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stdrive
불과 수 년전만 해도 시승의 문턱이 유난히 높았던 국산차의 실정을 돌이켜 보면 이번 The New K9 시승이벤트는 무척 만족스런 경험이였습니다.
시승신청-담당자의 연락- 시승차 인수-인계 의 모든 과정이 물 흐르듯이 매끄러웠고 이렇게 주최측에서 세심한 부분까지 배려를 받다보면 아무래도 시승차를 대하는 자세도 조금 더 진지하게 됩니다.
지난 2015년 업무상 법인차가 한달 간 필요하여 받았던 1세대 K9 3.8을 불과 3일만에 차량관리실 담당자에게 고집을 부려 제네시스 3.8로 바꿔탔던 기억을 돌이켜 보면 저와 K9의 첫 만남은 썩 유쾌한 경험은 아니였습니다.
하지만 지난 수 년간 현대기아차가 보여준 퀀텀 점프급 성장은 그야말로 눈부신 것 이였고 올해 1월 북미오토쇼(디트로이트 모터쇼) 참관시 경험한 텔룰라이드는 기아에 대한 저의 기대감과 뿌듯함을 느껴주기에 충분했습니다.
2세대 K9도 근래 주변의 호평을 감안했을때 기분좋은 설레임을 느끼며 시승일자를 기다렸고 드디어 제 앞에 늘씬한 검정 바디의 Prestige 3.8 AWD 모델이 스르륵 하고 나타났습니다.
업무가 몰려있는 주중 한가운데라는 피로도. 복잡한 서울의 출퇴근 도로. 쉽사리 여유 시간을 빼기 어려운 개인 일정을 감안했을 때 그저 소셜 미디어에 자랑 삼아 사진 몇 장 올리고 몇 글자 끄적여도 그만입니다. 하지만 한 회사의 Flagship 이자 국산 고급차의 정점인 차량을 만 하루동안 느낄 기회는 흔하지 않기에 피곤한 몸을 이끌고 늦은시간 올림픽대로로, 또 강변북로와 자유로로 서울을 동서남북으로 가르며 K9을 진하게 느껴 보았습니다.
차량의 외관과 동적 성능, 과분할 정도로 훌륭했던 각종 옵션 등은 자세히 논하지 않으려 합니다. 이미 수없이 많은 리뷰가 존재하고 무엇보다 대형차, Flagship이라는 세그먼트의 특성 상 제 자신이 대형차량의 성능에 대해 리뷰를 끄적일 만큼 이해도가 깊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좀더 솔직하자면 출력이 터지는 엔진속도와 도로의 구간 별 차량 거동도 제가 100% 이해/평가하지 못했습니다. 낯설었다는 표현이 정확합니다.
굳이 짧은 소감을 남겨보자면 K9을 ‘자동차’ 라는 순수 기계로 봤을 때 꽤나 훌륭한 자동차라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편견도, 가정도, 국산차 Advantage도 없이 순수하게 내린 결론 입니다.
다만 이 기계가 좋은 ‘상품’ 인가에 대한 평가는 조금 다른 이야기가 됩니다.
덩치만 컸지 실력은 없는 초등학생이 수능 시험을 치루러 갔다가 씁쓸히 퇴장한 것 같았던 1세대 K9을 돌이켜 본다면 이번 The New K9이 상품성 측면에서도 비약적인 발전을 이룬 건 사실 입니다.
‘예전에는 여러 상황에 쫓겨 제 실력을 다 보여주지 못했어. 이게 진짜 기아의 고급차 만들기 실력이라고’ 라는 심정으로 정성들여 개발한 그 노력과 가치는 높게 평가받아 마땅합니다. 또 실제로 K9이 기아차의 이미지 제고에 기여를 한 부분도 사실 입니다.
그런데 제가 가진 근본적인 질문은 이런 것 들 입니다.
‘왜 기아차는 K9으로 브랜드 이미지를 끌어 올려야 하나?’
‘고급차를 잘만들어야 고급 회사가 되는 건가, 기아차가 굳이 고급차까지 풀 라인업을 촘촘히 메꿔야 하나?’
‘내가 생각하는 기아의 아이덴티티는 Soul-스포티지-소렌토-텔룰라이드-스팅어’ 로 이어지는 젊고 역동적인 이미지인데 K9은 어떻게 이해해야 되지?’
등 입니다.
사실 기아차 아이덴티티의 정점은 침이 마르도록 칭찬해 주고 싶은 스팅어가 아닐까 합니다.
판매 시장도 한정되어있는 K9이 최전방에 서서 기아의 이미지를 쌍끌이 할 위치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차량을 평가 할 때는 아래 세 가지 기준으로 구분 합니다.
