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reet Battle
글 수 961
Bad Sachsa라는 마을로 가는 와인딩은 내가 독일와서 달려본 최고의 와인딩이었다.
R32로 산악로 형태의 와인딩을 즐기는 즐거움을 뒤로 하고 귀가하는 길, 쭉쭉 뻗은 아우토반은 단 몇초라도 빨리 집에 바려다 준다.
중간에 시가지 아우토반은 제한이 100km/h라서 좀 답답하지만 바로 앞에 있는 램프만 돌아 나가면 또다시 시원한 A2로 갈아타게 되고 R32의 쓰로틀을 맘껏 열어줄 수 있다.
앞에 가는 E60 5시리즈와 램프를 함께 달렸던 기억조차 희미할 정도로 존재감에 관심이 없었던 비머를 향해 눈길을 고정시킨 이유는 A2에 올라오자마자 풀가속을 때렸는데도 가뿐하게 멀어지는 뒷모습을 확인하고서이다.
독일에서 대배기량 차량은 비율적으로 흔치 않다.
BMW 5시리즈 역시 가솔린은 523i이 주류이고 525d가 가장 많이 팔리는 모델이다.
배지가 없는 BMW는 출력이 200마력 전후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R32와 아우토반에서는 솔직히 상대가 되지 않는다.
근데 R32를 따돌리면서 달아나는 이 차의 정체는 545i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을 정도로 6기통을 장착한 5시리즈는 확실히 아니었다.
거리를 유지하며 따라갈 수는 있었지만 앞이 뚫려 함께 가속하는 상황에서는 100마력 이상의 출력차를 인정해야했다.
A39로 갈아타야 Wolfsburg로 향하게 되는데, 마침 정체모를 E60역시 램프에 편승한다.
늘 자신이 있는 이구간은 왼쪽으로 꺽어지는 살짝 오르막 코너가 아주 예술이다.
E60이 2차선으로 램프를 공략할 때 과감하게 1차선을 활용해 4단 140km/h우측 코너 공략하면서 추월 성공 곧바로 3단 시프트 다운 속도를 110km/h정도로 맞춰서 미세하게 조정하지 않으면 그대로 코너 밖으로 날라간다.
깨끗하게 라인을 그리며 좌측코너를 탈출하자마자 1등이지만 당연히 끝차선인 2차선으로 차선을 옮기고 살짝 오르막 정상을 바라보며 풀가속을 때린다.
E60이 코너를 빠져나온 시점에 나는 이미 3단 풀에서 4단으로 넘어와 한참을 가속한 상황이었다.
E60이 거리를 전혀 좁히지 못하는 것 같다가 어느순간 무서운 속도로 가까워짐을 느끼고 있었고, 룸미러안에 E60을 담고 있는 것 자체가 더이상 불가능했다.
4단에서 5단으로 넘어가는 순간 210km/h정도에서 이미 E60은 R32에게 어머어마한 이산화탄소를 뿜어대며 최소 40km/h이상의 속도차로 질주한다.
추월당한 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했지만 속도계가 270km/h를 가르키는 R32의 자존심은 그 정체 모를 E60에 의해 완전히 구겨지고 폭스바겐의 홈그라운드인 Wolfsburg에서 당한 상처라 휴유증이 클 것 같은 예감마저 들었다.
집으로 가기 위해 램프를 빠져야하는데, 희안하게도 E60도 함께 같은 출구를 타게 되었다.
번호판은 이동네가 아닌데, 희안하네 하면서 슬쩍 옆에 들이대보니 중년은 넘긴 아저씨가 운전대를 잡고 있는 것이 아닌가?
엄지를 들어보이며 존경의 미소를 보내고 나서 앞서가는데 앞에 주유소가 보인다.
본능적으로 창문을 열고 주유소를 향해 손짓을 하자 이내 따라서 주유소로 들어왔다.
내리자마자 이름을 소개하고 즐거운 주행이었다.
엔진이 뭐냐고 묻자 550i란다.
