년대 초 미국시장에서 철수하고 말았죠. 그랬던 피아트가 500을 가지고 미국시장에 재상륙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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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트가 크라이슬러의 주요지분을 인수하면서 미국내 딜러망이 자연스럽게 확보되었고 유가인상으로 인해 미국시장에서도 소형차의 수요가 증가한만큼 재진출의 여건이 마련된 덕분이죠. 피아트 500은 원래 개발당시 미국시장 시판계획이 없었던 차입니다. 따라서 미국진출이 결정된 이후 여러곳을 손질해야 했지요. 미국시장에 맞는 장비들이 추가되고 섀시도 미국의 안전규정에 맞도록 보강했으며 배출가스 규정에 맞도록 엔진도 손을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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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진은 101마력의 최고출력과 13.5kg-m의 최대토크를 내는 1.4리터 멀티에어 직렬 4기통이며 적용되는 변속기는 수동 5단과 자동 6단입니다. 아발트 버전은 160마력을 내는 터보차저 엔진에 5단 수동변속기만 제공됩니다. 기본형인 Pop은 $15,500에서부터 시작되며 중간급인 Sport는 $17,500부터, 자동변속기가 기본장착되는 고급형인 Lounge는 미니 쿠퍼의 베이스모델과 비슷한 $19,500에서부터 시작됩니다. 물론 권장소비자가격인 MSRP죠. 그리고 $23,500 부터 시작되는 구찌 에디션도 있습니다. 고성능버전인 아발트는 $22,000부터지요. 카브리오인 500C의 경우 Pop $19,500, Lounge $23,500, GUCCI $27,500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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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리의 국민차로 오랜동안 사랑받은 누오바 칭퀘첸토의 이미지를 잘 이어받은 익스테리어를 보면 정말 귀엽다는 생각이 듭니다. 크기를 놓고 본다면 미국에서 시판되는 차중에서 가장 작은 급에 해당합니다. 스마트보다는 크지만 미니 쿠퍼보다 작지요. 

차폭은 1627mm로 우리나라 경차기준을 넘어섭니다만 길이는 3546mm로 경차 기준내에 들어옵니다. 

시승차는 자동변속기를 장착한 500C 라운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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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브리올레라고는 해도 사실상 천정이 크게 열리는 캔버스탑이지요. 당연한 이야기지만 그 덕분에 다른 컨버터블과는 달리 주행중에도 지붕을 여닫을 수 있습니다. 시속 60마일 이하의 속도에서 열 수 있으며 50마일 이하의 속도에서는 닫을 수 있습니다. 

물론 루프의 양쪽 레일이 그대로 남아있는 만큼 개방감은 보통의 컨버터블보다는 떨어집니다만 사이드 커튼 에어백이 장착되어 있으므로 안전도라는 측면에서는 유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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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붕은 이렇게 반만 열 수도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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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히 열 수도 있습니다. 지붕의 개폐여부에 상관없이 스포일러에 달린 보조제동등이 제 역할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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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붕은 스위치로 쉽게 여닫을 수 있으며 완전히 열면 룸미러로 보는 후방시야는 반이상 가려지게 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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룸미러의 후방시야는 지붕을 닫거나 반만 열었을때는 이렇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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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붕을 완전히 열면 이렇게 됩니다. 

실내는 이정도 사이즈의 차로는 잘 꾸며져 있습니다. 작은 차에서 공간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 좌석이 좀 높습니다. 

앞좌석의 공간은 넉넉합니다만 뒷좌석은 아무래도 좀 공간이 제한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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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의 마감은 고급스럽다고 할 수는 없지만 이정도 소형차에서는 빠지는 수준은 아닙니다. 

전반적으로 디자인을 통해 소재의 약점을 잘 커버했다는 느낌입니다. 재질 하나하나를 보면 값싼 소형차에 맞는 저렴한 느낌인데 전체적인 그림을 보면 나름 고급스러워 보이죠. 

