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reet Battle
글 수 961
입양한지 이제 한달이 조금 넘은 Scoupe Turbo..
자질구레 손을 봐서 이제 대충 내 입맛대로 타고 다닐만하게 되었습니다만,
요즘 경찰님들이 보신다면 '그냥 잡아 잡수시라고' 하는 듯 불법스러운 모양새..
차를 일주일에 두세번 타고 다니는 게 안스러워 고속도로나 살포시 달려줄 겸,
이 넘을 데리고 튜닝 단속의 거센 풍파가 몰아치는 서울로 용감하게 떠났습니다.
다소 높은 기어비인 관계로 고속은 좀 피곤스러운 차량이라,
2차선으로 그냥 100km/h, 3000rpm 유지하면서 음악 들으며 가는 중.
경부고속도로 청주 부근을 지났을까.. 백미러 뒤로 멀리서 무언가 다가오더니
4차선으로 휘릭~ 하고 빠져서는 앞으로 다시 사라집니다. 대략 160km/h 정도..
'투스카니 2.0 인가.. 졸린데, 잘 되었다.'
'멀리 가버리긴 했지만 좀 있으면 과속 카메라가 있으니깐 따라잡을 순 있겠지..'
4단 쉬프트 다운 후 풀 부스트.. 5단 풀 부스트..
2.0 노멀들에겐 어지간해선 우위를 점하는 출력대 중량비라서
평소 경험으로 만만하게 보고 일단 카메라 전방까지 따라 붙은 뒤 감속..
그러나! 약간 머뭇거리는 듯하다가 그냥 카메라 무시하듯 계속 가버리는 검은색 투스카니..
'허걱.. ㅡ.,ㅡ;; 모야..'
다시 재가속 시작해서 2차선에서 전방에 달리는 투스카니 뒤에 붙을 무렵,
앞 차를 피해 투스카니는 오른쪽 3차선으로, 나는 왼쪽 1차선으로..
'시작 되었냐..'
일단 기어를 낮추고 옆에 서는 걸 확인한 후에 풀 악셀링..
'철컥, 쒸잉~ 풋슝~ 철컥, 쒸이잉~'
작은 대신 리스펀스가 빠른 순정 터빈은 이내 부스트를 채우고, 아펙시 BOV 특유의 사운드 작렬..
한대, 두대.. 4단 레드존에 도달할 무렵까지는 조금씩 거리를 벌리면서
'얼마나 잘 쫓아오나 보자..'라고 싱긋이 웃으면서 시작한 배틀이었건만,
5단 넘어가고서는 백미러로 슬금슬금 가까워지는 헤드라이트 불빛..
거슬리기 시작한 오디오 볼륨을 최대로 낮추면서..
'흐흐.. 오늘 제대로 걸렸냐..'
게이지를 보니 정상 부스트 0.6바에, 타코미터는 어느덧 5단, 5500rpm에 다다르고..
'고속빨은 역시 1.5 SOHC에다 T015 터빈의 한계구만..'
앞서 가는 차들 사이로 고속 슬라럼을 타면서 속도를 조금씩 올려도
뒤의 불빛은 3대 정도 차이로 따라오는 상태..
두 대는 계속 꼬리를 물고 달려나가고, 드디어 내 차의 기어비 한계속 직전..
전방 갓길에 나타난 경광등을 보고 브레이킹.. 뒤따르는 투스카니도 함께.
'정말 제대로 붙었구만..'
3단으로 내리고, 애프터파이어 한방.. ' 퍼벙~' 다시 내지르기 시작.
4단까지는 앞서 거리를 벌리다가 5단은 역시 뒤로 조금씩 다가오는 투스카니..
200km/h에 가까워지면서 실내는 노쇠한 섀시에서 오는 삐걱대는 소리로 가득차고,
바닥까지 밟은 엑셀 페달에 엔진은 말 그대로 최선을 다하는 상황.
'에라 모르겠다.. 지나가시라..'
1차선으로 내달린지 한참이 지났건만, 결국 2차선으로 자리를 내주고
백미러를 쳐다보는데 투스카니가 같이 차선을 바꾸는 겁니다.
'모야.. 슬립 스트림? 아님 뒤에서 계속 종용하는 건가..?'
