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글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제 아내만 빼고 모두 테드 회원입니다....
 
 

순정만화의 주인공 같은 인상의 황순명님과 처음 만난 것은 2002년 10월이었습니다. 

저는 LA 카운티에 있었고 순명님은 오렌지 카운티에 계셨는데 그동안 달구지에 그 뿌리를

두고 있는 소규모 동호회에 함께 몸담고 있으면서도 개인적인 친분이 따로 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저는 95년에 미국에 왔고 순명님은 그 이후에 동호회에 가입했기

때문이었지요. 그러던중 동호회 후배인 김종빈님이 미국여행중 LA에 들렀습니다. 

종빈님은 저와도, 순명님과도 친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셋이서 만나게 되었습니다. 

종빈님이 LA에 머문 2박3일의 짧은 일정에서 하루는 그때 받았던 시승차 스바루 바하를

타고 샌가브리엘 캐년로드를 달렸고 이튿날 저와 아내(당시는 여친), 종빈님, 그리고 이번 글의

주인공인 순명님 이렇게 넷이서 저의 비틀을 타고 엔젤레스 크레스트 하이웨이를 넘어

필란이라는 동네의 한국배 과수원에 다녀왔었습니다. 워낙 말수가 적은 분이라 이틀간

만남에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도 못했고 또 얘기의 화제는 자동차 이외의 것이

대부분이어서 저는 전혀 의식하지 못했으나 순명님 입장에서는 제가 달렸던 것이 인상에

깊이 남았었나 봅니다.


그 후로 서로가 바쁜데다 사는 곳이 가깝고도 먼 위치라 한동안 다시 만날 기회가 없었지요.
 
 



그러던 중 순명님은 새로 렉서스 IS300 수동변속기차를 구입하셨고 저는 오렌지카운티에

있는 케이터햄 딜러에서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일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인 작년

8월경이었습니다. 일을 마치고 오랜만에 순명님께 전화를 걸어봤습니다.

차를 새로 산 것은 싸파리 게시판을 통해 알고 있었으나 직접 만나서 축하해주기는 그때가

처음이었지요. 함께 얘기를 나누던중 뜻밖에 제게 운전을 배우고 싶다고 말씀하시더군요.

미인이 운전 가르쳐 달라는데 싫다고 마다할 남자가 있을까요? 아, 게이라면 아닐 수도

있겠군요. 아무튼 운전실력은 그저그런 중급자 수준이지만 나름대로 노력해오던 것에

대한 자부심이 없던 것은 아니었고, 또 남을 가르치면서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갖는 것도 좋을 것 같아서 저녁식사를 마치고 곧바로 오테가 하이웨이로 향했습니다.

저는 몇 번 가본 길이었는데 순명님은 그날이 처음이었다더군요. 그날이후 거의 매일같이

퇴근이후 둘이서 산길을 달리게 되었지요. 재미로 달리는 그룹주행이 목표가 아니었기

때문에 오테가 하이웨이 입구에 제 차를 세워두고 순명님의 차로 달렸습니다. 올라가는

길은 순명님이 운전을 하고 Lookout Road House에서 잠시 쉬며 이야기를 나누다가

내려오는 길에는 제가 운전을 하는 것이 퇴근후의 일과가 되었습니다.

순명님은 VW/AUDI 커뮤니티에도 잘 알려져있는 오토미디어의 이정헌 팀장에게
운전 수업을
 
받았었기 때문에 기본기가 탄탄했습니다.

운전자세도 정확했고 페달과 스티어링의 조작이 상당히 부드러웠지요.

초반에 발견한 문제점은 페달을 밟을 때는 부드러우나 놓을 때 조금 갑작스러웠다는 점과

시선이 너무 가까운 것, 그리고 주행속도가 빠르지 않아 코너 진입전에 감속의 필요를

느끼지 않기 때문에 제동없이 진입하는 습관이 들어 막상 제동이 필요한 상황에서 차의

거동이 조금 불안해진다는 것 정도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제가 가르쳐줄 수 있는

것은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IS300 을 타기 전까지 자동변속기차만 몰던 분이라

수동변속기의 조작도 다소 서툴기는 했지만 그것은 운전실력의 문제가 아니라 한번은

겪고 지나갈 수밖에 없는 과정이겠지요. 제 관점에서 잘못하고 있다고 보이는 점들을

지적해주면 곧바로 개선하려고 노력하는 열성을 지녔고 실제로 그 다음날 산길을 달릴

때면 한층 실력이 늘어난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2편으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