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 오랜만에 올리는 글이군요..
이래저래 다사다난한 하루였습니다^^
오늘 회사 동료분의 엔진오일을 교환해드리기 위해
도시 남서쪽 외곽에 위치한 새로생긴 모 동네로 향하는 중이었습니다.
한창 눈으로 덮여 영하 10도 아래로 뚝 떨어져있어야할 이곳이,
요즘은 기상 이변인지 영상 10도가 넘고 눈씻고 찾아봐도 눈 한 점 찾을 수 없는 요즘인지라,
이미 제 차엔 며칠 전 섬머 타이어와 순정 휠을 끼운 상태였고,
오늘은 모처럼에 드라이브도 할 겸 뮤겐 서스펜션의 감쇄력을 앞:3, 뒤:4 로 조절해 둔 상태였지요.
(앞/뒤 5단계입니다)
쾅쾅거리는 일체형 서스펜션 때문에 쉴새 없이 탁탁~ 튀어대는 씨디 체인저의 노랫소리를 들으며
열심히 열심히 달리다가 만난 붉은색 신호등.
 
줄어드는 속도를 느낄 때 쯤 저 만치 보이는 뛔뚱~한 오렌지색 물체가 있었으니...
바로 큼지막한 리어윙으로 대표되는 닷지 SRT-4 의 뒷모습이었씁니다.
 

 
휠에서 220~230마력 가까이 나오는 2.4리터 터보엔진은 2500rpm 에서부터 최대 토크의 대부분을
쏟아내고 브레이크 역시 살벌한.. 미국의 실용주의와 일본의 터보가 만난 무지막지한 녀석이죠.
 

(순정 SRT-4 다이나모 테스트입니다. 토크곡선 쥑이죠.. +_+)
 
오렌지 SRT4의 오너는 이미 저 뒤에서 부터 들려오는 제 차의 엔진브레이크 소리와
납작한 프론트에 자극받은 상태더군요.
 
"부과악~ 부과과과~ 푸취~"
SRT4에 인테이크를 했을 때 나는 특유의 부아악~ 하는 소리와 블로우오프 밸브 소리에
제 인테그라도 객기가 발동했습니다.
"그라랑~ 그라라랑~~ 퍼퍽~"
어차피 안될 건 알지만 그래 얼마나 잘달리나 보자는 식으로 인테그라도 그에 응수했찌요.
이윽고 떨어진 파란 신호에, 연달아 선 두 대는 땅을 박찹니다.
근데 어째,,, 뒤에서 푸쉬를 하는데도 SRT4는 튀어나갈 생각을 않더군요..
그에 저도 김이 빠져서 그냥 뒤쳐진 채 5단 순항 모드로 들어갔습니다.
그러면서 저 앞의 오렌지색 그 녀석을 보고있으려니, 왠지 절 기다리는 듯한 분위기..
그제야 상황을 알아챈 저는 6500 rpm 으로 올리면서 2단 , 그리고 2단 8200에서 3단으로
그 녀석을 쫒았습니다.
이내 3단 110km 에서 나란히 서게 된 두 차량. 앞엔 약간의 내리막이 펼쳐져있었죠.
왼쪽 옆을 보니 SRT4는 휠을 바꾼 상태이더군요.
야구 모자를 구겨 쓰고 헐렁한 옷차림을 한 오너는 앞만 응시하고 있었습니다.
"인테그라는 어차피 안되니 먼저 나가봐라~" 하는 거였죠.
저 역시 그걸 잘 알기 때문에 자존심이고뭐고 없이 냅다 3단 풀악셀을 시작합니다.
"구와왕~ 빠아아~~"
곧바로 뒤에서 들려오는 SRT4의 무시무시한 소리.
"부과과과과~ "
완만한 내리막길을 따라 나란히 달리는 두 대는 마치 오토바이와 기차가 달리는 듯한
착각이 들게 하더군요.  SRT4의 묵직한 펀치란...^^
뒤늦게 가속한 SRT4였지만 이내 예상대로 제 왼쪽 어깨 너머로 오렌지색 머리를 슬슬
밀고와서 쭉~ 앞으로 나가기 시작합니다.
이 때가 3단 8000rpm 직전이었고 SRT4는 차 길이의 절반 정도 제 앞으로 나가고 있더군요.
하지만 그 앞에 펼쳐진 변수가 있었으니..
무척 길고 완만한 왼쪽 코너.  FF를 가지고 풀악셀로는 공략하기 불가능한 정도의 코너였습니다.
'그래, 직선에선 안되지만 여기서 내 뭔가를 보여주마!'
 
약간의 악셀 오프로 파샬 스로틀 모드로 들어간 인테그라.
SRT4 도 상황은 마찬가지.
비록 인테그라가 바깥쪽(오른쪽)에서 돌아야하기 때문에 약간 불리할 수 있었지만
내리막이므로 프론트 그립을 확보하기 쉽고 토크가 SRT4의 절반 밖에 안된다는 페널티를
상쇄할 수 있다고 확신했죠.
 