두어번 더 차선을 변경해도 계속 라인을 따라 붙습니다.
이제와서 기권할 수는 없고, 깨끗이 승부를 내야만 하는 상황.
'이대로는 엔진이 깨지도록 달리는 수 밖에..'
5단 풀악셀로 레드존을 조지기 시작하고난 후
그 몇 분동안이 몇십 분처럼 길게 흘러가고, 내 차가 그렇게 느리다고 느껴질 줄은..
비록 최고속은 기껏 200km/h을 겨우 넘는 정도지만,
바닥까지 밟은채로 X빠지게 달리는 차안에서 흘끔 거리며 쳐다보는 백미러에
정말로 끈질기게 따라 붙는 그 헤드라이트..
이제껏 달려본 배틀 중에 가장 짜릿했습니다.
추월도 가능했을텐데, 왜 뒤만 따라왔을까.. 하는 의문.
왠지 이겨도 찜찜할거 같은 그 기분.
한참을 달려 다음 카메라가 있는 지점에서 감속..
투스카니도 오른쪽 차선으로 빠지면서 같이 감속.
힐끗 옆 창을 보니 비상등을 점멸하고 있더군요.
'당신, 멋졌어..'하며 나도 답례로 비상등.. '내가 진 겨..'
그대로 내가 선행하면서 천안 휴게소까지 둘다 흐름에 맞추어 달리다가
커피라도 한잔할까 싶어 휴게소로 깜빡이를 켰는데,
그저 '잘 놀았다'는 표시인 듯 투스카니는 다시 비상등을 점멸하고는 옆을 지나갑니다.
요즘 배틀 붙는 사람들은 거의가 매너가 좋은 편이지만,
오늘 정말 재미있었다는 생각을 하면서 인사하고 보냈습니다.
혹시 그 투스카니 오너분이 이 글 보신다면 묻고 싶었던 것은..
순정이었는가..?
추월을 하지 않은 이유는?
흠냐.. 미루던 부스트 업 얼릉 해야겠다는 생각들더군요.
여튼, 가장 오랫동안 X침 당했고, 가장 재미있는 배틀 중의 하나였습니다.. ㅎㅎ
2006.08.05 00:12:00 (*.0.0.1)
잘봤슴니다.. MR2 로 붙으셨다면 얘기는 달라지겠지만...저도 가끔식 배틀?할때 추월 안하고 뒤에서 계속 동침을 놓으면 결국 앞차가 포기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뒤에서 계속 일정거리를 유지하면서 따라온다는 의미는 간접적으로 앞차보다 빠르다고 할 수 있죠...
2006.08.05 00:13:00 (*.0.0.1)
ㅎㅎ 전 좀 확실(?)한 걸 좋아해서.. MR2 터보 같은 경우엔 침 놓다가 앞 차가 한계다 싶을 때는 옆으로 나가서 확실히 거리를 벌려버리는데, 이런 방식으로는 처음 당한(?) 경우라 신선하네요. ㅋ 아직도 그 여운이 남아있다는..
2006.08.05 00:14:00 (*.0.0.1)
월요일에 저에게 똥침을 놓던 투카가 생각나네요...^^; 쏘렌토운전중이었는데.. 그렇게 똥침쐈을때 매연이 좀 나왔을텐데..킁 ^^;
2006.08.05 00:15:00 (*.0.0.1)
사람의 심리에 따라 성격에 따라 다르지 않을까요? ....저는 항상 앞서는 자의 뒷시선 및 신경쓰임보다는 따르는자의 ..쫓아감을 좋아합니다. ^^
2006.08.05 00:17:00 (*.0.0.1)
건 그렇고, 제가 운 좋았네요.. 집이 신도림이라 여의도로 늘 지나가곤 하는데, 주말에 그쪽 단속이 장난 아니었다고 하더군요. 것도 모르고 경찰차랑 같이 달렸는데 --;
2006.08.05 00:19:00 (*.0.0.1)
고속도로 배틀이 실력이나 배짱도 있지만, 200km/h정도의 속도라면 출력이 더 많이 작용할것 같네요. 투카가 출력이 좀 더 우월했다는 뜻이겠지요. 뒤에 붙어 왔다는 것은.^^
2006.08.05 00:20:00 (*.0.0.1)
투카가 뒤에 붙어 왔다는것은 기어비의 차이일겁니다.. 스쿠프나 엑센트TGR 같은 차들은 고속 배틀엔 아주 쥐약입니다.. 처음에 쭉쭉~ 벌려놓고 5단 톱엔드에서 앵앵~ 거리고 있으면 스물스물 다가와서 그냥 지나가버리죠.. ㅡㅡ;
2006.08.05 00:01:00 (*.0.0.1)
음, 스쿱은 기본적으로 가벼운 무게가 나머지 단점을 상쇄하는 차입니다. 출력은 겨우 gross로 129마력짜리이지만, 무게가 엑센트와 거의 같습니다. 고속은 NA가 유리한데다, 1.5 SOHC 에 순정 터보로는 잘해야 4단이하에서나 우위를 가진다는 생각입니다.
