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오래 간만에 글을 쓰네요.

어제 우연히 남산에 그랜드체로키 SRT8을 가지고 잠깐 들렀습니다. 
예전 유니카 시절 사람들과 만나 간만에 재미난 이야기들을 하고, 
SRT8로 어울리지 않게 남산 길도 몇번 돌고 그랬습니다.  


그러고 11시가 넘어서 집에 갈라고 나왔지요. 어쩌다 보니 한강대교쪽으로 방향을 잡게되었는데, 숙대 입구 근처에서 비어있는 3차로(실제로는 버스 전용차로 때문에 4차로)로 들어가니, 앞에 가던 투스카니 터보 한대도 들어와 원치 않았으나 뒤에 바싹 붙어서 낮은 차 룸미러에 HID 램프를 비추고 있는 X침 상태가 되었죠. --;

사실 집에는 살살 갈 생각이었는데..
어쩌다보니 동양제과인가? 거기서부터 뚫리는 왼쪽 차선으로 가속을 시작해서
삼각지 교차로 직전에서 Y00을 넘기면서 코너링 중에 추월...  
여러번의 블로오프 밸브 소리도 들리고, 끼익하는 휠스핀 소리도 들렸으나... 심각하지 않게 가속하면서 그냥 빠져나왔습니다. 사실 배틀도 아닌 그냥 가속력 테스트 정도라는 생각...
크게 의미를 두지는 않았는데 이게 메인 이벤트를 치르기 전에 살짝 뛴 스파링 같은 거였더군요.


결국 한강대교를 건너 노들길로 들어갔다가 여의도 상류 IC에서에서 올림픽대로를 공항 방면으로 탔습니다. 설렁설렁 가고 있었는데, 룸미러에 갑자기 좌우로 급하게 바뀌면서 가까워지는 HID 램프...

일단 룸미러하고 아웃사이드 미러에 비친 실루엣으로 보니 대형급 세단.. 헤드라이트모양으로 보니 체어맨 W인가.. 싶었는데, 앞 오버행 부근이나 루프라인의 실루엣으로는 S 클래스라고 판단했었습니다. 
4차선 주행 중인 제 차 뒤에서 칼질, 1차선으로 빠져나가는 차를 보니 얼마전 대우에서 나온 베리타스..
 오홋, 저거 런칭 한지 얼마 안되었으니 분명 테스트 드라이버거나 전문지나 일간지 기자쯤 되겠다... 싶었죠.


그런데 양화대교 부근에서 치고나가는게 장난이 아닌데다 빈틈을 찾아서 차를 꽂아 넣는 모양이나, 제동 후 재가속하는 시간이 엄청나게 짧은 등 달리는 품세가 이만저만이 아니어서 성산대교 지나면서 저도 배틀 모드로 진입했지요.


처음에는 좀 놀아 볼까.. 방심하다가 목동 빠지는 곳에서, 1차선에서 잠깐 기다려서 가속해야지.. 생각하고 있는 동안 2-3-4-3으로 연속으로 바뀌는 칼질에 당해 뒤로 처지게 되었습니다. ㅡㅡ; 이런..그래서 스위치 완전히 켜고 본격적으로 들어 붙기 시작...


베리타스.. 조금만 늦게 엑셀을 밟으면 가속하면서 따라 잡기 힘들 정도로 성능이 상당하더군요. 나중에 안 일입니다만, V6 3.6L 252마력 엔진+5단 자동변속기 조합의 후륜구동인데, 스포츠 시프트 기능이 있어서 엑셀과 미션의 반응도를 높일 수 있다고 하더군요. 
그래도 명색이 SRT인데.. 6.1 배기량에 426마력은 공짜냣!! 똑같이 맞가속을 하는 시점부터 앞서기 시작해서 역시 170을 넘어가면서 확실하게 앞질러 나가면서 거리를 벌릴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역시 운전자가 만만치 않더군요. 가양대교 나가는 곳에서 차들에 막혀 움찔하는 순간 역시 치고 나가는 베리타스.. 두 스텝쯤 늦어서 다시 재가속을 하려니 쉽게 좁혀지지가 않더니, 가양대교 내려오는 곳 부근에서 Y00 넘어서 간신히 잡고..그 이후에 Y50까지는 계속 벌어짐...


방화대교 근처에서 기다려서 다시 만나 먼저 보내고 나서, 올림픽대로 끝에서 왼쪽 큰 커브에서 뒤에 붙어 봤습니다. 라인 잡는 것은 수준급이시던데 롤이 심한 차량 특성 때문에 속도가 그리 높지 않아서, 오른쪽으로 꺾이는 부분에서 코너 가속으로 치고 나가 다시 앞질러 나갔지요.


사실 거기쯤 가면 제가 아는 기자들은 아닌 것 같고, 부평의 대우 연구소에서 나온 분인가.. 잠깐 세워서 이야기했으면 좋겠는데... 라고 생각하는 순간, 방화동 검문소 가기 전에 오른쪽 지하도로 들어가 유턴을 하길래 결국 거기 주택가까지 따라갔습니다.


차에서 내리시는 분은 50대 후반~60대 초반쯤 되는 어르신... ㅡㅡ;


우선 인사부터하고, 새차라 처음 봐서 따라갔는데 운전 잘하신다고 이야기를 하니,
'공직'에 있을 때 일본하고 미국에서 추격전과 탈출을 위한 운전을 배웠다고 함... 헉.. @.@.


조금 더 이야기를 해보니, 3공화국 시절에 정보부쪽에서 계셨던 분이시더군요. 요즘도 미국서 레이싱 스쿨에서 같이 공부했던 친구들하고 부산 찍고 오는 달리기 내기(ㅡㅡ;)를 하신다는 이야기에 허걱했지요. 



그랜드체로키 SRT8, 0-100km 가속 4초 후반에 최고속 250km입니다. 그걸 믿고 쏘는 제가 운전하는 차가 어떨 것이라는 상상은 대충 되실 듯 합니다. 베리타스로 그만큼 운전하는 분이 예사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그런 역사적 배경을 가진 분을 야밤에 만나게 될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죠.. ㅎㅎ


역시 세상에는 고수가 많다는 것을 새삼 느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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