젠장 공도에서 550i와 같은 차를 만날 확률은 M5를 만나는 확률만큼 낮다.
367마력 SMG를 장착한 이 녀석의 주인 아저씨는 자동차 시트를 개발 생산하는 회사의 고문이란다.
폭스바겐 투아렉의 뒷시트를 이 회사에서 공급하며, 전국을 다니는데, 일년에 8만킬로를 달리는 엄청난 로드맨이었다.
50은 훌쩍 넘었을 것 같은 아저씨의 운전솜씨도 예사롭지 않았지만 일년에 8만킬로를 운전하는 이분에게 550i는 더없이 좋은 운송수단이라는 차원에서 독일이 아니고서는 550i를 100% 즐길 수 없다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R32를 가르키며, 자기가 태어나서 본 폭스바겐 중에서 가장 빠른 놈이라며 차가 순정이냐고 물었다.
엔지니어답게 자동차가 E60이 가진 하이테크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했다.
언제 시간되면 사무실에 놀러와서 차나 한잔하자고 하는 제안은 빡센 일상에서 큰 행복이 아닐 수 없다.
독일에서의 고속배틀은 1차로나 2차로만 사용하므로 긴장감이 덜하고 따라서 안전하다.
나보다 빠르면 무조건 비켜줘야하는 룰을 반드시 지켜야하며, 내가 빠르면 앞에 갈 수 있다.
아저씨들과의 찐한 배틀조차 너그럽게 허용하는 아우토반은 이제 나의 애인이나 다름없다.
-testkwon-
2007.09.19 09:09:43 (*.219.0.69)
가끔은 전투의지의 재활 차원에서 그렇게 '따이는' 것도 나쁘지 않죠. ^^
평소에는 차의 성능이 적당하고 간뎅이만 좀 부어 있으면 크게 뒤쳐지는 경우가 없지만, 성능도 좋고 실력도 엇비슷한 분을 만나면 여지없이...
마스터가 운전하는 R32를 간단하게 추월한 550이라..
만만치 않은 두 차의 달리기였을 테니
그걸 따라가며 볼 수 있었으면 최고의 재미였겠군요.
평소에는 차의 성능이 적당하고 간뎅이만 좀 부어 있으면 크게 뒤쳐지는 경우가 없지만, 성능도 좋고 실력도 엇비슷한 분을 만나면 여지없이...
마스터가 운전하는 R32를 간단하게 추월한 550이라..
만만치 않은 두 차의 달리기였을 테니
그걸 따라가며 볼 수 있었으면 최고의 재미였겠군요.
2007.09.19 09:38:09 (*.51.10.202)
참 이런 기회와 만남은 예쁜 여자만나는 것보다 더 힘들고 더 귀한 것같습니다. 매일이 무림에 사시는 것같습니다. ^^ b
2007.09.19 09:53:02 (*.145.162.179)
E55 AMG 같은 차로 따라가면 아우토반에서는 따라갈 수 있을 듯 한데.. 먼저 주유소에 들어가야 할 상황이 생길 수도.. 997 터보라면 좀 실력이 딸려도 될 듯 싶기도 하고..
2007.09.19 10:03:42 (*.219.0.69)
'따임?'은 독일의 아우토반에서는 아주 흔한 일상이나 다름 없는 경우라고 생각합니다. 독일 출장 갈 때마다 퇴근 100-120km되는 왕복구간을 스트레스 풀러 다녀오곤 하는데, 와인딩의 예술성은 물론 기본 6기 디젤 부터 HP 8기들이 함께 달려줍니다. 지난번의 경우 GL 420 CDI한테 230km/h에서 엄청난 속도로 따일 때의 기분은 매우 어색했지만, 막상 그들한테는 자연스러운 추월에 불과하더군요. 불쾌할께 전혀없고, 추월하는 이 또한 아무 관심없이 음악을 듣거나 동승자와 즐거운 얘기나 즐기고 있을겁니다. 잘 읽었습니다. 또 가고 싶군요. ^^
2007.09.19 12:07:15 (*.127.196.140)
진정한 약육강식의 세계군요 ^^
사실 야생의 세계는 비슷한 체급으로 나누는 경쟁과는 거리가 머니까... 그런게 자연스러운것 같습니다 ^^
사실 야생의 세계는 비슷한 체급으로 나누는 경쟁과는 거리가 머니까... 그런게 자연스러운것 같습니다 ^^
2007.09.19 12:52:57 (*.246.38.76)
아우토반 달려보니.. 길이 워낙 잘 뚫려 있어서 스펙이 조금이라도 차이나면.. 따라가기 버겁더군요.. 자신보다 빠른 차는 무조건 비켜주기 때문에.. 후미 차량은 앞차의 꽁무늬만 바라볼 수 밖에요..
