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블로그에 작성한 시승기 입니다.

출처 : http://blog.naver.com/che137/60180430310

 

 매트릭스 2편에서 주인공 네오 일당이 악당의 추격을 피해 시내를 빠져나와 고속도로로 이어지는 추격씬은 유명하다. 당시 자동차에 그다지 큰 관심을 가지지 않았었지만 우주에서 날아온 것만 같은 차원이 다른 디자인의 캐딜락 CTS의 뒷모습에 '도대체 저렇게 생긴 자동차는 누가 만들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당시 파격적인 모델을 선보인 캐딜락은 후속 모델인 All New CTS를 발표하여 캐딜락 만의 고유한 정체성을 완전히 사람들 뇌리에 박아버렸고, 더이상 캐딜락은 더이상 사람들이 알던 그런 미국차가 아님을 다시 한번 강조하였다.  

 

 미국 자동차 브랜드가 보여주는 높은 수준의 차대 설계 능력을 바탕으로 유럽인의 감성을 버무린 CTS는 높은 차대 강성, 부족함 없는 출력, 타이트해진 핸들링, 타 브랜드에서 흉내낼 수 없는 고유의 디자인, 캐딜락 만의 고급스러운 실내 인테리어를 뽐내고 있다. 하지만 미국적인 정서인 장시간 운전에 맞게 세팅된 다소 느슨한 기어비, 민첩하지 않고 다소 여유를 보이는 변속 속도와 서스펜션의 초반 반응이 부드러운 부분은 완전한 유럽화가 아닌 어느 정도 미국적인 요소를 포기하지 못하고 있는 요소라 볼 수 있겠다.

 

 ATS는 CTS의 행보를 이어나가는 캐딜락의 새로운 세그먼트로 벤츠 C 클래스, 비머 3시리즈, 아우디 A4와 경쟁하기 위해 탄생하였다. 전장 4.6m의 컴팩트한 차체에 272마력이라는 고출력과 브렘보 브레이크 시스템, 천분의 일초마다 노면의 상황에 맞추어 조절이 되는 마그네틱 라이드 컨트롤 서스펜션(콜벳, CTS-V 등의 고성능 차량에만 적용)을 탑재하며 압도적인 성능의 스포츠 세단임을 자부하는 ATS는 4도어 양산형 세단 중에서 최초로 뉘르 브루그링 서킷을 7분 대에 주파한 CTS-V의 고성능 모토를 이어받았다고 캐딜락은 주장한다. 그 밖에 다양한 고급 옵션 사양을 적용하여 고급 세단으로서의 상품성을 높였다.

 

 필자는 실내 인테리어나 편의사양 등에 그다지 관심이 없는 관계로 순전히 운전과 관련된 부분에 대하여 리뷰하고자 한다. 필자가 리뷰하지 않는 부분은 다른 수많은 블로거가 사진과 함께 친절하게 리뷰할 것이므로 필자가 쓴 다른 시승기처럼 생략하기로 한다. 시승 시간과 사정상 와인딩을 하지 못한 관계로 코너링과 차체의 밸런스를 파악하기에 부족한 점이 있지만 부족한 경험에서나마 파악된 ATS의 운동성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일단 기본적으로 TCS off, 스포츠 모드로 둔 상태에서 아직 노면에 습기가 많이 남아있는 영상 3도 정도의 오후 5시에 시승하였고, 시승차는 ATS 중 가장 저사양 모델인 럭셔리였다. 타이어는 전후 225-45-17 사이즈의 미쉐린 Primacy HP를 장착하였다.

 

 2.0 직분사 터보 엔진은 272마력이라는 넉넉한 출력을 뽑아낸다. 제네시스 쿠페 2.0 터보와 비슷한 출력임에도 불구하고  부스트압이 저회전수에서부터 걸려 좀더 부드러운 느낌으로 출력이 나온다. 엔진 회전 질감도 부드러우며 방음 처리가 된 엔진룸 덕분인지 실내에서 느껴지는 엔진음은 부드럽고 조용히 전달되는 편이다. 중대형급 세단만큼 정숙한 수준은 아니지만 스포츠 세단답게 엔진음을 운전자가 분명히 들을 수 있는 정도다. 흡기와 배기음은 절제되어 별로 들리지 않았다. 1.6톤이 조금 넘는 차체 크기 대비 무거운 무게가 산뜻하게 느껴질 정도로 출력에 대한 아쉬움은 크지 않았다. 스포츠 모드에서의 엔진 반응이 민감하거나 공격적이라는 느낌은 들지 않았으나 굼뜬 느낌은 없었다. 적어도 제네시스 쿠페에서처럼 스로틀 반응이 한박자 느리진 않았다. 스로틀 개도량에 따른 엔진 반응도 리니어한 편이다.  

