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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8이탈리아를 타고 엄청나게 미끄러운 노면에서 300km/h를 찍느라 숨을 멈추었던 기억은 지금도 생생하다.

내 평생의 시승기억 중에서 새끼 발가락에 이토록 큰 긴장감을 부여했던 시승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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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과 다시 만났다.

458스파이더! 458이라는 숫자가 그냥 숫자로 보이지 않는 이유는 458에게 두들겨 맞아봤기 때문일 지도 모른다.

맞은 사람은 때린 사람을 제대로 기억하는 법, 458이탈리아를 시승한 바로 그날 저녁 잠들지도 꺼지지도 않는 흥분으로 잠을 못 이루었었다.

 

스파이더는 쿠페보다 5배는 더 멋졌다.

전동으로 여닫는 하드탑은 430스파이더에 비해 차의 가치를 몇 배는 높여 줄만큼 고급스럽고, 탑을 닫았을 때는 쿠페와 거의 동일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탑을 열고 시가지를 빠져나가 고속화도로에 올렸다.

배기음을 좀 더 생생하게 들으며 몸에서 순환하는 피가 조금씩 더워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너무나 쾌적한 것은 탑을 열고 160km/h를 달리는 동안 일반 세단의 선루프를 열고 비슷한 속도를 달리는 것보다 오히려 조용할 정도로 바람소리에 시달리지도, 실내로 들이치는 소용돌이에 머리 스타일이 망가지지도 않았다.

악기로 표현했던 페라리가 이러한 대목에서는 잘 만들어진 기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본격적으로 달리기로 맘먹고 차를 세우고 탑을 닫았다.

Race모드에 놓고 그대로 가속패달을 때렸다.

 

뒤타이어가 아작이 나는 느낌을 주며 458이탈리아때와 마찬가지로 정말 앞차를 들이받을 듯 돌진해 나갔다.

패들을 통해 시프트업을 할 때마다 옆좌석의 동승자의 머리가 헤드레스트를 때렸다. 정말 미안할 정도로 가속만하는 상황에서도 동승자가 심장마비에 걸리지 않을까를 걱정해야 할 정도였다.

예전에 미끄러운 노면과 비교하면 가을의 청명한 날씨에 노면은 건조한 상태였고, 타이어는 최고의 그립을 발휘할 준비가 충분히 되어 있었다.

 

그대로 풀가속으로 307km/h를 찍는 순간까지 난 가속패달을 바닥에 비비고 있었다.

6 285km/h에서 7단으로 변속하고 나면 쿠페와 비교해 7단 가속력 자체는 조금 떨어진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280km/h이상의 속도에서는 가속패달을 놓았을 때 속도의 하강도 빠르고, 재가속할 때는 조금 무겁다는 느낌도 들었지만 다른 속도대와 비교한 상대적인 비교이기 때문에 458스파이더가 고속빨이 부족하지 않느냐는 어처구니 없는 추측은 금물이다.

 

듀얼클러치 변속기는 쿠페에서도 경험했지만 가속패달의 온오프를 통해 시프트업시 발생하는 충격을 줄이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 부분이 조금 아쉽다.

rpm에서 변속할 때의 충격은 차의 균형을 깨기에 충분할 정도로 서킷이 아닌 공도에서는 변속기에 대한 이해는 물론 미드쉽에 익숙한 사람들 조차도 특히 조심해야 한다.

터널속에서 풀가속을 하면 F1머신과 흡사한 하이피치가 사방에서 탑승자에게 다가오는데, 이때 들리는 사운드에 심취하고 있으면, 세상에서 이보다 더 돈주고 사도 아깝지 않은 장난감이 또 있을까이다.

 

이차를 타고 있으면 458스파이더를 구입할 수 있는 돈으로 살 수 있는 최고의 물건은 458스파이더라는 생각에 사로잡힌다. 아니 그냥 자신도 모르게 세뇌되어 버린다.

페라리를 타는 동안에는 그야말로 이성을 잃어버리고 미쳐버린다.

고달픈 현실과 돈에 대한 가치와 개념 그리고 시간개념까지 완전히 무너져버려 아무 생각이 없게 만들어 버린다.

가까이해서는 안되는 여인을 품는 동안 머리속에 복잡한 계산들이 멈춰버리는 것과 같다고 할까?

아무리 이성적이고 냉정한 사람이라 해도 페라리의 유혹과 손짓에 당당할 순 없을 정도다.

 

분명히 사람이 만든 것인데 어쩜 이렇게 운전자를 혼수상태로 만드는지 납득이 안된다.

천재와 미친놈은 어쩌면 종이 한 장 차이인지도 모른다. 458스파이더를 만든 사람은 미친 천재일 것이다. 둘중에 하나만 빠져도 이런차는 태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고속으로 코너를 돌면서 긴 고속코너를 돌 때 숨을 죽이고 스티어링을 최대한 부드럽게 조작하며 가속패달을 밟은 발이 노면의 충격이나 기복에 더 밟히거나 덜 밟히지 않게 견고하게 고정된 체 이 엄청난 머신의 힘이 지면에 도달하는 순간 아마 지구는 느낄 것이다. 페라리가 지구의 어느 좌표 위를 달리고 있구나 하는 것을

 

분명히 말하지만 페라리는 운전자를 가린다.

페라리 앞에서 운전 잘하는척하는 것은 꿈도 꾸지 말아야 한다.

야생마는 함께한 시간만으로 자기의 말이 되어주지 않는다. 이를 다룰 수 있는 기술과 깡다구 없이 길들일 수 있는 동물이 아니다.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베토벤과 모짜르트의 작품들은 조물주가 주신 선물이다.

차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페라리를 느끼고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은 인간이 만들 수 있는 물건 중에서 가장 아름답고 가치가 있으며, 자극적이고 그 순간 혼을 빼놓을 만큼 강력한 것이다.

 

신이 아닌 사람의 손에 의해 만들어진 바로 이 물건이 사람의 영혼에 영감을 준다는 사실에 심취하다 보면 모든 사물이 다르게 보일지도 모른다.

그동안 수많은 차를 시승했고 경험했지만 페라리를 타고 난 다음 타는 차에서 느껴지는 이질감은 단기간에 치유되지 않을 정도다.

페라리를 시승하고 난 후에는 최소한 며칠은 시승을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458스파이더를 몸으로 느꼈는데, 지금 이순간 손가락으로 자판을 두드리며, 그 느낌을 끌어내고 있는 과정 속에서 발생하는 부하는 상당하다. 소리를 지르고 미친놈이 횡설수설하듯 입으로 표현해야 하는데 점잖게 앉아 눈을 부릅뜨고 컴퓨터의 자판을 두드리고 있으니 그 에너지가 제대로 발산될 수 있을까?

페라리는 머리 속에 기억되는 차가 아니라 몸 속에 각인되는 그런 차이다.

 

458이탈리아 쿠페 시승기 : http://www.testdrive.or.kr/index.php?mid=road_impression&page=2&document_srl=1326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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