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reet Battle
거의 매일 운전하는 코스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그냥 재미로 읽어주시길 바랍니다.
날씨가 화창한 토요일 뉴져지...
인수한 후 컨티넨탈 익스트림 컨텍트 DWS 타이어로의 교환,
앞유리 교환, 라지에이터 호스와 워터펌프 교환, DSG메카트로닉 리콜,
오일펜 교환 등등 여러 일들을 겪었던 R32와 함께 달리고픈 마음이 들었다.
마침 맨하탄에 약혼자를 데리러가기로 하여 오후 12시에 R32의 시동을 걸고
한적한 뉴저지 동네길에서 워밍업 주행을 하며 상태를 확인하였다.
미션 리콜 후 고질병이었던 1단의 울컥거림도 없어졌고
타이어 교환 후 코너링 또한 롤러코스터같은 느낌을 주어 힘차게 엑셀을 밟았지만...
따스한 토요일 점심나절이라 그런지 1,2,3 차선을 막고 같은 속도로 크루징 하는 차들의 물결에 막혀버렸다.
마음까지 갑갑하게 만드는 미니밴들의 물결을 파고들어 맨하탄을 향하는 다리위 5차선에서 틈을 찾아
미니밴들의 물결을 뚫고 다리와 간선도로를 연결하는 S자 코너에 올랐다.
다행히 와인딩에는 차들이 없어 오랫만에 좋아하는 S자 코너를 고속으로 달려볼 수 있었다.
같은 타이어를 장착한 GTI로 40로 들어가서 60마일로 탈출하던 코너를
50로 들어가서 70마일 이상으로 클리어를 하는 도중에도 뒤가 날린다는 기분이 들지 않았다.
마치 레일을 달리는 느낌이 들 정도.
오버스티어나 언더스티어를 느낄 수 없었고 코너링에서의 안정감은
사브 9-3 SE(에어로) 만큼이나 만족스러웠다. 물론 스피드는 R32가 9-3SE보다 빠르다.
GTI는 코너링도중 요철을 넘을때 뒤가 흐르는 경우가 있어 불안할때가 있었지만
R32는 같은 요철을 더 빠른속도로 넘어가도 뒤쪽에 아무런 움직임이 없어 심리적인 위축없이 코너를 돌파할 수 있었다.
코너를 돌파하고 간선도로로 들어설때는 다시 차량들의 물결과 만났고
60마일로 감속을 하고 정속주행을 준비하였다.
그때 바로 옆차선에서 70마일 정도의 속도로 다가오는 검은색 차가 있어
나 또한 본능적으로 차선을 바꾸어 그 차를 따라가보기로 하였다.
흔히보는 W203 검정, 하지만 머플러가 4개...
처음으로 본 W203 C55 AMG 였다.
혹시 엠블럼 튠이 아닌가 싶어 바짝 따라가보니 나를 의식한듯한 AMG가 풀악셀을 때리며 튀어나갔다.
며칠전 동네에서 걷고있을때 지나가던 SL63AMG의 소리까지는 아니었지만
웅장한 사운드는 같은 일족임을 의심할 수 없게 만들었다.
나 또한 황급히 기어를 S모드로 내린 후 풀악셀로 따라갔으나
5초도 되지 않아 브레이크를 밟는 AMG.
역시 3차선 모두 미니밴 및 SUV들로 막혀있어 더이상 치고나갈 수 없었다.
어색하게 제한속도에서 15마일 이하로 크루징 하고있는데 AMG의 앞에있던 미니밴이
차선을 변경하였고 꽤 긴거리의 길이 뚫려있어 둘 다 약속한듯이 풀악셀을 밟았다.
지하와 지상의 모든 영혼들을 불러내는듯한 배기음과 부록으로 회색빛 배기가스를 내뿜으며 달리는 AMG와
AMG보다는 작지만 매력적인 오로롱 소리를 내며 뛰쳐나가는 R32.
AMG의 웅장한 배기음도 멋졌지만 5000rpm이상 넘어가니 오로롱을 벗어나 용틀임을 하는
R32의 울부짖음 또한 내 오른쪽 발을 흥분시키기에 충분했다.
100마일 가까이 속도를 낼때까지는 풀악셀을 밟기 전과 같은 거리를 유지하면서 달렸다.
물론 100마일 이상으로 간다면 AMG가 제 실력을 발휘하면서
DSG의 마술덕분에 가까스로 줄여놓은 거리 멀어질것을 알기에
마음속으로는 서행차량이 길을 막아주어 지금의 구도를 이어갔으면 하였다.
달리는 도중 길가에 있는 팟홀을 익숙하게 피하는것을 보니 AMG 도 이 길을 잘 알고있는것이 틀림없었다.
지난 겨울, GTI의 운전석쪽 타이어를 해먹은곳이 바로 그 팟홀이었다.