 

 항상 논란이 되는 하이드라매틱 6단 자동 변속기는 CTS와 마찬가지로 약간의 여유를 두고 변속이 되는 편이다. 수동모드에서 가감속을 격하게 하는 와중에 변속을 했을 때 변속이 느려서 아쉬움을 느낄 정도는 아니었다. 회전수 보정이 비교적 정확하여 울컥거리거나 변속 충격을 느낄 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독일 브랜드에서 보여주는 정교한 느낌은 보여주지 않는다. CTS처럼 어느 정도 부드럽고 여유가 있다. 운전 중에 느껴지는 공격적이고 타이트한 정서를 추구하는 운전자에겐 답답하게 느껴질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변속 속도가 차의 가감속을 방해할 정도로 느리진 않다. 이러한 느낌은 CTS나 CTS-V에서도 동일한 부분이다. 예전 탑 기어 코리아에서 CTS-V를 운전하던 진행자가 변속기 때문에 차가 느리다고 했는데 말도 안되는 개소리다. 듀얼 클러치 미션이 탑재된 자동차에만 익숙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변속 시간을 어느 정도 고려해서 변속을 하면 그렇게 거슬리는 부분이 아니다. 사실 스포츠 주행을 즐기는 대부분의 운전자는 다들 그렇게 하고 있지 않는가? 되려 그 미션의 특성에 맞추어 운전하지 못하는 부족한 실력이 우스워 보인다. 미션에 대해서 이렇게까지 언급을 하는 이유는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언론 매체 등의 영향으로 실제보다 변속기의 성능을 폄하하고 있어서다. 독일 브랜드에서 선사하는 공격적이고 타이트한 질감과는 다르게 다소 여유있고 부드럽다고 해서 변속기 때문에 차가 느리다는 생각은 오산이다. 다시 말해 주행 감성과 빠르기는 구별할 필요가 있다.

 

  변속기가 수동 모드에서는 아무리 레드존을 치고 있어도 자동으로 변속하지 않는다. 즉, 변속을 완전히 운전자에게 전임한다. 따라서 수동 변속기를 다룰 때와 같이 기어를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다. 다른 면에서 본다면, 변속을 조종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은 운전자라면 변속 타이밍을 맞추지 못해서 자동 모드보다 되려 느려질 수 있다. 하나 아쉬운 점은 계기판에 현재의 기어가 몇 단인지 표시되는 글자크기가 작아서 눈으로 확인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HUD가 달려있지 않은 모델이라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HUD가 달려있는 상위 모델에서 이것이 표시되길 바랄 뿐이다.

 

 CTS와 마찬가지로 아쉬운 부분은 기어비가 느슨하다는 점이다. 비머처럼 8단이면 초반에 타이트하게 조였다가 뒤에서 느슨하게 풀어서 가속과 연비를 모두 취할 수 있지만, 6단이라 8단에 비해서 두 마리 토끼를 잡기엔 불리한 면이 있다. 제로 백이 6초 이내라는 놀라운 발진 가속력에도 불구하고 기어비가 느슨하다고 느끼는 것이 공격적인 드라이빙을 즐기는 필자의 취향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3단으로 넘어가면서 약간 맥이 풀리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실영역이 주로 60-140km인 공도 주행에서 3단까지 타이트하다면 좀더 긴장감 있는 주행질감을 선사하지 않을까 추측해 본다.

 

 브렘보 4피스톤 캘리퍼가 탑재된 브레이크 시스템은 여타 다른 브렘보처럼 일정하고 다소 무거운 답력을 리니어하게 보여준다. 와인딩과 같은 강하게 반복되는 브레이킹에서 이 무거운 고출력 세단을 얼마나 견딜 수 있는지는 확인할 수 없었지만 160km에서 6, 70km 정도로 풀 브레이킹을 두 번 연이어 했을 때 제동력과 답력에 대한 아쉬움은 전혀 없었다. 브렘보와 같은 4 피스톤 캘리퍼가 제공하는 장점인 정교하고 일정한 제동력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으나, 미끄러운 노면과 다소 접지력이 약한 타이어(윗급은 브릿지스톤 Re050), 반복적인 제동을 시도하지 못한 점에서 1600kg가 넘는 차체를 얼마나 견딜 수 있는지에 대한 검증은 할 수 없었다.