‘내가 정말 사고 싶은 차’
‘내가 사고 싶지는 않지만 이 차와 잘 맞는 다른 사람에게 추천해 주고 싶은 차’
‘위의 두 가지가 아닌 차’
The New K9의 경우 첫번째 기준에는 No.
그럼 이 차를 누구에게 추천해 줄 수 있을까, 라고 생각했을 때 ‘제네시스를 사기엔 예산이 빠듯하여 할인 좀 받고 살 수 있는 고급차량으로 법인차 구매 담당자에게 추천 할 차’ 정도가 될 것 같습니다.
앞서 이야기 했듯이 차량 자체 보다는 K9이 기아 뱃지를 달고있고 현대/기아가 같은 그룹사이기 떄문에 나온 ‘상품성’ 관점의 의견으로 이해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폭스바겐의 페이튼이 차량 자체에 대한 높은 평가를 받았지만 상업적으로는 성공하지 못한 경우가 비교가 될지 모르겠습니다. 페이튼이 지금까지 아름다운 평가를 받는 이유는 거기서 ‘멈췄기’ 때문이 아닐까요. 왜 이 좋은 페이튼이 BMW, 벤츠를 이기지 못하냐고 악을 쓰며 더 많은 투자와 개발을 했다면 좋은 사례로 기억되기 힘들었을 것 입니다.
같은 이야기를 기아에게 해 준다면 너무 경솔 할지도 모르겠지만 이렇게 전해 주고 싶습니다.
‘이걸로 충분 합니다. 기아의 실력은 잘 알고 있으니 너무 더 애쓰지, 욕심부리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기아의 역동적인 아이덴티티는 스팅어의 섹시함으로 충분합니다..’
이런 의미에서 이번 The New K9이 지금보다 훗날 더 좋은 평가를 받고 기아 도전의 역사에서 충분히 의미있는 모델로 기억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끝으로 좋은 시승 경험을 제공해준 기아차와 테스트드라이브에 감사의 말씀 전합니다.
한때는 한대를 사면 한대를 공짜로 주는 무슨 슈퍼마켓 떨이팔듯 마켓팅을 했던, 세도나(카니발)을 한대 구입하면 리오를 한대 주던 기아가 정말 짧은 시간에 많은 성과를 이룬것 같습니다
미국에선 가격대비 좋은차, 잔고장 별로 없지만 a/s서비스는 좀 구린, 결론은 아직까진 내돈주곤 안살 차 라는 이미지...계속해서 이런 개발로 점점 나아지길 기대해 봅니다.
텔류라이드 experience 광고에 나오신건가요? ㅋㅋㅋ
아, 근데 텔류라이드가 이번 마켓팅은 정말 잘한것 같던데요. 공도에서 보이는 10대에 8대가 SUV인 이 시점에도 어느정도풀 사이즈면서 off roading 이미지를 가진차가 많지 않았는데 그 가려운 부분을 잘 긁어준듯...ㅋ 랜드로버는 TATA조차 포기한채로 내놓아 휘청휘청하고, 한국못지않게 오래전부터 내구성 문제로 사기는 겁나고...혼다에서 passport가 다시 출시돼면서 pilot에서 좀 작은사이즈마냥 보이는데 한번 봤는데 이건 뭘 만든건지...랭글러 신형 많이 개선돼어 좋은데 아직은 못믿겠는 FCA그룹 + 비오면 물새는게 2019년도에 말이 돼는건지...토요타 4러너 좋다지만 이건좀 해도 너무한거 아닌가 싶은 10년묵은 인테리어에 오래됀 엔진 +5단오토가 말이 돼는건지...ㅋㅋ 물론 body on frame은 아니지만 텔류라이드 컨셉은 잘 잡은것 같더라구요
아마 90년대 기아 디자이너가 아직도 근무 중인 듯 합니다^^
근본적인 질문들 중에 브랜드 이미지에 대한 부분에서는. 언젠가는 해야될 일을 지금 하고있다 라는 의견입니다. K9의 세그먼트를 기아 가 경험 해본 것이 실패를 계속 하더라도 더 좋은 차를 만들기 위해서 꼭 필요한 과정이 아닐까 그리고 예전의 기아를 알지 못했던 세대 들은 또 다른 해석을 하고 있을지도..이런저런 생각해 봤습니다. 물론 저보다 브랜드에 대해 더 깊이 이해를 하시고 계시다고 생각 합니다. 멈추는 것이 답일까요? 잘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기아가 신차를 낼때 요즘처럼 사고싶은 욕망이 생기는 차를 계속 만들어주길 응원합니다.