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오랜 기간 속을 썩여온 중통 문제를 일단락 짓고(아직 완성은 아니라는... ㅡ.ㅡㅋ) 오일은 여름엔 참았던 제 입맛에 가장 잘 맞는 300v 5w30을 채워 두었습니다. 항상 조금이라도 뭔가가 달라지면(하다못해 냉각수만 보충해도) 꼭 시험을 핑계로 달려보곤 하는데 이번 주말엔 사정상 차를 세워 놓았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월요일 자정에 주차장을 빠져 나오는 저를 발견하게 되더군요...
어디서 300v 맛 좀 볼까? 하는 사이 차는 이미 김포톨 앞입니다... 하이패스 카드를 충전하고 나니 생각은 벌써 '그래 한 바퀴 돌자...'

나름 빠른 속도로 주행 하며 조남 분기점을 지나는 순간 룸밀러에 들어온 'O_O'!!!
997인가? 슝~~

검정색 바디에 달린 임판이 시야에 들어오고... 나도 모르는 사이 이미 쉬프트 다운을 마친 차는 예의 VTEC 사운드를 뿜어 내고 있습니다. 헤비급의 펀치를 밴텀급의 잔 주먹으로 따라가려니 이게 보통일이 아닙니다. 외곽 순환 도로의 굽이와 중간 중간 속도를 줄일 수 밖에 없는 도로 상황이 고맙기도 원망스럽기도 합니다. 길은 안 잃어서 좋지만.. 그저 끌려가고 있는게 전부인 목줄 잡힌 애완견 형국 이랄까요... ㅋ

신경은 날카롭게 날이섭니다. 같은 체급 선수와의 '시합'때 보다도 절대적으로 높은 회전수를 유지하며 클리어해내야 하는 변속과 가속 유지는 진땀이 납니다. 평소같으면 어림도 없는 평균 속도 덕에 덩달아 장단 맞추기 어려워진 바운싱까지 소화해 내야 하는 최악의 상황. 거기에 '나 아직 여유 있거든?' 의 객기 까지 연기 한다는건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어려움 속에 희열이 솟아남이 사람이고 또 사내이기에 이런류의 스파링(?)은 윗 체급 선수에겐 하품나는 일이라도 아래 체급 선수에겐 정말 대단한 행운입니다.

도로 상황이 도울 때는 순간적으로 앞으로 나설만한 타이밍도 가뭄에 콩나듯 있었습니다만...  
저기 보이는 검정색 포르쉐에 쫓기는 그림은 아무리 잠깐이라도 감당이 안되어 다시 못올 기회에도 일부러 후행을 유지하였습니다. ㅠ.ㅠ
정신을 차려보니 판교도 이미 지난듯.... ㅡ.ㅡㅋ

'이거 뭔데 자꾸 따라와?' 모드 였는지 포르쉐가 잠깐 속도를 줄인 틈을 타 옆구리를 살짝 보이며 비상등을 날려 봤으나 별 무 반응.... 음....

그러더니 앞으로 나서며 비상등이 날아 옵니다. ^^
그런데 이게 왠일~ 갑자기 가속을 하며 저 멀리 가버리시는 깜장 포르쉐!!

제 비상등은
'저는 무지 힘들었어요~ 그래도 천천히 장단 맞춰 주셔서 감사요~ ^^'였는데...

그분은
'아저씨.. 죄송한데... 2.0 N/A로도 같이 달릴만 하네요?'로 오해 하신건 아닌지... ㅋ

달려나가는 기세가
'이게 몇 대 받아 줬더니 감을 잃었구나?' 더군요... OTL

역시 포르쉐야!
따라가야 겠다는 생각보다는 멀어지는 뒷모습 감상이 더 중요했던 순간입니다.

그 뒤 안그래도 상대가 안되는데 차들도 많이 줄어버린대다... 무개념 차선이동신공 몇대에 막히고 나니 거리는 이미 회복 불능 상태로 멀어져 버렸습니다... 하남 근처 어딘가에서 빠지는 997(?)의 엉덩이를 확인하면서 오늘의 유익한 시간은 막을 내렸네요...

그나저나 눈으로 본 포르쉐도 포르쉐지만... 귀로도 무언가를 보았습니다!!

왠만해선 일부러 만들 수 없는 엄청난 가혹 조건의 고회전유지가 '촉매는 촉매지만 배압은 거의 없스므니다!!'라는 광고가 인상적이었던 야후 재팬 옥션의 가공 촉매와 장단을 맞춰 준 덕인지 확실한 애프터 파이어를 귀로 보았습니다!! ^^v
ECU 상에서 일부러 의도한 바 없는 순수한 그 소리!!
보지는 못하지만 이건 분명히!!! 대~충 뻑 뻑 하는 소리가 아니고 화르륵~!!

어흑.... 의도하지 않은 애프터 파이어!! 왠지 너무 순수한듯한!!!


오바해서 죄송합니다. ㅡ.ㅡㅋ


profi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