인테리어는 익스테리어와 마찬가지로 오리지널 누오바 칭퀘첸토의 이미지를 이어받은 레트로스타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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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단부에 바디컬러가 적용된 대시보드와 싱글 클러스터 계기판의 디자인도 아기자기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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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기판의 바깥 테두리에는 각종 경고등이 자리잡고 있으며 그 안으로 속도계, 타코미터 그리고 인포메이션 디스플레이가 차례로 들어서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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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잠깐 타본 Pop의 로터리식 공조장치는 다소 덜컥거리는 조작감이 있었고 Lounge의 버튼식 공조장치는 터치감이 좀 가벼운 느낌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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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우 파워윈도우 스위치가 좀 멀리 떨어져 있으므로 양쪽 창문을 동시에 여닫기는 좀 어렵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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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그니션 키의 위치가 대시보드에 너무 가까워 시동키를 넣을때와 뽑을때 좀 걸리적거리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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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선바이저를 내렸을때 한쪽끝단이 천정 하단과 약간의 틈이 있어서 그 사이로 햇빛이 그대로 새어들어올 때가 있다는 점 등은 개인적으로 조금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지만 그 외에는 상당히 괜찮은 느낌이었습니다. 


시트의 컬러와 소재는 12가지 조합을 선택할 수 있어 취향에 맞는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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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어트림은 다소 저렴해보입니다만 디자인 자체는 괜찮고 오리지널 피아트 500의 느낌을 살린 크롬 도어핸들도 실내 분위기에 어울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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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투스 연결기능, 아이팟 연결단자, 보스 오디오 시스템 등 장비도 풍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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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 작은만큼 트렁크 공간은 상당히 작습니다. 뒷좌석 등받이를 접어서 화물칸을 조금 넓힐 수는 있지요. 

전동식 파워스티어링은 유압식보다는 조작감이 좀 어색하지만 다른 차들의 EPS에 비하면 꽤 자연스러운 느낌이었습니다. 핸들링은 소형차답게 가뿐히 방향전환을 합니다. 코너 진입시 스티어링 반응이 조금 더 빠르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지만 일반적인 소형차 유저들에게는 적당한 반응성이 아닐까 싶더군요. 

서스펜션은 앞 맥퍼슨 스트럿, 뒤 토션빔 액슬로 소형차에 흔히 쓰이는 구성이지만 이렇게 작고 휠베이스가 짧은 차로는 꽤 잘 세팅되어 있더군요. 차체가 가벼운만큼 과속방지턱을 빠르게 치면 좀 쿵덕하고 넘어갑니다만 둔탁한 충격이 올라오지는 않습니다. 차폭이 좁고 키는 조금 큰 비례인데다 운전석도 다소 높지만 다소 과격하게 코너링을 해보아도 꽤 잘 버텨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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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어는 185/55R15 사계절 타이어로 시승차에는 콘티넨탈 콘티프로컨택트가 장착되어 있었습니다. (콘티넨탈 이외에도 파이어스톤과 피렐리 타이어가 출고장착됩니다) 빠른 코너링에서 어느정도의 롤을 허용하지만 좌우코너가 반복된 구간에서 몸추스림도 괜찮습니다. 살짝 느슨한듯 하면서도 덜렁거리지는 않더라는 말이죠. 약간 단단한 서스펜션의 Sport 수동변속기 모델은 꽤 재미있을것 같습니다. 아발트라면 말할것도 없겠죠. 

6단 자동변속기의 변속감은 꽤 자연스럽고 각단의 기어비가의 간격이 적당하게 설정되어 급가속시 어느 구간에서도 파워밴드를 벗어나는 느낌이 없었습니다. 수동모드에서는 여건이 허락하는 한 최대한으로 운전자가 선택한 기어를 홀드하더군요. 3단으로 출발하여 느긋한 가속까지도 가능했습니다. 정지상태에서 풀가속으로 시속 60마일까지 도달하는 시간은 9초와 10초 사이 어디쯤입니다. 저속에서보다는 중속 이상에서 가속감이 좀 더뎌지지만 숫자로 나타난 것에 비하면 나름 활기찬 느낌이 드는 것도 희한하더군요. 스포츠 모드에서는 변속시기가 늦춰지고 EPS의 무게감도 조금 더해집니다. 

가속페달을 깊이 밟으면 엔진음이 좀 거칠어지기는 하지만 일상적인 주행에서는 꽤 조용합니다. 가속페달의 탄력이나 브레이크 페달의 답력도 적당한 수준입니다. 피아트 500은 소형차가 가진 민첩한 운동성능이 주는 운전재미를 잘 간직하고 있습니다. 동력성능은 그저그렇지만 돌고 서는 능력과 이를 구현하는 감성에 있어서는 여전히 이탈리아차다운 느낌이 남아있지요. 