2007.09.19 13:14:41 (*.140.147.149)
정말 언젠가 차를 몰고 달려보고싶은 외국의 도로라면..
독일과 아우토반은 꼭 한번 달려보고싶은 1순위입니다.
그 다음으론 일본의 수도고..(물론 새벽의 수도고)
공도에서 멋진 상대와 만나는건.. 정말 즐거우셨겠습니다 ^^
독일과 아우토반은 꼭 한번 달려보고싶은 1순위입니다.
그 다음으론 일본의 수도고..(물론 새벽의 수도고)
공도에서 멋진 상대와 만나는건.. 정말 즐거우셨겠습니다 ^^
2007.09.19 18:45:35 (*.219.0.69)
제 생각에는 R32보다는 스펙에서 앞서지만 550보다는 떨어져도 괜찮을 것 같은데요. 아니면 R32 정도라도... 어차피 두 대의 뒤쪽에만 머물러 있으면 되니까요. ^^
2007.09.19 19:11:44 (*.72.5.10)
역시 아우토반이군요... 이번 유럽출장때 꼭 가보고 싶었는데 으으..
ps> '자기가 태어나서 본 폭스바겐 중에서 가장 빠른 놈이라며...' 그래도 좀 위안이 되시겠는데요.. ^^
ps> '자기가 태어나서 본 폭스바겐 중에서 가장 빠른 놈이라며...' 그래도 좀 위안이 되시겠는데요.. ^^
2007.09.19 22:25:50 (*.131.218.174)
한마디로 부럽습니다 .. 오늘밤엔 포르자2(xbox360)나 열라게 돌리고 자야겠네요.. 뉘르 한 다섯바퀴 돌죠, 경쟁자AI 이빠이 올려 놓고
2007.09.20 02:02:30 (*.5.74.178)
멋지군요. 얼마전 중-.-부 고속도로에서 E60 M5를 만났었는데, 비가 내려
노면이 촉촉함에도 불구하고, 백미러를 꽉 채우는 것도 모자라, 뚫고
나갈것 처럼 돌질하던 그 압박감이란.... 넘버원 포즈를 취하려고 했으나...
우리나라에선 왠지 자연스럽지 못한 느낌이라 관뒀습니다.
다음에 만나면 넘버원 모드를 한번 작렬해 줘야겠습니다.
노면이 촉촉함에도 불구하고, 백미러를 꽉 채우는 것도 모자라, 뚫고
나갈것 처럼 돌질하던 그 압박감이란.... 넘버원 포즈를 취하려고 했으나...
우리나라에선 왠지 자연스럽지 못한 느낌이라 관뒀습니다.
다음에 만나면 넘버원 모드를 한번 작렬해 줘야겠습니다.
2007.09.22 21:16:05 (*.115.40.147)
몇일 못 본사이에 이렇게 재미난 배틀이 있었군요
참 궁금한게 저 차주분 여유있는 분 같은데요 왜 M5를 하지않고 550으로
갔는지
550 이 M5 보다 출력 작은거 왜에 더 감성을 당기는게 있는지
어차피 일년에 8만이나 뛰는 분이라면 M5가 더 낫지 않을까요?
