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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L클래스는 벤츠가 BMW나 아우디와 차별화되는 아주 중요한 모델이다.

BMW가 과거에 8시리즈 그리고 현재 6시리즈를 통해 비슷한 세그먼트를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SL의 Heritage에는 여전히 못미쳐, SL은 이 급에서 가장 가치 있는 럭셔리 GT형 로드스터라는 타이틀을 붙이기에 손색이 없다.


시승차는 R230모델을 R231후기형으로 개조한 모델이다.

순정 493마력의 V12 5.5리터 엔진을 튜닝해 휠에서 550마력 최대토크 90kg이라는 가공할 파워를 내며, 엔진출력으로는

600마력을 상회해 6리터 엔진을 사용하는 SL65 AMG의 602마력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큰 출력을 마크한다.


5단변속기와 맞물려 있는 대배기량 고출력 엔진을 시승해보면 요즘 차들과 비교해 상당히 아나로그적인 느낌으로 운전하게 된다.

선택할 수 있는 기어가 속도대에서 많지 않다는 이유로 웬만한 상황에서 가속패달을 깊이 밟아도 물려 있는 단수를 그대로 물고 가속해 나가는 바로 그 느낌이 요즘처럼 7단 이상의 변속기를 장착한 차들이 빈번하게 시프트 업,다운이 일어나 정확히 몇단인지 계기판을 보지 않고서는 모르는 그것과 대조적이다.


12기통 엔진이 보여주는 질감과 부드럽기는 최고급 차량에 적용되는 최고급 엔진의 품격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가속패달을 깊게 밟기 전에는 이 엔진이 가지고 있는 두얼굴 중 나머지 반은 전혀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V8엔진을 실은

SL클래스가 주는 터프한 느낌과 비교하면 너무 우아하고 고급스러워 내가 SL이 아닌 S클래스를 타고 있는 착각을 줄 정도다.


가속패달을 깊게 밟으면 실 엔진토크로 100kg에 가까운 토크가 손실없이 뒷바퀴에 실리고 순간 빰때기를 얻어 맞는 듯한 펀치로 튀어 나간다.

사실 아주 매끄러운 마른 노면이 아니면 70km/h이상에서도 후륜이 헛돌 만큼 강력한 토크다.


250km/h를 넘나드는 힘의 여유가 정확히 몇킬로까지 올라갈 수 있을지 예측하기 힘들 정도로 강하게 밀어붙이기 때문에 체감상으로는 단수가 높을 수록 그 가속감도 커지는 느낌이다.


엔진의 부드러운 질감에 파워가 실릴 때는 적당한 음량의 사운드가 있어야 전기차와 같은 밋밋함이 사라지는데, 시승차의 SL65 AMG용 머플러는 터보엔진이지만 12기통 질감을 최대한 잘 표현하는 세팅이어서 고속으로 갈수록 배기음이 사라지는 현상없이 적당한 배기음을 실내로 유입시켜주었다.


고속으로 달리는 쾌감과 압도적인 힘의 위력을 느끼면서 여유있게 운전하다가도 제동을 걸면 곤두박질 치듯 속도를 줄일 수 있는 기본기는 매우 좋지만 초고속으로 달리면서 무게에 대한 부담감 자체를 떨춰내기에는 기본적으로 중량이 무거운 차이다.


에어매틱 대신 탑재된 ABC서스펜션은 노면이 굴곡진 그런 노면에서 바운스와 리바운스를 절묘하게 조절해 고속에서의 피로감을 극한 수준으로 끌어내렸지만 초고속에서는 차가 살짝 붕 뜨는 듯한 느낌으로 가는 부작용도 있다.


이는 S클래스에서도 마찬가지로 느껴지는 단점으로 100%에어 쇽업소버를 가진 차가 아니라 코일스프링과 조합된 구성이라는 특성에서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아주 좁은 틈사이를 반드시 빠져나가듯 운전해야하는 그런 긴장감 보다는 시프트 다운없이 100km/h에서도 탑기어인 5단에서 그냥 250km/h이상 변속없이 부드럽게 가속해나가는 그런 여유와 쥐어짜는 대신 폭발적인 힘의 일부만 꺼내서 쓰는 듯한 운전감각이 SL600을 가장 멋지게 즐기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워낙 까다로운 엔진의 관리와 ABC의 일반적인 수리 비용을 고려했을 때 시승차의 상태는 모든 부분에서 완벽하게 작동하는 느낌이라 상당한 투자와 오너의 지극정성이 반영되었음에 틀림없었다.


까다로운 차일 수록 그만큼의 관심과 애정이 필요하며, 그냥 기름 넣고 오일교환만 하면 영원히 문제 없을 것 같은 차는 세상에 존재하지도 않고, 존재한들 오랜 시간 소유하고 애착을 주고 관리하기에 그리 가치있는 차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자동차 역사상 명차로 기억되는 차들 중 아무렇게나 대충 관리해도 잘 굴러가는 차는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차를 고치고 계획을 토대로 관리해서 설계된 바로 그 수준을 유지하고 그 높은 엔지니어링을 즐기는 과정이 일반인들 보기에 삽질로 보일지 모르지만 한편으로는 당대 최고의 엔지니어링을 소유하면서 설계치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든 과정은 상당히 고급스러운 카라이프일지도 모르겠다.


복원이 잘된 차를 유지하면서 더욱 더 가치있게 복원하는 작업은 해보지 않은 사람은 그 희열을 알 수 없을 정도로 묘한 매력과 마약같은 중독성이 있다.

그 매력과 함께 하기에 SL600은 아주 좋은 대상이다.


-testk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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