80% 정도의 스로틀로 7500~8000rpm 사이에서 코너를 밟아나가면서
거리는 금새 좁아지고 SRT4는 결국 제 왼쪽 어깨 뒤로 사라졌습니다.
언더 때문에 출력을 다 쓰지 못한거죠. 게다가 거기서 언더가 나면 제 차 쪽으로 차가 흐르게 되니까요.
하지만 제 바로 2~3m 거리에서 울부짓는 베이비 머슬의 "부와왁~ 푸취 푸취~ " 소리는
마치 제 왼쪽 귀에 바짝 대고 그르렁 거리는 사자울음 소리로 다가왔습니다.
 
이내 코너가 끝나는 시점, 내리막 역시 끝나면서 다리를 지나게 되어있더군요.
코너를 탈출하면서 풀악셀을 줌과 동시에 감각적으로 이미 3단 연료컷인 8350rpm 바로 밑을
치고있는 타코메터 바늘을 느낄 수 있었고, 다리에 진입하면서 4단으로 변속했습니다.
 
동시에 풀악셀!
"까가가가가가강!!"
기어가 안들어간 게 아니라 마치 절반정도 들어가서 그대로 갈려버리는 느낌!
미스 쉬프트 였습니다. 아니, 제 탓도 있겠지만
평소에도 문제가 되던 4단 싱크로가 고rpm 변속에서 또 한 번 말썽을 부린 거죠.
(3단 8000이상에서 업쉬프트할 일은 드래그에서 조차도 없기 때문에 간혹 이렇게 오히려 공공도로에서 4단 때문에 놀란답니다)
 
미션이 깨지는 줄 알았습니다... 인테그라가 그러고 있는 사이 SRT4는 저 만치 멀어져버리고,
전 2단, 5단, 4단을 넣어보면서 미션에 큰 이상이 없나 확인했습니다.
 
다행히 혼다 미션은 이번에도 무지막지한 기어 크런치를 잘 감당해 주었더군요..휴....
의기소침해진 저는 그래도 상대방에게 인사라도 해야할 것 같아 다음 신호에서 나란히 섰습니다.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워주고 "역시 SRT4 대단하다 그래~" 하는 표정을 지어줬지요^^
SRT4오너는 쟤가 이 심각한 상황에 왜 엄지손가락을 들어? 하는 듯 하더군요.
그리곤 계속 긴장한 채 왼손은 스티어링휠에, 오른손은 기어 1단에 넣은 채 런칭 준비를 하는 겁니다.
 
'허~ 제로 스타트 해보자는 건가?' 전 어차피 이렇게 된 거 그래 한 번 보여줘봐라 하는 맘으로
머리 위의 신호등을 응시합니다.
이내 녹색 불이 떨어지고, 예상대로 SRT4는 꿈쩍도 안하더군요.
먼저 출발해보란 거죠^^
그래 좋다 하면서 3500rpm에서 런칭! 바늘은 금새 8200에 이르고 왼쪽 어깨 너머에선
이미 익숙해진 그 녀석의 울음소리가 다가오더군요^^
치치치치~ 휠스핀을 하는, 닳을대로 닳은 금호 712 타이어는 2단 5800rpm 에서부터 이어서 가속을
시작합니다.
순간 옆으로 쭈욱 ~ 뻗어나가는 SRT4. 역시 한 체급 위인 녀석 답게 무서운 가속력을 보여주면서
튀어나갑니다.
예전에 직접 시승해 보았을 때.. 일단 아무 때나 밟기만 하면 운전자를 버켓 시트에 파묻어버리는
파워를 기억하면서 멀어지는 뒷모습을 바라볼 수 밖에 없더군요.
이내 3단으로 변속해서 쫒아갔지만 이미 차 5대 정도 거리로 벌어져버린 터라 그 쪽에서 먼저
악셀을 떼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뒤를 쫒아가다가, 전 길을 잘못 드는 바람에 목적지도 못찾고 SRT4와 헤어져야했고
인사로 클락션을 짧게 울려준 후 목적지에 도착, 그리곤 집에 돌아와 이렇게 글을 쓰고있네요^^
 
해발 1200미터나 되는 고도 때문에 기압이 낮아서 자연흡기 엔진은 맥을 못추는 조건인데도 불구하고
정말 잘 달려주었다고 생각됩니다.
예전에 SRT4 동영상 중에 GSR 인테그라와 롤링스타트로 붙는 게 있었는데,,
인테그라가 뒤떨어지지않고 잘 쫒아오다가 이내 슬슬 뒤로 떨어지는 인상적인 영상이 있었죠.
인테그라 오너는 흡/배기만 한 상태라고 했지만 SRT4 오너는 믿지 않더군요.^^
오늘 슬쩍 튜닝된 SRT4와 달렸던 걸 볼 때, 해발 고도 낮은 조건에서 제 차에 헤더, 촉매, ECU 튠만
더한다면 그 영상에서와 같은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GSR이 되지 않을까
기대해봤습니다.^^;
 
그리고 옆에서 겪으면 겪을 수록 제 다음 애마로 어떨까 상상하게 하는 SRT4..
열악한 인테리어와 마감, 몇몇 부품의 쓰레기같은 내구성에도 불구하고
LSD에 220휠마력, 4도어, 풀 버켓시트, 2004년식이 2천만원 초반 밖에 안한다는 점,
마음먹으면 아무 때나 돌진해 나가는 토크라는 메리트는 정말 유혹적입니다^^"
 
한국에서는 생소한 차종 얘기라서 실감은 덜했겠지만,, 코멘트라도 달아주시면 감사히 읽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