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미본위 1인칭 시점 입니다.-

추석연휴가 끝나간다.
이번 연휴는 그동안 미뤄왔던 24 시즌 1을 26시간만에 해치웠다는데 그 의미가 있다 하겠다. 아직 토요일이니 일요일 자정까지는 끝낼 수도 있다는 계산이지만... 시즌 2의 봉인을 풀 엄두는 나질 않는다.

그보다 바쁘고 쪼들려도 주 1회는 돌려줘야 건강을 유지한다는 엔진.... 연휴이다 보니 도로사정이 여의치가 않다.

교통방송 리포터의 '자정을 기점으로 정체가 풀리기 시작할 것 같습니다.'..
같이 외출을 하던 안 하던 얼굴 보고 대화는 나눠야지....

며칠 전에 공들였던 왁스광 덕에 녀석의 얼굴은 아직 번들번들 하다.
지난번 주행 후에 이미 체크한 오일량이지만, 냉간시 오일량을 다시 습관처럼 살핀다.
유압식 가변캠과 오래동안 잘 지내려면 이 정도 배려는 필수.

키를 돌리니 예의 신경질적인 4기통음이 주차장 벽을 때린다.
물론 V6의 고운 음색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이 900 회전의 거친 소음이 9000 회전의 고음 속주로 변할 때를 생각하니 벌써 머리털이 선다.

서울을 중심으로 뻗어있는 고속도로는 역시 무리겠다.
빙빙도는 외곽 순환도로는 '서울 가는 길' 에서도 언급이 없었으니, 오늘 밤 고속모드 외출로는 유일한 대안이다.

일산 IC로 판교를 향해 진입 하자마자 3단으로 VTEC과 인사! 빠아앙~~!!
김포 톨을 지나니 파란색 클릭이 무서운 속도로 지나쳐 간다. 수더분한 외모로 차선 지키며 정속 주행중인 이 녀석 에게는 역시 눈길도 주지 않는다. 조금만 더 이쁘게 생겼더라도....
왁스도 소용이 없나 보다.

긴 터널이다. 수 많은 매력 덩어리들을 제쳐두고 내 곁에 둥지를 튼게 하필 왜 이 녀석인가를 다시금 깨닫게 해준다. 저 앞에서 부터 제동등이 들어오는 차량들... 꽉 막힌 터널 안을 채우는 스트레이트 배기관의 9000회전은 민폐가 맞다.

완벽한 준법의 화신들도 분명히 있다. 그러나 대부분 한 두 가지의 민폐는 서로 주고 받는 세상살이... 이 때를 용서받기 위해 손대기 싫은 상태의 공중 화장실 변기도 꼭 물을 내린다.ㅋ

간간히 빠른 속도로 지나치는 차들... 그들도 이 녀석도 서로에게 무 반응이다.

구리톨게이트 인가? 아니 하나 더 지났나 보다.
하이패스로 통과한 내 뒤를 밝은 HID가 비춘다. 가만... 나에게 관심이 있는 눈치다.
MK5 GTI다. 한 번도 내 뒤를 비춘적이 없는 그 전조등을 거짓말처럼 알아 보다니... 나도 신기하다.

1차선을 내주자 주저없이 옆구리를 드러낸다.
6→5→4→3 방! 방! 방! 뜬금없는 이소리의 의미를 못 알아들을 매니아는 없으리라.
무섭게 튀어나가기 시작한다. 은색 엉덩이엔 GTI외의 레터링이 더 수 놓여 있다.

차선변경의 템포가 '그냥 즐겁게 같이 달려 봅시다'가 아니다.
적대적 배틀 바로 아래 단계인'내 라인 타지마. 위험해' 모드다.

방금 지나친 스타렉스는 진짜 위험했다.
선행 차량들의 후미등이 붉은 점처럼 퍼져있다. 별로 반갑지 않은 숙명적인 스트레이트 라인이 펼쳐진다. 4단 9000을 치고 5단! 8000이 넘어가도 좁혀지는 느낌은 전혀없다.

6단의 영역이다. 아직도 선행차들은 저 멀리 있다.
그저, 내가 선택한 메이커와, 차종과, 그레이드, 튜너에 대한 절대적인 의존만 있을 뿐.. 드라이버의 몫은 없는 6단의 영역.... 일단 이 영역으로 들어온 자에게 '내차는 와인딩 용이야'라는 변명은 구차할 뿐이다.

뒤에 남은 자의 몫은 스톤칩 뿐.

6단을 넣지 말것을...

이렇게는 승부가 나지 않겠다. 분에 넘치는 차를 머리위에 얹고 사는 가난한 매니아에게 쉬운 선택은 아니다.
그러나 방법은 오직 하나. Slipstream.

그래, 이번만 참아라. 타다닥 튀는 돌 소리에 가슴이 아프다.
'일반 승용차들에게 스트레이트에서는 오로지 머쉰의 파워뿐이다' 라는 편견은 버려라. 그렇게 후드와 윈드쉴드 가득 돌 세례를 받은 대가로... 내 후미등이 그의 전조등과 만날 때 쯤.. 선행차들과 도로의 굽이가 동시에 다가왔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켜진 비상등과 함께 짧은 만남은 갓길로 이어졌다.
역시나 더 할 나위없는 매너... MTM stage 3 라는 친절한 설명과 함께 눈에 들어온 MTM 레터링과 4구의 배기구... 최고속 265km의 괴물... 오늘 내가 운이 좋았구나... ㅋ

이 녀석을 한눈에 알아보신건 이전에 관심 차종이셨단다.
뭔가 재미있는 사연을 들려 드리고 싶어도 기억나는건 실패한 튜닝뿐...ㅎ

멋진 차 멋진 매너의 오너분과 길이 갈리고, 녀석과 나는 일산 IC로 다시 들어왔다.
언제나 처럼 외출의 끝인 카젠을 챙겨준 뒤 차고지로 복귀,쭈그리고 앉아 자살 특공대를 처리한다.
오늘 얻은 스톤칩 마스킹은 다음 세차 때 해야겠다.

오늘은 리터당 1715원이 하나도 아깝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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