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nda S2000
                          필자 : 권 영주(testkwon@hanmail.net)



혼다 창사 50주년을 기념해 내놓은 S2000은 그야말로 각종 테스트 데이터가 증명하듯 혼다가 최선의 노력으로 갈고 닦은 수작이었다.
리터당 120마력을 발휘하는 2리터 엔진은 혼다가 늘 그래왔듯이 터보나 수퍼차져 같은 과급기에 의존하지 않고, NA엔진에 가변밸브 타이밍 기구인 VTEC으로 초고회전 고출력을 가능하게 했다.
연간 1만 2천대를 생산하는 S2000은 그 희소성이 높고, BMW Z3, 벤츠 SLK, 그리고 아우디 TT등과 동일선상에서 경쟁을 한다.




혼다의 북미에서의 명성은 더 이상 강조하지 않아도 좋을 만큼 고품질의 이미지가 강하고, 스포츠 쿠페인 인테그라와 프렐루드는 이미 4기통 엔진 스포츠 모델의 경지에 이른 차종들이기도 하다.
혼다의 4기통은 인테그라 type R에서도 그랬듯이 8000rpm을 상회할 수 있는 유연함을 가짐과 동시에 배기량이 크지 않아 컴팩트하고, 가벼운 엔진은 핸들링성능을 높이는데 지대한 역할을 한다.
6기통 3.2리터 M로드스터나 M쿠페까지 커버해야하는 혼다의 입장에서 4기통을 선택했다는데는 그만큼 성능에서 자신이 있었다는 얘기이고, 경량엔진으로 인해 차의 머리부분의 움직임이 가벼울 수 있다.


S2000자체가 1세대이고 이렇다할 선대모델이 없기 때문에 어떤 강한 이미지가 다가오진 않지만 이미 해외테스트 드라이브에서 입증된 우수한 성능과 데이터로 인해 시승에 대한 기대는 이미 극에 달했다.
아연도금 강판을 사용하는 차체의 내부엔 X자 프레임이 내장되어 있어, 컨버터블의 약점인 강성을 충분히 확보한다.
시동을 위해선 이그니션 키를 돌리고, 일부 레이싱 머신처럼 왼쪽에 있는 스타트 버튼을 눌러야 엔진이 숨을 들이키기 시작한다. 차별화를 강조하는 장비일 것이다.
항상 스포츠카에 승차했을 때 느껴지는 긴장감이야말로 드라이빙 머신이 운전자에게 주는 최소한의 메시지이자 경고일 것이다.
체인지 레버를 1단에 고정시키고, S2000을 움직이며, 10분간 웜업 주행을 시도했다.
일단 1000rpm부터 2000rpm까지의 영역은 예상했던 대로 토크가 현저히 약하기 때문에 출발시 클러치를 미트시키는 타이밍이 정확해야 시동을 꺼트리지 않는다.


체인지 레버에서 느껴지는 메탈릭한 느낌에 엄청나게 짧은 스트로크는 당길 땐 팔 전체를 움직이지만 2→3단이나 4→5단으로 올려 넣을 땐 손목 스냅으로 꽂아버리듯 집어 넣을 수 있다.
동승자도 모르는 사이에 필자의 오른발과 오른손은 이미 서킷의 머신을 다루고 있었고, 9000rpm을 돌릴 수 있는 VTEC엔진과의 한판승부를 벌린다.


1단 9000rpm에서 2단으로 변속, 9000rpm에 이르는 시점에서 100km/h를 가르키며, 출발 후 5.5초 정도 걸린다.
3단 9000rpm에 150km/h, 4단 9000rpm에 180km/h를 돌파하면서 5단에 들어간 직후의 rpm이 이미 7000rpm을 약간 상회한다.
즉 9000rpm에서 시프트 업을 시도하는 경우 엔진은 항상 최소 6000rpm 이상을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VTEC이 작동하는 6000rpm을 약간 상회하는 시점에서도 토크곡선이 일정하게 플랫한 곡선을 그리기 때문에 9000rpm까지 기복없이 뻗어나간다.
6단 3000rpm에 90km/h를 마크할 정도로, 항속의 의미를 가지는 6단 기어비 조차 엄청나게 높은 기어비를 가지고 있다.


