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무슨 차예요? 왜건인데 잘 나가네요..."
"네...이 넘이 5세대 골프 GTI에 들어가는 2.0L 200마력 터보 엔진에 ......."

나름 길들이기도 끝나고 200마력 터보 엔진을 제대로 돌려보고 싶은 마음을 늘 가지고 있었지만 일부러 계기판 가운데 트립컴퓨터를 'km/L' 표시로 맞추어 놓고 순간 순간의 연비를 보면서 달리게 되면 아무래도 자제를 하게 됩니다.

고급유를 먹이고 있고 얌전-정속주행시 연비는 (차급을 생각한다면) 상당히 좋습니다. 하지만 밟으면 편차가 꽤 많이 납니다.

일요일 밤,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반포 IC- 판교IC를 통해 집(수지)으로 가는 중이었습니다.

만남의 광장부근전에 다다를때쯤....

HID의 두눈을 가진 넘이 룸미러에 들어오더니 금새 쌩하니 지나갑니다. 순정보다 큰 사이즈의 휠이 눈에 들어왔고 배기음으로 봐서 머플러쪽 튜닝까지 더해진 빨간색 G35쿱입니다.

만남의 광장을 지나면서 양재IC로 빠져나간 차들 덕에 3,4차선이 훤하게 열리면서 D에서 S모드로 바꾸며 따라갑니다.

'졸린데 마침 잘 됐다.... 근데 오늘도 정속주행은 물 건너갔군...'

풀 쓰로틀을 열고 쓱~쓱~ 서너 그룹을 추월하니 앞쪽 1차선에서 차들 사이에 막혀 있는 G35쿱이 보였고 저는 달려오던 탄력을 더해 4차선으로 추월하며 계속 달렸습니다.

역시나 차들 사이를 비집고 나오는 G35쿱의 모습이 룸미러에 보입니다. 어차피 배기량이나 출력에서 뒤지는 스펙이기 때문에 일단 앞만 보고 무작정 달립니다.

160-80을 넘나들며 차선을 바꾸고 시야가 확보될 때는 무난히 200km까지 도달합니다. 뒤를 보니 G35쿱은 어느 정도 거리를 유지한 채 따라옵니다.

하지만 4차선에 한 대씩 나란히 옆줄 맞추어 가고 있는 차들 때문에 브레이크를 밟았고 G35쿱이 바짝 따라붙습니다. 잠시 후 틈을 찾으며 액셀패달을 바닥까지 밟으며 다시 튀어나갑니다.

통행 흐름이 끊어지면서 넓은 4차선 오르막이 시야에 들어오고 '고속-가속 배틀'로 바뀌며 전세는 역전. G35쿱이 차선을 바꾸며 슬로우 모션처럼 저의 옆을 천천히 추월해 나갑니다.

이런....

이제는 제가 예쁜 G35쿱의 엉덩이 그리고 멋진 배기음을 들으며 달립니다. 이후 다시 차들이 제법 생기면서 '칼질모드'로 바뀌며 어느 정도 거리를 유지한 채 따라갈 수 있습니다.

금새 판교IC 전, 경부와 외곽이 만나는 전, 내리막 구간... 늘 달리는 곳이라 오르막에서 가속을 시작해서 탄력받아 내리막에서 풀 스로틀을 하면서 찍는 최고속으로 여러차들을 상대적으로 비교하는 구간입니다...

그리고 바로 첫 번째 표지판을 지나면서 강한 브레이킹에 들어가면 그 다음 과속카메라를 100으로 지날 수 있죠...참고로 여기서 S4로 240정도 내봤고 며칠전 액티언 스포츠로도 170....ㅎㅎ

이번에는 계기판 볼 여유는 없었는데 G35쿱이 첫 번째 표지판을 지나면서도 브레이킹을 할 생각이 없어 보입니다.

순간적으로 ...

안 찍히는 번호판인가?,  
4차선은 안 찍히나?
G35쿱 뒤에 껌처럼 붙어서 난 안 찍히게 해볼까?  

이래저래 생각을 하며 저도 악셀만 오프 상태....

이때 G35쿱의 이쁜 LED 브레이크 등이 들어오며 카메라 바로 앞에서 풀브레이킹에 들어갑니다. '이미 늦은거 같은데...' 저도 따라서 최대한 부드럽게 강한 브레이킹에 들어갔고....

순간적으로 계기판을 보니 아직도 140 부근.... 앞에 G35쿱도 브레이킹 거리 짧았다는 걸 알았는지 4차선에서 옆쪽에 갓길로 나갔고 저도 본능적으로 120정도로 카메라 밑을 지나기전 본의 아니게 잠시 갓길로 갔다 옵니다...

이후 비상등을 켜는 G35쿱, 자세히 보니 깜빡이가 빨간 것이 국내 인피니티에서 구입한 거 같지는 않습니다.  배틀의 종료를 알리는 비상등이었지만 판교IC 톨게이트를 같이 통과합니다.

빈곳을 찾아 줄을 잘 서며 먼저 돈을 내고 나가면서 저는 G35쿱이 분당쪽으로 빠지는 줄 알고 저도 '작별의 비상등'을 날리고 수지쪽 국도로 들어가는데... 잠시 후 다시 제 뒤에 붙어 있습니다.

몇분간 흐름에 맞추어 정속 주행하는데 G35쿱 차선을 바꾸어 옆으로 옵니다.

창문을 열고...
"커피나 한잔하죠!" 이러십니다...ㅋㅋ
"네...좋져..."

이리하여 일양약품 사거리 부근에 차를 세우고 G35쿱 오너와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G35 : 이거 무슨 차예요? 왜건인데 잘 나가네요..거리도 안 벌어지고 잘 따라오시던 데요

나 : 네...이 넘이 5세대 골프 GTI에 들어가는 2.0L 200마력 터보 엔진 그리고 아우디 A4 TFSI에 있는 것과 같아요... GTI는 잽싸게 튀어나간다면 이 넘은 묵직하게 쭉쭉 뻗어나갑니다

나 : 그래도 3.5L 280마력의 스포츠카를 따라가겠습니까...?

G35 : 이거 판매되는 거에요? 근데 수입차나 중고차 업자세요?

사실 인증용 임판이 달려 있습니다. 빨리 번호판 바꿔 달라고 해야 하는데...

나: 아...제가 '카x전'에 있는데... 이번에 폭스바겐 코리아에서 협조를 해줘서 6개월 롱텀시승을 하는 중이거든요...벌써 3주째 타고 있네요....번호판은 곧 바꿀 겁니다....

이렇게......

이름도 묻지 못했던 G35쿱 오너분과 함께 한 20분 정도 자동차 이야기 하다가 다음을 기약하며 헤어졌습니다...서로 가까운 거리에 사시더라구요....평소에는 A8과 스펙트라를 타신다는....ㅋㅋ

배틀하다 보면 제 갈길 못 가고 돌아간 적도 있고.... 휴게소에 만나 이야기 한적도 있었는데 ... 길거리에서 서서 이야기 해보기는 처음이네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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