예전에 영주님 전투볼보랑 배틀한글이 떠오르는 군요
상상을 초월하는 스피드, 긴장 , 급격해지는 혈압,맥박. 동공확대 등등,,,
그 상황을 상상만해도 어지럼증, 메스끔이 느껴지는 듯한데
실제론 어떨지요
정말 맘에드는 여인과 하룻밤 조우와 비교될는지요?
암튼 잘 읽었습니다 항상 건강하세요
참 궁금한게 저 차주분 여유있는 분 같은데요 왜 M5를 하지않고 550으로
갔는지
550 이 M5 보다 출력 작은거 왜에 더 감성을 당기는게 있는지
어차피 일년에 8만이나 뛰는 분이라면 M5가 더 낫지 않을까요?
예전에 영주님 전투볼보랑 배틀한글이 떠오르는 군요
상상을 초월하는 스피드, 긴장 , 급격해지는 혈압,맥박. 동공확대 등등,,,
그 상황을 상상만해도 어지럼증, 메스끔이 느껴지는 듯한데
실제론 어떨지요
정말 맘에드는 여인과 하룻밤 조우와 비교될는지요?
암튼 잘 읽었습니다 항상 건강하세요
2007.09.29 13:44:14 (*.215.1.100)
550은 저도 딱! 한번 봤네요.. M5는 많이 봤어도...
어째서 M으로 가지않고 550을 사느냐...에 대한 해답은 M보다는 좀 더 품위있는 달리기를 위해서 라는 약간 어설픈 답변을 들어본듯 -_-;;
어째서 M으로 가지않고 550을 사느냐...에 대한 해답은 M보다는 좀 더 품위있는 달리기를 위해서 라는 약간 어설픈 답변을 들어본듯 -_-;;
2007.10.01 05:47:33 (*.219.84.220)
정말 과거를 떠올리게 하는 손에 땀을 쥐게하는 글인거 같네요
이제서야 보다니,,,^^
저는요,,
1년전 볼보S40T5를 몰더 저와 60R을 모는 지인과 함께 경부고속도로를 유유히 안정된 속도(140에서 160정도?)로 크루징하는데 ,,
천안쯔음에서 아우디A8모델이 뒤에서 쭈욱다가오더군요
걍 함께 달려줄정도로 심심한데 잘됫다는 생각이였으나
순정인 제차였던 T5로 250KM/H라는 최고속으로도 겨우 2,30미터 뒤를 쫓아갈수있는 정도로 엄청난 차량을 만난것이였죠
맞짱뜨던 지인의 60R 차량이 전투중 겨우 추월하셨다고 말씀하셨는데
알고보니 그 차랴은 S8이였답니다
그당시 추월속도가 280즈음이였다던데,,,결국 그 아우디는 거의 270정도로 크루징했떤거 같더군요
250으로 따이긴 저두 간만이였던 기억이 마스터님과 비슷한거 같아서,,몇자적어봅니다
좋은글 항상 감사합니다
이제서야 보다니,,,^^
저는요,,
1년전 볼보S40T5를 몰더 저와 60R을 모는 지인과 함께 경부고속도로를 유유히 안정된 속도(140에서 160정도?)로 크루징하는데 ,,
천안쯔음에서 아우디A8모델이 뒤에서 쭈욱다가오더군요
걍 함께 달려줄정도로 심심한데 잘됫다는 생각이였으나
순정인 제차였던 T5로 250KM/H라는 최고속으로도 겨우 2,30미터 뒤를 쫓아갈수있는 정도로 엄청난 차량을 만난것이였죠
맞짱뜨던 지인의 60R 차량이 전투중 겨우 추월하셨다고 말씀하셨는데
알고보니 그 차랴은 S8이였답니다
그당시 추월속도가 280즈음이였다던데,,,결국 그 아우디는 거의 270정도로 크루징했떤거 같더군요
250으로 따이긴 저두 간만이였던 기억이 마스터님과 비슷한거 같아서,,몇자적어봅니다
좋은글 항상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