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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캐나다에서 시승했던 86은 대단히 재미있고, 컨셉이 확실했던 차였다.

(시승기 : http://www.testdrive.or.kr/index.php?mid=road_impression&page=20&document_srl=243394)

 

이니셜D라는 수준 높은 만화의 주인공이 타는 차였다는 것이 주는 환상도 한몫 했겠지만 그냥 오래된 일본 고물차의 그것과는 달리 80년대 소형 후륜차에 대한 노하우가 너무도 명확했던 토요다의 차만들기에 대한 열정을 읽을 수 있었다.

 

86의 정신을 이어받은 2세대 86은 스바루의 200마력 NA 2리터 수평대향 엔진을 가져와 얹었고, 철저히 와인딩과 서킷에서 실력을 뽐내고 싶어한다.

 

우연히 시승하게 된 신형 86은 공교롭게도 출고한지 이틀밖에 되지 않아 총 주행거리가 186km였고 대략 20km의 거리를 4000rpm이하만을 시승하는 조건이었기 때문에 86을 제대로 평가할만큼 제대로 느꼈다 하기에는 확실히 부족한 시승이었다.

 

다만 86이 가진 운동신경의 일부와 특성에 대해서는 짧은 시간이지만 체험할 수 있었기에 짧은 시간 동안에 느낀 점들만을 다루기로 한다.

 

우선 실내의 질감이 생각보다 훨씬 좋았다.

구형 캠리나 코롤라와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질감면에서 그리 흠잡을 만큼 싼티가 난다고 보지는 않는다.

 

6단 수동변속기의 위치가 정말 좋다. 짧은 작동거리도 좋지만 위치가 좋아 어떤 단수를 선택해도 매우 인체공학적이라는 느낌이 든다.

 

제네시스 쿠페에서 가장 아쉬운 부분 중 하나가 바로 체인지레버의 위치였던 것을 생각하면 수동변속기 차량에서 체인지레버의 위치는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시트의 홀딩도 좋고 시동을 걸고 움직이면 초반 공회전 회전수 부근에서 오르내릴 때의 액셀감각은 그다지 정교하다고 보기는 힘들지만 기본적으로 변속때마다 가속패달을 놓으면 회전수가 매우 빨리 떨어지는 느낌이다.

 

2500rpm부터 토크가 높아지는 느낌으로 회전이 갑자기 시원해진다.

엔진의 전체적인 음색은 순정배기이기 때문에 스바루 수평대향 특유의 멋진 저음을 표현하진 않지만 소리에 힘이 실려 중속영역에서는 매우 소리가 단단한 느낌으로 실내에 전달되었다.

 

4기통 NA엔진이 부드럽기에는 한계가 너무나 분명한만큼 좋은 소리를 만들기 보다는 덜 거부감 있는 소리를 만든다는 목표가 현실적일 것이다.

 

아무튼 엔진음색에 관한 것은 레드존까지 충분히 돌리면서 시승한 이후로 미뤄야겠다.

100km/h를 기준으로 4 4000rpm 5 3300rpm, 6 2500rpm이다.

 

5단과 6단의 거리를 멀게 둔 것은 5단까지는 전투력을 그리고 6단은 항속의 의미를 부여한 것이다.

4단 레드존인 7600rpm까지 돌릴 경우에도 계산상 190km/h도 나오지 않는 높은 기어비이기 때문에 서킷조건에서 왠만한 코너에서는 86이 선택 가능한 단수로 어떠한 상황에서도 최대토크 부근의 회전수를 사용할 수 있게한다는 설정이다.

 

국내에 수입되는 86 수동에는 16인치 205/55.16사이즈가 장착되어 있고, 자동변속기에는 17인치가 장착된다.

86을 수동으로 탈 정도면 알아서 휠타이어를 교체할 것을 감안해 일반 세단에 끼워도 만족도가 떨어지는 허접한 타이어가 장착되어 있었다.

 

처음에 고속화도로에서 스티어링 휠을 좌우로 흔들 때 타이어의 롤이 너무 심하게 조향했을 때 후륜이 움직이는 느낌이 즉각적이지 않아 의아해했는데 내려서 타이어를 보고 역시 86수동의 16인치 타이어는 86의 원래 목적에는 잘 맞지 않는 타이어임을 확인했다.

 

88도로 강일IC방향으로 가다가 천호대교로 빠지기 위해 우측으로 빠져 좌측으로 감아도는 코너에서 조금 욕심을 내어 진입해보았는데, 후륜의 움직임이 마치 4WS(Wheel Steering)차량인 것처럼 후륜이 최대한 빠지면서 코너를 감는 느낌이 확실했다.

 

분명한 것은 차의 중심을 기준으로 회전하려는 특성이 강했다.

조향능력에 최대한 초점이 맞춰진 세팅이라 코너진입시 언더스티어를 원천적으로 봉쇄한다는 세팅인데, 자세제어장치가 워낙 빨리 개입해 이 장비를 끄지 않는 이상 적정한 수준의 스포츠드라이빙도 거의 불가능하다고 봐야할 정도다.

 

즉 차가 가진 오버스티어 특성을 본격적인 스포츠주행이 아닌 경우 자세제어장치가 개입을 빨리해 주의를 환기시키는데, 오버스티어가 심한 차종이 공도의 일반적인 상황에서 운전자의 실수로 위험해지는 순간을 줄이기 위한 배려라고 본다.

 

생각했던 것보다 승차감이 좋았고 과속방지턱을 넘을 때 사뿐한 느낌 그리고 바디가 견고하다는 느낌에 특별한 특이점은 없었다.

 

와인딩을 타지 않는 이상 86을 평가하는 것은 수박 겉핥기라는 차원에서 빨리 와인딩을 달려보고 싶은 생각뿐이었다.

 

가격 때문에 말이 많지만 성패는 출시후 3개월안에 판가름이 날 정도로 서킷을 주로 타는 계절까지의 판매량이 기획의 성공여부를 판단해줄 것이다.

 

무조건 86이라고 맹신할 수 있는 시대는 아니라고 보는 이유가 제네시스 쿠페도 스포츠 드라이빙을 하기에 너무나 좋은 솔루션이기 때문이다.

 

국산으로 86을 대체할 차종이 없다면 모르겠지만 그런 상황이 아닌 이상 둘간의 경쟁구도는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것이다.

-testk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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