 

 앞, 뒤 모두 225 사이즈의 타이어를 탑재한 점에서 윗급 모델보다 오버스티어 성향이 강한 세팅이지만 급격한 하중이동과 핸들링을 동반하여도 뒷바퀴가 차분하게 움직여 150km 정도의 속도에서도 높은 안정감을 주었다. 코너링 시에 언더스티어가 많이 생기는 편은 아니지만 리어의 움직임을 예민하기보다는 차분하게 세팅하여 긴밀한 움직임보다는 편안하고 안정적인 움직임에 초점을 둔 것 같다. 윗급 모델은 뒷타이어의 사이즈 때문에 더더욱 그런 경향이 강할 것이다. 좀더 예민한 코너링을 원한다면 리어의 스프링을 강한 것으로 바꾸어 봄 직 하다.

 

  서스펜션 또한 CTS처럼 초반에 다소 여유있는 부드러운 반응을 보이나 상대적으로 컴팩트한 세그먼트인지라 상대적으로 롤링이 많이 줄었고, 중/후반에서 타이트한 반응을 보인다. 전자식 가변 서스펜션 없이 하나의 서스펜션에서 스포츠성과 일상에서의 컴포트를 모두 취하기 위한 세팅으로 생각된다. 따라서 독일 브랜드의 스포츠 모드와 컴포트 모드 사이에서 좀더 스포츠에 가까운 쪽으로 보면 될 것 같다. 벤츠 C 클래스에서 보여주는 초반부터 시종일관 쫀득쫀득하고 타이트한 느낌이 없는 것은 아쉬우나 초반을 넘어 중, 후반에서는 이에 가까운 느낌이다. 급격하게 차선을 변경하여도 처음에는 반응이 부드러워서 롤링이 심할 것 같지만  초반에만 약간의 롤링을 허용할 뿐 그 이후로는 강한 감쇄력으로 이를 억제하여 차의 자세가 무너지지 않는다. 이러한 세팅은 비머 M3를 비롯한 최근의 고성능 세단에서 대체로 나타나는 모습인데, 일상생활을 고려한 것 같다. 대신 스파르탄한 느낌은 줄어들 수 밖에 없다.

 

 코너링 중에 요를 만들 수 있는 차체 밸런스나 이를 도와주는 LSD의 성능은 와인딩과 같은 적극적인 코너링을 시도해 보지 않아서 파악하기 어려웠다. 단 스티어링의 질감이 살짝 가볍지만 직관적인 편이라 이질감이 별로 없어 만족스러웠다. 스티어링 기어비도 CTS보다 타이트한 편이었다.

 

 차대 강성은 캐딜락 답게 전혀 아쉬움이 없다. CTS에서처럼 타 브랜드의 동일 세그먼트보다 우월하다.

 

 시트 포지션은 비머의 3시리즈를 의식해서인지 상당히 낮아서 스포티한 느낌이 강하다.  골반이 큰 미국인에 초점을 맞춘 결과인지 허벅지를 잡아주는 부분이 상대적으로 느슨한 편이지만 몸을 잘 잡아주는 편이다. 물론 와인딩과 같은 과격한 주행에는 살짝 아쉬울 수 있다.

 

 위에서 언급한 요소를 종합적으로 생각하면 캐딜락이 추구하는 드라이빙 감성은 독일차 못지 않은 고성능을 미국 스타일처럼 좀더 넉넉하고 여유있게 즐기는데 주안을 둔 것으로 보인다. 독일차를 표본으로 두었을 때 아쉽게 느껴질 수 있는 CTS의 특성이 ATS에서도 이어지는 것을 보면서 이것은 단점이 아닌 캐딜락 만의 정체성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드라이빙 퍼포먼스만을 놓고 이 차를 논할 때, 가격 대비 성능은 매우 훌륭하다는 생각이 든다. 비교대상으로 비머의 328과 인피니티의 G37이 머리에서 떠오른다. 비머와 비슷한 성능을 제공하면서 상대적으로 싼 가격, 그럼에도 그다지 빠지지 않는 고급스러움이 있다. 물론 독일차가 주는 긴밀하고 타이트한 주행감성만큼은 아니지만 과거의 스포츠 감성이 많이 퇴색된 비머의 요새 차를 놓고 본다면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으로 살짝 헐렁하더라도 아쉽지 않는 성능을 제공하는 ATS의 주행 감성이 빠진다고 하기도 어렵다. 하지만 비슷한 가격대의 인피니티 세단을 생각하면 성능에서 아쉬울 수 밖에 없다. 그래도 조만간 신모델이 나오기 전까지는 나온지 오래된 현 모델 대비 ATS가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독일차 못지 않은 성능과 고급스러움, 독창적인 정체성을 가진 디자인의 스포츠 세단을 좀더 저렴한 비용으로 느끼고 싶다면 ATS가 그 답이 될지나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