2006.08.05 00:01:00 (*.0.0.1)
여러분 말씀대로, 뒤에 따라온 투스카니가 더 우월한 입장이었으리라 생각하고, 저도 배틀 승부보다는 매너있고 진지하게 달린 점에 재미가 있었다고 표현한 것입니다. ^^ 200km/h 넘어가면 무게 보다는 마력이 좌우하기 때문에 어짜피 결과는 뻔한 것이었죠. ㅋㅋ
2006.08.05 00:01:00 (*.0.0.1)
똥침 놓을 때 거리가 가까운 편이었다면 200km/h의 슬립스트림도 무시할 수 없으니 꼭 졌다고는 단정지을 필요 없어보이네요^^; 어쨌겨나 결론적으로 추월 못(?)한거니 이기신거라고 보는게 정신건강상 좋지 않나요^^
2006.08.05 00:01:00 (*.0.0.1)
꼭 이기려면 300 마력 세팅 3S-GTE로 승부를 보면 되지만, 빠듯한 출력으로 달리는 게 재미있어 스쿱을 애용합니다. 요즘은 이기고 지는 거야 별 문제는 아니라고 느낍니다.. 달릴만한 상대를 찾기도 힘들고, 달린 내용이 더 중요한거쬬~
2006.08.05 00:14:00 (*.0.0.1)
가끔하는배틀에서 저는 따라가는 편입니다. 일단 앞 차가 지나가면 길이 어느정도는 자연 스럽게 열리거든요..앞서가면 "저걸 어떻게 뚤어야 하나" 고민도 하고 뒤도 봐야 하고..나이 먹으니 그러기 싫더군요..그래서 약간의 여유를 두고 따라가죠..
2006.08.05 00:14:00 (*.0.0.1)
그러다 그 차량이 지치면 선두로 나가기도 하고...계속 선두는 힘들더라구요..지방 출장을 자주가는데..이런차 만나면 목적지에 금방 가죠..지겹지도 않고..지겨워도 혼자서는 140이상 히들더라구요...
2006.08.05 00:20:00 (*.0.0.1)
스쿱 터보는 5단 입,출력 기어비 조정 만으로 최고속을 올릴순 있으나 그에 따른 하체의 안정성이나, 제동력,출력을 보정하여야 겠죠 ^^; 기어비만 250Km over 면 뭐합니까, 거기까지 밀어줄 힘이 있어야죠.. ^^;
2006.08.05 00:20:00 (*.0.0.1)
028급 터빈과, 그에맞는 추가연료 시스템, 정성스런 손길, 공연비 세팅이면, 예전 보배X림 에서 보신 249Km/h 스쿱터보를 만드실 수 있죠 ^^;
2006.08.05 00:08:00 (*.0.0.1)
3년 전에.. 파도 국장님 모빌 잠깐 조수석에 얻어탄 기억납니다. 도우니 국장님 같이 키울려면 총알이 좀 많이 딸리겠는데요 ㅋㅋ
2006.08.05 00:01:00 (*.0.0.1)
그렇게 되면...엔진 블로우??? 헉..뜨아....되게 할수도 있겠다 싶어서...쫒아왔을수도 있죠....상상입니당.....본의 아니게 저도 그런상황이 되어 뒤에서 계속 쫒아봤는데..결국 투카 터보 엔진 블로우 되더군요....셋팅이 잘못되었던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