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밤 테드 경상도 번개에 참석했다가 새벽 한시반쯤 문수구장에서 헤어져 법원 방향으로 가던중 오르막에서 빌빌대고 있을때 왼쪽 차선으로 거의 날다시피 패싱해가는 검은 덩어리의 물체를 보았습니다.

멀어진 뒷모습이었지만 아우디 엠블렘은 눈에 잘 띄었고 A8 임을 식별할 수 있었습니다.

보통... 높은 RPM을 유지하면서 열심히 달릴때 쌉사름하면서 달작지근한 냄새가 조금 느껴지곤 했습니다.  저만 그런 냄새를 느끼는지 다른 분들도 느끼시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어느 누구와도 지금껏 그 부분에 대한 대화를 나눈 적이 없었기에...

그런데 그 A8 이 지나간 자리에서 굉장히 심한 그 냄새가 느껴 졌습니다.  저야 시동걸고 겨우 예열만 마친 상태에서 룰루랄라하며 세월아 네월아 기어가다 시피 가고 있었고 제 전방 시야에는 방금 지나간 A8 이외엔 아무것도 없었으니 분명히 쌉싸름하면서 달작지근한 냄새의 주인공은 그 A8 이었음이 분명합니다.

그 길은 늘 저녁마다 왕복하는 길이라서 신호등의 주기가 대충 머릿속에 들어 있기에 불필요하게 속도를 올리지 않고 정속으로 언덕을 넘으니 예상대로 공원묘지를 지난 다음 신호등에서 직진 1차선에 서 있는 A8 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4.2 입니다.  배기량으로 제 STi의 두배가 넘습니다.

어차피 저도 그 차선에 서는게 편한지라 그냥 뒤로 세울까 하다가 괜한 장난기가 발동하여 조심스레 옆차선으로 핸들을 돌렸습니다.

차 세워진 모습으로 봐서는 많이 급하신 분인가 봅니다.  정지선에 몸을 1/3 쯤 걸치고 달려 나아갈 기세로 서 계십니다.

근데 아우디 차들을 볼 때마다 느끼는건데...  A6 이나 A8 이나 뒤에서 보면 A4 의 체구 정도로 밖에는 보이지 않습니다.  옆에서 봐야 제대로 커 보입니다.

좌회전과 직진 동시 신호가 들어오기 전까지 미동도 없이 서 있는 모습에서 급출발을 하지는 않겠구나... 하고 생각하면서 평소처럼 RPM 2000 에서 클러치를 놓았는데 순간 쭈~욱 앞으로 멀어지는 가속감이 인지되어 늦게나마 가속페달을 깊게 밟았습니다.

반칙을 일삼는 택시기사분들이나 많이 양스러운 모빌들이 보통 찔끔찔끔 앞으로 꿈틀대다가 튀어 나가는 것을 많이 봤던 터라 비록 정지선을 지키지는 못했지만 A8 의 스타트는 모범생의 그것처럼 보여 기쁜 마음으로 가속 페달을 비비고 있었습니다.

배기량이 깡패라고는 하지만 단거리 가속에 무거운 몸무게가 유리할 수는 없지요.

왼손이 두번 바삐 움직이고 나니 제 엠블렘을 보여드릴 정도는 되더군요.

멀찌감치 선행하던 차량들로 인해 충분하게 가속하지 않으셨으리라는 생각도 해 봅니다.

공교롭게도 두, 세군데의 교차로를 지나고 나서 좌회전 하시는 교차로가 제 진행 방향과 일치하여 바로 뒤에 붙어서 좌회전을 하게 되었는데...
옥동 아이파크 1단지로 들어가시더군요.

한 10 초 남짓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오랫만에 상쾌하고 짜릿한 드라이빙 이었습니다.
profi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