팟홀을 피하는 과정에서 AMG는 다시금 스피드를 줄였고
줄인 스피드만큼 다시 가속을 하는 과정에서 DSG덕분에 다시금 따라붙을 수 있었다.
100마일 이상 올라갔어도 엑셀이 여유가 있어 AMG를 추월해볼까 하여
차선을 바꿨었지만 신호등들이 많은 구간이 점점 다가오기도 하였고
신호대기때문에 막혀있는 차들로 인해 1분간의 짧은 배틀은 막을 내리게 되었다.
R32를 구입 후 처음 해본 배틀이어서 기분도 상쾌했고 처음본 W203 C55 AMG의 운전자가 궁금하기도 하여
정체중 옆차선의 운전자를 보았는데 선글라스를 낀 흑인 아저씨.
엄지를 치켜올렸으나 보지않았다.
그래서 경적을 누르고 다시 아는척을 하였지만 고개를 돌리지 않는 아저씨를 보면서
나 또한 그냥 갈길가자는 심정으로 주행을 하였고 좌회전을 하여 막히는 시내로 들어섰다.
시내주행을 하면서 그 아저씨는 어떤 심정이었기에 애써 무시를 하고 갔을까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예전 GTI시절 잠시 붙어보았던 아우디A4 튠업 모델이나 스바루 STI의 운전자들도
우연인지 모두 흑인아저씨들이었고 상대측에서 먼저 인사를 하였기에
그 흑인아저씨가 그냥 안보여서 그랬거나 바빠서 그랬거니 하고 생각하기로 하였다.
그리고 다시금 확실히 느낀것은 노멀상태에서 GTI와 R32는 차이가 (꽤)크다는것이었다.
엔진파워의 차이도 있겠지만 안정감을 주는 4륜구동 시스템과
GTI보다 단단하면서도 요철을 부드럽게 넘어가는 하체의 조화야말로
어이없을정도로 범프가 많고 도로의 고저차가 심한 뉴욕, 뉴져지의 길에서
R32가 GTI뿐만 아니라 다른 차량들에 비교하여도 충분한 경쟁력을 가지게 하는것같다.
그리고 DSG로 인해 동력을 마지막 한방울까지 짜서 쓸 수 있고
빠른 대응을 할수있다는것 또한 미니밴들의 물결속에서의 배틀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었던것같다.
점잖은 흑인아저씨의 기분좋았어야할 토요일 오후에 조금이나마 피해를 준것같아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약혼자를 만나서 차에 태우는데 하는말... '내가 파란색차를 탈줄은 생각도 못했어(날티난다는 말입니다).'
나도 한마디 하였다... '이차가 얼마나 재미있는 차인줄은 생각도 못할거야.'
리플달면서 다시 읽어보니 글이 엉망이었네요...
부끄럽지만 수정했습니다.
말로만 듣던 팟홀...정말 무섭더군요ㅎㅎ
동네에서 매물로 나왔던 파란 R32보고 한참동안 멍때렸던 기억이....
R32, C55 정말 욕심나는 차량이었지만 결국 9-3에어로로 안착했습니다.
요즘 GTI만 지나가도 왠지모르게 씁쓸 하네요 허허
미국은 경찰이 무서워서 125에서 리밋 걸리는것만 확인하고는
요즘엔 빨리달리는차 열심히 쫓아다니기만 합니다....
박진감 있는 시승기 잘 읽었습니다.
저또한 경찰이 무서워서 단속이 힘든 구간에서만 마음놓고 달리지만
달려봤자 1분 이내입니다. 그것마저도 운없으면 위장경찰차에게 걸릴수도 있어서 조심스럽습니다.
저도 9-3SE 2002년식을 가지고 있었는데 지금도 사브를 보면 가슴이 설레입니다.
특히 9-3SS 에어로와 9-3TurboX는 정말 욕심나는 차들입니다.
R32 만나기전에 두차들중 한대라도 좋은 매물을 만났다면 바로 계약을 했을것입니다.
GenuineSaab 에서 언더바들 사서 장착한 후 코너링했을때의 만족감과
터보의 쉭쉭 소리는 감동 그 자체였습니다.
DSG가 달린 차(CC, GTI)만 타다가 GTI를 시집보내고 E90을 들인후 DSG의 직결감에 다시 한번 감탄중입니다. 아무리 ZF오토미션이 뛰어나다해도 역시나 근본적 차이는 극복하지 못하는거 같습니다.
재밋는 글 잘 읽었습니다.
구형 55amg (N/A) 엔진의 경우 초중속에서는 힘이 넘치지만
고속으로 가면 갈수록 예상보다 힘이 빨리 빠지더군여.~~
본문속의 사진을 봐도 도로상태가 우리나라와 별 차이가 없어 보이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