최고속도 250km/h(내수형 241km/h)역시 6단에서 발휘되며, 5단 9000rpm에서 225km/h를 보이며, 6단으로 바톤을 터치한다.
VTEC이 작동하는 영역을 지날 때도 급격한 토크의 상승이 느껴지진 않고, 꾸준히 상승하는 느낌이다.
대개 더블 싱크로나이저를 가지는 변속기라도 7000rpm이상의 영역에서 과격한 시프트시 치합이 빠르게 마무리 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S2000의 변속기 치합은 일반엔진들이 돌지 못하는 초고회전 영역에서 진가를 발휘한다.
한가지 불만이라면 클러치의 용량이 엔진파워에 약간 못미치는 느낌이 조금 아쉽다.
컨버터블은 최대약점인 약한 차체강성에서 오는 마찰, 그로 인한 각종 잡소리와 스티어링 컬럼의 단단하기가 쿠페보다 항상 못한 것이 보통이지만 S2000의 강성은 기대했던 것을 훨씬 상회하며, 잡소리 역시 거의 들리지 않는다.
대개 같은 최고출력을 가진 엔진일지라도 최고출력이 발휘되는 rpm, 그리고 토크곡선의 분포에 따라 실제로 운전하면서 느껴지는 감각의 차이는 크다하겠다.
240마력을 6000rpm에서 발휘하는 E36 바디의 BMW M3 6기통 3.2리터 엔진과 비교한다면 회전범위가 넓기 때문에 엔진의 펀치력이 부족하게 느껴지며, 따라서 가속패달을 꾸준히 밟고 있고 있을 때 진가를 발휘하는 타입이다.




8300rpm에서 240마력을 보이는 엔진이 펀치력이 크지 않은 이유는 간단하다.
출력은 토크와 rpm을 곱해서 산출되는 값이기 때문에 최대토크의 수치가 크지 않아도 고회전에서 토크의 하강만 줄일 수 있다면 출력은 자연스럽게 올라가는 것이다. rpm의 숫자적인 수치가 크기 때문에 어느정도 토크가 하강곡선을 그릴지라도 출력의 하강을 rpm으로 커버할 수 있다는 얘기이다.
S2000의 4기통 2리터 엔진은 전체적으로 큰 토크를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급가속시 느껴지는 펀치력보단 높은 기어비에서 오는 우수한 레스폰스가 장점이다.
힘을 본격적으로 발휘하는 rpm 영역이 일반엔진의 회전한계부근이기 때문에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은 엔진오일의 온도가 급상승하기 때문에 오일이 경우에 따라 타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11.7의 고 압축비를 사용하는데다가 고성능 오일이라도 양산오일은 8,9000rpm을 장시간 견딜 정도로 강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S2000에 장착된 엔진은 내연기관의 효율을 극대화시킨 엔진으로서 각 부분에서 손실 될 수 있는 손실마력을 최대한 줄여 리터당 120마력을 끌어낼 수 있었다.
이미 양산시 부여된 출력이 NA 2리터 사양으로는 한계에 와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서킷에서 우수한 성적을 보이는 S2000은 수준이 높은 드라이버를 위해 태어났기 때문에 테일이 상당히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코너에서 전륜의 앞머리가 코너안쪽을 향하는 감각이 아주 예리하다.
2.4회전의 lock to lock을 가지는 낮은 스티어링 기어비로 인해, 운전자는 코너에서 가속패달을 밟고 떼는 동작과 스티어링을 조작하는 동작이 부드럽지 않으면 안된다.


순수 드라이브를 추구하는 S2000의 특성이 일반인 운전자에게 약간 부담일지라도 그리 겁먹을 필요없는 것은 최신 기술의 토센 LSD(Limited Slip Differencial)가 있기 때문에 개념없이 후륜구동을 다루는 운전자에게 흔히 발생하는 급작스런 테일슬라이드를 어느정도 커버해 준다.
10초 이내에 개폐되는 탑은 정교한 마무리로 깔끔하고, 공력 역시 우수하다
항상 튜닝을 하는 튜너 입장에선 고출력엔진의 내구성을 생각해 가벼운 알미늄 실린더블럭보단 여전히 무겁지만 강성이 좋은 아이언 블록을 선호한다.
S2000은 알미늄 블록의 단점을 커버하기 위해 FRM(Fiber Reinforced Metal)실린더 라이너를 사용하며, 열에 강한 단조 피스톤과 단조 커넥팅 로드를 장착하고 있다.
S2000은 혼다의 최신기술을 모두 집약한 기술의 결정체로서 기계적인 완성도가 높고, 감히 정복하기 힘든 9000rpm을 실현했다.




너무도 정확해 오히려 차갑게 느껴질 정도로 잘 만든 차 S2000은 자회사 고유의 기술력이 대외 공신력에 얼마나 큰 영향력을 미치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예가 된다.
한정된 차량 수요 속에서도 내부에선 점점 팽창되어 가고 다양화되어 가는 거대 자동차 시장에 대비한 국내자동차업계의 발빠른 대응이 절실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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