공인연비는 이정도 작은 차에 기대하는 것보다는 다소 떨어집니다. 수동변속기 쿠페 기준으로 시내 30/ 고속도로 38MPG이며 자동변속기 카브리오는 시내27 / 고속도로 32입니다. 실제 주행연비는 운전습관에 따라 달라지더라도 이보다 좋게 뽑아내기 쉽습니다만 최근에는 중형차로도 이정도 연비가 나오는 경우가 종종 있지요. 

유럽에서의 신뢰도 평가는 꽤 괜찮습니다. 미국화되면서 바뀐 부분과 생산지의 변화가 여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좀 시간을 두고 보아야겠지요. 미국에서 팔리는 피아트 500은 멕시코에서 생산됩니다. 일반적인 인식으로 크라이슬러의 멕시코 공장에서 만드는 이탈리아차라고 한다면 신뢰도에 커다란 의문부호가 찍힐만하겠죠. 그래도 멕시코 톨루카 공장은 조립품질이 디트로이트보다 우수하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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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트 500은 경제적인 탈것이라는 가치로 접근하기보다는 스타일과 취향으로 고르는 차가 아닐까 싶습니다. 

경제적이고 실용적인 운송수단으로 보자면 현대 엑센트나 혼다 피트, 도요타 야리스처럼 피아트 500보다 가격이 더 저렴하면서 공간은 훨씬 넉넉한 차들이 많습니다. 

패션감각의 스타일리시한 소형차로는 미니 쿠퍼가 있고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피아트 500과 미니 쿠퍼를 비교하고 있지요. 

제가 보기에는 미니보다 피아트가 가격이 낮고, 이 두 차종은 그 가격만큼의 차이가 있다고 봅니다. 크기나 인테리어의 질감, 성능이라는 측면 모두에서 그렇죠. 직관적인 운전감성이라는 면에서도 미니가 앞섭니다. 예전의 국민차를 레트로디자인으로 재해석하여 내놓았다는 점에서는 미니 쿠퍼와 피아트 500이 비슷하지만 패키징과 성격은 상당히 다릅니다. 미니는 프리미엄 소형차로 동급에 비해 고급스러운 소재를 사용하면서 가격도 높게 책정되었고 피아트 500은 패션성을 살리면서도 경제적인 소형차로 만들어졌으니까요. 미니 쿠퍼와 피아트 500의 성격은 다르지만 가격대비 가치는 웬만큼 비슷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피아트가 미국시장에서 불리한 부분이라면 여성용 차라는 인식이 자리잡기 쉬워보인다는 점입니다. 뉴비틀의 경우도 유럽에서는 그렇지 않다고 하는데 미국에서는 남성이 타면 좀 어색해보이는 것이 사실입니다. 미니의 경우는 남성이 타도 그렇게 어색하거나 이상하지 않으나 뉴비틀은 묘하게 여자차라는 인식이 강하죠. 이번에 풀모델 체인지를 거친 뉴비틀은 그런 이미지를 털어낼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피아트 500도 사진으로만 보았을때는 몰랐고 유럽에서 들려오는 소식도 여성용차라는 인식이 딱히 있는것 같지는 않으나 미국의 풍경을 뒤로 놓고 보면 좀 여성스러운 느낌이 많이 들기도 합니다. 거기다가 초반 바람몰이를 위해 선정한 연예인이 제니퍼 로페즈였는데 이런 부분이 그런 인식을 더 키우지 않았나 싶습니다. 

 

제가 시승차를 몰고 다닐때도 제이로(J.Lo, 제니퍼 로페즈의 약칭)카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거든요. 공교롭게도 시승차의 색상이 광고에서 제니퍼 로페즈가 타고나온 차와 같았습니다.

남성이 구매한다면 14종의 바디컬러나 다양한 실내색상 조합 중에서 여성적인 선택을 피하고 애프터마켓 파츠로 조금 강인한 인상을 살짝 더해준다면 이런 부분을 보완할 수 있을듯 합니다. 아발트도 시승해보고 싶고 수동변속기의 Sport도 한번 타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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